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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능 끝나면 기도가 시작된다… 기도발 세우러 ‘합격의 숲’으로

by 白馬 2023. 11. 30.

기도 명소 찾아 떠난
대학 합격 기원 여행

 

합격과 소원 성취를 기도하며 오랜 세월 빈틈없이 쌓아 올린 문경새재 '책바위' 앞에 선 중년 여성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산 너머에서 빛이 스며들 땐 성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사진발’ ‘화장발’ ‘약발’…. 여러 단어 끝에 붙이는 접미사 ‘-발’은 ‘효과’나 ‘뻗치는 기세’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수능을 치르고 난 지금, 수험생과 그 가족에겐 ‘기도발’이 절실할 때다.

입시철,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합격 기원 여행’이 뜨고 있다. 계절성 기도 특수(特需)다. 종교 시설과 기도 성지를 찾는 건 기본. 해외로 원정 기도를 가는 ‘합격 기원 여행 패키지’ 상품도 등장했다. 이 상품을 기획한 여행사는 “우리나라만큼이나 입시 열기가 뜨거운 일본의 경우 학자,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 ‘오사카텐만구(大阪天満宮)’ 등 학업 성취 기원 기도 명소가 많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은 코스에 이런 명소 탐방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건 국적 불문, 만국 공통이다. 꼭 기도발 세우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입시의 계절에 기도하기 좋은 곳을 찾아 불안을 달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이 시기를 평온하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오가던 경북 문경새재 과거 길부터 경기 옛길의 숨은 기도처인 광주 ‘합격 바위’, 어사 박문수의 ‘장원급제 합격 수기’를 들을 수 있는 경기도 안성 칠장사 등 알음알음 소문난 기도 명소를 직접 찾아가봤다.

 

 

◇'합격 기원 길’ 된 새재 과거 길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합격기원 숲’ ‘합격의 길’이라니.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 ‘옛길박물관’ 부근 합격기원 숲에 들어서니 마치 ‘커트라인’ 안에 든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기쁜 소식을 듣게 되는 곳’이라는 수식이 붙은 숲이다.

들을 문(聞), 경사 경(慶) 자를 쓰는 문경의 옛 이름은 문희(聞喜)로 기쁘고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는 곳이라 하여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다니던 영남 선비들이 애용했다. 이곳 김영숙(67) 문화관광해설사는 “조선시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과거 길 중 죽령은 죽죽 미끄러진다 해서,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해서 선비들이 꺼린 대신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뜻 때문에 문경새재(조령)를 주로 이용했다는 속설도 있지만, 문경새재는 조선의 옛길을 대표하는 관도로, 죽령이나 추풍령보다 한양까지 가는데 하루 이틀 정도 빠른 코스이기도 해서 애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재 과거 길은 수많은 선비가 오간 덕분에 옛이야기와 흔적이 많다. 지금은 큰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 합격 기원 성지가 됐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바위’까지

소나무가 우거진 합격기원 숲엔 푯말과 조선시대 과거제도 관련 안내판이 전부다. 김 해설사는 “이곳을 시작으로 기도 명소인 조령문 부근 ‘책바위’까지 올라가 기도하고 내려오면 이른바 ‘합격의 길’ 코스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문경새재의 영남 제1관문인 '주흘관'. 옛 영남 선비들은 과거를 치르기도 전에 이 문을 거쳐 한양까지 무사히 가는 '예비고사'부터 치러야 했다. 

 

영남 제1관문인 ‘주흘관’, 영남 제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영남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는 편도 6.5km(2시간 소요) 정도 거리다. 지도 안내판에 ‘산책로’ 코스로 된 길이 언젠가부터 ‘합격의 길’로 불리는 중. 새재 계곡길을 따라가다 ‘주흘관’에 들어서면 ‘옛 과거 길’이자 ‘현 합격의 길’이 시작된다. 주흘관 옆에서 살짝 빠지는 ‘성황당’은 이 코스에서 선택 사항이다. 김 해설사는 “기도발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무속인들이 찾아온다”는 말을 슬쩍 흘린다.

