사계절 꽃이 피는 신안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상을 뒤흔든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작가로는 가장 높은 경매가를 기록한 화가 김환기,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마부’로 은곰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강대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이들의 공통점은 신안(박우량 군수)이 고향이라는 점이다. 이세돌과 강대진은 비금도, 김환기는 안좌도, 김대중은 하의도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자타공인, 기암괴석이 가장 빼어나다는 홍도가 있는 곳도 신안이고, 조선시대 최고의 어류백과사전 <자산어보>의 산실도 신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 있는 섬 가운데 3분의 1이 모여 있는 ‘섬 왕국’이 신안이다.
신안군은 크다. 육지 면적이 서울특별시보다 크다. 바다를 포함하면 신안군의 영역은 서울의 22배가 넘는다.
청정한 바다와 갯벌의 신안은 싱싱한 어자원의 보고寶庫로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한 섬마다 특색 있는 식물을 가꿔 섬 전체를 디자인하는 ‘컬러 마케팅’은 나라 안팎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안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2025년 캘린더’를 미리 넘겨본다.
3월 간재미 축제
3월 10일~3월 11일, 도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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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도초도 해역에서 잡히기 시작하는 간재미는 이듬해 3~4월경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제철 간재미는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해 병후 회복기나 허약체질에 보강식 및 항암작용이 왕성하고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도초도 특산 막걸리에 간재미 회는 더할 나위 없는 궁합이다. 간재미 비빔밥 만들기, 시식회, 간재미 얇게 썰기와 껍질 벗기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5월 낙지축제
5월 10일~5월 11일, 압해도 송공항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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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에서는 연간 600톤의 낙지가 잡힌다. 갯벌낙지 맨손잡이 어업은 국가 중요 어업 유산 6호로 지정된 바 있는데 예로부터 신안에서는 갯벌낙지의 습성과 생태를 이용해 어떤 어구의 도움도 없이 맨손으로 잡아왔는데 천연 무공해 어업이라 하겠다. 낙지 연포탕은 술꾼들의 지친 속을 달래 주는 최고의 해장음식이며, 낙지삼겹불고기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별미다.
5월 홍어축제
5월 17일~5월 18일, 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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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하면 흑산도, 흑산도하면 홍어다. 국내 유통되는 홍어 가운데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흑산도 홍어는 육질이 찰지고 부드러운 걸로 정평이 나있다. 삭힌 홍어가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는 발효과정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의 살균작용 때문. 홍어의 참맛을 느끼려면 회로 먹는 게 좋으나 잘 익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를 곁들이는 삼합도 별미다.
5월 깡다리축제
5월 24일~5월 25일, 임자도
깡다리는 ‘강달어’라고 불리는 생선으로 지역에 따라 황석어, 황새기, 깡다리로 불린다. 5월과 6월이 성어기로 1970년대에는 신안 임자도 전장포에서 파시가 열릴 정도로 유명했던 어종으로 오뉴월 한때만 잡을 수 있기에 귀한 생선으로 알려져 왔다. 깡다리젓은 소금에 절여 1년가량 숙성한 후 김장젓갈로 쓰는 게 일반적인데 신안에서는 감자와 함께 조려 먹거나 튀김으로도 먹었다.
6월 병어축제
6월 10일~6월 11일, 지도 신안젓갈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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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숩다(고소하다)’는 전라도 사투리가 가장 적절한 생선이다. 살코기가 연해 담백하고 뒷맛이 개운한 병어는 비린내가 없어 생선을 잘 먹지 못하는 이들도 정붙일 수 있고 잔가시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특히 여름 제철 햇감자를 납작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병어를 올린 뒤 풋고추 썰어 넣고 고추장 양념을 끼얹어 조린 병어조림은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6월 밴댕이축제
6월 17일~6월 18일, 증도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란철 음력 5~6월에 잡히는 밴댕이는 기름기가 많아 제일 맛있다. 밴댕이는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는데 성질이 급해서 일찍 죽기 때문에 젓갈용으로 많이 쓰인다.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내는 밴댕이는 고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안에서는 어느 집에서 밴댕이를 굽기 시작하면 그 고소한 냄새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동네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생선이었던 셈이다.
7월 민어축제
7월 31일~8월 1일, 임자도 대광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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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큰 맘 먹고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여름철에 잡는다. 남도에서는 회로 먹지만, 서울에서는 복날 민어탕으로 복달임하는 풍습이 있었다. 민어는 회는 물론, 어란, 쫄깃쫄깃한 부레, 담백하고 고소한 뱃살, 다져서 나오는 갈빗살, 날껍질에 밥 싸먹다가 논 팔아먹었다는 ‘민어껍질’ 등 부위에 따라 요리법이 20가지가 넘는다. 예부터 임자도에서 잡힌 민어를 최고로 쳤다.
9월 왕새우축제
9월 10일~9월 11일, 팔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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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산량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신안 왕새우는 주력 양식 품목이다. 신안의 왕새우는 게르마늄과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팔금도 왕새우 축제에는 즉석에서 다양한 왕새우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제철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장터도 열릴 예정.
10월 새우젓축제
10월 7일~10월 8일, 지도 신안젓갈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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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는 미네랄이 풍부한 모래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신안 임자도 전장포가 국내 최고 품질의 새우젓 산지인 이유다. 신안은 전국 새우젓 판매량의 70%를 차지한다. 서울 사람들은 젓갈하면 광천 새우젓이나 강경 새우젓을 이야기하지만 그 새우가 모두 전장포를 비롯한 신안에서 잡은 것들이다. 좋은 새우젓에는 좋은 소금이 필요충분조건. 살이 오른 새우를 5월에 잡아 신안의 천일염을 넣고 숙성시키면 최고급 젓갈로 변신한다.
