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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자체들 "늦가을 단풍구경 오세요"

by 白馬 2024. 11. 8.

 

울긋불긋 단장하다 늦었나?

 

진안 구봉산 가을 풍경 

 

유례없는 늦더위로 단풍 시즌이 늦게 찾아온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단풍을 즐기려는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지며 전국 유명 단풍 명소의 단풍 절정 시기도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기상청 관측 사상 설악산은 역대 가장 늦은 단풍 절정을, 한라산은 역대 가장 늦은 단풍 시작을 보였다.

 

설악산 단풍은 지난달 4일 물들기 시작해 29일 절정에 달했다. 평년보다 첫 단풍은 6일, 절정은 12일 늦게 나타난 셈이다.

한라산 첫 단풍은 지난달 29일 관측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는 19일 늦고 평년보다는 15일 늦다.

 

'지각 단풍'에 각 지자체는 단풍 상황을 확인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 남부는 막 단풍 시작…초록빛의 역대급 '늦은 단풍'

경기도민 윤모(58)씨는 지난 주말 대전 단풍 명소인 장태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윤씨는 "단풍 절정이 예전보다 늦어진 점을 감안해 일부러 늦게 방문했는데도 여전히 나무가 푸릇했다"며 "11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한 걸 보니 나무들도 (이상기후에) 적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단풍 시기가 늦어진 것은 이상 기후로 가을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생기는데, 올해는 가을까지 폭염이 이어지며 단풍 개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다만 윤씨가 같은 시기에 수도권이나 강원도의 산을 찾았다면 단풍을 제대로 즐겼을 수도 있다.

단풍 절정 시기가 늦어진 남부권과 달리 위도가 높은 수도권과 강원도는 단풍이 한창이다.

 

강원 월악산의 경우 지난달 21일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해 절정을 지나고 있으며, 서울 북한산은 평년보다 일주일 늦은 지난 4일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단풍 명소인 설악산의 경우 고지대는 단풍이 모두 졌고, 수렴동 계곡 등 저지대를 중심으로 울긋불긋 물들었다.

 

경기 북부 지역은 이미 절정을 지났다. 동두천시는 단풍 명소인 소요산에서 지난달 26일 단풍문화제를 열었고, 파주 감악산에도 같은 날 '감악산 단풍거리축제'가 열려 이미 1만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았다.

 

반면 남부 지방인 전남의 단풍 명소인 장성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 일원 산림은 여태껏 푸르른 여름옷을 입고 있지만, 조만간 울긋불긋한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가을 단풍 진행률은 50%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더디지만,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관계자는 "시기상으로 단풍이 절정을 맞았을 것이라고 기대한 분들이 꾸준히 찾고 있어 탐방객 수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며 "다녀가신 분들은 실망을 토로하고, 방문 예정인 분들은 단풍 진행률을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달 들어 근교산, 사찰, 도심 공원 주변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이달 중하순에 화려한 단풍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늦은 단풍 보러 오세요"…관광객 유치 뛰어든 지자체

지자체는 저마다 관광 상품을 만들고 이색 행사 등을 열어 관광객 발길을 붙잡고 있다.

전북 정읍시는 관광객의 이용 편의를 위해 트레킹 전문 여행사와 협력해 내장산 트레킹 상품인 '내장산 히든로드'를 이달까지 판매한다.

 

내장산은 전국 유명 관광지 중 내륙에서 단풍이 가장 늦게 물드는 곳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내장산은 가을철 명소지만 계절적 편중이 심한 편"이라며 "이번 트레킹 상품이 사계절 관광객을 유치하는 계기가 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풍 진행률이 30%인 대구 팔공산 국립공원에서는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6일 마을음악회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제주도는 가을 단풍 명소로 꼽히는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 일대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차량 10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주차장을 조성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 청남대 측은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는 가을 축제장에서 대청호와 어우러진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심신을 달랠 수 있는 '물멍 이벤트'를 한다.

 

앞서 충북 제천시는 지난 2일 의림지에서 더스틴 니퍼트(야구), 유희관(야구), 신진식(배구), 김지연(펜싱) 등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가을 단풍으로 물든 의림지 주변을 걷는 '2024 삼한의 초록길 걷기 대행진'을 열어 방문객의 호응을 얻었다.

 

단양군은 지난달 19일 단풍 촬영 명소로 유명한 보발재에 전망대를 개장했고, 충주시는 여행 플랫폼 야놀자와 협업해 지역을 찾는 여행객에게 5만원의 숙박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직접 숨겨진 단풍 명소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을 단풍 구경으로 유명한 산에는 탐방객이 몰려 정작 단풍보다 사람 구경

을 하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시간도 절약하고 여유롭게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음성에 있다"며 음성읍 용산리에 있는 봉학골을 소개했다.

