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여행

[대한민국의 숨, 울진] 어민들 인내심이 명품 죽변항 대게를 만들다

by 白馬 2023. 12. 16.

죽변등대.

 
 

‘수로부인과 용의 길’인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작은 갯마을인 대가실 포구. 코발트빛 겨울바다가 짙은 푸른 물을 쏟으며 가슴속으로 밀려온다.

울진의 새벽은 포구로부터 온다. 도통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짙푸른 빛깔의 겨울바다가 흰 포말을 뿌리며 청람빛으로 몰려온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하다. 온몸이 금세 푸른 물에 물들 듯 청람빛 울진바다는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매혹적이다.

 

‘하트 해변’과 드라마세트장, 죽변등대, 죽전숲을 품고 청람빛 바다를 배경으로 정물처럼 앉아 있는 경북 울진군 죽변항 대가실해변.

 
 

전국 최고의 ‘에코 힐링로드’

‘해파랑길’은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삼아 걷는다’는 뜻을 지닌,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10개 구간 50개 코스를 지닌 770km의 ‘걷기 길’이다.

 

그중에서 ‘해양관광도시’인 울진군의 남쪽 관문이자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의 주산지 후포항에서 ‘전국 최고의 자연산 미역’ 주산지인 북면 고포姑浦(할무개) 포구까지 푸른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어지는 117㎞ 해안길은 님을 만나는 설렘으로 울렁거리는 ‘수로부인의 연정의 길’이다.

울진의 북쪽 관문이자 해산물의 보고로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죽변항의 옛 이름은 ‘죽진竹津’이다. 죽변항을 에돌아 감싸고 있는 죽변곶  일대에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패총무지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죽’ 숲은 “왜구퇴치를 위해” 고려시대에 조성된 군사용 대숲이다.

또 삼국시대 당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죽변성 유적과 고려조까지 활용됐던 ‘전죽箭竹(대화살촉을 만든 시누대의 일종) 숲’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10년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죽변등대 구릉 일대에서 출토된 목재유물이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초기(BC 5500년 전)에 낚시 도구를 싣고서 물고기잡이에 쓰인 ‘목재 선박’과 ‘노櫓’로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죽변지역이 동해연안 고대사의 현장임이 재확인됐다. 울진군은 전죽 군락지를 ‘대숲길’로 조성하고 ‘용의 꿈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이자 해양생태관광의 정수인 죽변항의 새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죽변 해안스카이레일’.

 
 

코발트빛 바다 위를 달리는 ‘해안스카이레일’

죽변등대를 품고 해안절벽을 끼며 조성된 하늘을 덮은 대숲길에 들어서면 세상은 고요하고 오로지 절벽을 부딪는 푸른 파도소리뿐이다.

최근 울진군은 이곳 해안절벽을 끼고 코발트빛 죽변 앞바다를 잇는 ‘해안스카이레일’을 조성하면서 죽변항은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 명성에 해양관광 명소의 명성을 더했다.

‘왜구 퇴치를 위해’ 고려시대에 조성된 전죽 숲을 돌아 나오면 ‘드라마세트장’과 ‘하트해변’ ‘죽변등대’로 이름난 ‘죽변 대가실 해변’을 만난다. 대가실해변의 ‘하트해변’은 청람빛 바다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 주는 울진바다의 정수이다.

바람 속으로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흰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위를 느릿한 속도로 지난다. 지난 2022년에 첫 선을 보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은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죽변항과 봉개포구(봉수동烽燧洞), 후정해변을 잇는 ‘바다 위 레일’이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은 죽변항의 명소이다.  

 

신석기시대 초기 유적군과 ‘울진대게’ ‘문어’ ‘대구’ 등 싱싱한 해산물의 보고이자 동해안 최고의 미항美港인 죽변항.

 

해산물의 보고 죽변항

죽변항이 동해안 제일의 항구로 각광받는 까닭은 대게와 방어와 오징어와 대구와 미역과 고등어와 꽁치 등 동해안 어종의 ‘종 다양성’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생태자연사박물관임과 동시에 전통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민속民俗의 보고라는 점이다.

겨울 죽변항을 찾으면 싱싱한 활어처럼 바다를 차고 튀어 오르는 포구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울진의 명품 브랜드인 ‘울진대게’ 조업철인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죽변항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오전 7~9시. 어부들과 대게상인들과 중매인들 그리고 죽변항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로 왁자한 죽변수협 위판장이 호루라기 소리에 정적을 되찾는다. 죽변수협이 ‘울진대게’ 공개 위판을 알리는 소리이다. 죽변수협의 공개 위판은 경매방식으로서 죽변수협으로부터 위판 허가를 득한 중매인들만 참여할 수 있으며 일명 ‘후다’를 이용한 ‘최고가 낙찰’ 방식이다. 죽변항에는 15~20명의 중매인이 활동하고 있다. 울진대게 중 가장 최상품으로 치는 ‘박달대게’는 마리 별로 따로 경매에 부친다.

