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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을 전체가 '김유정 소설' 실제 무대였다

by 白馬 2023. 11. 28.

춘천 실레마을...16개 마당 고갯길 문학기행

 

실레마을 전경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들어 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 시루 같다고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국민작가 김유정(1908∼1937년)은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고향 실레마을(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풍경을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20대 초반, 서울 유학을 접고 고향 마을로 돌아와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 계몽 활동을 벌이며 당시 체험했던 농촌 현실을 소설로 옮겼다.

 

주옥같은 단편소설 30여편 중 12편이 실레마을을 무대로 삼고 있다.

실레마을은 그 자체가 소설책이자 타임머신이다. 곳곳에 당시 작품 무대가 그대로 전개된다.

 

◇ 마을 전체가 소설 배경…금병산 16가지 고갯길 따라 문학 순례지

김유정은 여섯 살 때 서울로 이사 갔다가 스물세 살 되던 해 생가가 있는 실레마을로 돌아와 야학운동을 벌였다.

건강 악화로 스물아홉의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가 남긴 단편은 가장 한국적인 감성과 문체로 '한국 근대문학사 별'로 빛나고 있다.

그가 24세 때부터 생을 마감한 29세까지 4년간 발표한 작품은 1930년대 당시 피폐했던 농촌과 유랑민의 애환을 투박스럽지만, 해학 넘치는 토속어로 문학화했다.

 

소설 속 무대는 '실레마을 이야기길'로 개발돼 춘천의 대표적인 걷기 명소가 됐다.

그의 표현대로 금병산에 둘러싸인 마을 지세가 마치 떡시루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실레(증리) 이야기 길에는 16가지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생가 뒷산 잣나무 숲은 국민소설 '동백꽃'의 배경이다.

 

실존 인물로 소설 '봄봄'에 나오는 봉필 영감이 살았던 마름집, 들병이들이 술과 웃음을 팔던 주막까지 마을 곳곳에 1930년대 일제강점기 민초의 삶과 사연이 깃들어 있다.

 

실레마을길

 

2010년 경춘복선전철 개통으로 수도권 등산 명소가 된 금병산은 그의 문학이 익은 곳이다.

소설 '금따는 콩밭', '산골나그네', '만무방', '봄봄' 등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칡넝쿨처럼 얽혀 있다.

산골나그네와 소낙비의 등장인물인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을 비롯해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등 2시간가량 문학 순례지가 이어진다.

 

소설을 읽고 온다면 점순이, 근식이, 돌병이, 덕돌이, 덕만이, 응오 등 작품 속 인물이 마치 가이드를 하는 듯하다.

실레 이야기길 일부 구간이 2020년과 2021년 생태복원을 위해 한때 폐쇄됐지만, 현재는 전 코스를 걸어볼 수 있다.

 

앞서 금병산 자락을 따라 김유정과 관련된 가벼운 등산로가 있었지만, 당시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겸 김유정문학촌 초대 촌장인 소설가 전상국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강원대 명예교수)이 이야기길 조성을 주도했다.

당시 춘천시는 경춘선 전철의 개통에 대비해 걷기 명소를 만들고자 김유정문학촌 일대에 문학과 쉼이 있는 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유정문학촌에서 마을 저수지까지 2.6km 구간에 작품무대 소개 시설, 야생화와 야생목 군락지를 조성했다.

실레마을과 금병산(652m)은 춘천 봄내길 1코스이기도 하면서 유서 깊은 역사 현장이다.

1982년 통일신라시대 고분군이 발견되었고 임진왜란과 구한말에는 조선 군대와 의병들이 진을 쳤다 해서 진병산(鎭兵山)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금병산은 비단(錦) 병풍(屛)을 두른 듯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다. 춘천 출신으로 민족잡지 '개벽'을 통해 신문화운동을 이끌었던 차상찬은 진병산 철쭉을 춘천 봄 풍경의 하나로 기록했다.

차상찬은 김유정이 스물다섯 살이던 1933년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던 잡지 '제일선'을 통해 김유정 문단 데뷔(산골나그네)를 도왔다.

 

 

◇ 생가에 문학촌 조성 선양사업 활발…전국 첫 인물명 딴 기차역·우체국

 

김유정 문학촌 일대 전경 

 

김유정문학촌 개관일은 2002년 8월 6일이다. 김유정이 1933년 '총각과 맹꽁이'를 탈고한 날에 맞추었다.

후배 문인과 후손의 뜻이 모여 2002년 생가터에 김유정문학촌을 건립하고 그의 삶과 문학 혼을 잇기 위해서다.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25억 5천800만원이 첫 예산이 투입돼 김유정 생가터 주변의 4천528㎡의 땅을 3년에 걸쳐 매입, 1999년에 마무리했다.

이어 그해부터 공사에 들어가 건축면적 374.47㎡의 생가, 전시관, 부속시설을 2002년 7월에 모두 완공했다.

 

실레마을 초입에 있는 그의 생가터에 조성한 문학촌은 생가, 기념전시관, 이야기집, 1930년대 농촌 풍경과 소설 속 인물을 재현한 조형물, 야외무대, 전통공예 체험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는 선양사업을 통해 부지면적 2만1천여㎡에 걸쳐 건축면적 2천830㎡의 어엿한 김유정 문학촌으로 운영 중이며, 주변에 문학마을도 2016년 5월 조성했다.

 

2020년 5월에는 강원도 제1호 공립문학관으로 등록됐다.

분단문학을 일군 소설가이자 평생 김유정의 문학을 정리해 온 전상국 초대 촌장은 당시 문학촌 개촌식에서 "김유정 문학의 고향이자 영원한 어머니의 품인 동백꽃 피는 신동면 실레마을에 김유정 선생이 되돌아왔다"며 축하 말을 남겼다.

 

문학촌에서는 매년 추모제를 비롯해 문학축제, 공모전, 백일장 등 김유정을 선양하는 기념사업이 연중 열리고 있다.

앞서 2008년 김유정 작가 탄생 100주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중국의 모옌 등 아시아 저명 작가들이 찾아 김유정문학촌 일원을 '스토리 빌리지'로 선언하기도 했다.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된 후 마을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문학인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예술인 시설이 둥지를 틀었다.

전상국문학의뜰, 책과인쇄박물관, 김유정 레일바이크가 들어섰고 동네 공공기관, 음식점, 상가들은 김유정과 그의 작품을 브랜드로 삼아 간판 상호를 달았다.

 

문학촌을 통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큰 주민들은 앞으로 다양한 사업에 대해 함께 참여하는 상생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4년에는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 이래 처음으로 경춘선 간이역에 사람 이름을 딴 김유정역(옛 신남역)이 들어섰다.

문학 순례객과 관광객이 이어지며 작은 산골 동네였던 실레마을은 자연스럽게 공연장, 화실, 공방, 책방, 음식점, 카페, 숙박업소까지 들어서는 예술촌으로 성장했다.

 

춘천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극단 도모는 아예 김유정 생가터 주변에 '아트팩토리 봄'이라는 카페와 극장을 접목한 문화활동 집합소를 만들어 그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실레마을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체험 행사로 개발해 세계적 문화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실레문화체험협동조합도 결성했다.

금병산 계곡 수와리골에는 김유정의 표현대로 '쪼르륵 퐁, 쪼르륵 퐁' 깨끗한 자연이 흐르고 마음에는 문학과 낭만이 흐른다.

 

엄관용 김유정문학촌 사무국장은 25일 "문학촌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축이자 출발점이 되도록 김유정의 문학적 열정과 작품세계를 알려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소설의 무대인 실레마을 내용과 등장인물을 스토리텔링화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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