2관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사극, 영화 촬영 장소로 유명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을 지난다. 과거 거대한 주막촌이 있었다는 자리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연인’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젊은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이어 천주교 순례지인 ‘기도굴’이 나온다. 절벽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길이 7m, 폭 5.5m에 높이 1m의 자연 동굴.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사제인 최양업(토마스) 신부가 조선시대 말 박해를 피해 숨어지낸 장소로 추정된다. 허리를 숙여야만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야트막한 동굴 안에 놓인 십자가와 성모마리아상을 보니 저절로 엄숙하고 경건해진다.

 

 

영남 제1관문을 지나 2관문으로 향하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천주교 성지이자 자연 동굴인 '기도굴'. 한국인 최초 사제 김대건 신부에 이은 최양업 신부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영화,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한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최근 종영한 '연인' 등의 촬영장으로 알려지며 젊은층이 많이 찾고 있다. 조선시대 '광화문'을 재현해놓은 세트장 앞에서 젊은 연인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1관문에서 2관문 사이엔 소원성취탑을 비롯해 ‘산불됴심비’라고 쓰인 조선후기 추정 비석, 경상감사의 인수인계 장소였다는 ‘교귀정’, 관리들의 국영 여관이었던 ‘조령원터’ 등 볼거리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이곳 역시 ‘맨발 핫플’로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걷는 탐방객이 다수 목격됐다. 김 해설사는 “왕복 13km 정도가 거의 흙길이라 흙길 맨발 코스로는 전국 최장 코스일 것”이라고 했다.

2관문인 ‘조곡관’을 지나 낙동강 발원지로 알려진 ‘문경새재 초점’ 기념비 부근에 이르면 드디어 책바위와 가까워졌다는 뜻. 내내 큰 부담 없는 경사에 걷기 좋은 흙길이 이어지다 책바위 부근 진입로부터는 일부 등산로를 거친다. ‘금의환향길’이라는 안내판이 무색하게 다소 험난한 돌길도 나오지만,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무리 없이 책바위까지 닿을 수 있다.

 

돌멩이를 주워 '책바위'에 소원 하나를 더해본다. 열심히 달려온 모든 이들에게 좋은 결과가 따르기를. 

 

지름 2~3m, 높이 2m 정도의 거대한 돌탑인 책바위는 전설을 품고 있다. 옛날에 큰 부자가 아들을 겨우 얻었으나 자라면서 몸이 허약해져 속을 태웠는데, 한 도사가 집 담장을 두른 돌을 헐어 문경새재, 지금의 책바위가 있는 자리에 쌓으라 했다. 도사 말대로 3년간 돌을 날라 탑을 쌓고 기도하자 아들은 건강해져 장원급제까지 했다는 얘기다. 이후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곳에 돌을 더하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지금까지 합격 기원, 소원 성취 기도 탑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김 해설사는 “실제로 ‘택리지’ 등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는 한양 다음으로 영남 출신이 많았다”며 “전국 30%가 새재 길을 통해 과거 보러 가고, 금의환향했다”고 전했다.

 

'조령관' 부근 '책바위'로 가는 진입로엔 '금의환향길'이란 푯말이 세워져있다. 길 이름이 무색하게 다소 험난한 구간이 나오지만, 그 옛날 기쁜 소식을 들고 이 길을 걸었던 선비의 발걸음만큼은 가벼웠으리라.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에서 발견한 수많은 소원들.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선 매년 과거길 체험 행사나 합격 기원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이곳 관리사무소 직원은 "소원을 적은 소품들은 행사 당시 나눠준 것으로, 이후 탐방객들이 각자 소원지나 소원패들을 챙겨와 달아놓고 가기도 하더라"라고 했다. 

 

제과제빵 명장이 만든 암행어사 마패 모양의 '암행어사빵'(앞)과 찹쌀떡인 '마패떡'은 문경새재도립공원 앞 명물이다. 주인은 "수능뿐 아니라 각종 고시, 자격 시험을 앞두고도 많이 사간다"고 했다. 

