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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어떻게 생각하세요?] 태백산 등산로 폐쇄…'사유재산이냐, 공익이냐'

by 白馬 2024. 10. 8.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 들머리가 지난 9월 1일부로 폐쇄됐다.

 

태백산 문수봉 코스의 당골광장 들머리가 지난 9월 1일 폐쇄됐다. 탐방로로 이어지는 사유지 소유주 A씨가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 태백시와 오랜 갈등을 빚은 끝에 내린 결정이다. 당골광장 들머리는 문수봉을 거쳐 천제단에 오른 뒤, 망경사와 반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자연스러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따라서 탐방객들의 큰 불편과 대체 들머리인 유일사 코스의 탐방압력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A씨는 당골광장 들머리에 있는 본인 사유지에 알림판을 부착했다. 이에는 “이곳 토지(소도동 179)는 개인 사유지로 그동안 태백산 탐방객들을 위해 개방해 왔으나 쓰레기 투척, 농산물 및 시설물 훼손 등의 피해가 심하여 2024년 9월 1일부터 통행로를 차단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당골광장 탐방로로 연결되는 공원 밖 통행로 약 100m가 A씨의 땅이다.

 

A씨는 “오가는 등산객들이 쓰레기를 텃밭에 갖다버리고, 무속인들도 하루에 수십 명씩 지나다니며 으슥한 수풀에 돼지머리나 과일을 갖다 버려 악취가 진동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며 “공단과 태백시에 여러 조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공단은 A씨의 사유지가 공원구역 바깥이라 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할당해 꾸준히 사유지를 구매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원구역 안에 있는 토지만 살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 태백시는 국립공원과의 문제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원구역 외 지역에 위치한 탐방로 진입로는 약 500m 구간인데 이 중 약 100m가 A씨의 땅을 지난다.

 

A씨 “40년 소유했는데 합리적 타협 거부당해”

산림 사유지 소유자들과 지자체 등이 갈등을 벌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여러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에서 ‘등산로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대부분 원만한 합의 과정을 거치는데 취재 결과 이번 사안은 서로 감정의 골이 매우 깊어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사건의 순서는 이렇다. A씨는 약 40년 전부터 해당 땅을 소유하게 됐다(토지대장상으로는 A씨가 2001년에 해당 땅을 소유한 것으로 나온다. A씨는 그 전에는 아내 명의였다고 전했다). A씨는 “돈을 벌 목적으로 땅을 산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그가 땅으로 갚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해당 부지는 도립공원구역. 아무래도 토지 활용에 제약이 많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016년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때 이 땅이 공원구역에서 제외됐다. 이에 A씨는 귀농할 생각으로 텃밭도 가꾸고 건물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또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 땅이 맹지였던 것.

 

“그래서 도로 지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로 인해 토지 값이 엄청나게 올라가면 그게 ‘개인 특혜’라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름 여러 타협안을 계속 제시했어요. 등산로로 사용될 수 있도록 땅을 공단에 임대해 주는 방안, 일단 토지를 구매한 후 공원구역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죠. 그런데 다 안 된다는 겁니다. 40년간 토지세를 냈고, 또 탐방로로 이용하게 해줬는데도 말이죠.”

 

1971년 도립공원 지정 이전의 위성지도. 공단은 당시부터 해당 구간이 대대로 등산로로 사용되고 있었던 점을 들어 일반교통방해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공단, 일반교통방해죄 고소까지 검토

한편 공단은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행정조치는 할 수 없다’며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단에서도 행정절차를 통해 A씨의 사유지로 이어지는 도로를 지정할 수 있으나 이렇게 되면 오로지 A씨만 혜택을 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부지를 구매한 후 공원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식의 A씨의 여러 제안 역시 공원구역 바깥이란 점과 그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측면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 B씨는 “이미 A씨와 세 차례 만나 설득 및 면담을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며 “2년 전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당시 국립공원구역으로 지정하고 공시지가를 토대로 구매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금액 차이로 거절당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공단은 A씨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유지라 하더라도, 그 토지가 공공 통행로 역할로 사용되어 왔다면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사유지임에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한다. 

 

B씨는 “도립공원 지정 전인 1971년 국토지리정보원 항공사진과 1986년 지형도를 확인해 보면 이미 도립공원 지정(1989년) 전부터 해당 땅이 탐방로로 이용되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바로 주변에 우회탐방로를 내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 크게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공원구역 밖 토지를 재테크성으로 이용하는 유사사례를 방지하고자 부득이하게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공원에 인접해 사는 지역 주민들과 같이 상생하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현 상황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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