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 바다] 태백산 백천계곡 & 덕산해수욕장
한여름에도 수온 20℃ 이하!싸늘하도록 차가운 계류를 거스르다
백천계곡~칠반매기골~문수봉~부소봉~백천계곡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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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 때는 집에 있는 게 최고다. 땡볕에 산이나 바다에 가봤자 더위와 바가지, 교통체증으로 고생스러울 게 뻔하다. 다 알면서도 우리는 이맘때면 기어코 고생길에 동참하고야 만다. 그렇게 함께 고생을 해야 추억도 생기고 가족의 정도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방 안에 쿡 틀어박혀 뒹굴거리는 게 편하지만 몇 날 며칠을 그러다 보면 결국 허무해지고, 모처럼의 휴가인데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마저 찾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면서 고생길을 떠난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않은가.
더위를 날려 버릴 계곡은 경북 봉화의 백천계곡이다. 태백산 부소봉과 문수봉, 아래의 깃대배기봉과 청옥산의 골들이 모여 만든 16km에 달하는 깊은 계곡이다. 태백산 남쪽 자락의 깊은 계곡인 것이다. 백천계곡의 매력은 청정함에 있다. 백천계곡은 1962년 열목어 서식지로서 천연기념물 74호로 지정되었다. 이로 인해 20년간 출입이 통제되다 2007년부터 길이 열렸으니 깨끗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 ▲ 백천계곡의 시원한 계류. 백천계곡은 16km에 이르는 무척 긴 골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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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은 구불구불한 국도 깊숙한 곳에 있었다. 백천계곡임을 알리는 안내판 같은 건 없다. ‘現佛寺(현불사)’라 적힌 커다란 표석이 있을 뿐이다. 철암천을 비롯한 하류 쪽 국도변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지난해부터 시작한 수해복구공사를 아직 하고 있단다. 1km 정도 가면 검문소가 있고 그 옆에 텐트를 칠 수 있단다.
이후부터는 취사나 야영·물놀이가 금지되어 있다. 차로 들어가는 계곡길도 철망이 쳐져 있는 등 먹고 노는 분위기는 아니다. 어차피 널찍한 암반이나 백사장은 없고 작은 바위가 많은 편이라 물놀이는 여의치 않을 듯하다. 4km 정도 들어가자 현불사의 대형 주차장이다. 현불사는 지은 지 30여 년 정도 된 절로 불승종의 본찰이다.
현불사는 불승종의 창건자이자 예언자로 유명한 설송 스님이 지난 5월 9일 입적한 절이다. 설송 스님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유명인사였다. 소위 신통력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향방을 예언해서 잘 맞추었다. 한때 재선급 이상 국회의원 중에 현불사를 찾지 않은 의원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았던 곳이 현불사다.
역사가 보잘것없는 소수 종파임에도 그의 기도가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신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현재 20여 개가 넘는 사찰과 선원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거물 정치인들이 그에게 도움을 청했고 경내에는 속칭 ‘DJ 탑’ ‘노태우 다리’ 같은 정치인들의 돈으로 세워진 것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불교가 점치는 종파는 아닐진대 신통력을 바탕으로 불사를 일으킨 건 그다지 경건해 보이지 않는다.
- ▲ 부소봉에서 백천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에 만난 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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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불사 주차장을 지나니 길이 좁아졌다. 지금껏 왔던 길보다 계곡에서 몇 미터 더 떨어져 있고 풀과 나무가 높아 계곡이 보이지 않는다. 1.5km 정도 더 들어가자 차단기가 나타나며 콘크리트 도로가 끝난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계곡은 깊어도 무릎을 넘지 않는 정도의 깊이로 하류보다는 골의 폭이 훨씬 좁다. 백천계곡 곁을 따르는 비포장임도 길이 있어 수월하게 간다. 임도라 해도 연륜 있는 나무들이 높고 빽빽해 원시숲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특히 물기를 머금은 진한 숲의 향이 제대로다. 깊게 들이마실수록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이 속에 쌓인 해로운 것들까지 다 몰아낼 것 같다.
열목어는 하류에 있는지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없다. 열목어는 연어과답게 큰 것들은 60cm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하며 매끈하고 부드러운 몸에 검은 반점이 있다. 냉수성 어종으로 수온 20℃ 이하에서 살 수 있다. 백천계곡의 물이 한여름에도 그만큼 차갑다는 걸 뜻한다.
숲길은 물소리를 들으며 가도록 나 있다. 계곡은 들어갈수록 다시 커져 차단기가 있던 들머리보다 더 넓고 깊은 골도 간간이 나온다. 그러나 곁에 널찍한 터가 없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어 냇가에서 소풍을 즐기기는 어려울 듯싶다.
