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000만년 전 지구 위를 활보했다는 거대한 생명체 공룡은 자신의 존재를 기록하기 위해 여수 사도에 발자국을 남겼다. 공룡을 만나고 싶은 아이의 눈을 반짝 빛나게 만들 여행지가 여수, 사도에 있다.
●공룡의 놀이터, 사도
작은 섬이다. 이렇게 작은 섬에도 아직 누가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작다. 총 면적은 0.36km2. 실제 섬에 거주하는 가구수로는 30여 가구가 채 되지 않는 규모다. 그 규모에 걸맞지 않게 사도에는 거대한 공룡의 발자국 755점이 여기저기 찍혀 있다. 작은 섬 전체가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퇴적암층과 기괴암석,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곳. 그래서 사도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보이는 전부가 호기심의 대상이다.
아이들은 사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공룡의 존재를 확신할 게 분명하다. 선착장 앞에서 거대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두 마리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어른의 눈에는 귀여운 모형에 불과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확신의 공룡이다.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사도 선착장에서 사도해수욕장을 지나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7,000만년 전 중생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들의 발자국이다. 육식공룡부터 목이 긴 초식공룡, 뒷발로 걷는 조각류의 화석뿐만 아니라 새발자국 화석, 무척추동물의 생흔화석, 개형충 화석, 나무 화석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도에서 도보로 연결되는 섬, 추도에서는 84m에 달하는 공룡 보행열도 확인할 수 있다. 무려 세계 최대 길이다. 한 손에 공룡 인형을 들고 공룡 발자국을 발견한 아이의 작은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사도에서 숨은 그림 찾기
사도 여행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둘레길 탐방이다. 사도선착장에서 공룡화석지-거북바위-용미암까지 이어지는 둘레1길과 사도선착장에서 공룡화석공원-만충암과 꽃바위-공룡화석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둘레2길이 있다. 예상 소요시간은 각각 1시간, 30분이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와 함께라면 이보다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걷는 게 좋겠다. 여유를 추구하는 기자의 경우 둘레1길만으로도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둘레1길에서는 자주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공룡 발자국을 찾기 위함이었고, 그 다음 이유는 자연이 만든 장난감 같은 것들 때문이었다. 공룡 화석지를 지나 증도로 이어지는 곳곳에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바위들이 여럿이다. 거북이를 빼닮은 거북바위, 흡사 이구아나가 아닐까 싶은 이구아나바위, 사람의 옆모습을 담은 얼굴바위, 고래를 연상케 하는 고래바위, 용의 꼬리를 닮은 용미암, 둥글둥글한 감자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이 붙은 감자바위까지 이름도, 모습도 다양하다.
이쯤이면 이곳은 신들의 놀이터가 아니었을까, 아이의 시선에 눈을 맞춘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일단 이름 있는 바위를 찾고, 아이에게 그 이름을 유추하도록 퀴즈를 내는 것도 사도 여행의 묘미다. “용의 꼬리는 사도에 있고, 용의 머리는 제주에 있다”는 사도 현지인의 심드렁한 농담에 지나가던 모두가 깔깔 웃는다. 용의 머리는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두암을 말한다.
●촌캉스까지 사도에서 해결
사도를 둘레길 탐방으로만 마무리하면 미련이 남는다. 작고 신비로운 섬에는 사람도 적다. 사람의 발길이 적으니 섬 전체가 깨끗하고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소박한 섬의 청정한 바다를 누려보는 게 좋겠다. 둘레1길에서 잊지 못할 장소는 양면 해수욕장이다. 증도로 이어지는 바닷길, 양쪽에서 모두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고 잔잔해 아이와 물놀이를 하기에도 안전한데 그늘막이나 파라솔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신선놀음하기에도 이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참고로 올해 6월 기준 사도에는 카페가 없다. 낭도 선착장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을 때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고, 지도에 검색을 해봐도 카페 리스트는 ‘텅’ 빈 섬이 분명했다. 마트나 편의점도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 가지 팁을 전한다. 사도해변 옆 돌담길에 있는 모래성 한옥펜션에서 시원한 물과 음료, 그리고 한국인의 소울 커피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날 수 있다.
만약 사도 여행을 마음에 조금 더 새겨 넣고 싶다면 하룻밤 머무르길 권한다. 사도에는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는 없다. 하지만 아담한 돌담, 아기자기한 마당, 정겨움이 넘치는 펜션과 민박 같은 숙박시설이 있다. 또 그곳에는 작은 버기카로 직접 추도 관광을 시켜주는 민박집 사장님도 있고, 밥상 다리가 부러지게 전라도식 ‘집밥’을 한상 차려주는 펜션 사장님도 있다.
마당에서 낚시로 획득한 생선이나 직접 챙겨온 고기를 구워먹어도 좋다. 여러모로 인심이 푸짐하게 넘치는 진정한 ‘촌캉스’인데 아직 SNS를 덜 탔다. 그래서 더 귀하다.
▶사도로 가는 방법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사도까지 여객선을 타면 약 1시간50분 소요된다. 여수에서 백야도, 여석, 모전, 하화, 상화를 거쳐 사도, 낭도까지 이어지는 여수-둔병항로 길이다.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담스럽다면 낭도에서 배를 타는 방법이 가장 수월하다. 육지에서 낭도를 잇는 낭도대교를 건너 낭도에서 배를 타면 사도까지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사도로 가는 길은 더 수월해질 예정이다. 여수시에서 서부권 핵심 관광지로 낭도와 사도를 주목하고 사업비 173억원을 들여 890m 길이의 인도교 설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여수 세계 섬 박람회 개최 전까지 완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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