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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인기코스 탐방] 여름과 가을 사이, 아침가리골이란 계절이 있다

by 白馬 2024. 9. 11.
 

인제 아침가리골
새로운 아웃도어 장르로 자리 잡은 계곡 트레킹 8km

 

아침가리골에서 40년을 살아온 약초상회 주인장 사재봉씨는 “계곡을 16번 건너야 진동리에 닿는다”고 말한다.

 

‘아침가리골’이란 장르가 있다. 워킹산행, 백패킹, 암벽등반, 걷기길과 구분되는 새로운 아웃도어 활동이다. 모험적인 계곡 등반인 캐녀닝Canyoning과 비슷하지만, 등반장비 없이도 가능하며 훨씬 대중적이다. 6km의 계곡을 발 담가 텀벙텀벙 걷고, 산길과 물길을 번갈아 가면서 걷는 계곡 트레킹이다. 

‘아침가리골’처럼 계곡 트레킹 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국립공원은 원칙적으로 발 담그는 것이 금지이다. 그 밖의 계곡은 가파르고 험해서 위험하거나, 수질이 좋지 않거나 물의 양이 부족하고, 너무 짧아서 계곡 트레킹이라 부르기 어렵거나, 바로 옆에 임도나 도로가 이어져 억지스러운 곳이 많다.

 

안개가 깔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침가리골. 

 

반면 아침가리골은 완만하면서 적당히 넓고, 대체로 수심이 얕고, 물이 깊은 곳은 산길이 있고, 맑고 수량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산길이 있는 곳에서도 물속을 걷고 싶은 욕구를 견딜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아침가리’라는 이름처럼 밝고 깨끗한 계곡 트레킹의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침가리골 트레킹’으로 통하는 독보적인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조朝’에 밭 갈 ‘경耕’자를 써서 조경동계곡이라고도 부른다. 산이 높고 깊어 아침에 잠시 해가 들어 밭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침에 밭을 간다고 해서 ‘아침가리’라는 이름이 유래하는 것. 그만큼 강원도에서도 깊은 첩첩산중에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아침가리골은 사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박수경, 최동혁, 김대영씨.

 

연예인 같은 스타 계곡의 출현

사나운 비, 폭우暴雨다. 비 소식은 없었는데, 산행 채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려 첫 발을 떼자 엄청난 물량으로 쏟아 붓는다. 여름에 꼭 아침가리골을 오고 싶었던 욕심을 알아차렸다는 듯, 맞으면 아플 정도로 묵직한 비가 ‘산행은 포기하라’며 엄포를 놓았다. 

일단 멈춰 비를 피한다. 중학교 영어교사이자 트레일러닝 마니아인 박수경, 백패킹 전문 유튜버 김대영(오라네), 최동혁(연세산악회OB)씨가 비를 털어내며 우중산행 채비를 한다. 

여러 가지 취재를 순서대로 할 요량으로 이른 새벽 서울을 출발해 진동리에 닿았는데, 머릿속에서 모든 스케줄이 꼬인다. 

‘방태산이 마음을 열지 않는 건가?’하는 쓸데없는 잡념이 수증기처럼 모락모락 뿜어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올해 들어 모든 취재 산행 날씨가 이상하리만치 좋았다. 맒음을 구걸하지 않기로 하고 산을 떠나려 하는데, 비가 잦아든다. 

 

물살이 센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유속이 빠르지 않아 발담궈 걷기에 무리가 없다.

 

일행들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니 지나는 소나기일 것”이라며, 입산을 부추긴다. 이미 마음은 숲 속 깊숙이 가있는 눈빛들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데, 구름 사이로 햇살이 뻗어와 얼굴을 만진다.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는데, 인심 좋은 산이 조건부 허락을 해준 것만 같다.  

 

방동고개에서 내려가는 길. 입구를 지키는 인제군 관리자가 계곡 트레킹 시 주의해야 할 것과 대략적인 코스를 알려준다. 입장료 없이 친절한 설명이라니, 시작부터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 처음 만난 박수경·김대영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함을 털어내기 딱 좋은 길이다. 