 

지난 3일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지구가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가을 늦더위 기승…단풍 늦어져


자치단체마다 이른바 '지각 단풍'을 즐기려는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특색 있는 트레킹(산·들 등을 즐기며 걸어서 여행하는 일) 코스를 준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풍 상황을 확인하며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가을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단풍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단풍이 한창인 수도권·강원도와 달리 남부 지방은 여전히 단풍 진행률이 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0일 강원 설악산국립공원 일원에 단풍이 물들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림 80% 이상이 물드는 단풍 절정에 설악산은 지난달 29일 도달했다.



설악산, 10월 4일 단풍 시작


올해 설악산 단풍은 1985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늦은 시기에 절정을 맞았다. 지난달 4일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29일 절정에 달했다. 산 정상에서 20%가량 물들 때를 첫 단풍, 80%가량 물들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의 평년(1991∼2020년) 기준 첫 단풍은 9월 28일, 절정은 10월 17일 무렵이다. 최원남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 계장은 "당초 지난달 20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충 기간 없이 더운 날에서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도 많이 불면서 단풍잎이 빨리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라산도 역대 가장 늦은 시기인 지난달 29일 첫 단풍이 관측됐다. 평년(10월 14일)보다 15일, 지난해보다 19일 늦었다.

 

전북 진안군 구봉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정읍, 내장산 트레킹 상품 판매


전북 정읍시는 트레킹 전문 여행사와 손잡고 만든 내장산 트레킹 상품 '내장산 히든로드'를 이달까지 판매한다. 내장산은 내륙에서 단풍이 가장 늦게 물드는 곳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내장산 단풍은 오는 10~15일 절정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광객이 붐비는 가을에 상대적으로 한적하게 수려한 자연경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읍시는 단풍철에 맞춰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원일 셰프와 함께 '버섯돈육칼'과 '등뼈버섯콩탕' 등 새 메뉴를 개발, 내장산관광특구 지역 8개 음식점에서 팔거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측은 "전남 지역 단풍 명소인 장성 백암산 단풍은 오는 9~10일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전남 장성군 백양사를 찾은 나들이객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단풍이 절정에 이를 시기지만, 가을 무더위 등으로 인해 올해는 단풍이 늦게 물들었다. 



팔공산 '단풍 없는 단풍 축제'


지난달 25~27일 대구에선 '제23회 팔공산 단풍 축제'가 열렸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이후 갓바위지구에서 열린 첫 행사였지만, 단풍이 들지 않아 '단풍 없는 단풍 축제'로 끝났다. 팔공산은 6일에야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평년보다 7~10일가량 늦어졌다.

그러나 오는 14일 수능을 앞두고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에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팔공산 인근에서 곤드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단풍 축제 때보다 요즘 더 손님이 많다"며 "앞으로는 축제 기간을 단풍 절정기에 맞춰 조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절기상 입동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영실 탐방로 윗세족은오름 부근에 상고대가 피어 탐방객 눈길을 끌고 있다. 



산림청, 숨은 명품 숲길 5곳 추천


제주도는 단풍 명소로 꼽히는 한라산 둘레길 입구인 천아계곡 주변에 차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주차장을 만들었다. 또 양방향 통행을 위해 계곡 진입로 2.2㎞ 구간 풀을 베고 수목도 정비했다. 천아계곡 주변은 매년 가을마다 탐방객 차량이 몰려 교통 혼잡을 빚었다. 제주도는 제주자치경찰단과 함께 1100도로와 천아계곡 진입로 구간 순찰도 강화할 방침이다.
 

세종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는 오는 10일까지 단풍 축제를 연다. 단풍나무·은행나무·느티나무·산딸나무 등 2만여 그루가 심긴 이곳 '단풍낙엽 산책길'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출입을 제한하지만, 1년에 한 번 축제 기간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산림청은 단풍놀이에 적당한 숨은 명품 숲길 5곳을 추천했다. 경기도 가평 연인산 명품 계곡길, 강원도 방태산 아침가리 숲길, 충남 예산 백제부흥군길 3코스, 경남 함양 상림숲길,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 등이다.

 

진하게 물든 부산시청 단풍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뒤 녹음광장에 나무들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서울시, 103곳 단풍길 지정


부산시는 단풍이 물든 용두산 일대에서 오는 11일까지 가을밤 데이트를 주제로 '슈야토야 가을밤 팝업' 행사를 열 예정이다. 홍이경 부산관광공사 마케팅기획팀장은 "용두산 단풍을 보러 온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인기 이모티콘인 '슈야'와 '토야'를 활용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이 뒤늦게 단풍으로 물들자 양천구는 이달 초 은행나무·느티나무 등이 밀집한 10곳(10.84㎞ 구간)을 관내 단풍 명소로 지정했다. 서울 강북구 오현로20길,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숲,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 용산구 용산가족공원도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서울시 전역 158㎞ 구간 103곳을 '도심의 단풍길'로 지정했다"며 "이곳을 방문하면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5일 서울 중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남산에 단풍이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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