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여름에 필자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친구 외갓집이 있던 목포로 놀러갔다. 친구의 외갓집은 목포였지만 생활 터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질 좋은 김장용 새우가 잡힌다는 임자도의 전장포라는 포구였다. 목포에서 전장포까지 친구 외삼촌이 모는 배를 탔는데 4시간 정도 걸리는 통통배로 가는 길이라 멀미하면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천사섬’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행정구역에서 가장 많은 섬이 있는 자치단체다. 신안군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교통이 무척 불편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져 3~4시간 뱃길이 1시간 전후로 줄어든 곳이 크게 늘었다.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인 연륙교와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연도교가 지난 20여 년간 쉼없이 놓였기 때문이다. 섬의 고장 신안이 다리의 고장 신안으로 변신하고 있다. 신안군에는 2023년 12월 기준으로 완공 13곳, 건설 중 3곳, 계획 중 3곳 등 22개의 다리가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다.
천사대교
천사대교
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보는 일몰, 놓치지 마세요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총 길이 7.22㎞ 다리. 2019년 이 다리가 생겨나면서 암태·자은·안좌·추포·팔금·자라 6개 섬이 육지와 연결됐다. 한국의 서해는 마지막 빙하기까지 대부분 육지였다. 1만2,000년 전부터 빙하가 녹으면서 육지는 바다가 됐고 수면 위로 남은 육지는 모두 섬이 됐다. 천사대교는 암태도를 1만2,000년 만에 다시 육지로 만든 셈. 암태도의 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보는 천사대교 일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압해대교
목포와 신안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2008년에 준공. 목포시 연산동과 신안군 압해읍 압해도 사이의 길이 3,563m 다리. 명절마다 신안과 목포를 오가는 귀성 혼잡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압해도에서 목포는 뱃길로 10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가깝다. 배에 올라 담뱃불을 붙이면 다 피우지도 못하고 내려야 한다. 이 다리가 놓이면서 신안군은 목포에서 더부살이를 끝내고 압해도로 군청사를 옮겼다.
추포대교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 1.82㎞. 노둣길의 추억
바닷물이 빠졌을 때 갯벌 위에 돌을 놓아 섬과 섬 사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노두라 한다. 추포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 있던 섬이다. 추포도 주민들은 300년 전부터 수천, 수만 개의 돌을 이고 지고 갯벌 위에 노둣길을 만들어 북쪽의 포도, 남쪽의 추엽도, 동쪽의 오도로 건너다녔다. 수년간의 공사 끝에 2021년 준공된 추포대교로 이제 노둣길도 추억이 됐다.
중앙대교
팔금도~ 암태도 600m
팔금도에는 70만 평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유채꽃 단지가 있다. 유채꽃이 만발하는 4월 팔금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이유.
자라대교
안좌도~ 자라도 670m
2018년 이 다리가 생기기 전에 목포에서 자라도까지는 여객선만 하루 2~3편 다녔다. 자라도는 1949년 간척사업에 따라 증산도 및 휴암도와 하나가 됐다. 한때 주민이 1,400명에 달했던 자라도에는 학교도 있었지만 이제는 휴교 상태.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을 거닐며 바쁜 삶에 쉼표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
삼도대교
하의도~ 신의도 550m
예전 하의도와 상태도, 하태도가 하의면으로 포함돼 하의 삼도三島로 불린 데서 다리 이름을 따왔다. 신안군 자은·암태·팔금· 안좌·장산·신의·하의·도초·비금도 일원의 지형을 ‘다이아몬드제도’라고 부른다. 그 모양이 다이아몬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신안군의 연륙·연도교가 모두 완성되면 관광문화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은암대교
자은도~암태도 675m
원래 자은도와 암태도를 이어주는 연도교.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암태도가 육지로 연결돼 연륙교가 된 다리. 이 다리가 생기면서 신안에서 가장 많은 해변이 있는 자은도까지 차량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임자대교
지도~임자도 4.99㎞, 국내 최장 12㎞ 대광해수욕장
2013년 착공한 지 8년 만인 2021년 완공됐으며, 천사대교에 이어 신안군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 지도와 임자도는 배로는 30분 넘게 걸리지만 임자대교가 개통되면서 차로 3분이면 가능해졌다. 신안은 국내 대파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로, 특히 임자면은 재배면적이 800ha(약 240만 평)에 달한다. 임자면에는 매년 4월 튤립 축제와 국내에서 가장 큰 백사장을 지닌 대광해수욕장(백사장 길이 12km)이 있어 임자대교 개통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안1교
안좌도~ 팔금도 510m… 김환기 생가를 찾아서
안좌도에는 한국 근대회화의 거장 김환기의 생가가 있다. 구도자 같은 예술가로 살며 생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이 위대한 화가는 향수를 절절하게 토로했다. “고향 우리 집 문간에서 나서면 바다 건너 동쪽으로 유달산이 보인다. 목포항에서 100마력 똑딱선을 타고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서 두 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그저 꿈같은 섬, 꿈속 같은 내 고향이다.” 두 시간 뱃길로 가야 했던 곳이 이제는 차로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증도대교
사옥도와 증동리를 잇는 1,964m. 볼거리 가득한 증도
증도는 전국 최대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 엘도라도 리조트와 갯벌생태전시관, 신안해저유물 발굴해역 등 관광지가 산재한 곳으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바 있다. 이 다리가 2010년 개통된 후 사옥도와 송도 사이를 잇는 지도대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됨으로써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수월해졌다.
김대중대교
무안군 운남면~ 신안군 압해읍 925m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 다리. 목포에서 압해도와 천사대교 방향으로 갈 때는 압해대교를, 수도권, 광주에서 압해도와 천사대교 방향으로 갈 때는 김대중대교가 주로 이용된다.
서남문대교
비금도~ 도초도 937m
1996년 개통된 이 다리의 이름은 우리나라의 서남단 쪽(흑산도, 흥도)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치형으로 굽은 이유는 다리 아래로 여객선과 각종 화물선, 어선들의 통행이 끊이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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