내리막 임도인데다 숲이 짙어 그늘진다. 아침가리골로 가는 일종의 의식마냥 편하고, 싱그럽다. 서서히 숲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도시적인 뿔난 것들이 뭉툭해지고, 초록이 속에서 차오를 쯤 계곡 입구다. 

골짜기 입구에 무인매점인 약초상회가 있다. 주인장인 사재

씨가 약초 캐러 자리를 비울 때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 유일의 매점이다. 매점 옆 좁은 산길로 들자, 깜짝 쇼처럼 터널 같은 어두운 길을 지나 등산계의 연예인 같은 스타 계곡이 출현한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은 산악회 무리에서 “우와”하는 함성 소리가 들린다.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 그대로다. 유리처럼 투명한 물이 여유롭게 흐른다. 무더위에 딱 어울리는 계곡이다. 

 

산길이 있는데도 산악회 사람들이 물속으로 우르르 들어간다. 아침가리를 찾는 모든 이들은 젖을 채비를 하고 오기에 당연한 것일 테다. 

평소 근엄한 표정이었을 50~60대들이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아간다. 아침가리는 사람을 명랑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어 계곡을 따라 갈수록 아이가 된 중장년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산길이 나타났다 사라지를 반복한다. 산길이 있음에도 계곡을 즐기기 위해 물길로 가는 이들도 많다. 

 

이별 없이 미인을 두고 왔다

계곡은 어둡고 습하고, 모기 많고, 미끄러워서 위험하고, 거친 곳이라는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계곡이 이어진다. 한 굽이 휘돌아 갈 때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천국. 죄책감 없이 물속을 걷고, 물장구를 치는 자유로운 계곡. 한나절 머무르며 물놀이하고 싶은 물웅덩이의 연속이다.

발목까지 오는 물살, 허리까지 오는 물살, 무릎까지 혹은 가슴까지, 너무도 다른 미모의 계곡이 얼굴을 달리하며, 스쳐 지난다. 폭염 경보가 문자 메시지로 울리지만, 아침가리는 다른 계절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사람의 말이 닿지 않는 명랑한 계절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다. 

여름철 주말이면 몇 천 명씩 찾는 계곡이지만 처음 찾은 사람인양 계곡은 깨끗하다. 1시간을 넘게 걸어도 변하지 않는 지나치게 맑은 물빛. 순진무구한 영혼이 지배하고 있어 이곳에선 누구도 거짓말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한 나절 머무르며 쉬었다 가고픈 아리따운 명소가 몇 시간 동안 계속 나온다.

 

핵심 지역은 ‘통화 불능 지역’이다. 이정표에 ‘통화 불능 지역’을 표시해 놓아 안전사고에 주의하도록 했는데, 오히려 세상과 잠깐 연 끊고 자연에 풍덩 빠져들 수 있어 더 즐겁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위험해졌다. 그만큼 압도적인 더위인데, 아침가리에선 더위가 맥을 못 춘다. 그렇다고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지도 않다. 미지근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 발 담그고 걷기 좋은 온도다. 어쩌면 이리도 배려심 많은 계곡인지, 걸을수록 감탄하고, 말미엔 반하게 된다. 

사람이 골짜기에 반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슬며시 젖어들 듯 마음을 헤치고 들어와 사로잡는다. 1시간, 2시간 하염없이 걷다가 돌아가지 못해도 그만이라 여기는 사내가 나올까봐 두려웠다. 

 

계곡 옆으로 난 산길. 사람 한 명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지만, 선명하다.

