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패턴을 바꿔야 행복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아내와 함께 명상한다’고 공개했다. “1주일에 2~3차례 10분씩 명상을 한다. 아내 멜린다도 마찬가지다. 다리를 꼬고 바닥에 앉기가 너무 어려워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명상을 한다." 몇 분 정도 명상을 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주의를 두는 법을 배우고 그것들로부터 약간 거리를 두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제 명상이 마음을 위한 운동이라는 것을 안다. 마치 우리가 근력을 높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꾸준히 10분씩 명상을 하여 얻는 결과물을 좋아한다."
그는 예전에는 명상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트위터 CEO 잭 달시 등 실리콘 밸리 일대의 동료 ‘천재’ 경영인들이 모두 명상 광인데도 그는 외면했다. 환생과 관련된 미신이나 신비주의로 생각했다. 그러던 빌 게이츠가 왜 명상을 시작하게 됐는가.
평소 독서광으로도 소문난 빌 게이츠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자신만의 독서 리스트를 공개한다. 2018년도 얼마 안 남은 지난 12월 3일'2018년 내가 사랑한 책 5권‘을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 노트'를 통해 발표했다. 그 첫째 책이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이었다.
이스라엘 태생으로,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유발 하라리는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낸 세계적 작가이자 학자. 그는 이번 신간에서 21번째 마지막 제언으로 ‘명상’을 강조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걱정을 한다. 필연적이다. 현대인들은 걱정거리가 아주 많다. 테러, 기후변화, 인공지능, 프라이버시 침해, 국제 분쟁 등…."
유발 하라리는 이런 공포감을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한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란 질문보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벗어나느냐’는 질문을 해야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고통의 가장 깊은 원천은 내 자신의 마음(정신) 패턴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뭔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내 마음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반응한다. 나 자신의 마음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더한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 걸음이다."
즉 고통은 외부적 조건이나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반응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내 마음(자아)을 잘 통제한다면 고통을 겪지 않는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스스로 마음 패턴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외부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욕망과 욕망에 대한 반응은 수백만 년동안 인류에게 전해 내려온 유전자의 화학반응이라 자유 의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명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살이던 2000년 처음으로 친구 따라 명상 수련을 한 뒤 명상 마니아가 됐다.명상을 통한 집중력과 명징함이 없었다면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같은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하루에 아침 한 시간, 자기 전 한 시간씩 총 두 시간 명상을 하며 매년 한 두달 집중해서 명상수련을 한다고 했다. 그에게 명상은 세계와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아는 방법이다.
“10대 시절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내가 읽은 책에서 얻은 것은 모두가 정교한 허구들이었다. 신과 천국에 관한 종교적 신화, 모국과 국가의 역사적 사명에 관한 민족주의 신화, 사랑과 모험에 관한 낭만적 신화, 혹은 경제성장과 어떤 구매와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지에 관한 자본주의 신화 같은 것이었다."
“숨을 한번 쉬는 동안 자신을 진정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관찰할 것이다. 명상은 실제와 허구의 차이를 알게 해준다.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우리가 지어낸 것이고 만든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걱정의 99%는 그냥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는 모든 허구적인 이야기를 포기하면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실제를 관찰할 수 있으며,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안다면 아무 것도 우리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명상 수련을 하기 전까지) 나는 분노를 일만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가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 지 관찰해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화가 날 때마다 분노의 감각적 실체보다 분노의 대상(누군가 한 일이나 말)에만 집중했다. 나는 (명상을 처음 접해 본) 열흘 동안 내 감각을 관찰하면서 나 자신과 인간 일반에 대해 알 게 된 것이 그전까지 살면서 배운 것보다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명상법은 위파사나 명상, 즉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초기 불교(소승불교)의 마음수행 전통에서 유래됐고 우리 마음을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모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지금 명상은 미국에서 대세다. 특히 IT 산업 관계자, 대기업 등에서 열풍이다.
이처럼 명상이 미국과 같이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나라에서부터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지금 세계가 너무 정신없는 피로?소진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어딜 가도 사람들 마음은 쉬지 못하고 잠도 설친다. 잘나가고 행복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도 내면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친다.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는 최악에 가깝다. 사람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자살률, 이혼율은 십수년 째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불과 60년 전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지금 물질적 번영을 이루고 민주화도 성취하는 등 외부적 조건은 크게 개선됐는데도 왜 이리 불행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바로 유발 하라리가 지적했듯이 고통은 외부적 상황에서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부적 상황이 좋아져도 내 마음의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상은 이처럼 ‘정신없이(mindless)’ 살아가는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mindful)’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수련이다. 이 단순한 수련을 통해 우리는 삶과 세상의진실에 다가갈 수 있고, 스스로 자존감을 되찾게 되며, 행복해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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