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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공룡능선 특집] 공룡능선 재미있게 종주하는 방법 알려 드려요

by 白馬 2023. 9. 18.

공룡능선은 신비로운 곳이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진다. 때문에 이 능선에 한 번 발을 들이면 통과하는 데 시간 꽤 걸린다.

 

아름다우면서 한편으로 험한 설악산 공룡능선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사시사철 뜨겁다. 네이버 ‘지식iN’ 검색창에 ‘공룡능선’을 입력하면 관련 문의글이 쏟아진다. 월간<山> 기자들이 저 수많은 궁금증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기사 형식은 공룡능선 종주를 계획하는 사람이 묻고 월간산 기자가 답하는 형태로 꾸몄다. 다음에 실린 세세한 답변을 참고하면 즐거운 공룡능선 탐방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천불동계곡 → 양폭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오세암 → 백담사 추천합니다.

아, 공룡능선을 타려고 하는군요. 이 코스를 재미있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 제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방법이 그나마 쉽고 재미있을 겁니다. 아주 자세하게 알려드릴 테니 쭉 읽어보세요. 잠깐, 그런데 체력 점검은 하셨나요? 설악산 공룡능선은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고생길이 될 수 있습니다. 준비됐다면, 시작합니다. 

 

먼저 공룡능선을 재미있고 즐겁게 종주하려면 전체 일정을 1박 2일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알려진 대로 공룡능선은 설악산에서 어려운 코스에 속합니다. 설악산국립공원에서 만든 코스도를 보면 까만색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죠. 이 까만색 실선은 공룡능선 외에 서북능선,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일부 구간, 희운각대피소에서 소청대피소 가는 구간(총 7구간) 정도에 표시되어 있죠. 그러니까 공룡능선은 가파르고 험한 길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귀여운 둘리를 생각하고 갔다가 정말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설악산 공룡능선은 생긴 걸로 치면 많이 험악하게 생겼습니다. 길을 가다가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과 마주친 적 있겠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피하게 되잖아요. 네, 설악산 공룡능선은 산에 많이 다닌 사람도 꽤 부담스러운 코스입니다. 그러니 가기 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이번 공룡능선에 가기 전 코스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 좀 했습니다. 체력단련하듯이 무조건 빠르게 능선을 통과하기보다 살짝 느긋하게 가면 어떨까 싶었지요. 게다가 중간중간 볼거리도 많았으면 싶고요. 그래서 저는 설악동 소공원을 출발해 천불동계곡을 훑은 다음 양폭대피소에서 하루 묵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무너미고개를 넘은 다음 공룡능선을 타고 오세암, 영시암, 백담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 코스면 설악산의 주요 명소를 대충 훑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총 거리는 21km쯤 되는데, 한꺼번에 이 거리를 가면 당연히 무리겠죠? 이 거리를 둘로 나눠서 간다고 생각하면 공룡능선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저는 산에 많이 다닌 사람입니다. 산행 경력이 20년 넘었죠. 그런데, 저는 이번에야 천불동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저는 이 계곡을 주로 하산로로 사용했습니다. 설악산의 여러 코스를 다녀온 다음 천불동계곡을 통해 내려오는 방식의 산행을 했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산행은 무척 색달랐습니다. 그동안 천불동계곡의 뒤통수만 보다가 드디어 앞면을 마주보는 느낌이었죠. 그렇죠! 천불동계곡을 오르는 것은 설악산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면서 가는 것과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죠. 바로 그런 느낌이에요. 즐겁고 설레죠. 콸콸 쏟아져 나오는 저 많은 계곡물은 대체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바위틈일까? 저 수많은 나무들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이 절벽들은 대체 언제 생긴 것일까? 이 길은 누가 만든 것일까? 천불동계곡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궁금증이 생기는데, 이것에 스스로 답하면서 오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천불동계곡 초입.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절벽 사이로 물이 콸콸 새어 나온다. 왼쪽 위 사람 얼굴모양을 한 바위는 귀면암이다.
 

 저 궁금증 중에 하나만 답해 드리자면, 천불동계곡에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었던 시기는 1964년 이후로 추정됩니다. 그 이전 6·25전쟁이 끝난 직후 설악산은 미답의 산이었다고 합니다. 천불동계곡 개척은 1958년 1월 ‘슈타인만 클럽(한국산악회 산하 단위산악모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이들은 한겨울 지금의 설악동에서 출발해 천불동계곡을 거슬러올라 대청봉까지 갔다고 합니다. 이것이 천불동계곡을 통해 대청봉에 오른 최초의 기록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1955년 여름 한국산악회에서 내설악에서 외설악을 횡단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죠. 어쨌든 천불동계곡에 나무사다리와 출렁다리가 생긴 시기는 1964년이라고 합니다. 이때 설치된 나무사다리와 출렁다리는 지금처럼 튼튼하지 않았을 겁니다. 60년 전 천불동계곡은 굉장히 험했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입니다. 거슬러 오르기가 매우 수월하죠. 여기저기 데크와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자, 계속 올라가볼까요?