 

계곡 트레킹을 위해 일부러 밑창 틈이 살짝 벌어진, 버려도 그만인 신발을 가져왔는데 점점 밑창이 덜렁거린다. 한때 북한산을 누볐던 리지화는 닳을 대로 닳아 그만 가라앉고 싶어 했다. 내 여름의 신발이 닳아서 사라지고 있었다.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가슴에 안고 있다면, 아침가리골에서는 고요히 떠나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골짜기 끝에 닿자, 피서객들 소리와 화투 치는 사내들의 탄성 소리가 들렸다. 계곡을 몇 시간 걸어온 것뿐인데, 설명할 수 없는 어느 계절을 지나온 것만 같다. 매연 냄새 풀풀 나는 도로에 닿자, 이별도 없이 미인을 두고 온 것처럼, 슬펐다.  

 

아침가리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계곡 트레킹 명소가 되었다. 응복산과 방태산 구룡덕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곡이다.

 

 

아침가리에서 만난 사람

 

“무인 운영해도 도둑 없어, 우리나라 살 만하다”
약초상회 주인장 사재봉

“사미자 몰라? 내가 사씨야. 이름이 사재봉이라니까.”

입간판에 ‘아침가리 약초상회 주인: 사재봉’이라 적혀 있었다. 산봉우리 이름을 딴 인터넷 별명인 줄 알았으나, 실명이었다. 강원도 토박이인 그는 40년을 이곳에 살았고, 매점을 운영한 지 15년 되었다. ‘무인 판매’라 적어놓았는데, 약초를 캐러 가면 알아서 통에 돈을 내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CCTV도 없는 깊은 산속에 무인으로 운영해도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사람이 없을까 싶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그는 믿고 있다.

“보지 않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다 돈 내고 가져간 걸로 인정해요. 현금이 없는 경우에는 하산한 뒤 데이터 터지는 곳에서 송금하는 사람이 많아요. 간혹 잊어버렸다가 며칠 뒤에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돈 안 내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 우리나라 살 만해요.”

캔커피를 비롯한 음료수와 주류, 컵라면(3,000원)을 팔며, 산약초와 벌꿀 등 산에서 나는 것도 팔고 있다. 그는 “식당 허가를 받지 않아 음식 조리는 못 하고, 컵라면 온수까지는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사가 잘되는지 묻자, “다들 김밥이나 먹을 것을 챙겨오니까, 잘 팔린다고 할 수 없고, 또 안 팔린다고 할 수도 없다”고 우문현답을 내놓는다. 겨울에는 찾는 이가 없어 매점 문을 닫지만, 사계절 내내 이곳에 거주한다. 주변 인가도 없는데 홀로 사는 것이 외롭지 않은지 묻자, “오랫동안 혼자 지내 익숙하다”고 한다. 아침가리골을 찾는 이들에게 당부할 것을 물었다. 

“개울이 미끄러워서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해요. 사고가 많이 나요. 길이 없어서 항상 조심하고, 어떤 곳은 물로 가는 게 더 안전하고, 어떤 곳은 산길로 가는 게 더 안전해요. 그나저나 월간산이라고 했죠? 30년 전에도 월간산 기자와 인터뷰했는데, 책 나오면 한 권 보내줘요.” 
 

 

“위험해도 어떡해요. 먹고 살아야되니까 해야죠”
인제 택시 기사 김태순

방동고개(825m)까지 차로 오르거나, 걸어 올라서 하행으로 트레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침가리골 입구인 진동리에서 하차해 택시를 타고 15분을 달려 방동약수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 

방동고개와 아침가리골 입구를 오가는 셔틀 같은 인제군 택시가 5대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이 일을 시작한 기사가 김태순씨다. 택시비는 3만5,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택시비가 비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여기 다니면 차 다 망가져요. 인제읍내에서 택시 운행하면 10년은 타는데, 여기서는 5년 밖에 못 타요. 엔진에 무리가 가서 그래요.”