- ▲ 백천계곡 옆으로 난 임도. 숲이 짙어 산림욕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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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따라 20분 넘게 들어가자 가을 산으로 변한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면 가을로 착각할 만한 풍경이다. 대형 산행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칠반매기골로 들었다. 어둑어둑할 정도로 깊은 칠반매기골은 워낙 맑고 시원해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씨를 감안하면 배낭 풀고 한나절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만든다.
그러나 길은 얼마 안 가 계곡을 버리고 지능선 위 가파른 비탈로 일행을 몰아세운다. 산행에 동행한 이는 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의 박은주 강사다. 등산강사답게 가파른 길이 오래 이어져도 힘든 기색 없이 가볍게 오른다. 풍경 없는 오름길을 1시간20분 정도 오르자 주능선이다.
- ▲ 문수봉 정상. 너덜이 시야를 확 열어준다. 돌탑은 기도자들
- 이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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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능선 따라 10분을 오르자 문수봉이다. 정상부는 넓은 ‘너덜광장’이다. 곳곳에 돌탑이 있다. 무언가 기도하는 이들이 염원을 담아 만든 것일 테다. 100일 기도를 하는지 한쪽에는 비닐로 만든 토굴도 있다. 신성한 산, 태백에 온 것이 실감난다. 전망은 탁월하다. 가까운 곳의 부소봉과 천제단, 망경사가 선명하고 멀리 백운산과 함백산은 아득하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서둘러 부소봉으로 향한다. 흙산의 부드러운 등골이라 속도 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자작나무 숲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은빛으로 빛나는 자작나무들이 신비롭게 늘어서서 하늘을 감추었다. 평일이라 등산객은 거의 없고 망경사에서 기도하는 이들만 스쳐지난다. 승복 비슷한 옷차림과 운동화, 맨손이거나 작은 보따리를 들고 있으며 뭔가 진중한 분위기에 표정이 어둡다.
잘 난 길을 따르고 있는데 길이 방향을 틀어 고도를 내리려 한다. 지도를 살펴보니 부소봉 정상 근처에서 장군봉 쪽으로 방향이 꺾어지는 곳이다. 뒤돌아 희미한 길을 오르니 5분도 안 돼서 헬기장 옆에 있는 정상이다. 좁으나 남쪽으로 살짝 열려 있어 맞은편 청옥산 줄기가 보인다. 부소봉을 현지에서는 부쇠봉이라 하는데 부소는 단군의 아들 부소왕자를 일컫는 것이며 이곳 방언으로 부쇠라 발음한다. 이곳에 부싯돌로 쓰는 석영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 ▲ 부소봉 아래의 전망 좋은 터. 오른편 깊숙이 패인 골이 백천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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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능선을 따르자 나무 데크 전망대다. 봉화땅 첩첩산중이 옅은 구름에 덮여 희미하다. 백천계곡으로 내려서는 지능선은 부드럽게 뻗어 있어 경사가 덜하지만 무척 길어 보인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서 백천계곡으로 내려갔다. 나이든 금강송이 몇몇 보인다 싶더니 공룡 같은 녀석이 길 가운데 서 있다. 감탄사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둘레가 5m는 넘을 듯한 큰 소나무다. 나이가 몇백 살은 되었을 텐데 아직 굵은 힘이 느껴진다. 껍질에 가만히 손을 대자 거칠면서도 매끈한 촉감이 좋다. 귀를 대면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얘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2시간쯤 내려서자 백천계곡이 기다린다. 백천계곡 쪽은 마주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멱 감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열목어를 위해 참는다. 잠시 발을 담가본다. 어찌나 냉골인지 얼마 못돼 발을 빼게 된다. 시원하다 못해 싸늘하다. 계곡 옆으로 난 숲길이 편해 산행은 이미 끝난 듯한 분위기다.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백천계곡을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굵은 빗방울이 우르르 쾅쾅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퍼붓는다. 태백산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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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부소봉 근처 길 찾기 주의
가족 동반일 경우 계곡만 오르내리는 게 좋아백천계곡은 어디에서부터 걸어갈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버스가 지나는 31번 국도 대현리에서 4.5km의 콘크리트길이 백천계곡을 따라 나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도로가 끝나는 차단기가 시작점으로 가장 좋지만 2대 정도밖에 주차할 터가 없으므로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현불사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km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차단기를 지나서는 비포장 임도가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칠반매기골 쪽으로 주능선에 붙는 게 부소봉 쪽으로 오르는 것보다 덜 가파르므로 문수봉으로 올라 부소봉에서 내려오는 것이 수월하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수월하지만 부소봉에서 조심해야 한다. 태백산으로 이어진 길이 잘 나 있다 보니 부소봉을 놓치고 북서쪽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소봉에서는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서다 보면 백천계곡으로 내려서는 사거리가 나온다.