소공원을 출발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2시간쯤 가면 귀면암이 나옵니다.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는 커다란 바위가 높이 솟은 봉우리에 얹혀 있죠. 귀면암은 양폭대피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로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련폭포가 나오고요, 오련폭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곧 양폭대피소입니다! 우리(남자 셋)는 걸음이 꽤 빨랐던 까닭인지 소공원에서 양폭대피소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초보라면 3시간~3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양폭대피소에 도착했다면 여기서 쉬어가도 됩니다. 양폭대피소는 규모가 작습니다. 내부에 10명 정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으니 여기서 묵을 계획이라면 하루 빨리 예약해야 합니다. 양폭대피소에서 1.5km 정도 더 올라가야 나오는 희운각대피소가 공룡능선 초입과 아주 가까운데, 지금 여긴 공사중입니다. 9월 중 문을 연다는 소식이 있어요. 

평소에 10km 이상 달리기를 일주일에 3회 정도 한 달가량 했다거나 아니면 일주일에 1회 5km 이상 산행을 몇 년 동안 꾸준히 한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체력이 자신 있다면 대피소를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공룡능선으로 가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체력이 달릴까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꼭 대피소를 이용해 하루 묵어가길 바랍니다.

 

천당폭포. 천불동계곡 끝자락에 있다. 양폭대피소와 가깝다.

 

무너미고개 ‘힘들어’

양폭대피소에서 공룡능선 초입으로 가는 ‘삼거리’까지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올라 여기까지 딱 1시간 걸렸습니다. 공룡능선 초입에 닿기 전 ‘무너미 고개’ 오르막이 나옵니다. 천당폭포 지나고 나서 계곡 소리가 희미해질 때 즈음 등산로가 갑자기 가팔라지죠. 이 구간이 아주 힘듭니다. 거리는 600m 정도 되는데,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죠. 이 구간을 지날 땐 절대 위를 쳐다보지 마세요! 하늘 끝에 닿은 것 같은 된비알을 보면 마음이 더욱 괴로우니까요. 바닥만 보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아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어느새 공룡능선으로 가는 삼거리에 도착할 겁니다.

 

삼거리에 도달했다면 여기서 숨을 한껏 고르세요. 곧 무시무시한 공룡능선을 탈 거니까요.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가면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급격한 내리막으로 바뀝니다. 그리곤 작은 계곡을 건너게 됩니다. 조심하세요! 여기부터 시작이니까요. 계곡을 건너면 철 난간이 설치된 바위 절벽이 나옵니다. 경사가 40도가 넘어요! 초보자라면 겁을 먹을 정도의 급경사입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진 마세요. 막상 붙어보면 발 디딜 곳, 잡을 수 있는 바위 턱이 많으니까요. 손과 발을 이용해 차근차근 오르다 보면 곧 꼭대기에 다다릅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신선대예요! 여기 정상에 서면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범봉과 1275봉이 코앞이고요, 운이 좋으면 운해 위로 솟은 공룡능선의 여러 봉우리들의 장관을 볼 수도 있습니다. 아! 범봉의 ‘범’은 호랑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돛 범帆자를 쓰죠. 공룡능선 위로 구름바다가 형성될 때 범봉의 모양이 돛단배의 돛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렇습니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종일 비가 내리다가 마침 구름이 걷혔다.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는 1275봉이다.

 

공룡능선 초입의 오르막. 등산로를 가로질러 쓰러진 나무는 공룡능선 트레이드마크다.

 

조심! 경치가 발목 잡아

경치가 좋다고 여기서 오래 머물다간 늦게 하산할 수 있습니다. 공룡능선 장관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신선대를 지나면 내리막과 오르막이 ‘우당탕탕’ 반복됩니다. ‘우당탕탕’이라고 표현한 건 돌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낸 겁니다. 네, 이 표현대로 공룡능선 등산로는 아주 재미있는 코스입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바위봉우리를 감상하는 맛이 있어요. 이따금 중간에 멈춰 서서 가만히 있으면 마치 외계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입니다. 그 이색적인 기분이 힘든 것도 잊게 할 겁니다. 같이 간 조경훈 기자는 여기서 눌러 살고 싶다고 했을 정도예요.

