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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알자스 산은 크고 둥글둥글…한국 산은 작지만 터프해요”

by 白馬 2023. 6. 28.

[한국산에 빠졌어요] 프랑스 파비앙

 

관악산 태극기와 함께 찍은 사진.
 

“관악산은 친구 같아요! 17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울대 근처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건 오롯이 관악산 때문이에요. 관악산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관악산 근처에 살고 있어요.”

 

메일을 통해 한 제보가 왔다. ‘관악산을 너무 사랑하는 프랑스인 이야기를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이었다. 관악산을 보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으로 어학연수를 오기로 결심했다는 간단한 설명. 나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제보자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관악산에 빠진 그 사람은 프랑스에서 온 파비앙씨였다.

 

“우리집은 관악산 뷰예요. 거실에서 관악산이 한눈에 보여요. 그래서 매일 관악산이 잘 지내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어요. 우리 와이프는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가 싫다고 했는데, 저는 거실에서 보이는 관악산을 보고 ‘여기다!’라고 생각했어요. 저 정말 관악산을 좋아해요.”

그는 어떻게 관악산과 사랑에 빠지게 됐을까.

 

2006년, 관악산 연주대와의 첫 만남

 

와인 수출을 위해 온 한국

파비앙(38)씨의 고향은 프랑스 알자스에 위치한 뮐루즈Mulhouse. 뮐루즈가 속한 알자스 지방은 라인강과 보쥬산맥 사이에 있고, 와인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 자랐던 그는 알자스의 한 대학교에서 국제무역과 와인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으로 어학연수를 오게 됐다. 한국어를 배워 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울에 있는 대학 부설 어학원들 중 한 곳을 골라야 했어요. 어려서부터 자연과 친했던 탓일까, 자연스레 자연과 가까운 곳을 찾게 되었죠. 지도를 보니 서울대학교 옆 관악산이 보였어요. 최고의 위치였죠.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관악산에서 달리면 딱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관악산과의 우정이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공부하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프랑스어 강습을 맡게 됐고, 한국 체류기간은 점점 늘어났다. 시간이 흘러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게 됐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엔 용돈벌이로 시작했어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고 있어 한국에 오래 머무는 것도 좋았죠. 강의를 하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좋았어요. 그렇게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 되레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되었네요.”

 

한국에서 지내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관악산에서 흘리는 땀방울도 더 많아졌다. 이른 아침이나 밤, 휴일이면 어김없이 산으로 갔다. 관악산은 도시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았다. 관악산은 온통 나무, 잎, 꽃 냄새로 가득했다. 그는 이것이 좋았다. 산에서 그는 행복했고, 고민을 잊을 수 있었다. 한 마리의 사슴이 되어 산을 달렸고, 산과 대화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운동을 즐겨 했어요.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다른 계절에는 등산을 했죠. 트레일 러닝을 하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인데, 한 선생님께서 ‘사람은 1시간 정도 달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죠. 그래서 ‘그래? OK!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달렸어요. 집 근처 숲과 산을 달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관악산에서 그 행복을 이어가고 있네요.”

 

관악산에서 모든 계절을 즐겼다. 사진은 가을 관악산 경치.

 

한국 산과 프랑스 산

“저는 주로 보쥬산맥에 있는 그랑 발롱Grand Ballon을 자주 찾았어요. 우거진 숲과 탁 트인 전망이 매력적인 곳이죠. 등산로를 이용해 자전거로 산에 오를 수도 있어요. 알자스 지방의 산은 대체로 규모가 크고 둥근 편이에요. 알프스와 같은 곳은 만년설과 깎아지른 듯한 산도 있고요. 야생동물들이 꽤 많은데, 산양은 흔하고 늑대도 가끔 볼 수 있어요.

 

반면 한국산은 규모는 작지만, 바위가 많아 울퉁불퉁한 산이 많아요. 제가 사랑하는 관악산도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죠. 그 때문에 달리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한국 산이 조금 더 터프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새로운 느낌이 한국 산의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산과 프랑스 산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체험한 그는 다양성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문득 문화적인 특성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프랑스의 산장에 대해서 물었고, 그는 독특한 점들을 알려주었다.

 

보쥬산맥 그랑 발롱 근처에 있는 페르페 오베르쥬Ferme-Auberge. 이곳에서는 전통 알자스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산에 오베르쥬Auberge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있어요. 여기서는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통적인 음식들을 팔곤 해요. 농장과 식당을 겸하는 곳들도 있는데, 이런 곳들은 페르메 오베르쥬Ferme-Auberge라고 불러요. 숙소 역할도 한답니다. 그외에도 시골민박 같은 지트Gîte와 대피소 같이 간단한 숙소인 레퓨지Refuge도 있어요. 

프랑스에 있을 때는 가족들과 함께 아침에 산에 올라 오베르쥬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내려오곤 했어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산장에 묵으며 장기간 여행도 했죠. 한국 산에는 이런 산장들이 거의 없지만 처음 보는 분들이 음식을 많이 나누어주셔요. 저는 이것도 한국 산의 독특한 문화이자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럼 비슷한 점이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음, 이건 개인적인 경험이에요. 프랑스에서 우리 가족은 산으로 버섯을 따러 다니곤 했어요. 저녁에는 그날 따온 버섯들을 요리해 먹었죠. 우리가 버섯을 따러 다니는 것처럼 한국은 나물을 캐러 다니는 분들이 많아요. 그것들로 반찬을 해 먹기도 하시고요. 버섯과 나물,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하지 않나요? 근데 이런 것도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 있나요?”

파비앙씨는 민망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언제까지 관악산에 오르고 싶냐고 물었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요. 관악산은 제 소중한 친구예요. 친구는 그런 존재잖아요? 오랫동안 관악산과 이야기하며 지낼 거랍니다. 저에게는 그게 행복이에요. 관악산아,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관악산을 부르는 그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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