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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상사봉] 불도깨비가 살았다는 위압적인 암봉

白馬 2024. 4. 13. 06:28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 생각나는 도끼샘도

 

 

상사봉과 마주하고 있는 노적봉.
 

전라북도 임실 신덕면을 지나는 55번 지방도로를 가다 두 봉우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내 시선을 끈 것은 상사봉想思峰(402.1m)과 노적봉(405.3m)이다. 두 봉우리는 작은 하천인 옥녀동천을 사이에 두고 연인처럼 다정하게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처럼 말이다.

분지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는 동양화에서나 봤을 법한 수직 암봉으로, 높이는 낮지만 위압적이고 강렬하다. 두 곳 모두 ‘여기에 정말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르다. 오르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모양새다.

전설에 의하면 상사봉에는 불을 뿜는 도깨비가 살았다고 해서 ‘화산火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높이 100m가 넘는 암벽을 대패로 밀어 놓은 형세다. 인근 지역 119구조대는 이곳을 암벽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상사봉은 산속의 산이다. 표주박처럼 길쭉하게 도지봉, 제비설날, 지초봉, 배나무골 등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호남정맥인 박이뫼산, 갈미봉, 경각산, 국사봉이 상사봉을 반달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탓에 한겨울에는 전주 시내에 비해 6~8℃ 정도 기온이 낮다고 한다. 

 

상사봉으로 오르는 암릉지대.

 
 

상사봉을 제외한 주요 봉우리들은 굴참나무 낙엽이 수북한 육산이다. 특별한 조망은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오르내림이 많아서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특히, 도지봉과 지초봉은 경사가 매우 심하다. 다행히 기름재, 제비설날, 피재재 세 곳에 탈출로가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이정표와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등산로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높이에 비해 탁월한 조망

상사봉이 위치한 임실은 도자 문화가 번성했던 지역이다. 후백제 시절, 이곳에서 왕실에 납품하던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도자기의 원료인 백토와 백석이 풍부한 지역이라 18세기 조선 후기에는 백자를 굽는 가마터도 많았는데, 그 덕분에 상사봉과 노적봉 주변 마을인 수천리, 신흥리, 삼길리 주변에서 다량의 백자 파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곳 토박이 신상진(64)씨에 따르면 지초봉 아래 되장골에서 백토를 채취했다고 한다. 또 그가 어렸을 적에는 상사봉 근처 제목천 물가의 돌들은 백토 가루로 인해 물이 마르면 하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산 위에서 맑은 샘물이 솟고 있는 도끼샘.

 
 

상사봉 산행은 주차 공간이 넓은 새희망주유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희망교를 건너면 오른쪽이 상사봉, 왼쪽이 노적봉이다. 상사봉 들머리는 희망교를 건너 50m 오른쪽에 있다. 처음부터 숨 돌릴 겨를 없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20분쯤 오르다보면 상사봉이 보이는 조망바위가 나온다. 100m 거리 건너편의 상사봉은 말 그대로 아찔한 낭떠러지다.

상사봉 정상은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이의 평평한 암반이다. 함대를 지휘하는 대장선에 올라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조망과 위치다. 호남정맥 산군을 비롯해 북쪽으로 마이산이 쫑긋하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성수산과 성수지맥, 남쪽으로 백련산, 회문산까지 보이는 거침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상사봉 다음으로 이어지는 도지봉(439.9m)에는 군인들의 벙커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네모난 석축이 남아 있다. 제비 혓바닥처럼 생겼다는 제비설날은 평범한 봉우리지만, 약간의 위험한 구간이 있다. 돌기처럼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기어가다시피 건너야 한다.

화마를 막아주는 거북바위

피재재는 수천리에서 월성리로 넘어가는 고개. 옛날, 어느 노인이 이 고개로 피란을 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초봉(475m)은 스틱이 없으면 오르기 힘든 가파른 경사면이다. 이곳만 통과하면 배나무골 정상까지 무난한 길이 이어지고,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우거진 숲 사이로 때때로 전주 샹그릴라 CC가 보인다.

 

평산신씨 후손들의 자긍심이 서려 있는 충신각.

 

산행하다 자그마한 웅덩이를 만난다. 도끼자국으로 깊게 파인 여덟 발자국 정도 길이의 도끼샘이다.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2011년에 찍은 자료 사진과 비교해 보면 웅덩이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고여 있는 탁한 물이 아닌, 깨끗한 샘물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로 40분 정도면 수천리에 닿는다.

수천리는 평산신씨 세거지다. 평산신씨는 왕건을 도와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이 된 곡성 출신 신숭겸이 시조다. 수천리의 신덕면사무소 앞에는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서 공을 세운 신개申漑를 모신 충신각과 신개의 후손인 신병덕, 신성희 부자의 효를 기린 양효문이 있다.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비각에서 평산 신씨 후손들의 자긍심이 읽혀진다.

충신각 건너편에 가로 70cm, 높이 35cm, 폭 55cm의 아담한 거북바위가 있다. 화마로부터 수천마을을 보호한 거북바위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앞의 안내문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먼 옛날, 상사봉 아래에는 거북이가 떼를 지어 살았다. 어느 날 불귀신이 나타나 불을 내뿜으며 거북이를 괴롭혔다. 호수의 물이 뜨거워지면서 거북이는 결국 생을 마치고 거북돌로 변했다고 한다. 훗날 수천마을에 정착한 인간들이 같은 화를 당하자, 천신에게 백일기도를 드렸다. 산신의 계시로 이들은 거북이 형상의 돌을 찾았고, 제사를 지낸 후부터는 화마와 액을 막게 되었다고 한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조망.

 

마지막으로 상사봉과 마주하고 있는 노적봉을 오른다. 도로변에서 보면 급경사 암릉지대로 오르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신흥리에서 출발하면 능선이 비교적 완만하다. 왕복 45분이면 정상에 다녀올 수 있다.

과거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주민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에 이곳에서 산삼을 발견했다고 할 정도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귀한 산이다. 이정표는 전혀 없지만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잘 닦여 있다. 정상에 한산이씨 묘 2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의 묘는 정남향을 바라보고 있다. 정면으로 오봉산, 나래산, 회문산과 더불어 붕어섬으로 유명한 옥정호가 보이는 매혹적인 풍광을 지니고 있다. 

 

 

산행길잡이

▲새희망주유소-상사봉-도지봉-제비설날-피재재-지초봉-배나무골 정상-도끼샘- 신덕면사무소 (11.3km 5시간 20분 소요) ※신덕면사무소에서 새희망주유소까지 약 2km, 도보로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3)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임실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매일 15회 운행한다. 첫차 06:00 막차는 17:45이다.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며 우등 기준 2만4,600원, 일반 기준 1만9,300원이다.

임실시외터미널에서 신덕면사무소까지 임순여객(643-3100)이 하루 10회(07:40, 08:05, 10:10, 10:50, 11:40, 13:30, 14:40, 15:40, 17:00, 18:50) 운행한다. 관촌 정류장을 경유하며 약 50분 소요된다. 임실시외버스터미널을 들르지 않고 임순여객차고지에서 출발하는 06시 45분 버스도 있다. 버스 요금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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