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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에 명상이 필요한 이유, 영덕 여행+인문힐링센터 여명

by 白馬 2024. 1. 11.

경북 웰니스 여행

 

프로 여행러의 가장 큰 자질은 체력이다! 이건 내 말이 아니고, 어느 날 여러 여행 잡지 편집장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여행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잠을 줄여 돌아다녀야 하고, 과식을 미덕으로 여기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자극적인 경험에 뛰어들기도 한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가끔은 그 반대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래불해수욕장

 

●누구에게나 웰니스가 필요하다

인문힐링센터 여명(이하 여명)은 바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여행지다. 2019년 3월 영덕 운서산(520m) 아래 나옹왕사 역사문화체험지구 안에 심검당(강의동), 정수당(식당동), 운서관(숙박동), 관리동이 마주 보는 사합원 형식의 한옥으로 문을 열었다. 최대 30여 명의 단체를 기준으로 명상, 기체조, 선식, 여행, 강의, 체험 등을 모듈로 제공한다. 

 

실은 2021년에 영덕에 갔다가 누군가의 추천으로 여명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산중 오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영덕문화관광재단 웰니스관광사업단 단장이자 인문힐링센터 여명을 맡고 있는 이태호 단과의 차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1박 2일 내내 듣고, 집에 돌아가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주니까 얼마나 좋겠어요.” 그가 짚어준 체질에 맞는 식사법과 그때의 편안한 기분은 오랜 여운을 남겼고, 언젠가 꼭 제대로 한번 방문할 곳으로 저장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영덕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1박 2일을 시간을 오롯이 보장받았다. 여기서는 이걸 ‘시민웰니스캠프’라고 부른다. 개별로 신청해도 15인 이상이면 토~일 주말 동안 명상, 기공, 건강 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 인문힐링센터 ‘여명’의 여명은 물론 새벽녘의 빛을 뜻하지만, ‘여행과 명상’을 줄인 단어이기도 하다. 이태호 단장은 “명상 센터나 힐링 리조트, 건강식, 케렌시아(피난처), 한방 센터는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인문학적 맥락으로 꿰어서 전달해 주는 곳은 유일하다”고 했었다. 여명도 좋지만, ‘시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꽂힌다. ‘웰니스’ 하면 스파와 리조트가 먼저 떠오르면서 ‘돈 드는 호강’이라는 인상이 먼저 들지만, 독일 등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시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줄 정도로 보편 복지로 접근하고 있다. 

 

●명상이 이토록 달콤했다니! 

 

입소의 기본은 환복. 촉감 좋은 생활한복이 허리에 착 감긴다. 다음 수순(?)이라고 할 ‘핸드폰 제출’은 무의미하다. 산골짜기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안테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더니 저절로 먹통이 됐다. 와이파이도 없이, 꼼짝없이 1박 2일 동안의 디지털 디톡스가 시작됐다. 

 

몽골식 텐트인 ‘게르’에는 두툼한 요가 매트가 깔려 있었다. 간단한 강의와 실습으로 진행된 ‘자애명상’은 자애로운 휴식 시간이었다. 밥솥에 따뜻하게 데워진 곡물주머니를 배에 얹고 그가 알려준 두 가지 원칙(기준점을 세워라, 알아차려라)에 따라 누워서 하는 명상은 새로운 차원의 힐링이었다. 여러 해 힐링캠프를 진행하며 이태호 센터장이 터득한 것은 ‘명상’을 단순하고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엄격함이 배 있었던 기존의 명상법과는 사뭇 달랐고, 꿀잠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씀. 오랜만에 달고 단 낮잠을 잤다. 

 

1박 2일의 여정은 꽤 심플했다. 누워서 하는 명상, 앉아서 하는 명상, 걸으면서 하는 명상, 그리고 오미(五味)를 고루 갖춘 건강한 식단. 그리고 가끔 우리에게 이러한 명상과 기공, 음식이 필요한 이유를 간결하게 알려주는 강의가 있었다. 그렇다고 정적인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뮤지컬 배우 이겨레씨가 서울에서 먼 길을 내려와 소위 ‘뮤지컬 힐링’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다 함께 ‘댄싱퀸’ 음악에 맞춰 간단한 뮤지컬 댄스를 연습하는 집단 안무 시간도 나름 활기찼지만,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그녀의 노래 선물이 귓가에 오랜 감동으로 남았다. 

