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앞둔 늦가을
젓갈 찾아 강경에 갔다
매달 4·9일로 끝나는 날 오일장까지 더해지는 '강경 대흥시장'의 젓갈 골목. 짭짜름한 젓갈 냄새가 손님을 먼저 반긴다. 인심 좋게 생긴 젓갈집 주인이 새우젓을 담고 있다.
“감칠맛 내려면 이 정도는 넣어줘야 혀유~.” 한 강경 젓갈 상인의 말에 서울 손님이 받아친다. “소금도, 젓갈도 비싸져서 김장해 먹기 겁난다니까! 아유,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좀 더 담아줘요.” 주거니 받거니 흥정하는 사이에 새우 등 터지고 있는 내 이름은 새우젓. 그중에서도 몸값 비싼 ‘육젓’이올시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리즈 시절’ 아니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던 작년 6월쯤 서해 신안 어느 바다에서 젓새우잡이 어망에 포획된 나는 선상에서 바로 천일염 샤워를 하고서 그 길로 경매를 거쳐 이곳 강경으로 오게 되었지. 강경의 한 젓갈상에 정착한 후 줄곧 저온 저장고에서 지내다가 밖으로 내주기에 ‘특별사면이라도 되나?’ 잔뜩 기대했는데, 아니 글쎄 김장철이라잖아!
언제 팔려갈지 모르는 신세지만, 드럼통에 담겨 따스한 가을볕을 쬐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지네. 짭조름한 짠내가 나는 강경은 나 같은 젓새우들에게 낯설지가 않은 도시라네. 곰삭은 맛과 풍경이 공존하기에 시간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이 소도시, 강경 이야기를 ‘전지적 새우젓 시점’으로 들려주리다.
◇서해 젓갈 일번지
금강을 곁에 둔 강경은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잔잔하고 평온한 풍경이 이어져. 그러다 매년 10월 중순쯤이면 금강 둔치 일원에서 ‘논산 강경 젓갈 축제’가 떠들썩하게 열리지. 올해로 27회째인 이 젓갈 축제를 시작으로 이 도시는 11월 말까지 김장철에 ‘젓갈 투어’를 위해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 마트나 새벽 배송으로도 김치를 쉽게 사먹는 시대에 누가 여기까지 와서 젓갈을 사가느냐고?
손님들 연령대가 높기는 해. 대체로 50~70대 주부가 많아. 염도가 어느 정도인지, 군내가 나는지, 싱싱한 새우를 썼는지 직접 맛보고 고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야. 얼마 전 아내·처제와 함께 다녀간 박한기(70)씨는 “10년째 단골인데, 겨우내 먹을 김장에 쓸 젓갈이다 보니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같은 곳에서 사게 된다”며 “매년 이 시기쯤 젓갈 사러 이곳에 다녀가야 겨울 맞을 채비를 한 기분”이라고 했어.
6월에 잡은 젓새우로 담근 '육젓'은 시중에서 '오젓'이나 '추젓'보다 비교적 몸값이 높다. 잘 숙성돼 뽀얀 국물을 머금은 육젓이 맛이 좋다.
‘강경전통맛깔젓협동조합’에 따르면 강경은 전국 젓갈 유통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네. 젓새우 어선에서 1차 염장을 한 젓갈들은 이곳 강경이나 곰소, 광천, 강화도 등 대형 젓갈 도매상으로 불뿔이 흩어져서 저장·숙성 과정을 거쳐. 도매상들은 집집이 저온 저장고나 대형 냉장고를 갖추고 있는데, 염장해온 젓새우들을 일정 기간 숙성시킨 후 꺼내다 팔지.
강경은 젓갈들을 익히는 장독대 같은 곳이야. 현재 강경 젓갈 시장과 젓갈 거리를 중심으로 140여 젓갈 점포가 밀집돼 있고 주종목은 나 같은 새우젓. 멸치 액젓과 황석어젓, 까나리젓, 갈치젓을 비롯해 밥반찬으로 즐겨 먹는 양념 젓갈까지 없는 게 없어. 내륙 강경에 이처럼 많은 젓갈 집이 들어서 성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고? 그건 금강 그리고 ‘강경 포구’와 관계가 깊어.
◇강경 젓갈의 내력
강경 포구는 조선 시대 후기 서해를 누비던 어선들이 금강 물길을 통해 이곳까지 들어와 서해 수산물을 풀어 파시(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를 형성하며 일찌감치 ‘수산물 핫플’이었다네. 강경 포구는 조선 후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원산항과 함께 2대 포구에 꼽혔고, 강경시장은 평양·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지. 한때 하루 100여 척이 물길 따라 수산물과 소금을 싣고 드나들었고, 상인들의 손을 거쳐 전국 각지로 공급됐다고 해. 저장고가 마땅치않던 시절, 객주들이 공급 후 남은 수산물을 보관하기 위해 염장하기 시작한 게 강경 젓갈의 시발점이래.