35년 택시 베테랑인 그는 2014년부터 방동고개를 오갔다고 한다. 길이 좁고 가팔라 상당히 위험한데도 고정으로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묻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떡해요. 위험해도 해야지”라고 답한다. 그는 다른 기사들이 퇴근하는 시간에도 방동고개에 자가용이 남아 있으면, 차량을 회수하러 갈 사람들을 생각해 홀로 남아 있다. 물론 콜택시를 부르면 가능하지만, “읍내에서 오는 비용이 추가되어 등산객들의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김태순씨는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는 “아들 둘 장성해서 취업할 때까지 택시로 다 먹여 살렸다”고 한다. 가장 사람이 많았을 때는 코로나 유행 전의 여름으로 주말 하루에 6,300명이 찾았다고 한다. 올해 여름엔 주말이면 2,000명 정도 오지만 “8월 15일만 지나면 사람이 쭉 빠지고, 8월 말이 되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방동고개에 만차가 되면, 차를 돌려 내려가야 하는데 좁은 임도에 차를 세워 교행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 이제는 아침가리골이 인제군의 대표적인 여름 명소가 된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동고개 주차장에 만차가 되면 무전으로 입구에서 등산객 차량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방태산 아침가리골 트레킹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산행 거리 방동고개까지 도보로 오를 겨우 15km, 방동고개까지 차로 갈 경우 8km  
산행 시간 방동고개까지 도보로 오를 겨우 5시간 30분, 방동고개까지 차로 갈 경우 4시간
산행난이도 ★★★☆☆ (내리막이라 쉽지만 계곡 미끄러워 주의해야)

 

 

산행길잡이

원점회귀 코스이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 등산객 90%가 선택하는 방동고개에서 아침가리골로 내려오는 코스. 이때 방동고개까지 차로 갈 것인지 걸어서 갈 것인지 택해야 한다. 셔틀처럼 운행하는 택시를 탈 경우 3만5,000원. 아침가리골 입구 주차장에서 방동고개까지 6.7km 거리이며 고도표에서 보듯 상당히 가파르다. 아침가리골에서 올라갈 경우 방동고개까지 가지 않고, 약초상회에서 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만큼 계곡이 질리지 않는다. 방동고개에는 일행 중 한 명이 인적사항을 적어야 입산 가능하다. 입장료는 없으며, 오후 3시까지 입산 가능하다. 

 

방동고개에서 2.8km를 내려가면 계곡 입구에 약초상회가 있다. 주인장이 없을 때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아침가리골 전체 구간 중 절반은 통화가 불가능하다. 불통 구간 진입을 알리는 이정표와 불통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알림판이 있다. 

계곡을 따라 산길이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이어져, 물을 건너는 일이 잦다. 때론 산길이 없어 골짜기에 발을 담가야 한다. 간혹 수심이 깊은 곳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취사와 야영은 금지다. 

 

계곡 구간이 6km로 짧지 않고 몇 시간을 발을 담그며 걸어야 한다. 거리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으므로 샌들보다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더 안전하며 등산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맨발로 신으면 물집이나 상처가 생긴다.   

 

교통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인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현리터미널로 가서, 진동리행 버스를 타야 한다. 몇 시간에 한 대씩 버스가 다녀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 안내산악회 버스 혹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해발 825m지점의 방동고개에는 차량 1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만 임도가 상당히 가파르고 좁아 맞은편에서 차가 올 경우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여름 주말의 경우 아침 8시에는 방동고개에 도착해야 차를 세울 수 있다. 9월에는 찾는 이가 확연히 줄고, 10월이 넘어가면 물이 차가워져 산행이 어렵다. 아침가리골 입구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3만5,000원)를 타고 방동고개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현리콜택시(033-461-5497, 461-5318, 0507-1357-4578).

 

맛집(지역번호 033)

아침가리골 입구에 있는 진동계곡식당(463-9383)은 하산 후 곧장 식사 가능해 편하다. 산채비빔밥(1만2,000원), 백반(1만 원), 산채정식(2만 원), 제육볶음(2만 원), 감자전(1만 원) 등이 있다. 대복식당(463-5989)은 두부전골(1만 원)과 두부조림(1만 원) 전문점. 숲속의빈터막국수(461-0419)는 막국수(8,000원)와 수육(2만5,000원)이 별미. 이밖에도 기린면사무소 소재지에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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