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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도 쇠머리오름]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압축한 소 한 마리

by 白馬 2023. 1. 16.

우도 쇠머리오름 트레킹 후 비양도에서 백패킹

 

남쪽 상공에서 본 우도. 오름 하나가 만든 땅이다. 기묘한 해안절벽이 단애를 이룬 남동쪽 능선이 쇠머리오름이다.

 

화산섬인 우도는 여의도 세 배쯤 되는 180만 평 넓이지만 주민은 2,000명이 못 된다. 하지만 주민 수의 몇 배나 되는 관광객이 매일 우도를 찾기에 언제나 활기차다. 어업과 농업을 겸하지만, 땅이 워낙 비옥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섬이면서도 수산물보다는 땅콩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농산물 수익이 더 높은 곳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도의 남쪽 끝에 쇠머리오름이 등대를 머리에 이고 서 있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던 우도저수지

성산항에서 배로 10분 남짓이면 닿는 우도牛島는 소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쇠머리오름은 누운 소의 머리, 즉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파수꾼처럼 우도와 주변 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아찔한 해안단애 위를 지나는 남동쪽 능선. 우도봉은 제주의 어느 지역보다 거칠다.

 

오름 굼부리의 북서쪽 화구벽을 터뜨리고 흘러간 용암은 북쪽으로 넓고 길게 퍼져나가며 우도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우도는 쇠머리오름 하나로 만들어진 섬인 것이다. 정상부의 등대 앞에 서면 이 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오름의 남동쪽은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해안 단애가 발달했다. 높이 100m가 넘는 이 절벽지대엔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시커먼 구덩이와 동굴 같은 게 여럿 분포한다. 그중 굼부리의 동북쪽 검멀레해변의 것은 ‘고래 콧구멍’이라고도 하는 ‘동안경굴’로,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내부가 넓다. 물때가 맞는 보름에 한 번꼴로 길이 열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우도 바다는 보석처럼 빛난다. 어떤 화가가 있어 이 컬러를 흉내 낼 수 있을까!

 

우도를 오가는 선상에서 본 쇠머리오름. 거대한 절벽 위에 얹힌 모양새다.

 

넓고 완만하게 기운 굼부리 안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우도저수지가 눈길을 끈다. 우도 사람들의 식수원이자 간절한 소망이던 이 담수화시설은 1998년에 조성되었다. 그전까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물통’을 활용했다. 마을마다 있던 이 물통은 25개쯤이었다고 하는데, 가물어서 물통이 바닥을 드러낼 때면 ‘물 도둑’이 생겨나서 마을마다 물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고 한다. 

그럴 때면 바다 건너 성산포나 종달리로 노를 저어 가서 물을 구해 왔단다. 그러다가 1953년에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서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발전해 우도저수지가 되었다. 해수담수화시설은 그후 12년간 우도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책임졌는데, 2010년 12월, 우도와 본섬을 잇는 16km의 상수도관이 놓이며 지금은 우도 전 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된다. ‘유휴 시설’이 된 우도저수지는 현재 활용 방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저수지 남서쪽에 봉긋한 봉우리가 솟았다. 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은 쇠머리오름이 품은 알오름이다. 그러니까 쇠머리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또 화산이 폭발한 이중화산체인 것이다.      

 

공중에서 본 크고 작은 넓이의 우도 밭뙈기. 트랙터가 지나간 흔적이 기하학적 무늬를 남겼다.

 

걷는 기분 나는 쇠머리오름 탐방로. 사방 조망이 압권이다

 

제주 본섬 조망 으뜸

탐방로는 단순하다. 동북쪽 검멀레해변이나 남서쪽 우도봉공원에서 능선을 따라 우도등대까지 갔다가 반대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올레’와 겹치기도 한다. 길게 계단이 놓인 검멀레해변 쪽에서 올랐다면 능선에서 오른쪽부터 가는 게 좋다. 그 능선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거기서 보는 조망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긴 계단이 이어지는 검멀레해변 쪽 탐방로.

 

정상에는 두 개의 등대가 우뚝 섰다. 그중 하얗고 키가 낮은 것은 1906년 3월에 무인등대로 점등된 등탑으로, 바로 옆에 새 등대가 세워지며 2003년에 폐지되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새 등대의 1층은 우도 등대홍보관으로 꾸며놓았다. 우리나라 등대문화와 역사, 유물 같은 게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좋다. 

등대 앞에 서니 우도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눈에 들어온다. 짙푸른 해안선이 둘러싼 널찍한 평야 곳곳에 붉고 푸른 지붕에 덮인 마을이 풍요로운 들판을 품고 보석처럼 박혔다. 

쇠머리오름은 제주 본섬을 조망하기에도 최고의 장소다.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코뿔소 같은 성산일출봉과 바닷가에 솟은 삼각뿔, 지미봉이 멋지다. 그 뒤로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몸매의 다랑쉬오름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도의 부속섬 비양도는 백패커들의 성지다. 파도와 바람과 별빛에 취해 하룻밤이 꿈 같은 곳이다.

 

비양도는 백패킹의 성지

사실 우도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백패킹 명소다. 우도에서도 가장 동쪽, 하고수동해변 근처의 비양도 때문이다. 작은 다리로 연결된 섬 속의 섬인 비양도는 백패커들에게 성지로 통한다. 그늘을 드리울 나무나 전기는 물론 샤워장 같은 아무런 부대시설 없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바닷바람 세기로 유명한 섬인데도 주말이면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선다.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겨우 해발 3~4m가 될까, 밤이면 바람이 더 심해지고, 밤새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숙면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게 바로 날것 그대로의 제주다. 불편하고 거친 환경에서 자신만의 움막을 세우고 한뎃잠의 낭만을 즐기는 백패커들에겐 오성급 호텔과도 바꾸지 않을 명당인 셈이다. 그러기에 비양도 백패킹과 쇠머리오름 탐방을 묶는다면 최고의 우도 여행법이다.  

 

교통

제주 성산포항종합여객터미널에서 우도행 도항선 이용. 청정섬 우도는 승용차를 가지고 갈 수 없다. 교통약자나 우도 숙박객만 렌트카 출입이 가능하다. 우도에서는 걷거나 섬 일주버스 또는 전기차, 전기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우도 하우목동항이나 천진항 부근에 전기차와 전기자전거 대여점이 여러 곳 있다. 

 

검멀레해변과 동굴. 해안의 검은빛이 강렬하다.

 

검멀레해변 쪽 탐방로. 긴 계단을 오르면 동쪽 능선에 닿는다.

 

주변 볼거리

검멀레해변과 동안경굴

우도봉 동쪽 아래의 검은빛을 띤 해변. 화산 분출물인 응회암이 부서져 만들어진 검멀레해변은 길이 100m쯤으로, 해변 절벽에 ‘고래 콧구멍’이라 불렸던 동안경굴이 있다. 동안경굴은  보름에 

한 번꼴로 길이 열린다.

 

맛집

우도땅콩, 한라봉·천혜양 아이스크림

검멀레해변과 우도의 항구 주변에 요구르트아이스크림에 우도의 특산물인 땅콩을 가득 올려 내놓는 땅콩아이스크림과 한라봉이나 감귤을 이용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많다. 우도땅콩아이스크림의 원조로 통하는 검멀레해변의 ‘지미스’에서는 애플망고, 우도땅콩, 한라봉·천혜양, 우도땅콩 아이스크림이 각각 5,000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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