좀 더 자세한 얘기는 내가 정착해 있는 ‘심씨네 젓갈(신진상회)’ 주인아저씨에게 들을 수 있어. ‘신진상회’라고 이 구역 젓갈 원조 집으로 통하지. 우리 선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이 집을 거쳐갔다나 뭐라나. 창업주이자 1대 심희섭(90)씨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2대 주인 심철호(63)씨에 따르면 “강경 포구 마지막 객주였던 아버지가 1952년 지금의 심씨네 젓갈 자리에서 생선과 젓갈을 팔기 시작했는데 일대에 젓갈 좌판, 점포들이 20여 곳으로 늘면서 젓갈 거리가 형성됐다”고 하네. ‘신진상회’란 이름으로 세무서에 신고한 것은 1957년. 20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던 젓갈을 상품화해 본격적으로 내다 팔기 시작한 집이란 얘기지.
1952년 강경 염천교 부근에서 '신진상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젓갈을 판매하기 시작한 '심씨네 젓갈'. 강경 포구의 마지막 객주였던 1대 심희섭씨에 이어 2대 심철호씨의 아내 안효주(왼쪽)씨가 저온 저장고에서 직원과 함께 젓갈을 통에 나눠 담고 있다.
“6·25 전쟁 후 배고팠던 시절 열두 달 반찬으로 상에 오르는 건 김치와 젓갈뿐이었으니 맛이 소문나면서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도 가을철이면 젓갈을 사러 모였다”는 게 주인 심씨의 얘기야. 당시엔 커다란 들통을 들고 기차 타고 와서 젓갈을 사 손수레로 운반해 다시 기차에 오르는 풍경이 흔했다고. 머리에 고무 대야를 이고 다니던 젓갈 행상들도 강경에만 50~60명이나 될 정도로 젓갈로 이름을 떨쳤대. 심희섭씨를 비롯해 이 동네 산증인인 ‘옥녀봉 구멍가게’ 주인 송옥례(89)씨 등 노인들은 “1970년대까지 강경에 배가 드나들던 때가 호시절이었다”고 기억하더라고.
"시집 와서 50년 째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옥녀봉 구멍가게' 송옥례씨는 "포구로 배가 드나들던 시절에는 이 구멍가게 근처로도 집이 많았다"며 누구에게나 포구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0년대 말 금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강경은 포구 기능을 상실하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되나 싶었어. 강경 젓갈이 다시 알려지게 된 건 1997년, 강경 젓갈 시장 번영회 상인들이 강경 젓갈 되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아 ‘강경 맛깔젓 축제’를 열면서부터였다네. 28개 젓갈 점포가 참여해 시작한 축제가 해를 거듭하며 전국 축제로 알려지면서 강경은 젓갈로 다시 떠오른 거야. 지금은 도로변마다 ‘젓갈’ 간판을 단 도소매 점포가 이어져 있고, 매달 4·9일로 끝나는 날 오일장이 서는 ‘대흥시장’의 젓갈 골목에는 소매상들이 밀집해 있어. 점포마다 산지에서 만든 젓갈을 가져오니 숙성 환경과 시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약간 나는데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어려울 거야. 다만 저마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저염’을 내세우고 있어.
다 같은 새우젓 아니냐고? 잡은 시기에 따라 새우젓은 5월에 잡은 ‘오젓’, 6월에 잡은 ‘육젓’, 가을에 잡은 ‘추젓’ 그리고 첫 서리가 내리고 잡은 ‘동백하젓’으로 구분하는데 그중 나처럼 천일염으로 염장한 육젓이 시중에선 비싸게 팔려. 육젓은 오젓보다 크기가 크고 통통한 게 특징이야.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한 크기로 잘 숙성되면 뽀얀 우윳빛을 띠지. 11월 초 강경 젓갈 시장 육젓은 500g 기준 대략 5만원이야. 하지만 잡은 시기에 따라 육젓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는 쪽도 있어. 28년 차 식품 MD이자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 등의 저자 김진영 MD에 따르면 “발효 맛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새우젓은 잡는 시기나 크기보다 숙성 기간이 중요하다”며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일정한 온도에서 잘 숙성시킨 새우젓을 쓰면 더욱 맛있는 김장을 담글 수 있다”고 하니 새우젓 고를 때 참고를.
