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등산

되풀이되는 입산통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y 白馬 2024. 3. 6.

 

1970년대부터 통제 본격화…해외선 ‘전면 통제’ 안 해
산불 방지 목적 입산 자체를 막는 건 한국뿐…"모든 등산객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

 
 

대전 식장산 일대에서 산불감시원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왜 산을 못 가요?”

봄이 시작되는 3월,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들이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건 무엇일까? 등산화나 배낭 등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내 체력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은 무엇인지, 산행속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등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먼저 이것부터 알아야 한다. 바로 입산통제다. 

 

빠르면 2월 15일, 늦으면 3월 4일부터 5월 중순까지 전국 등산로 상당수가 통제된다.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공원관리청에서 지정, 고시한 등산로들은 모두 이 시기에 오를 수 없다.

이유는 산불예방.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산불의 57%가 봄철에 발생했다. 주요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약 40%로 가장 많고, 이어 쓰레기 소각행위가 15%다.

 

‘산불예방’이란 공익을 위해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의외로 전 국토를 대상으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입산을 통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입산통제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산림녹화사업이 시작된 1973년부터 현대적 의미의 입산통제가 시작됐다.

 

1. 입산통제의 역사

한반도 최초의 입산통제 정책은 금산禁山제도를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귀중한 목재 자원인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세종 때 전국에 금산으로 지정된 곳이 200여 곳에 이르렀으며, 이를 어길 경우 곤장 90대를 때렸다고 한다. 입산보다는 벌목을 금지시키는 데 더 주안점을 뒀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지금의 의미를 가진 입산통제가 시작됐다. 다만 예방의 목적은 시기별로 조금씩 다르다. 처음에는 간첩을 막으려고 했다. 1968년 3월 서울시경은 정릉, 도봉산, 우이동, 세검정, 삼청공원 등 5개소 18개 지역에 대해 민간인의 통행을 일절 금지시켰다. 북괴무장공비나 간첩이 산악을 타고 침투할 경우 간첩 색출이 어렵고 작전상 지장이 많다는 이유였다. 이는 같은 해 1월 발생한 김신조 사건의 영향이 컸다. 1970년 10월에는 입산통제 산에서 캠핑하던 학생들을 간첩으로 오인하고 총격을 가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입산통제가 전국적으로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 초반. 1973년 3월 대대적인 산림녹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 모든 임야에 대해 입산통제 불호령을 내렸다. 처음엔 개간을 일체불허하고 산지묘도 통제했으며, 1그루의 나무를 벌목하면 2그루를 심을 것, 낙엽채취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땔감에 의존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수위를 완화해 같은 해 6월 재발표된다.

 

이듬해인 1974년 봄, 입산통제의 목적으로 산불예방이 등장한다. 역설적으로 입산통제 조치가 산불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낙엽을 채취하지 못하게 막자 여기에 산불이 붙어 화재 규모가 커졌다는 것. 그래서 직전 해 같은 기간 대비 산불피해면적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산불 원인의 87%가 입산자 실화였다.

 

1976년 조선일보 사설에 ‘등산통제 완화하라’란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당시 산꾼들은 이러한 조치에 불만이 컸다. 1976년 조선일보에는 ‘등산통제 완화하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내용은 이렇다.

 

‘그 건전성과 돈이 극히 적게 든다는 장점 때문에 해마다 기하급수로 늘어온 등산인구는 200만으로 추산되고 있고, 봄 시즌에는 서울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산을 찾아 나간다. 비록 기한부이긴 하나 그 많은 서민층이 레저를 상실한 셈이며 소小를 얻기 위해 대大를 잃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필요불가결한 등산로는 터놓는다는 내무부 지시는 현장에서 무시됐고, 그나마 열린 등산로에는 시장인지 산인지 분간 못 할 지경으로 사람이 밀집돼 있다.

 

만약 당국이 우려한 것처럼 등산객이 산불의 큰 원인이 된다면 휴일이면 30만~50만 명 이상이 등산하는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은 모두 불타버리고 나무 한 그루 없어야 한다. 감시 인원을 배치하고 계몽하는 방법, 혹은 산을 윤번제로 개방하는 방법 등으로 정책을 대체해야 한다.’

 

국가산불실험센터의 건조한 낙엽(왼쪽)과 습윤한 낙엽(오른쪽)의 발화속도 차이 실험. 건조기 산불예방 입산통제의 근거다.

 

물론 입산통제는 완화되지 않았다. 가령 1983년 6월에는 설악산에서 입산통제가 풀린 지 단 3일 만에 산불이 나기도 했다. 또한 입산통제 10년 차에 나무가 자라면서 토사유출량도 적어지고, 숲이 조성되며 산의 토양도 좋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서 1970년대 초부터 입산통제는 현재까지 쭉 이어지게 됐다.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선 산불이 빈발하는 계절에 입산통제를 하진 않고 해발고도와 대기 상태 등에 따라 화기 사용만 3단계로 나눠 통제한다.

 

2. 입산통제 해외 사례

이후로도 이장오 아름다운산하 대표 같은 이들이 꾸준히 입산통제 반대 운동을 펼쳤으나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비록 소수지만 입산통제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해외 트레킹의 인기가 대폭 높아지면서 해외 등산로 정책을 경험한 이들이 그 중심에 있다.

