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과 송전탑 전자파 측정 산행
불곡산 주능선에 올라 경치를 즐긴다. 수도권의 전력 공급을 맡고 있는 송전탑이 힘 있게 솟아, 바위와 조화를 이룬다.
전기가 있어도 전기가 모자라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지금처럼 송전탑을 혐오 시설로 여긴다면,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도 전력을 보낼 수 없는 날이 멀지 않았다.
경제를 움직이는 필수 조건이자, 기본 조건이 전기다.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없으면 사람이 위태로울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없으면 공장과 모든 설비가 멈추고 경제가 위태로워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최신 발전소가 일을 못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송전탑을 세우지 못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소들이 놀고 있다. 원활한 전기 수급을 위해서는 송전탑이 필수인데, ‘전기는 있어야 하고, 철탑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율배반적 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본지는 산의 송전탑을 찾아 직접 전자파 측정기를 가지고 측정해, 전자파 수치를 공개하는 특집 연재를 시작한다. 송전탑Transmission Tower 트레킹Trekking의 영어 알파벳 머릿글자를 따서 ‘Ttt 특집’을 시작한다.
주능선의 송전탑 아래로 산길이 나있다. 전자파 수치가 의외로 너무 낮게 나왔다. 우리 집 와이파이 공유기에서 훨씬 높은 전자파가 측정되었다.
산행 중 흔히 송전탑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송전탑을 부정적으로 보는 탓에 송전탑이 산에 많다고 한다.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전기가, 사람에게서 쫓겨나 산으로 온 셈이다. 그렇다면 전자파는 실제로 사람과 자연에 해로운가. 송전탑 주변은 전자파 수치가 얼마나 높을까를 확인코자 불곡산을 찾았다.
경치가 드러나는 마당바위 뒤로 송전탑의 행진이 이어진다. 경기도와 서울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불곡산은 월간<산>이 산행의 즐거움으로 뽑은 99명산 중 67위이다. 해발 500m가 되지 않는 산이 이 정도 순위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등산의 즐거움이 크다는 의미. 인터넷을 통해 위성지도로 송전탑 찾았다. 다행히 송전탑을 따라 등산로가 나있었다.
본지 독자이자 필자인 김광명씨와 경북 김천의 산악인이자 독자인 김찬일씨가 함께한다. 불곡산佛谷山(466m)은 회양목이 많아 겨울철 붉은빛으로 산이 물든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지금은 산이 붉게 물들 정도로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불곡산은 ‘임꺽정의 산’으로도 통한다. 양주 불곡산에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임꺽정은 부친이 지방관리에게 부조리하게 살해되면서 의적이 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 조선 중종과 명종 시기 양주, 철원, 황해도 일대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정치 혼란과 관리들의 부패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불만을 품은 이들을 모아 산적으로 활동했으며, 관아를 습격해 곳간을 훔쳤으며, 빈민에게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관군이 토벌하려 했으나 백성들이 미리 알려주어 번번이 놓쳤다고 한다. 1562년(명종 17) 관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으로 구월산에서 잡혀 사형 당했다.
임꺽정 생가 터를 찾았다. 임도에서 조금 떨어진 생가 터는 그냥 공터다. ‘임꺽정 생가 보존비’ 글귀 적힌 비석만 덩그러니 있고, 밤나무 잎만 흔들리는 고즈넉한 터다. 쓰레기 없이 깨끗하지만 볼 것도 없다. 역사에 기록된 도적의 말로는 결국 이렇게 허망한 걸까. 텅 빈 터가 공수래공수거를 암시하듯 허허롭다.
산길로 든다. 이정표는 뚜렷하나 산길이 희미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간 막다른 곳 이를 수 있어 감각을 세우고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송전철탑이 얼핏 보인다. 전자파 측정기를 꺼내 전원을 켜자 0.1~0.5mG밀리가우스 사이를 오간다. 국제 전자파 유해 기준이 2,000mG이고, 국내 기준은 이보다 훨씬 엄격한 833mG이다. 전자파가 없는 산길에서 보통 0.2mG 이하로 측정되었다.