◇포구 흔적 간직한 강경 갑문
염천교쯤에서 천변 따라 금강변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등록 문화재인 ‘강경 갑문’과 만날 수 있어. 1924년 금강과 만나는 대흥천에 설치한 이 갑문은 조석(潮汐)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천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수위를 조절해. 가둔 물을 담수화해서 농업 용수로 공급하는 목적도 있었는데, 주로 안정적인 하역을 위해 설치한 것이래. 이 갑문은 강경이 포구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흔적이기도 해. 강경 포구가 성시를 누릴 당시엔 물을 가두는 게 신기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려고 몰려들기도 했대. 하지만 금강 하굿둑이 생기고, 수해 방지용 수문이 설치되면서 강경 갑문 역시 기능을 상실하게 됐어. 지금은 세월을 입고 천변에 낡은 구조물처럼 자리해 있는데 한쪽 벽면에 그려진 배 그림이나 문화재 안내판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 내가 정착해 있는 이곳 강경은 강경 갑문을 포함해 근대 역사 투어, 성지 순례 코스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
금강과 대흥천이 만나는 지점에는 '강경 갑문'이 남아 있다. 강경이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음을 알려주는 흔적이다.
강경을 대표하는 '근대'와 '젓갈'이 공존하는 길. 강경역사관으로 활용 중인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오른쪽)과 젓갈상회가 마주 보고 있다.
강경 역사관(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 앞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보면 길을 사이에 두고 근대 건축 유산인 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과 대형 젓갈 상회가 마주 보고 있어. 강경의 대표적인 명소와 명물이 마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듯 공존하는 것도 이곳만의 풍경이야. 강경 역사관으로 활용되는 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은 1905년 문을 열어 해방 후 한일은행 강경 지점으로 사용됐다지. 붉은색 벽돌조의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는 옛 강경역 열차 시각표와 기증 유물들이 있는데, 아담한 근현대사 박물관 같아. 반공 소년 한완봉의 이야기 등 강경의 인물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어.
강경 역사관의 전시물. 강경 관련 기증품과 함께 강경 포구의 번성기 풍경 사진도 볼 수 있다.
강경 역사관 뒷마당은 '강경구락부'란 이름으로 꾸며져있다. 근대를 테마로 한 드라마 세트장 같은 공간에 카페와 호텔이 들어서 있다.
강경 역사관 뒷마당 강경 구락부엔 근대를 주제로 꾸민 카페, 호텔이 들어서 있지. 앉아서 커피 한 잔만 마셔도 근대 ‘모단 걸’이 된 것처럼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일 것만 같아. 현재 ‘강경 역사 문화 안내소’로 쓰는 ‘구 강경 노동조합’도 강경의 번성기를 추측해볼 수 있는 건물이야. 김무길 강경역사문화연구원 연구부장은 “인천항이나 부산항처럼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건 당시 포구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하더라고. 그거 알아? 충남 지역에서 전기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강경이었다는 거. 강경포에서 시작해 강경 포구, 강경 갑문, 구 강경 노동조합 등 ‘근대 역사 길’ 코스는 젓갈 거리와 젓갈 시장을 두루 지나니 슬슬 걸어볼 만해.
젓갈 이야기를 들으니 뜨끈한 쌀밥 생각이 절로 나지? 젓갈 정식은 젓갈을 쉽게 맛볼 수 있는 강경의 대표 음식이야. 양념 젓갈의 세계에서 사실 난 별로 인기가 없어. ‘큰손식당’ 등에서 젓갈 정식을 주문하면 지금부터 제철인 시원한 어리굴젓부터 씹는 맛이 좋은 꼴뚜기젓, 짭조름하고 담백한 명란젓, 고소한 청어알젓까지 최소 십여 가지에서 스무 가지 정도 젓갈을 맛볼 수 있어. 식당에 따라 삼겹살이나 생선구이, 누룽지 등을 추가해 먹을 수 있는데, 강경에선 삼겹살에 쌈장 대신 새우젓을 곁들여 먹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흰쌀밥에 양념 젓갈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젓갈 정식'은 강경의 별미다.
