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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히말라야 ‘14좌’가 아니라 ‘20좌’?

by 白馬 2023. 3. 11.

네팔 매체 “8,000m급 봉우리 6개 더 있다…” 전문가들 “독립봉 아닌 위성봉”

에베레스트 산군 전경. 이 중 독립봉인 것은 에베레스트와 로체뿐이다. 사진 파파리마위스키

 

네팔의 한 일간지에서 네팔 내 공식 8,000m급 봉우리 수를 현 8개에서 14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초 네팔 <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의 등반협회와 지리조사국에서 근무했던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된 8,000m급 봉우리는 총 14개로 중국, 네팔,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몰려 있다. <카트만두포스트>는 여기에 그동안 독립봉의 지위를 얻지 못했던 봉우리 중 6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얄룽캉(8,505m), 칸첸중가 남봉(8,476m), 칸첸중가 중앙봉(8,473m), 칸첸중가 서봉(8,077m), 로체 중앙봉(8,413m), 로체샤르(8,400m)다. 

이런 주장은 네팔은 물론 중국 당국자들도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번번이 등반지리 전문가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등산에 있어 어떤 돌출부를 하나의 독립봉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세부 기준은 지역마다, 또 해발고도마다 다르다. 단 국제적으론 국제산악연맹이 제시한 기준이 두루 쓰인다. 이에 따르면 인접한 두 봉우리 사이 안부로부터 정상까지 표고차인 돌출정도가 300m 이상이면 두 봉우리 모두 독립봉으로 본다.

미국 ‘픽배거닷컴’에서는 1만4,000피트(4,267m) 이상 봉우리의 독립봉 판별 기준을 돌출정도 300피트(91.44m)로 보고 있다. 알프스 4,000m급 산에서는 돌출정도를 30m로도 본다. 30m를 기준으로 한 건 로프 등반 한 피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돌출정도만으로는 독립봉을 판별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도입된 개념이 ‘산악지배율orographic dominance’이다. 해당 산의 해발고도에서 돌출정도가 차지하는 백분율이다. 산악지배율이 7% 이상이면 주봉, 2.1~6.99%이면 위성봉, 0.7~2.09%이면 2차봉, 0.69% 이하면 ‘눈에 띄는 봉’으로 불린다.

이에 따르면 8,000m 14좌 중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산악지배율이 100%이지만, 그 바로 옆의 로체(8,516m)는 산악지배율이 7%다. 주봉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앞서 언급된 6개 8,000m급 봉우리는 산악지배율이 모두 2% 미만으로 2차봉 혹은 그 아래에 속해 독립봉이 아니다. 이들과 같이 8,000m 이상이지만 독립봉이 아닌 봉우리 중에 산악지배율이 가장 높은 봉우리는 2.26%인 브로드피크 중앙봉(8,011m)이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봉우리로 눕체(7,861m)는 3%로 독립봉이 아니다. 마나슬루(8,163m) 정상 근처에 솟은 이스트피너클(7,992m)도, 돌출정도 121m에 산악지배율 1.45%로 독립봉이 아니다. 

 

독립봉이 아닌 위성봉으로서 ‘등반 가능한 현존하는 최고 미등봉’인지 논란 중인 무추치시. 사진 익스플로어더월드.

 

그렇다면 ‘현존 최고最高 미등봉’은 어딜까? 부탄의 강카르푼숨(7,570m)이 아직 미등봉이지만 정부가 등반을 금지하고 있다. 등반 가능한 최고 미등봉은 파키스탄의 무추치시(7,453m)가 꼽힌다. 다만 무추치시의 돌출정도는 263m, 산악지배율은 3.5%로 독립봉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이 봉우리를 올랐을 때 독립봉을 올랐을 때만큼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관한 논쟁도 있다. 등반이 가능한 독립봉 중 가장 높은 미등봉은 랍체캉2봉(7,270m)이다. 

한편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14좌에 더해 올랐던 로체샤르, 얄룽캉도 독립봉이 아니다. 엄홍길 대장 측이 ‘16좌’라는 표현을 한때 널리 사용하다가 지금은 거의 철회한 이유다. 

 

마나슬루 정상부 동쪽(사진 오른쪽)에 있는 이스트피너클(7,992m)은 독립봉이 아니다. 사진 시모네 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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