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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몸보신' 하면 고기라고? 내 밥상 위의 여름

by 白馬 2024. 7. 9.

 

'몸보신' 하면 고기라고? 오늘도 먹었다, 여름 샐러드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 여름이 오는 게 두려운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전자다.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을 여름을 기다리는 데 쓴다. 야호,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 왔다!

 

지금보다 젊을 때만 해도 여름이라는 날씨가 무작정 좋았다. 열기와 젊음, 무모함과 도전, 맥주, 바다, 수영복…. 흑역사에 몸부림치다가도 다음 날이면 ‘여름이었다…’를 중얼거릴 수 있는 객기마저 좋았다. 반면 요즘은 날마다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무더위를 견디기 쉽지 않다. 체력도 달리고 뭘 하면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입고 뭘 발라도 안 어울려서 대부분 집구석에 쭈그러져 있다.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지만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

 

그대신 입으로 여름을 즐기고 있다. 여름이 오면 우리 집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한 해 중 딱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채소들을 부지런히 구해다 먹는다. 대표적으로는 제주 초당 옥수수, 장흥 블루베리와 경산 신비 복숭아. 첫물 초당 옥수수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진짜 여름이 온 것이다.

 

여름 과일과 채소,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로 만든 여름 샐러드.

 

제철 채소와 과일은 씻어 먹기만 해도 만족스럽지만, 오늘은 특별히 여름 음식 하나 소개하러 나왔습니다, 여러분. 바로 여름 샐러드. 재료는 좋아하는 여름 과일 및 채소에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만 있으면 된다.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5분에서 7분. 음식 솜씨가 없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상큼하고 시원한 맛으로 더위에 집 나간 입맛을 돌려놓는 데도 효과적이다. 평소 채소를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 채소 섭취를 할 수 있게 도와주며, 손님 상차림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직장인 분들은 아침으로 챙겨 먹기도 수월하고, 도시락으로 싸 가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식에 다이어트식이라는 거. 어떤 음식인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저와 함께 만들어 보시죠.

 

필수 재료는 완숙 토마토(방울토마토도 좋다)와 오이다. 그 외의 재료는 과일을 기호대로 준비하면 되는데 특히 참외나 자두, 딱딱한 복숭아가 궁합이 좋다. 나는 파인애플과 오렌지도 종종 넣는데 물이 너무 많이 생기는 수박이나 잘 뭉개지는 물복숭아, 망고 등은 추천하지 않는다. 모차렐라 치즈나 페타 치즈를 넣으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에 지중해 느낌마저 물씬 난다.

 

먼저 모든 재료를 깍둑썰기 한다. 안이 깊은 그릇에 썬 재료를 넣고 레몬 4분의 1개 내지 반 개를 짜서 즙을 넣는다. 그다음은 갈아 넣는 소금과 갈아 넣는 후추 일고여덟 바퀴쯤, 올리브유는 크게 두세 바퀴쯤 뿌려준다(기본 재료 양에 따라 소금, 후추, 올리브유를 조절해 주세요). 그런 다음 모든 재료를 잘 섞어주면 끝이다. 좋아하는 그릇에 잘 담아 상에 올리면 알록달록한 색감에 먹기 전부터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의 대부분의 여름 아침 밥상에는 이 샐러드와 좋아하는 빵, 커피가 올라간다. 오늘도 먹었다.

 

과일과 채소만으로는 허전하다는 분들을 위해 끼니가 될 만한 메뉴를 하나 더 추천한다면 유부초밥이다. 그중에서도 김밥처럼 말아서 만드는 롤 유부초밥을 추천한다(이 안에는 유부 이외에 김도 들어 있지요). 유부초밥 패키지에 든 재료들에 밥만 넣어서 만들어도 맛있지만, 나는 깻잎과 오이, 차가운 백묵은지 혹은 쌈무를 넣어 더 시원하고 개운하게 만들어 먹는다. 김밥 김처럼 길게 잘린 유부에 김을 깔고, 그 위에 깻잎 한 장, 쌈무 한 장을 깔고, 양념한 밥을 올리고 그 위에 길게 자른 백묵은지 혹은 오이를 넣어서 돌돌 말면 완성. 이 메뉴 역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든든하게 밥을 챙겨 먹기에 좋다. 앞서 소개한 여름 샐러드에 유부초밥을 곁들이면, 거기가 바로 피크닉 돗자리입니다, 여러분. 올여름, 다들 한 번씩 잡숴 보시기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몸보신’ 하면 고기를 떠올렸다. 여전히 복날에는 수많은 닭이 인간의 체력을 위해 운명을 달리한다. 하지만 진짜 ‘몸보신 음식’은 언제든 간단하게 만들어서 즐겁게 먹을 수 있는 한 끼가 아닐까 싶다. 만드는 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치우는 데 귀찮지 않고,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거기다 소화도 잘되고 계절감까지 물씬 느낄 수 있는 메뉴. 그게 나에게는 여름 샐러드와 롤 유부초밥이다.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지난여름과 한층 달라진 몸과 마음에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작년까지는 괜찮았는데 올해 더위는 왜 이렇게 힘들지? 이 옷, 분명 작년까지는 잘 입고 다녔는데 올해엔 왜 전혀 안 맞지? 하면서.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마 내년 여름에는 지금을 그리워할 거라고.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회한과 슬픔으로 얼룩지게 만들 순 없기에 오늘도 나는 밥을 차린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신나게 깍둑썰기하고, 유부를 돌돌 말아 아침상 앞에 앉는다. 그러다 보면 또 여름이 왔네, 이번 여름도 너무 좋네, 싶다.

 

여름 샐러드를 준비할 땐 강아지가 따라다니며 오이와 과일을 얻어 먹는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