백천계곡은 임도가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며 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한여름에도 차가운 청정계곡이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서식지이기에 야영과 취사ㆍ물놀이는 제한되며 감시원이 상주하고 있다. 오직 산행만 가능한 계곡인 것이다. 산행은 총 13km에 6시간 정도 걸린다. 가족 동반일 경우 도투마리골이나 상골까지 걸어갔다가 나오는 게 좋다. 숲이 짙고 평탄해 산림욕에 안성맞춤이다.
>>교통
승용차 이용시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북영주ㆍ풍기ㆍ봉화 방면으로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양 방면으로 가다 31번 국도로 좌회전해 태백 방향을 따르면 된다. 백천계곡 진입로에 ‘現佛寺(현불사)’라 적힌 커다란 표석이 서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태백이 봉화보다 가깝고 차편도 잦다. 대현에서 하차해야 하며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영주ㆍ대구ㆍ안동ㆍ대전행 버스가 보통 대현리(백천계곡 입구)를 거쳐 간다. 40분 정도 걸리며 1일 11회(07:00~19:10) 운행한다.>>숙식
백천계곡에 숙소는 거의 없다. 인근의 청옥산 자연휴양림 역시 올 한 해 동안 공사로 인해 문을 열지 않는다. 태백시내로 나가야 한다. 대현리에는 슈퍼와 태백식육식당(672-6617), 봉평막국수(672-8233), 백천계곡가든(011-377-1160), 모리가든(672-6446), 청옥기사식당(054-673-445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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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덕산해수욕장
작으나 놀기 딱 좋은 코발트빛 해변
- ▲ 코발트빛으로 빛나는 덕산해수욕장. 해변끝에는 덕봉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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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해수욕장은 깨끗하고 힘이 넘친다. 파도가 세고 방파제나 시야를 가리는 섬이 없어 해변을 정면에서 보면 망망대해뿐일 정도로 시원하다. 또 코발트색으로 빛나는 물결은 바라만 보아도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에 있으며 백사장 길이는 580m로 작은 해수욕장이다. 맹방해수욕장과 이웃하고 있으나 덕봉산이라는 낮은 산이 있고 마읍천이 흘러 해변은 확연히 나뉘어져 있다.
명사십리로 유명한 맹방해수욕장 (상맹방ㆍ하맹방ㆍ맹방)이 훨씬 크지만 철조망이 쳐져있고 골프연습장의 그물이 해안가 옆으로 높이 솟았으며 방풍림은 철난간을 쳐놓아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았다. 이런 것들이 해안가를 다 막고 있어 몇 안 되는 민박집도 멀어 1박2일로 깔끔하고 집중력 있게 즐기기에는 덕산해수욕장이 낫다. 덕산은 철조망이 없으며 해변가의 가장 가까운 곳에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작지만 편하게 놀기 좋은 해변이다.
단점은 방풍림이 있으나 짙지 않은 편이라 야영이 여의치 않고 파도가 세다는 것이다. 다만 경사가 완만해 동해안 치고는 수심이 얕다. 덕산의 또 다른 장점은 인근의 덕산항이다. 이곳 사람들은 남애포라 부르는데 이곳 어촌계 어부들이 운영하는 회센터이기에 직접 잡은 자연산을 취급 한다. 회센터에는 남애포횟집 (033-572-0516), 유금회식당(573-2825), 옥광횟집(573-9595)이 있다. 덕산해수욕장 뒷길을 차로 10분쯤 들어가면 닿으며 7번 국도에서 떨어져 있어 아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 ▲ (좌)해변 접근성이 가장 좋은 독도횟집펜션.(우)남애포의 자연산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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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강원대요트조정시험장이며 옆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해변 바로 앞에 집들이 바둑판식으로 있으며 숙소는 대부분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눈에 띄는 펜션 간판을 단 곳이 독도횟집펜션(572-3329)으로 해변 바로 앞에 있으며 횟집을 겸하고 있다. 그 옆에 바다속으로펜션(572-0365)이 있으며 아기자기한 2층 목조건물로 외관은 덕산해수욕장에서 가장 깔끔하다. 1층 4개 방을 운영하며 내부는 TV, 냉장고, 싱크대, 샤워시설을 갖춘 원룸형이다.
이외에도 늘푸른민박(572-4715), 민박(573-4475), 일송민박슈퍼(572-3315), 원룸민박(572-0906), 쌀집민박(572-3234), 청솔민박(572-8109) 등이 있다. 해변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 뒤편에는 불이채민박(572-5391), 민박(010-3075-4107), 소금등대펜션(572-7379), 솔바람민박(573-1606), 사계절민박(573-9745) 등이 있다. 진입로 쪽에는 방갈로민박(010-5669-2202), 콘도형해변민박(572-7687)이 있다. 시설의 좋고 나쁨이나 해변과의 거리는 천차만별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근덕면사무소(572-3011), 마을운영협의회(572-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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