 

오후 해가 느슨해질 무렵 찾은 책바위 한쪽으로는 빛이 스며들어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세월을 덧입은 이끼와 그동안 쌓아 올린 소망돌로 더욱 촘촘하고 견고해진 돌탑 앞에서 기도하던 김순덕(62·충남 아산)씨는 “딸과 손녀를 위해 기도했다”며 “이렇게 오래도록 기도를 해보긴 처음”이라며 해사하게 웃었다. 돌멩이 하나를 더해 돌탑에 얹으며 소원 하나를 더하고 하산하는 길, 문경새재도립공원 일대엔 암행어사 마패 모양의 ‘암행어사 빵’ ‘마패떡’ ‘장원급제빵’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문경새재 '책바위'가 최종 목적지라면 영남 제3관문인 '조령관'과 가까운 괴산군 '고사리주차장'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게 닿을 수 있다. 주차장 위쪽엔 깔끔한 시설의 '조령산자연휴양림'<사진>이 있어 휴식을 겸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조령산자연휴양림' 뒤편으로 이어진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20~3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문경새재 과거길과 만난다.

 

왕복 13km가 넘는 합격의 길 코스 완주가 부담스럽다면 관광안내소 부근 1·2관문까지 오가는 전동차 셔틀버스(유료)를 이용해볼 것. 시간에 맞춰 1관문이나 2관문까지 편하게 닿은 뒤 이후 걸어서 책바위까지 오르면 수월하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괴산군 ‘조령산자연휴양림’ 부근 ‘고사리주차장’을 이용하면 영남 제3관문 조령문을 거쳐 책바위까지는 30분 거리로 가깝다. 내륙에 있는 새재 과거길은 산으로 둘러싸여 겨울철엔 해가 더욱 빨리 진다. ‘합격의 길’ 완주를 위한다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좋다.

 

◇경기 옛길엔 ‘합격 바위’

책바위나 전국구 합격 기원 기도처인 대구 ‘팔공산 갓바위’까지 갈 수 없다고 아쉬워하긴 이르다. 서울 근교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부근 불당리엔 ‘합격 바위’가 기다린다. 경기 옛길 ‘봉화길’ 코스이자 ‘한양 삼십리 누리길(목현동~산성리 12km)’에 있는 합격 바위 역시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빌었던 소원 바위. 정희정 경기 광주시 관광개발팀장은 “한양 삼십리 누리길이라 이름 붙인 길은 좌의정·영의정을 역임한 맹사성, 최항, 신립 장군 등 경기 광주 출신 인물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다니던 옛길로 알려져 있다”며 “합격 바위는 원래 이 지역 주민들에게 오래도록 ‘뜬바위’라 불리던 소원 바위”라고 했다. 2018년 한양 삼십리 누리길을 조성하면서 새 이야기를 입고 ‘합격 바위’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정 팀장은 “알음알음 합격 기원 기도를 위해 찾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 '한양 삼십리 누리길'에 있는 '합격 바위'는 떠 있는 듯 해서 '뜬바위'라 불렸다. 알음알음 다녀간 이들의 소원 돌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합격 바위에 닿는 가장 빠른 길은 남한산성 부근 ‘불당리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양 삼십리 누리길 진입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산자락에 있는 ‘히든 카페’쯤에서 진입로를 찾기 쉽다. 등산로에선 소원나무 다섯 그루부터 만난다. 조선시대 경남에 거주하던 한 선비가 시험을 보러 갈 때마다 과거 급제를 소원하며 한 그루씩 심었다는 느티나무다. 이후 합격했는지, 낙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드문드문 나뭇가지에 매달린 ‘경기 옛길 봉화길’ 띠지를 따라 20여 분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 커다랗고 동그란 바위가 떡 하니 나타난다. 뜬바위라는 본명처럼 누가 올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떠 있는 형태다. 이미 다녀간 이들의 소원돌과 동전이 여기저기 올려져 있다. 지나던 등산객 조계영·최현숙(70)씨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자식을 위해 집채보다 큰 바위를 산으로 밀어 올려 마침내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사 박문수 다리’도

어사 박문수는 25세부터 과거시험에 도전해 두 번 낙방하고 32세 되던 1723년 진사과에 장원 급제한 인물. 경기도 안성 칠현산 중턱에 고려시대 혜소국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지는 칠장사는 박문수의 합격 수기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 속 절이다. 삼수생인 박문수가 과거 보러 가는 길에 이곳 나한전에 들러 기도를 드리다 잠이 들었는데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험에 나올 시제를 알려주어 장원 급제했다는 이야기 덕분에 합격 기도 명소가 됐다.