공룡능선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1275봉 오르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도 초반과 마찬가지로 경사가 40도에 육박합니다. 당연히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고요. 반대편에서 오는 것도 똑같이 힘든 것 같았습니다. 1275봉 안부에서 마등령에서 출발한 사람과 만났는데, 그 사람 표정이 아주 힘들어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등령에서 왔는데요, 여기까지 오는 데 아주 애먹었습니다. 내리막은 물론이고 오르막도 너무 힘들었어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1275봉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있더군요. 안부에서 봉우리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네 발로 기어오를 수 있는 코스가 있는데, 난간이나 데크 같은 안전장치는 없습니다. 우리는 위험해 보여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공룡능선엔 이상하게 생긴 거대한 바위들이 무수히 많다. 누구나 그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잡지 화보 모델이 된다.

 

1275봉은 신선대에서 출발했을 경우 3분의 2지점 정도에 해당합니다. 마등령에서 출발했을 땐 3분의 1지점쯤이죠. 그러니까 우리에게 1275봉은 공룡능선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와 같았죠.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긴 이릅니다. 마지막 나한봉이 남았으니까요. 나한봉 역시 오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1275봉 오르막보다 거리가 짧다는 게 여러분에게 도움될 만한 내용일까요? 그것보다 나한봉을 넘으면 비로소 공룡능선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더 좋을 것 같군요. 그러니까 도봉산의 ‘Y 계곡’과 비슷한 코스를 한 번만 더 넘으면 더 이상 가파른 오르막은 없습니다(오세암으로 하산한다면 말이죠).

공룡능선 삼거리에서 출발해 마등령 삼거리까지 오는 데 우리는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사진을 찍고 중간에 휴식한 시간 포함했습니다. 이만하면 여유롭게 통과한 셈이죠. 그리고 공룡능선에서 마주친 등산객들 대부분은 비선대에서 출발해 마등령을 거쳐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공룡능선을 당일에 통과하려면 이 코스가 천불동 코스보다 더 쉬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오세암 방향으로 하산했습니다. 오세암과 영시암, 백담사를 덤으로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죠. 공룡능선이 끝난 다음 이어지는 사찰 순례라! 보너스 같았습니다. 수렴동계곡과 백담계곡을 감상하면서 코스를 마무리하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알차게 설악산을 훑은 기분이 들 거예요. 어떻습니까? 공룡능선에 관한 정보로 충분했을까요? 부디 안전한 산행 하길 바랍니다. 

 

구름에 휩싸인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발길 붙잡는 경치가 널렸다.

산행길잡이

신선대에서 시작해 마등령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공룡능선의 실거리는 4.5km 정도 된다. 거리로 따졌을 때 결코 길지 않다. 그럼에도 이 코스가 유명한 이유는 능선 상에 솟은 무수한 바위 봉우리와 이를 연결하는 오르내림이 잦은 등산로 덕분이다. ‘공룡’의 등뼈처럼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을 전부 넘으려면 “악!”소리가 날 정도로 힘든데, 설악산을 한국의 대표 ‘악’산으로 분류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 바로 공룡능선이다. 공룡능선을 전부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걸음으로 5시간 정도다. 당연히 이 시간은 중간에 사진 찍는 시간, 쉬는 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그러니까 공룡능선에서 사람 발걸음을 잡는 것은 가파른 오르막 외에 멋진 경치라고 할 수 있다. 

교통편의 발달(양양고속도로 개통)로 공룡능선을 하루 만에 주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대체로 설악동 소공원에서 새벽 3시쯤 출발, 비선대, 금강굴, 마등령을 거쳐 신선대로 간 다음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한다. 이 코스는 보통 10시간 내외 걸리는데,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다음 이동하는 게 좋다. 어려운 코스 특성상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다. 4~10월 (하절기)에는 오후 1시 전에, 11월에서 익년 3월 (동절기)엔 오전 10시 전에 공룡능선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중간에 식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당 물 1L 정도 챙겨가는 것이 좋다.

 

공룡능선은 입산 시각이 정해져 있다. 하절기엔 오후 1시 이전에 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그 후 들어가면 벌금을 물 수 있다.

 

교통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설악산소공원까지 7, 7-1번 버스가 시간당 두 대 꼴로 출발한다. 35분 정도 걸린다. 

백담사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다. 용대향토기업(인제군 북면 만해로 410-19)에서 출발, 백담사매표소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07시 첫차, 17시~18시가 막차다. 요금은 2,500원.

 

맛집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정든식당(0507-1318-2161)의 장칼국수가 제격이다. 속초시내에 있는 옛장모숯불갈비(033-632-2085)는 현지인들이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지도 

특별부록지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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