◇달고 시고 쓰고 짠 인생 반찬
식후 금강을 내려다볼 강경 제일 전망대를 찾는다면 옥녀봉에 올라봐. 김무길 연구부장은 “고작 해발 44m 낮은 언덕이지만 옥류봉 전설과 신사의 흔적, 성지 순례 코스를 품고 있는 곳”이라고 했어. 평야 지대인 강경에선 산이나 다름없는 곳이라서 주민들도 즐겨 찾아. 계단과 산책로가 이어져 남녀노소 오를 만해. 옥녀봉 정상엔 봉수대와 커다란 느티나무가 기다리고 있어. 이 계절에 가면 옥녀봉 바로 맞은편으로 떨어지는 근사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지. 맑은 날엔 얼마나 황홀한지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고, 얼굴까지 불그레하게 물들이는 것 같다니까. 소도시에 눅진하게 녹아드는 이 빛은 시간을 녹이고 삭히는 힘을 가진 것만 같아.
해 질 녘 옥녀봉은 가을볕을 배웅하기 좋은 장소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우두커니 서 강과 포구의 시간을 추억하는 듯하다.
강경 일대를 배경으로 쓴 박범신 작가의 작품 '소금' 등과 만나는 '강경산 소금문학관'. 문학 산책을 하고 나올쯤 금강 너머 노을이 지고 있었다.
헤드폰을 착용하면 박범신 작가가 육성으로 작품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소금'을 두고 "인생의 맛"이라고 했다.
오르내리는 길 ‘소금집’ 툇마루나 ‘강경산 소금 문학관’에 앉아 잠시 쉼표를 찍어가는 것도 좋아. 논산 출신 박범신 작가가 강경 일대를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소금’ 속 이야기를 녹여놓은 공간이야. 가만히 둘러보면 소설 속 이야기가 짠내 실은 바람에 들려오는 듯해. “인생의 맛이 달고 시고 쓰고 짠 소금 같다”고. 그런 소금으로 맛깔나게 숙성시킨 젓갈이야말로 한 점의 인생 반찬 아니겠어?
[ 강화도 ‘외포항’은 추젓, ‘곰소항’은 잡어젓 천국 ]
그 밖에 가볼 만한 젓갈시장
새우젓 등 젓갈은 '밥상 위의 조연'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하지만 김장철만큼은 주연이다.
전국으로 제철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28년 차 김진영 MD는 “서울과 가까이 있는 김포 ‘대명항’이나 인천 ‘소래포구’, ‘외포항젓갈수산물직판장’도 김장철 가볼 만한 곳”이라고 추천했다. “강화도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에선 김치를 담글 때 달큼한 생 젓새우를 갈아 넣는 집도 많은데 추천한 곳들은 싱싱한 젓새우를 바로 사 가져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선주가 판매하는 곳도 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젓갈을 살 수도 있다. “6월에 잡은 젓새우로 담근 ‘육젓’이 최고라고들 이야기하지만, 김치를 담글 때는 잘 숙성시킨 ‘오젓’이나 ‘추젓’도 괜찮습니다. 가을에 잡은 젓새우로 담근 추젓만큼은 강화도 것을 알아주니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김진영 MD에 따르면 새우젓 만들기는 간단하다. 젓새우에 천일염을 약 30% 넣고 저온에서 숙성시키면 끝이다. “새우젓을 고를 땐 멀건 국물이 많이 들어 있는 것 대신 뽀얀 국물이 자박하게 깔린 새우젓을 고르세요. 멀건 국물이 많다는 건 희석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식탁 위의 조연 같은 주인공 젓갈’을 펴낸 국내 1호 젓갈 소믈리에 강지영 명인은 전북 부안군 ‘곰소젓갈시장’을 추천했다. 우리나라 3대 어장 중 하나인 ‘칠산 어장’, 천일염 생산지 ‘곰소염전’과도 가까이 있어 믿을 만하다. “곰소 젓갈은 입자가 고와 빠른 숙성이 가능한 곰소 천일염을 쓴 젓갈로 김치를 담그면 맛이 일찍 들고 발효가 잘된다”는 게 강 명인의 설명이다. 전북 지역에서 즐겨 먹는 황석어(황새기)젓 등을 비롯해 잡어로 젓을 담근 잡어젓은 곰삭은 맛을 내기에 좋다. 곰소는 다양한 젓갈류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 명인은 “멸치젓이 유명한 부산, 꽁치젓을 쓰는 포항 등 각 지역의 항 주변에 형성된 젓갈상도 가볼 만 하다”고 했다.
이 밖에 ‘토굴 새우젓’을 내세우는 충남 홍성 광천도 ‘젓갈’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1950~60년대 새우젓을 숙성시키려고 ‘정 하나 들고 팠다’는 젓갈 저장용 토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꾸덕하게 말린 우럭에 잘 숙성시킨 새우젓을 넣고 끓여낸 우럭젓국이나 새우젓으로 양념한 간재미회무침 등 젓갈 투어에 더해 식도락을 주는 음식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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