최근에는 죽변항의 드라마틱한 위판과정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많은 외지인들이 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죽변항을 찾는 등 위판과정이 죽변항 생태관광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해양생태관광’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울진군 죽변항 대게 위판 모습.

 

대게잡이 어민들 ‘위판량 쿼터제’ 자율 도입

울진군의 대게 주산지인 죽변항과 후포항의 대게자망어업인들은 수년 전부터 법적 대게 금어기가 해제되는 11월 1일을 자율적으로 1개월 늦춘 12월 1일부터 조업에 들어간다. 울진지역 어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조업시기를 늦춘 것은 오로지 대게자원의 지속가능한 생태어로를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이른바 ‘물게(살이 차지 않은 게)’의 유통을 억제해 ‘울진대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 

 

울진지역 자망어업인들은 또 대게 그물코의 크기도 늘리는 등 대게자원 보존에 힘을 쏟아 왔다. 특히 죽변항의 대게잡이 어민들의 모임인 죽변자망협회는 수년 전부터 울진 대게자원 보존을 위해 자율적으로 ‘TAC총허용어획량제’ 운영과 함께 ‘위판량 쿼터제’를 도입하고 대게자망어선 1척당 1일 1,000마리까지만 위판할 수 있도록 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연안어선의 경우, 1척당 기본 어획량 200마리에 3인 선원의 경우에는 500마리를 더해 총 700마리를, 5인 선원일 경우에는 700마리를 더해 900마리를 1일 위판할 수 있다. 또 근해어선은 1척당 300마리 기준에 선원 수에 따라 1일 최고 1,000마리까지 위판 가능하다.

어업인들의 생태어로 정착을 위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울진대게’는 죽변항을 비롯 후포항과 사동, 덕신, 오산항 등 울진지역 주요 대게 생산 어항을 찾는 관광객들과 외지 대게상인들로부터 “가장 믿음직한 대게 브랜드”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전국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자연 용출 온천이자 국민보양온천인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 겨울 풍경.

 

‘울진대게’ 맛에 취하고, 덕구온천에서 힐링을

죽변항에서 울진대게 맛을 보았다면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덕구온천장을 찾는 것이 울진 힐링 여행을 위한 맞춤 패키지이다.

 

덕구온천은 울진군 북면 덕구리에 있는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으로 무미·무색·무취의 철천鐵泉이다. 최근 ‘국민 보양온천’으로 지정되면서 덕구온천은 가족 힐링여행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43℃의 온천수는 피부병·신경통·당뇨병·소화불량·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덕구온천을 낳은 응봉산은 산의 형세가 동해를 굽어보는 매를 닮았다 하여 ‘매봉산’으로 불리며 산림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응봉산으로 오르는 덕구계곡은 ‘덕구온천’의 노천 원탕을 품은 곳으로 4㎞ 계곡에는 세계 유명한 교량들을 축소해 만든 금문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장제이교 등 12개소의 교량이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려 볼거리를 한아름 안겨준다.

또 자연 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의 원탕에는 ‘족욕탕’이 마련돼 있어 등산객들의 피로를 단번에 풀어준다. 덕구온천 곁에는 세계적 명품 금강소나무로 둘러싸인 구수곡휴양림과 구수곡계곡이 있다. 

 

 

알고 보면 가까운 울진…12월 15일부터 죽변항 수산물축제

 

 

경상북도 울진은 오지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동해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7번국도를 따라 쭉 내려가면 4시간이 채 안 걸린다.

죽변항은 울진 여행의 출발점이다. 예부터 화살 만드는 재료인 소죽小竹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지금도 죽변등대가 있는 야트막한 산에는 소죽이 빼곡하다.

죽변항은 북쪽으로 강원도 삼척시와 맞닿고 울릉도와 독도에서 최단거리에 위치한 울진군의 북쪽 관문이자,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죽변항은 ‘대게 항구’다.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울진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실하게 차오른다. 울진대게의 본거지는 후포항에서 23㎞ 떨어진 왕돌초王乭礁. 3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남북으로 54㎞, 동서로 21㎞ 규모로 형성된 수중 암초다. 이 근방에서 잡힌 대게는 살이 토실토실하고 맛과 향이 빼어나다. 

 

울진 앞바다에는 일명 ‘짬’이라는 갯바위가 있어 참문어가 많이 잡힌다. 울진 참문어는 주로 갯바위 틈, 바위 구멍에 서식하며 육질이 연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며 타우린 성분과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겨울에 맛볼 수 있는 별미 방어. 방어는 몸집이 클수록 맛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무게에 따라 2kg 내외가 소방어, 4kg 이하는 중방어, 5kg 이상이면 대방어로 친다.

