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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인기코스 탐방 두타산] 고통에 순응하면 번뇌가 사라진다

by 白馬 2024. 9. 7.

 

두타산 베틀바위~마천루 8km
2020년대 들어 가장 인기 급상승한 베틀바위 산행지

 

새로 생긴 등산 코스 중 202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산행지로 꼽히는 동해 베틀바위. 산길은 베틀바위를 우회하는 안전한 코스이며, 베틀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데크가 있다. 

 

두타산은 산행이 너무 어렵고 험해서 산꾼들 사이에 머리 ‘두頭’ 때릴 ‘타打’를 써서 속칭 ‘골 때리는 산’이라 불린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고수들 사이에서도 두타산과 청옥산을 잇는 산길(댓재~백복령)은 난코스로 꼽힌다. 

30여 km에 이르는 능선이 오르내림 심한데다 마주치는 도로가 없어, 당일산행으로 12시간 이상 걸려 주파하거나, 1박2일 야영산행 또는 중간 탈출을 택해 구간을 쪼개어 진행해야 한다.

 

베를 짜는 베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하는 베틀바위. 우회하는 산길과 전망데크가 보인다. 2020년에 설치한 새 코스이며, 케이블카 같은 대형공사를 하지 않고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구간별로 기사를 썼지만, ‘두타청옥’은 지금도 몸이 고통으로 기억한다. 그랬던 두타산이 2020년대 들어 인기가 급상승했다. 2021년 동해시에서 베틀바위 전망대와 마천루 전망대를 개설하면서, ‘산행 재미있는 산’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무릉계곡은 화려하지만 두타산이나 청옥산 정상을 다녀오려면 최소 3시간을 헉헉거리며 비탈을 올라야 하기에, 베테랑도 꺼리는 코스였던 것. 동해시는 주능선까지 가는 코스를 고집하기 보다는 가까운 지능선의 베틀바위와 마천루에 데크전망대를 만들고, 무릉계곡의 명소를 거쳐 원점회귀 가능하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탁상행정에 의한 예산 낭비가 아닌, 산세를 읽고 등산인의 마음을 읽는 노력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 

 

미륵바위 부근을 오르는 최동혁, 박수경, 김대영씨. 베틀바위 가까운 곳에 미륵바위가 있다.

 
 

조조의 대군을 뚫는 조자룡처럼

명성만 남아 문 닫은 업소가 즐비한 산 입구와 달리, 매주말 관광객과 등산객이 전국에서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동해시는 무릉계곡 입구에서 4,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대형 공사를 하지 않고서도, 자연미를 살려 제2의 무릉계곡 전성기를 여는 데 성공했다. 

폭염 경보가 내린 날, 입산한다. 오지 백패킹 유튜버 김대영(채널명: 오라네)씨와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중학교 영어교사 박수경씨, 연세산악회OB 최동혁씨가 함께한다. 

시작과 동시에 갈림길이다. 왼쪽은 베틀바위로 향하는 가파른 길, 오른쪽은 편안한 무릉계곡이다. 복숭아꽃이 없어서일까. 급경사로를 택했다. 베틀바위와 마천루가 오늘의 주인공, 우회할 것 없이 곧장 치고 오르기로 했다. 호기로움도 잠시, 얼마 안 가 헉헉거리며 땀으로 샤워를 한다. 오전인데 30℃가 넘었다. 

백두대간 주능선은 하늘 위 궁전처럼 멀고 높다. 그나마 가까운 지능선도 먼 산 같아 보인다.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지만 어제 방태산 산행에 이어 오늘 두타산까지, 차원이 다른 더위까지 합세해 걸음을 붙잡고 늘어진다. 

산 아래에서 목탁과 염불 소리가 은은히 번져온다. 묘한 리듬에 박자를 맞춰 속도를 끌어올린다. 수직 상승하는 승강기마냥 풍경이 바뀐다. 건너편 지능선이 수려하다. 마치 출전을 기다리는 장비와 여포처럼 웅장한 바위들이 도열했다. 