절 입구엔 ‘어사 박문수길’이 조성돼 있고, 요즘 같은 입시철엔 평일에도 나한전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하다. 유일하게 일곱 나한을 모시는 나한전을 비롯해 국보인 칠장사 ‘오불회괘불탱’, 보물 ‘칠장사 혜소국사비’ ‘봉업사지석조여래입상’ ‘삼불회괘불탱’ ‘대웅전’ 등 다수의 불교 유적도 만날 수 있다. 큰 시험 앞두고 부담 없이 찾는 곳은 ‘어사 박문수 다리’다. 칠장사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어사 박문수 길로 가는 것보다 절 경내를 통하는 게 빠르다. 다리 난간엔 색색의 소원 띠가 수북하다. 이곳 지강 주지 스님은 “지금 쌓인 소원 띠들은 1년 치”라며 “매년 정월에 떼어내는데 떼자마자 금세 또 새로운 소원들로 가득 찬다”고 했다.

 

'어사 박문수'의 장원급제 합격 수기에 등장하는 안성 칠장사의 나한전. 박문수가 이곳에서 기도하다 꿈을 꾼 뒤 삼수 끝에 장원급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학 합격 기원 외 승진, 자격증 시험, 고시 합격 기원 띠지도 바람에 펄럭인다.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얽히고설킨 소원띠에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소원 띠 하나. ‘로또 숫자도 꿈에 보여주세요’. 다리 부근엔 누구나 자유롭게 소원을 쓸 수 있도록 소원 띠를 넉넉하게 갖춰놓았다. 하나로는 부족해 몇 개씩 쓰는 이들도 더러 있다.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고 내려오던 길, 주지 스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도는 무엇을 소망하고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성찰하고, 비우고, 내려놓고 정진하는 것입니다.”

 

[ 북한산, 롯데월드타워도 합격 기도 명소라고? ]

그 밖에 가볼 만한 ‘합격 기도 핫플’

“주사위는 던져졌고, 엄마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네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뒤따르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수능 시험일 오전,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찾은 이희연(51·강릉시)씨의 말이다. 낙산사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수 관음사로 꼽히는 명찰이다. 매년 입시 철마다 ‘수능 기도처’ ‘합격 기도처’에 대구 팔공산 갓바위와 함께 자주 이름을 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증명하듯 기도 명소인 ‘해수관음상’과 ‘홍련암’을 향하는 길엔 소원돌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입시학원 강사들 사이에선 서울 도심에서 부담 없이 가볼 만한 북한산(삼각산) ‘도선사’를 비롯해 ‘조계사’ ‘길상사’ 등도 합격 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서울 중계동의 한 입시학원 강사는 “특히 ‘도선사’는 수능 당일에 이 근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찾아 기도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합격 기운의 조건은 ‘양명한 바위’, 붓과 닮은 형태의 산봉우리인 ‘문필봉(文筆峰)’ 등인데 대체로 이런 곳에서 기도하면 학운이 따른다. 현재 삼각산은 문필봉으로 보아도 충분한 곳”이라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삼각산은 실제로 신림동 고시촌처럼 과거 학자들의 산실과도 같았던 산”이다. 지금은 북한산국립공원이 되어 힐링을 위해 찾는 이들에게 숨구멍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종교 시설이나 합격 기도 명소만이 기도처인 것은 아니니 학자들을 많이 배출한 마을이나 풍수가 좋은 공간을 찾아 여행하며 기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붓 모양을 닮은 롯데월드타워 꼭대기도 기도 명소”라고 했다. 기도하기 좋은 시간은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 “합격을 의미하는 ‘등용문(登龍門)’이라는 한자를 해석해 볼 때 용(龍)에 해당하는 시간은 진(辰)시이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믿거나 말거나’ 하기보다는 믿는 쪽을 택하고 싶은, 지금은 입시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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