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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안 라벤더 축제] 한국의 프로방스, 박지도와 반월도

by 白馬 2024. 5. 20.

 

5월이면 라벤더 꽃으로 ‘보라색 섬’ 변신

 

 

 

고대 로마시대 때 라벤더는 요리 맛을 내는 무척 귀한 허브였다. 라벤더 한 단 값이 로마 병사 한 달 월급에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왕실 정원수로 길렀으며 엘리자베스 1세가 가장 좋아한 디저트가 라벤더로 만든 과자였다는 말도 전한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발랑솔,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는 라벤더를 랜드마크로 재배해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국내에도 발랑솔과 후라노 못지않은 라벤더 명소가 있다. 5월이 되면 섬 전체가 보랏빛 라벤더 꽃밭으로 변신하는 신안의 박지도와 반월도가 그곳이다.

신안군 안좌면의 ‘퍼플섬’ 박지도의 5월은 라벤더가 섬 전체를 뒤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도라지꽃에서 착안한 ‘컬러 마케팅’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다는 박지도와 반달 모양의 반월도는 신안군(박우량 군수)의 작은 섬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제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예전 섬 주민들은 노둣길(징검다리)로 오갔지만 2019년 천사대교 개통으로 이웃의 큰 섬 안좌도까지 연결돼 교통은 한결 수월해졌다. 퍼플교라는 이름을 가진 다리가 안좌도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로 연결됐다. 예전에 박지도와 반월도 주민들은 낙지잡이, 감태매기, 석화따기로 아이들을 키우고 공부시키고 시집·장가보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이 700여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00명 남짓에 7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지만 어디부터 손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주민들은 마을에 지천으로 널린 도라지꽃을 떠올렸다. 찬거리이기도 한 도라지는 여름마다 보라색 꽃으로 섬을 물들였다. 박지도와 반월도가 보랏빛 ‘퍼플섬’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출발점이었다. 

 

라벤더 축제를 보러 박지도를 찾은 관광객들. 올해도 열흘간 수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은 2019년부터 박지도와 반월도를 보라색으로 채색하기 시작했다. CNN 등 해외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신안군 컬러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지붕과 다리, 작물들을 보라색으로 바꿨다. 주민들의 옷, 우체통, 쓰레기통, 전동차, 커피잔, 컵 등 생활용품도 보라색으로 바꿨다. 해안 산책로에는 라벤더, 자목련, 수국 등 보랏빛 꽃들을 심었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길이 1004m의 다리도 보라색으로 바꿨고 밭작물도 보라색 순무, 콜라비 같은 것들을 심었다. 국내 어느 지자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컬러 마케팅’이다.

 

청정한 신안 앞바다를 배경으로 활짝 핀 보라색 라벤더가 마치 프랑스의 프로방스를 떠올리게 한다.

 

CNN 등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

2019년 4월 천사대교가 완공되고 신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라벤더와 이스타국화가 피어 있는 ‘보랏빛 섬’에 대한 소문이 국내외로 퍼져나갔다. 3년 전인 2021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 반월도와 박지도가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발랑솔과 후라노는 라벤더만 키워 유명해졌지만 신안의 박지도와 반월도의 그 스케일과 발상의 기발함에서 앞의 두 곳을 능가한다.

 

2021년 퍼플섬 선포 이후 주민 100여 명만 사는 박지도와 반월도에 70만 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박지도 라벤더 정원에서 ‘보랏빛 향기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신안군에서는 1만 평 규모 라벤더 정원을 별도로 꾸몄다. 밴드들의 버스킹, 라벤더 향 만들기 등 찾은 이들이 지루할 틈 없는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돼 있다. 라벤더 축제가 끝나면 6월에 봄 버들마편초 축제, 8월 여름 버들마편초 축제, 9월 아스타 꽃 축제가 펼쳐진다. 아스타 꽃 축제 이후에도 버들마편초, 진자주국화, 오동나무 등 다양한 꽃들이 퍼플섬에 함께한다.

 

반월도 박지도의 보라색 ‘컬러 마케팅’은 CNN 등 외신도 크게 보도했다. 집 지붕과 일상 생활용품까지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이 잘 나 있다. 두 섬을 모두 돌아도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둘레길을 걸으면 섬사람들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넓디넓은 갯벌을 마주하게 된다. 이 갯벌에서 어로와 양식업을 하며 살아가기에 갯벌은 섬의 생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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