송전탑 인근 등산로에는 ‘송전탑 소음 발생시 신고 바란다’는 내용의 표지기가 걸려 있다. 본지 독자 김찬일·김광명씨가 동행했다.
일반 등산로와 전자파 수치 큰 차이 없어
비로소 첫 번째 송전탑 아래에 닿았다. 전자파 수치가 궁금했던 일행이 모두 모여 측정기를 바라보았다. 객관성을 기하고자 송전탑 부근과 송전탑 안에서 수치를 계속 관찰했다. 0.1mG에서 0.5mG를 오가는 수치였다. 전자파 수치가 낮아서 기뻐하기보다는 “이렇게 낮게 나와요?”하고 놀란다. 너무 수치가 낮게 나와 당황스럽다. 송전탑 가운데에서 측정한 최종 수치는 0.26mG. 국내 기준인 833mG를 훨씬 밑도는 수치이자, 자연 그대로의 산길과 비교해도 큰차이가 없다. 주변 나무와 풀도 파릇파릇한 것이 아픈 곳은 없어 보인다.
기하학적 철탑이 자연과 어우러진다. 주능선에 새로 지은 송전탑이 가을을 닮은 빛깔로 솟았다.
참고로 전자파 측정기는 기자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입했다. 3축 전자파 측정기인 ‘TM-192’이며,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휴대가 간편한 중저가 제품 중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을 추천 받아 구입했다. 의외로 측정 수치가 너무 낮게 나오자 김찬일·김광명 독자는 전자파에 대한 흥미를 잊고 산행에 몰두했다.
이윽고 경치가 트인 마당바위에 올라서자 송전탑의 행렬이었다. 먼 산까지 이어진 송전탑과 전선들. 평소 산행 때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이 송전탑들이 수도권에 전력을 골고루 전달한다는 것이 한국전력 측 관계자의 말이다. 평소 산에 다닐 땐 송전탑을 흉물스럽게 보았는데, 전자파 수치를 직접 확인해서인지,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껴서인지, 든든한 산업 역군 같아 보인다.
3보루를 지난다. ‘최후의 보루堡壘’라고 할 때의 그 보루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흙이나 돌로 만든 구축물을 말하며, 여기서는 산성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불곡산에는 모두 9개의 보루가 있어 군사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가 이곳을 지배할 때 쌓은 것으로 추측되는 보루는 1,000년이 흘러 돌무더기가 되었으나, 여전히 굳건해 당장이라도 전투태세를 갖출 것만 같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올라서자 너른 바위 구간이다. 측정해 보니 바위의 전자파가 2~3mG로 높은 수치가 나온다. 송전탑과 전선과는 거리가 있는데 의외의 결과다. 송전탑보다 햇볕을 받은 바위가 전자파가 더 높다니 신기한 결과다.
3보루 안내판이 있는 돌무더기. 돌탑 아래에는 산성 흔적이 있다. 고구려 때 세운 보루가 지금껏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집 와이파이 공유기보다 전자파 적어
주능선에 닿자 등산객이 확 늘어난다. 송전탑이 능선에 꼿꼿이 서있는데 신경 쓰는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아이스크림장수가 송전탑 부근에서 등산객들의 관심을 끈다. 두 번째 측정, 0.3~1mG를 오가는 수치. 송전탑 한가운데에서 측정한 최종 수치는 0.57mG. 국내 기준 833mG는 고사하고 1mG를 넘지 않는다. 행여나 싶어 철탑에 가져다대고 접촉해서 측정했지만 1mG를 넘지 않는다.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난다. 송전탑 주변도 여느 숲과 같이 짙게 우거져 있었다. 특별히 나무가 시들거나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취재 후 집과 사무실에서도 측정해 보니 0.5~8mG 사이를 오가는 수치였다. 와이파이 공유기에 가져다대면 순간적으로 수치가 높게 나왔으나 8mG를 넘지 않았다. 한정된 측정이었지만 집과 사무실에 비해서도 송전탑은 훨씬 낮게 측정되어 사람에게 얼마나 해롭냐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게 되었다. 국내 전자파 기준 근처라도 가야 유해성 논란을 언급할 텐데 집과 사무실보다 훨씬 낮게 측정되어 애초에 논쟁거리가 되지 못했다.