 

베틀바위 전망대. 이중 구조의 넓은 데크라 식사를 하거나 쉬었다 가기 안성맞춤이다. 

 

맛보기처럼 경치가 조금씩 트이며 바윗길이 잦아진다. 베틀바위가 다가오고 있음이다. 이정표에는 베틀바위까지 1.5km 거리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더위와 비탈이 합세해 3km는 걸은 기분이다. 공룡의 등골 같은 바위를 우회하자 회양목이 빽빽하다. 도시 가로수로 많이 쓰여 연약하게 봤지만, 실제로는 혹독한 이곳 능선에서 100년 넘게 자생해 왔다. 

10만 명의 적군처럼 계단이 끝없이 밀려온다. 유비 아들을 구출해 조조의 대군을 뚫고 도망치는 조자룡마냥 차오르는 숨을 폭발시키며 정면 돌파한다. 포상처럼 펼쳐지는 베틀바위 풍경. 배낭에서 얼음물을 꺼내 들이키자 온 세상이 내 것 같다. 

 

미륵바위. 미륵불 조각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하며, 부엉이를 닮았다고도 한다. 

 

상어 이빨처럼 뾰족한 바위능선이 베틀을 닮아 이름이 유래하는데, 베틀이 생소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바위꾼인 주민욱 기자와 최동혁씨는 “베틀바위 리지를 넘어왔다면 더 멋있었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신다. 중국 장가계의 축소판인 듯한 바위협곡을 내려다보며 먹는 점심은 여간한 맛집보다 낫다.

한 굽이 올라서자 미륵바위다. 자세히 보면 미륵불을 조각한 것인지, 자연바위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보는 각도에 따라 부엉이로 보이기도 한다. 

 

두타산 무릉계곡의 명물인 쌍폭포. 양쪽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내어준다. 왼쪽 폭포가 수량이 적어 장쾌함이 덜한 날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 

두타산頭陀山이라는 이름은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린다’는 불교 용어에서 온 것이다. 그에 비하면 ‘골 때리는 산’이라는 내 마음은 얼마나 저속한가. 그 옛날 선조들과 마음의 격이 다름을 인정하지만 거친 오르막에서 번뇌를 털어내지 못한다. 두타산 정상이 오늘 목적지가 아님을 감사하며 폭염의 비탈에 몸을 던진다.

예상 못 한 폭우다.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마냥,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쳐 사람들의 멘탈이 초현실화되어 갈쯤 쏟아지는 소나기. 달궈진 쇠붙이를 물에 넣듯, 세상이 “화르르”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다. 부러 방수재킷을 입지 않고, 배낭 레인커버만 씌운다. 저체온증을 염려하기에는 너무 덥다. 

 

마천루에서 무릉계곡으로 이어진 계단길. 거대한 암벽을 따라 데크길이 짧게 이어져 조망의 즐거움이 있다.

 

산성의 흔적이 잦아지더니, 나름 번듯한 돌로 쌓은 산성이 산길 역할을 한다. 어떤 적과 싸웠기에 이렇게 험준한 산 능선까지 와서 성벽을 쌓았나 싶다. 사연은 2,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신라가 실직국을 병합(102년)한 후 처음 성을 쌓았다고 전한다. 조선시대 태종 때(1414년) 삼척부사 김맹손이 쌓은 것이라고도 전한다. 높이 1.5m 길이 2.5km로 큰 성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준해 천혜의 요새였다. 

전쟁의 결말은 늘 비극이었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3일간의 혈전이 벌어졌으나 함락되어, 의병과 생존한 노약자마저 모두 살육되었다고 한다. 또한 빨치산이 지리산에서 백두대간을 거쳐 북으로 가는 와중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진 전투의 현장이다. 무릉도원처럼 속세와 차별화된 이상적인 오지 마을을 꿈꿨으나 현실에서 이뤄진 적은 없었다.

 

마천루 부근의 전망바위. 깎아지른 낭떠러지 곁으로 데크길이 이어진다.