 

방어회는 감칠맛이 뛰어난 생선으로, 한자로 ‘기름 방肪’자를 쓸 만큼 지방 함량이 많다. 기름이 오른 대방어의 맛은 참치 부럽지 않다. 부위별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울진의 또 다른 겨울 별미는 곰치국. 밤샘 작업한 뱃사람들이 아침 해장국으로 먹던 곰치국은 ‘물곰탕’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다. 곰치는 동해안에서 고루 잡히지만 울진 근해에서 잡히는 것이 제일 크고 맛있다.  

대게와 곰치국에 겨울철 횟감의 왕자 방어까지. 울산 죽변항에서 맛있는 제철 수산물 축제가 열린다. 오는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2023 죽변항 수산물축제’는 어민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 별신굿, 울진의 애환이 서려 있는 십이령 바지게꾼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보리꽁치’로 만드는 꽁치국수를 아시나요

 

울진 죽변항이 빚은 ‘나긋나긋한 맛’으로 전해지는 ‘꽁치국수’.

 
 

1960년대 울진, 특히 죽변항은 ‘꽁치바리(자망을 싣고 나가 조업을 하는 어부들 중 꽁치를 주 어획대상으로 하는 어부)’들로 시끌벅적했다. 특히 늦가을과 초겨울, 이듬해 6월 초 보리가 팰 무렵 죽변항은 꽁치 파시波市를 이뤘다. 

 

이 무렵 잡히는 꽁치를 죽변 사람들은 ‘보리꽁치’라 불렀다. 보리가 팰 무렵 잡히는 보리꽁치는 겨울에 잡히는 꽁치에 비해 살이 올랐고, 특히 기름기가 많아 맛이 일품이었다. 이 무렵이면 죽변항은 집집마다 굽는 보리꽁치 냄새가 흡사 바다 안개처럼 떠다녔다고 회상한다.

 

꽁치가 아무리 파시를 이룰 정도로 많이 잡혀도 집집마다 매일 식탁에 꽁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무렵 식탁에 오르는 것이 꽁치국수이다.

지금도 죽변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많은 이들은 꽁치국수의 담백하면서도 진한 추억의 그 맛을 기억한다.

 

보리가 팰 무렵 열리던 꽁치 파시

심월옥 할머니(83, 울진군 울진읍 양정리)의 꽁치국수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심 할머니는 꽁치국수 맛을 한마디로 “나긋나긋한 맛”이라고 정의한다. 

‘나긋나긋한 맛’이란 어떤 맛일까? 아마도 한입 가득 포만감을 주는 다져놓은 꽁치의 살점과 부드러운 국수 면발의 촉감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심 할머니는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꽁치는 버릴 게 하나도 없어”라며 즉석에서 꽁치국수를 만들어 내신다.

싱싱한 꽁치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총총 썬 뒤 칼등으로 꽁치 머리부터 자근자근 두드리며 으깨어 다진다. 이때 꽁치 내장도 함께 다진다. 버리는 것은 맨 마지막 꽁치 꼬리뿐. 

식구 수를 가늠해 예닐곱 마리의 꽁치를 내장째 썰어 다진 후 여기에 마늘잎을 뭉텅뭉텅 썰어 다진 꽁치고기에 넣고 재차 골고루 섞어 다진다. 

마늘잎을 섞어 다지는 까닭은 꽁치의 비릿한 냄새를 잡아주고 또 양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늘잎은 보리꽁치가 쏟아지는 무렵에 함께 나는 제철 먹을거리이다. 이렇게 마늘잎을 섞어 다진 후, 밀가루를 약간씩 뿌려 다져진 꽁치 살점을 몽글몽글하게 반죽한다. 

 

죽변항이 빚은 전통 먹거리인 ‘꽁치국수’의 요리 과정. 

 
 

꽁치국수 맛? 나긋나긋한 맛!

잘 다진 꽁치와 마늘잎으로 만들어낸 반죽을 ‘푸레이(옹심이를 일컫는 울진지방 방언)’를 끓이듯 칼끝으로 조금씩 떼 내어 끓는 물에 넣는다. 끓는 물에 던져진 꽁치 살점은 흡사 동그랑땡이나 만두 교자처럼 동그랗게 물 위에 뜬 채로 노릿하게 익는다. 한소끔 끓인 다음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국수를 삶기 위한 육수를 따로 장만하지 않아도 된다.        

심 할머니는 꽁치국수 맛을 “다진 꽁치, 싱싱한 마늘잎, 집 간장이 어우러진 육수는 구수하고 깔끔한 맛이지만 입 안 가득 포만감과 함께 부드럽게 씹히는 꽁치살은 소고기를 먹는 것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라고 한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