 

해외 선진국에선 산불예방을 위해 이토록 광범위한 입산통제 정책을 펴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에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등산로 접근 자체를 막는 정책은 없다. 미국 PCT나 로키 마운틴국립공원의 경우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 되면 등산객들에게 기존에 화기를 사용해도 됐던 곳의 화기 사용을 금지하고, 담배도 피우지 못하게 할 뿐 입산 자체를 막진 않는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의 경우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시즌에 입산 자체를 통제하진 않고, 해발고도와 대기 상태 등에 따라 화기 사용을 3단계로 나누어 통제한다. 6,000피트(1,829m) 이하인 지역, 8,000피트(2,438m) 이하인 지역, 대기 질이 매우 나쁘거나 산불이 주변에 발생한 상황 등에 따라 화기 사용이 가능한 지역이 달라진다. 여기서 화기 사용은 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우는 행위만 해당한다. 즉 이 모든 규제에 관계없이 이소가스를 활용한 스토브는 항상 허용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등산전문가 우치노 신이치에 따르면 “일본은 화산 폭발의 우려가 있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등산객이 자기 책임으로 판단토록 하지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일본의 등산로는 국가기관(환경성, 임야청)과 지자체(현, 시정촌) 또 민간 산장 등 많은 단체가 각각의 입장으로 관리하고 있어 일괄적인 통제가 어렵다. 등산로 입구의 출입문도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나라들처럼 등산을 허용하더라도 등산객이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혹은 화기를 자기책임 하에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산불이 발생할 리 없다. 그래서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적인 개방을 하진 않더라도 지금의 입산통제 기조를 유지하는 건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한 월간산 독자는 "‘등산객이 산불을 일으킬까봐’ 통제하는 건 모든 등산객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엽서로 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등산객은 건조한 산 곳곳에 숨어들어 연초를 태우고 흡연의 증거를 감추고자 꽁초도 회수하지 않은 채 불씨를 남긴다. 결국 한국 등산문화가 해외 선진국의 그것만큼 성숙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최근 국립공원 내 음주금지 조치가 큰 저항 없이 잘 정착된 것을 보면 과거에 비해 전체적으론 꽤 나아졌다는 평이 있지만 일부 미성숙한 등산객들이 있기에 1970년대 수준의 통제 정책이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완화하되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은 더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입산통제 없이 만나볼 수 있는 가야산의 대표 인기 코스인 만물상 전경.

 

3. 입산통제기간 가볼 만한 국립공원

입산통제는 국립공원에서 가장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 국립공원 별로 통제되는 양과 기간은 상이하다. 이에 따른 Best, Worst 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봄철 설악산 탐방로는 대부분 폐쇄돼 걸을 만한 곳이 없다.

 

Worst 설악산, 지리산, 오대산, 덕유산

 

설악산(2.19~5.15)은 모든 대표 등산로가 통제된다. 한계령, 오색, 봉정암,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등 모두 출입 불가능하다. 정상인 대청봉은 어떤 루트로도 오를 수 없다. 울산바위와 비선대계곡, 토왕폭전망대만 다녀갈 수 있다.

 

오대산(3.4~5.15)은 봉우리로 가는 등산로 대부분이 통제된다. 최고봉인 비로봉은 물론 소황병산, 노인봉, 동대산 모두 등산할 수 없다. 다만 월정사에서 상원사, 적멸보궁에 이르는 길은 열려 있다.

 

지리산(2.15~4.30)은 주능선과 주능선으로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로가 통제된다. 노고단에서 장터목까지다. 그나마 정상인 천왕봉을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설악산보단 사정이 낫다. 중산리 코스와 백무동 코스를 통해 등산할 수 있다.

 

덕유산(3.4~4.30)은 조각조각 통제돼 있어 대부분의 이름난 봉우리는 오를 수 있으나 그 코스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단 육십령이 막혀 있어 육구종주가 불가능하다. 또한 설천봉도 백련사를 거쳐 오르는 무주구천동 어사길을 통해 왕복하는 식으로 갈 수 있긴 하지만 너무 길이 단조롭고 힘들다.

 

2024년 봄철 국립공원 탐방로는 434km가 완전통제, 158km가 부분통제된다.

 

Best 가야산, 북한산, 월출산, 계룡산, 치악산, 월악산

 

가야산은 입산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 구간 모두 걸을 수 있다. 가야산의 대표적인 걷기길인 ‘소리길’은 대장경 테마파크부터 해인사까지 약 7.2km다. 홍류동계곡을 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로 지난해 산림청 선정 100대 명품숲길로 선정됐다. 또한 매년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까다로운 예약제로 운영되던 만물상 코스가 이젠 9월 1일~10월 31일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더욱 가기 편해졌다.

 

북한산(3.4~5.15)과 월출산(2.15~4.30)은 각각 한 구간만 통제되고 나머지 모든 구간은 개방돼 있다. 

북한산은 도봉산 지구에 있는 다락원 입구~은석암 구간, 월출산은 무위사~미왕재 구간이다. 둘 다 기존의 인기 등산코스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계룡산(3.4~4.30)은 총 3구간이 통제되는데 관암산 등 모두 주 등산로와는 거리가 먼 곳들이다. 동학사, 갑사, 신원사, 수통골 등 대부분 산행을 즐기기에 부족함 없이 열려 있다.

 

치악산(3.4~4.30)은 한 구간(황골삼거리~곧은재·향로봉~영원산성삼거리)만 통제돼 공원 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탐방로의 허리가 끊긴 모양새다. 하지만 그래도 정상으로 가는 인기코스인 구룡사, 황골 기점이 열려 있어 갈 만하다.

 

월악산(3.4~4.30)도 4개 구간이 통제되지만 정상인 영봉으로 가는 덕주사, 동창교기점, 보덕암기점 등 모든 코스들이 개방돼 있어 갈 만하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