 

무속인들 기도터로 인기 있을 것 같은 근사한 벽을 몇 곳 지나자 모처럼 고도를 내린다. 물과 이온음료를 꽤 넉넉히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 바람 한 점이 이토록 간절했던가. 소나기가 그친 하늘은 햇살이 압도적 힘을 과시한다. 

마천루가 없었다면 산행이 꽤 삭막했을 터. 협곡이 훤히 드러나는 벼랑 전망대다. 베틀바위 전망대보다는 좁지만 경치는 뒤지지 않는다. 저 멀리 용추폭포가 용처럼 신비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맞은편 사면 암벽이나, 기운 넘치는 백두대간 주능선도 멋있지만, 용추폭포가 화룡점정이다. 

 

옛날부터 숱한 명사와 묵객들이 찾아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는 무릉계곡의 자연암반. 

 

무릉계곡 데크로 내려서자, 산행이 끝난 분위기다. 폭포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 틈에 끼어 쌍폭포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용추폭포에서 풍경이 주는 쾌락을 탐닉한다. 용추폭포는 상단에 숨은 폭포가 있고, 그 상단에 또 숨은 폭포가 있는 것이 매력인데, 아쉽게도 나무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쌍폭포는 왼쪽 폭포의 수량이 조금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자태는 일품이다. 폭포를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가히 세계적인 명소로 꼽아도 부족함 없는 예술성을 갖추었다. 

골 때리는 산을 지나, 번뇌를 털어내는 산을 지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 산 지나, 전쟁의 산성을 지나, 무릉계곡을 지난다. 정상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많은 일이 있었던 것만 같다.  

 

산행 내비게이션

 

 

두타산 베틀바위~마천루~무릉계곡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삼척시 미로면


산행 거리 8km  산행 시간  4시간 10분
산행난이도 ★★★☆☆ (산행 거리 짧지만 가팔라)

 

 

산행길잡이

쉽게 보면 어려울 수 있다. 정상을 가는 것도 아니고, 지능선을 다녀오는 수준이며, 8km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돌길과 계단이 많다. 제대로 된 당일산행이라 생각하고 가면 어렵지 않은 수준이지만, 걷기길처럼 쉽게 생각하면 예상보다 난이도가 높아 당황하게 된다. 

최고 고도는 지능선을 넘는 지점인 650m이다. 매표소의 고도가 150m이므로, 해발 500m를 산행 시작 2시간 이내에 높여야 한다. 무릉계곡 방향을 선택하면 서서히 고도를 높이게 되어, 조금 더 쉽다. 그러나 하산길에 쌍폭포와 용추폭포를 감상하면 땀을 식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폭포를 즐길 수 있어 장단점이 있다. 

이정표는 잘되어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 명확한 능선을 따르는 코스가 아니라 사면을 트래버스(횡단)하는 코스라 방심하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실제 잘못된 방향으로 간 사람들의 흔적이 쌓여 산길처럼 혼돈을 주는 곳이 몇 곳 있으므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조금만 길이 희미하다 싶으면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 위치를 확인하고, 되돌아가서 선명한 길에 도착해 다시 뚜렷한 산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베틀바위에서 1.7km 더 가면 바위 벼랑이 나오고, 언저리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아래로 가야 한다. 석간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며, 식수를 구할 곳은 없으므로 물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교통

동해시내에서 111번 버스가 동해종합버스터미널과 KTX 동해역 입구를 거쳐 무릉계곡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무릉계곡 입구에 대형주차장이 있다. 하루 주차 요금 2,000원을 받는다. 서울역 혹은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가 하루 4회 운행한다. 2시간 30분 걸린다.

 

맛집(지역번호 033)

무릉계곡 입구에 식당이 즐비하다. 매표소 앞 첫 번째 집인 무릉회관(534-9990)이 추천할 만하다. 가장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 깨끗하고 음식도 깔끔하다. 하산 후 보편적인 식사인 산채비빔밥(1만 원)이 신선하고 무난하다. 이외에도 산채오리, 백숙버섯전골, 닭도리탕, 도토리묵(1만 원), 감자전(1만 원), 산나물전(1만2,000원) 등이 있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