능선을 따라 올라서자, 아래의 송전탑보다 훨씬 큰 송전탑이 있었다. 그런데 전선이 보이지 않았다. 확인 결과 새로 건설한 송전탑으로,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더 많은 전선을 연결할 수 있는 송전탑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송전탑 아래에서 측정해 보았으나 0.1mG가 나왔다. 최소 측정수치가 0.1mG이며 전자파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수치다.
불곡산 정상에서 상투봉으로 이어진 바윗길. 예전에는 산행 때 송전탑이 눈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꽤 많은 송전탑이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놓여 있었다.
산 높이에 비해 압도적인 정상. 공휴일이라 등산객들이 파도처럼 몰려왔다가 지나가길 반복한다. 느리게 경치를 즐기는 이는 우리뿐이다. 비범한 도봉산 능선과 낮은 산등성이의 향연, 백석읍 일대가 훤히 드러난다. 송전탑 위로 양떼 같은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고, 휴일 오후의 시간도 느긋해지는 것만 같다.
바위가 점점 늘어난다. 화강암을 딛는 발의 촉감도 갈수록 쫄깃해진다. 불곡산 산행의 가장 맛있는 부분이다. 짜릿한 고도감이 따르지만 철난간이 있어 쉽게 지난다. 이제부터는 바위동물원이다. 영락없는 생쥐를 닮은 바위, 코끼리, 악어를 만날 차례다.
불곡산의 3대 조망 포인트는 정상, 상투봉, 임꺽정봉인데, 산길 통제다. 상투봉을 내려와서 임꺽정봉(450m) 직전의 위성봉(420m)으로 오르는 바윗길이 낙석으로 인해 훼손되었고, 추가 낙석의 위험이 있으며 복구를 위해 산길을 통제한다는 양주시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회로가 없어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상투봉이나 정상에서 안내문을 걸어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상투봉과 정상을 지나 백화암으로 하산한다. 신라시대에 도선국사가 지었다는 백화암 마당에는 가을이 한참 무르익어간다. 보호수 안내판이 있는 37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거대한 풍채로 그늘을 내어준다. 불곡산 송전탑마냥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듬직한 존재의 고마움을 새삼 실감한다.
불곡산 정상에 오른 김찬일·김광명씨. 양주 불곡산은 월간산이 ‘산행의 즐거움으로 뽑은 99명산’ 중 67위에 올라 있다.
Ttt 불곡산 송전탑 전자파 수치는?
임꺽정 생가 터 부근 해발 140m 송전탑 월간<산> 독자 측정 결과: 0.26mG
주능선 해발 310m 송전탑 월간<산> 독자 측정 결과: 0.57mG
국제 전자파 유해 기준 2,000mG밀리가우스이고, 국내 기준은 이보다 훨씬 엄격한 833mG이다.
산 위에도 상도의 있다
20년 경력 아이스크림 장수 소양선씨
“왜 송전탑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냐고요? 원래 정상에서 팔았는데 시청에서 못 하게 해서, 자리를 옮겨 여기까지 왔어요.”
불곡산과 수락산을 오가며 아이스크림을 판매한 지 20년이 되었다는 소양선씨.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는 가파른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자처한다. 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부업으로 아이스크림 장수를 하는 그가 수락산과 불곡산을 오가는 기준이 재미있다.
“기온이 30℃가 넘는 더운 날에는 수락산에서 장사를 해요. 30℃ 아래일 때는 불곡산으로 오고요. 수락산이 더울 때 등산객이 더 많거든요. 수락산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선선할 때는 불곡산이 장사하기가 더 좋아요.”
