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련·이지은의 믹스 등반 훈련
이지은씨가 인수봉 고독의 길을 믹스등반하고 있다. 고독의 길은 믹스등반 루트로서 등반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2월 중순, 기온이 영하 10°C 아래로 내려갔다. 코끝이 시렸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지! 등반장비를 챙기니 오랜만에 긴장됐다. 아침 8시, 도선사 주차장은 한산했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한파가 몰아쳐서 그런 것 같았다. 주차할 곳은 많아서 좋았다. 최기련(손정준클라이밍 연구소), 이지은(손정준클라이밍 연구소)씨와 믹스등반을 하기로 했다. 루트는 인수봉 고독의 길.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곧 두 사람이 내렸다. “오늘 너무 추워서 걱정인데요?”라면서 최기련씨가 웃었다.
북한산은 온통 하얗다. 이틀 전 큰 눈이 왔기 때문이다. 깡말랐던 산이 뚱뚱해졌다.
이지은씨와 이어진 줄이 팽팽하다. 적당한 홀드를 찾느라 긴장했을 것이다.
이지은씨와 최기련씨가 확보지점에 섰다. 둘은 수 차례 등반을 같이 했다.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인수봉 밑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너덜지대를 지날 때는 눈이 깊어 발이 푹푹 빠졌다. 몸에 열이 났다. 겨우겨우 고독의 길 아래까지 왔다. 바위 전체가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추워서 떨리는 것인지 긴장해서 그런 것인지 몸이 덜덜거렸다.
재빨리 장비를 챙겼다. 최기련씨가 등반 준비를 마쳤고, 이지은씨도 확보를 보기 위해 줄을 잡았다. 두 등반가는 줄을 많이 묶은 사이다. 누군가는 그들을 사제지간이라고도 했다. 이지은씨는 전주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2018년 등반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그리스 칼림노스kalymnos로 등반을 다녀온 다음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등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클라이밍센터에서 최기련씨를 만나 질리도록 등반했다.
최씨는 등반 경력이 30년에 이른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역 등반가다. 스포츠클라이밍, 트래드클라이밍. 아이스클라이밍 등 한결같이 산에 붙어 있다. 스키 마니아이기도 해서 해마다 해외로 스키투어를 떠난다.
이지은씨는 지금 5.13급 스포츠클라이밍루트를 프로젝트로 하고 있다.하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은 트래드클라이밍이다.
이지은씨는 이번에 5.13급 스포츠클라이밍루트를 프로젝트로 하고 있지만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등반은 트래드클라이밍이다. “드라이툴링도 좋아하고, 아이스클라이밍도 좋아하는데 선등 서는 건 무서워요”라고 했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위에 붙었다.
한겨울 고독의 길을 선등으로 오를 수 있다면 해외의 어려운 북벽 등반도 웬만큼 할 수 있다고 여러 등반가들이 말한다.
북동쪽에 자리한 고독의 길은 인수봉 등반루트 중에서 비교적 오르기 쉽다. 등반 입문자들용이지만 겨울에는 해외원정 훈련 등반지로 변한다. 등반가들 사이에서 한겨울 고독의 길은 어려운 길이다. 이곳을 믹스등반으로 선등할 수 있다면 해외 북벽 등반도 웬만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등반장비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고 능력도 갖춰야 하는 곳이다.
최기련씨가 멀리 떨어진 홀드에 피크를 걸고 있다. 이날 얼음이 없어 등반이 어려웠다.
이날 루트에는 얼음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등반은 신중했다. 아이스 바일과 크램폰으로 미세한 홀드를 조심스럽게 걸고 올라갔다. “드르륵” “탁” 장비들이 바위에 긁히는 소리만 울렸다.
“바위틈에 얼음이 없으니 훨씬 어렵네요.”
등반을 마친 최기련씨가 숨을 몰아 쉬었다. 두 사람은 3피치까지 두 번씩 등반하고 하강했다. 우리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독의 길은 분명 겨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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