10월 불볼락축제
10월 14일~10월 15일, 홍도
불붙은 것처럼 몸이 빨개서 홍도에서는 ‘열기’라 부른다. 간혹 볼락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하지만 볼락과 불볼락은 족보가 다르다. 불볼락은 그물과 주낙으로 잡는다. 호기심이 강해 한 마리가 낚시에 걸리면 여러 마리가 줄줄이 걸려들어 ‘동반자살’하는 버릇이 있다. 낚시꾼들은 이렇게 불볼락이 줄줄이 올라올 때 ‘열기 꽃이 피었다’는 표현을 쓴다. 맛도 좋은데 잡기 쉽고 한번 잡히면 굴비 엮이듯 올라오니 ‘열기는 꾼보다 아내가 더 반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0월 우럭축제
10월 22일~10월 23일, 압해도 송공항
신안 사람들은 민어·참숭어 등을 잘 손질한 뒤 천일염에 절인 후 바닷바람과 햇볕에 말려 음식재료로 사용해 왔다. 이를 ‘건정’이라 한다. 호남 서해안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 방식의 말린 생선’을 말한다. 신안에서는 우럭을 꾸덕꾸덕 말려 국으로 끓인 것을 우럭간국이라 한다. 말린 우럭은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진하고 담백하다. 우럭은 서식지를 좀체 옮겨 다니지 않아 세계 최고 신안 갯벌에서 나고 자라는 신안 우럭은 다른 곳에서 나는 것들보다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양식 우럭은 흑산도권역에서 키우는 것이 국내 유통량의 90%를 차지한다.
‘맛의 고장’ 신안에서는 365일 꽃축제가 열린다. 2025년에 계획된 축제만 해도 27개에 달한다.
2월 홍매화축제
2월 28일~3월 16일, 임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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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는 조선시대 문인화로 유명한 조희룡 선생의 유배지로 선생은 매화를 사랑해 주로 그렸다고 한다. 임자도에서는 지난 2021년 50년생 백매화를 기증받은 후 홍매화 모접붙이기를 통해 1,000여 주를 홍매화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컬러 마케팅으로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는 신안의 임자도가 올 봄에는 홍매화의 붉은빛으로 물들 전망이다.
3월 수선화축제
3월 28일~4월 6일,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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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복순 할머니의 이야기로 유명한 선도 수선화 축제는 할머니가 하나씩 구근을 사서 가꾼 데서 시작됐다. 수선화가 선도의 온 들판을 물들이기 시작하자 신안군은 2018년부터 군비를 들여 선도리 8ha 땅에 수선화 꽃밭을 만들었다. 할머니의 소일거리로 시작한 수선화 가꾸기가 신안군을 넘어 한국이 자랑하는 ‘수선화 섬’으로 지역사회를 완전히 바꾸었다. 선도는 2020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다.
5월 라벤더축제
5월 16일~5월 25일, 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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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은 2019년부터 박지도와 반월도를 보라색으로 채색했다. CNN 등 해외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신안군 컬러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지붕과 다리, 작물들을 보라색으로 바꿨다. 해안 산책로에는 라벤더, 자목련, 수국 등 보랏빛 꽃을 심었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길이 1,004m의 다리도 보라색으로 칠하고, 밭작물도 보라색 순무, 콜라비 같은 것들을 심었다. 국내 어느 지자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컬러 마케팅’이다. 2021년 퍼플섬 선포 이후 주민 100여 명의 박지도와 반월도에 80만 명에 가까운 외지인이 다녀갔다.
6월 수국축제
6월 20일~6월 29일, 도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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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초도 지남리에는 18만㎡(5만5,000평)에 달하는 수국 테마공원인 ‘1004섬 수국정원’이 있다. 산수국, 나무수국, 제주수국 등 다양한 종류의 수국들이 자태를 뽐내는 이 공원은 수국 14만여 주에서 피어난 1004만 송이가 장관을 이룬다. 도초도 화도 선착장에서 실개천을 따라 수국정원까지 이어지는 4km 팽나무숲길은 팽나무의 푸른색과 수국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10월 맨드라미축제
10월 3일~10월 12일, 병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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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00명 정도의 작은 병풍도는 목포에서 서북쪽으로 26km 떨어져 있다. 섬 서북쪽에 높이 10m에 길이 500m쯤 되는 병풍바위가 있다. 병풍을 친 것 같다는 이 바위는 전라북도 변산의 채석강 못지않게 아름다운데 국내 해상절리 가운데 가장 크다. 주민들과 신안군이 섬 한가운데 2만여㎡ 언덕에 가꾼 맨드라미 공원은 맨드라미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12월 애기동백축제
12월 19일~1월 18일, 압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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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동백은 동백나무 사촌이다. 애기동백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동백보다 빨리 피고 오래 꽃을 피운다. 동백은 1월 중순을 넘겨야 피지만 애기동백은 늦가을부터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다. 1004섬 분재공원이 있는 압해도의 겨울은 애기동백이 주인공이다. 2만 그루의 애기동백 4,000만 송이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축제기간에는 전망 좋은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고, 소망을 담은 느린 엽서 쓰기, 다양한 버스킹 공연과 인공제설기를 이용한 ‘눈 내리는 애기동백꽃길 걷기’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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