휴일 오전 9시가 되면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그는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보통 ‘하드’라고 부르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2,000원 받는다. 보통 다른 산에서는 3,000원 받는다. 불암산에서도 장사를 했으나 다른 상인이 있어 지금은 수락산과 불곡산만 오가고 있다. 아이스크림 상인도 그들만의 상도의가 있는 셈이다. 하산 시간은 아이스크림이 판매되는 양을 봐서 정한다. 과거에 장사가 잘될 때는 하루에 수 십 만 원씩 벌었던 적도 있으나 지금은 등산객이 줄고 대신 젊은층이 늘었다고 한다, 등산객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외친다.
“아이스~께~~끼!”
산행길잡이
임꺽정 생가 터에서 3보루를 거쳐 주능선 송전탑으로 가는 길은 휴일에도 등산객을 만나기 어려운 고요한 코스다. 이정표가 있고, 산길도 있지만 희미하고 갈림길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백화암으로 이어진 임도를 따라 가면 ‘불곡산 3보루 0.49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첫 번째 송전탑을 거쳐 주능선으로 연결된다.
다만 3보루 지나 ‘불곡산 상봉 0.9km’ 이정표에서 정상 방향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면 불곡산의 가장 은밀한 명소인 ‘기도터’가 나온다. 고려 초기부터 양주관아에서 기도를 드렸던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기도터에는 현재 기도가 금지되어 있으며 적발 시 고발 조치한다는, 무언가 사연을 감춘 것 같은 안내판이 붙어 있다.
기도터를 지나면 물 묻은 슬랩이 나오는데 여기서 북쪽(오르막)으로 가면 산길이 나온다. 슬랩을 횡단해도 산길이 나오는데 하산길이다. 주능선부터는 길찾기 쉽다. 다만 상투봉을 지나 임꺽정봉 직전의 420m봉을 오르는 바윗길이 낙석으로 통제 중이다. 양주시청 산림과에 문의하니 “언제 복구공사가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흥사로 내려가거나 상투봉까지 왔다가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통제가 풀린다면 상투봉에서 420m봉에 올랐다가 불곡산 명물인 악어바위를 거쳐 대교아파트로 하산하는 코스가 이상적이다. 전체 거리는 5km에 불과하지만 바윗길이 있어 만만히 보면 어려울 수 있다.
교통
1호선 양주역에서 2번출구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 3-3, 50, 3-3A, 51번 버스를 타고 ‘불곡산 입구, 유양1동’ 정류장에 하차해 백화암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하산 후 횡단보도를 건너 대교아파트 앞에서 양주역행 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10~15분이면 닿는다.
자가용 이용 시 임꺽정 생가 터 입구 임도 길가에 2~3대 정도 차를 세울 수 있다. 백화암까지 차로 갈 수 있으나 상당히 가파르고 좁아 주의해야 한다. 백화암 앞에는 6~7대 정도 차를 세울 수 있으나 주차장이 비탈져서 주의해야 한다.
맛집 (지역번호 031)
국밥 맛집으로 양주초교 부근의 양주순대국전문 (840-0233), 양주골전통순대국(840-7660), 방성리의 뚜가리국밥(1507-1354-7775)이 있다. 옛날수제비빔밥(847-5700)은 비빔밥과 수제비로 유명하며, 남원골추어탕(840-7661), 동강어탕(0507-1489-0083)도 산행 후 한 끼 식사로 인기 있다.
“전자파 유해성 과학 근거 없어… 송전탑, 나라 경제에 꼭 필요”
경기도 양주 불곡산 송전탑. 짙게 숲이 드리워 육안으로 보기에 전자파가 식물 성장에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자파 측정 기계에도 기준치 833mG의 8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2~1mG가 측정되었다.
임꺽정(가명)
안녕하세요. 등산을 즐기는 월간山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산에 있는 송전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말 주변이 없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답해 보겠습니다.
Q 송전탑이 산에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민들이 전력설비를 혐오시설로 느껴 마을, 도심지에서 최대한 떨어뜨려 설치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산에 송전탑을 많이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Q 송전탑을 산에 처음 설치할 때는 어떻게 짓나요?