 

밤은 평화로웠다. 휴대폰 불빛 대신 모닥불 빛이 있고, 따뜻하게 구운 고구마가 있는 산중의 밤. 질리도록 불멍을 하고 돌아와 누운 온돌방은 아늑했다. 새로 지은 한옥은 좋은 나무 냄새가 나고 한지 벽지가 보드라웠다. 전기 기구라곤 헤어드라이어 하나의 단출함은 산사를 닮았고, 깨끗한 침구와 양식 욕실은 불편함이 없었다. 명상하듯 푹 잤다. 

 

●앞으로 짜고 맵게 먹겠습니다?! 

 

점심, 저녁, 아침. 삼시세끼로 만난 여명의 식단은 특별했다. 기존의 체질식이 탄수화물, 생선, 육류 등 재료를 기준으로 금식을 강조했다면, 여명의 ‘오행 체질분류법’은 몸과 마을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각자에게 필요한 ‘맛’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시고, 달고, 맵고, 짜고, 쓰고, 떫은 맛들은 각각 영향을 주는 오장육부가 다르다는 것.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에 따라 강하거나 허한 오장육부가 다르기 때문에 약한 부분을 음식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론도 이론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맛’인데, 여명은 이견 없는 맛집이기도 하다. 육류의 부재를 잊게 하는 유기농 제철 식자재의 다양한 맛과 식감, 고급 식기와 아름다운 상차림 덕분에 끼니마다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먹으러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오행 체질분류법에 따르면 얼굴이 둥글면서 살짝 턱이 뾰족한 나의 경우 폐, 대장, 신장, 방광 쪽을 강화하기 위해 매운 것, 비린 것, 짠 것을 많이 먹어야 한단다. 실제로 나는 단것과 신 것을 좋아하지 않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체질적으로 그러했던 것이다. ‘소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단 좋은 소금으로!’를 거듭 강조하는 이태호 단장의 말은 나트륨 섭취를 죄악시하는 건강염려 사회 담론을 거스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소금을 많이 먹는지, 적게 먹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줄여야 강박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과연 내 몸에 맞는 방식으로 바르게, 고르게, 건강하게 먹고 있는가. 음식에 대한 새로운 화두가 생겼다. 

 

다음 날 아침은 몸을 깨우고 하루 동안 쓴 에너지를 채워주는 기공과 단출하지만 풍성한 식사로 시작했고, 숲속을 걷는 산책에서 물, 바람, 햇살, 흙과 만났다. 1박 2일의 힐링캠프의 마무리는 나웅왕사기념관 2층의 음식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된 간단한 건강식 실습이었다.

 

가지와 버섯을 볶고 주먹밥 위에 올리니 근사한 요리가 됐다. 건강식이 참 쉽다. 1박 2일 동안 이론을 배우고 실전을 연습했으니, 돌아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은 알고 있다. 얼마 안 가 또 흐지부지되리라는 것을.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다시, 여행이다. 일상의 매너리즘을 깨는 최고의 처방이 여행이니까. 여명은 그런 여행지 중 으뜸이다. 흐트러지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 여행과 명상으로 힐링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곳이 인문힐링센터 여명이다.


▶PLUS 
영덕 웰니스 여행, 더 가볼 만한 곳

고래를 보았다! 


고래불해수욕장 

영덕 여행의 시작점은 고래불해수욕장이어도 좋다. 그럴 만한 것이, 6개 해안 마을에 걸쳐 발달한 8km의 해수욕장은 광활하고, 그 긴 해변을 배후를 자처하는 송림도 산뜻한 산책로다. 여름엔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래불국민야영장이 늘 북적이는데, 겨울엔 오히려 한적한 소나무 숲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모래사장에 의자를 묻고 목은 이색 선생이 목격했다는 고래를 기다리며(그래서 이름이 고래불해수욕장이다) ‘파도 멍’을 때리기 좋은 곳이다. 

시설: 고래불국민야영장 148동, 조형전망대, 해안루, 해안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 

 

존재만으로 치유가 되는 곳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개인이 가꾸어 무료로 개방하는 숲이다. 아직 이렇게 너그러운 마음이 남아있다니, 존재만으로도 힐링인데, 실제로 걸으니 더 좋다. 20년 이상 숲 조성에 공을 들인 세월답게 나무가 높고, 그만큼 그림자도 깊다. 메타세쿼이아뿐만 아니라 편백과 측백나무도 있어서 삼림욕을 하기 좋은 곳. 다들 카메라를 들여다보느라 바쁘지만 잠시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길 추천한다. 연중무휴에 주차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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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