임도를 만들어 자재를 나르거나, 삭도를 만들어 나르거나,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삭도 운반은 공중에 매달린 밧줄에 운반기를 설치해 자재를 나르는 걸 말합니다.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산지를 보전해야 하는 곳이나, 산사태 우려가 있어 진입로 개설과 삭도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그렇게 합니다. 송전탑을 설치한 후에는 철탑 양쪽에 장비를 설치하고, 장비로 전선을 끌어당겨서 연결합니다.
Q 불곡산에서는 송전탑 부근에 임도를 보지 못했어요. 어떤 방법으로 세웠나요?
불곡산처럼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명산은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해서 짓고 있어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헬기로 자재를 날라서 지었습니다.
Q 유튜브를 보면 중국 같은 곳은 안전장비도 안 하고 올라가던데, 한국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우리나라는 작업자들이 개인용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같은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작업자가 송전탑을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락방지 장치를 송전탑에 설치하고 오르내립니다. 혹시 떨어지더라도 부상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락 방호망까지 설치하고 있습니다.
Q 송전탑으로 가는 산길이 항상 있나요?
송전탑의 유지보수를 위해 직원들이 다니는 산길이 있습니다. 다만, 송전탑으로 가는 산길 중에서 일반 등산객들의 통행이 없는 산길은 수풀이 짙게 우거져서 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Q 비 오는 날 송전탑 밑에서 비박하면 번개 맞을 위험이 더 높나요?
낙뢰가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큰 전기적 에너지가 발생되며, 대부분은 송전철탑을 통해 지상으로 전기가 흐릅니다. 낙뢰 발생 시에는 송전철탑처럼 외부에 높게 솟은 물체 부근은 피해야 합니다.
Q 송전탑은 어떨 때 고장이 나고, 전선이 끊어지면 일대에 정전이 일어나나요?
태풍이나 낙뢰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고장이 주로 발생합니다. 해외의 경우 송전탑이 끊어지면 정전이 되는 일이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장에 대비해 전력공급을 할 수 있도록 준비 되어 있어 정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Q 산행 중 길을 잃었을 때 송전탑이 보인다면 이를 활용해 탈출·하산·구조 신고하는 방법이 있나요?
산지에 위치한 송전철탑에는 국가지점 번호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구조 요청 시 해당 철탑의 지점번호를 알려 주면 신속한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Q 송전탑을 마을에 설치하거나, 사유지에 설치하면 그에 따른 보상은 어떻게 지급되나요?
송전철탑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은 관련 법률에 의거 감정평가법인을 통한 평가금액으로 하며, 현재 토지 거래 시세를 100% 반영해 매수 절차를 진행합니다.
345kV 이상 송전철탑을 건설하는 경우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주민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마을은 매년 지원금을 지급하고, 송전선로를 신규로 건설할 경우 전압에 관계없이 일정범위 내 마을을 대상으로 한전 내규에 따라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Q 송전탑이 전자파로 인해 사람이나 식물에게 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지요? 무해하다면 그 이유를 예를 들어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맞다. 아니다”라고 결론 지어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국제적인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1979년부터 전자파와 소아백혈병 같은 질병 발병률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했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자파 관련 인체보호 가이드라인을 완화했고, 이것은 전자파에 대한 과학적인 불확실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불곡산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를 측정하는 본지 독자 김찬일·김광명씨.
Q 개인적으로 등산을 즐기나요?
일로서 산을 오르기에 휴일에는 등산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이라 해도 산행을 하다 보면 등산동호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때가 많습니다. 불곡산처럼 바위가 많고 경치가 좋은 산은 ‘참 좋은 명산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 월간<산> 독자 혹은 등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마트폰이 방전된 채로 충전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시간만 지속되더라도 사람들의 일상이 곤란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송전철탑을 흉물로 생각하는 등산인들도 있겠지만, 송전철탑이 없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힘이 송전탑의 역할입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시고, 송전탑 꼭 필요한 존재이자, 나라 재산으로 기억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회색 송전탑이 구형이고, 주황색 송전탑이 바통터치할 새 송전탑이다.
*송전탑 관리 직원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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