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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영하에도 살아남은 모기… 내 방에서 겨울잠 자면 어쩌지

by 白馬 2019. 12. 4.

       
때 아닌 겨울모기와 전쟁

 


"위잉…. 이이이이잉…." 지난 28일 새벽 잠에 막 들던 참이었다.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들릴 만한 소리는 아니다. 극세사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방해받은 잠을 다시 청했다. "위이잉…. 위잉…." 얼굴 주위에서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하는 익숙한 소리. 꿈이 아니다. 여름마다 전쟁하는 모기의 날갯짓이다. 이날 오전은 전국 곳곳이 영하권이었다. 내복에 롱패딩을 입었다. 모기 자국을 발목에 새기고 출근하니 회사 선배가 말을 얹었다. "난 4월부터 지금까지 방에 모기장을 치고 살아."

제철 과일이란 말이 무색해진 시대다. 수박과 딸기를 사시사철 즐긴다. 이제는 모기마저도 여름에만 반짝 활약하는 '제철 곤충'이 아니다.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설은 과거의 유산. 가을이든 겨울이든 우리가 따뜻하다고 느끼는 곳에는 항상 모기가 함께한다. 첫눈이 내린 한겨울에도 여전히 팔팔한 모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현희 연구원이 실험용 모기를 사육하고 있다. 올해 가장 모기가 많이 관측된 때는 9월 첫째 주였다. 지난해보다 2달가량 늦다. 조유진 기자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현희 연구원이 실험용 모기를 사육하고 있다. 올해 가장 모기가 많이 관측된 때는 9월 첫째 주였다. 지난해보다 2달가량 늦다.

 

 

어항 속 물고기 신세

창문도 꼭꼭 닫아 놓은 겨울밤, 모깃소리가 귓가에 울려도 "오늘은 모기 밥이 되자"며 체념할 때가 잦다. 나는 '독 안에 든 쥐' 신세지만, 방에 들어온 모기는 '어항에 들어온 물고기'다. 15년째 모기를 연구해온 질병관리본부 이희일 연구관은 집에 들어온 모기의 심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기는 알을 낳을 때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해서 피를 먹는 거예요. 원래 먹이는 식물의 당즙이죠. 그런데 집 안에서는 피를 빨아도 막상 산란할 만한 물웅덩이가 없어요. 알을 낳을 곳을 찾아 방을 나가야 하지만, 어항처럼 밖에서 실내로 들어올 땐 쉬워도 그 반대는 어렵거든요. 야외보다 잡히기도 쉽습니다."

사지(死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진 걸까. 겨울 모기는 전성기인 여름보다 사람을 더 독하게 괴롭히고 크기도 커 보인다. 이 연구관은 "모기 개체 수는 10월만 돼도 급격히 줄어든다. 그럼에도 겨울에 모기에게 더 많이 물린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름에는 집 안까지 모기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밖에 먹을 거 많고 살기 좋으면 왜 굳이 모기가 방으로 들어가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를 보면, 9월 첫째 주 올해 가장 많은 수의 모기(2648마리)가 관측된 이후로 모기는 점차 줄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보건환경연구원 및 보건소와 함께 모기 감시 시스템을 운영한다. 10월 감시 마지막 주에는 5마리만이 관측됐다. 월동을 하려면 모기들이 많은 영양분을 수집하기에 겨울 모기가 여름보다 더 크게 보일 수는 있지만, 육안으로 알아차릴 만큼 커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내 방에서 모기가 겨울잠 잔다면

방에 들어온 모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피를 빨아들인 암컷 모기는 산란하기 위해 습기를 찾아다닌다. 화분 물받이처럼 운 좋게 물이 고인 곳을 찾으면 알을 낳을 수 있다. 보통 화장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살다가 수명이 다해 죽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모기의 수명은 성장 속도가 빠른 여름철에는 20일, 봄과 가을엔 3주에서 4주 정도다. 겨울에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 초까지 잠들어 있는 월동(越冬) 기간을 포함해 반년까지 살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모기가 방 한구석에서 겨울잠을 잘 수도 있을까. 이희일 연구관은 "실내는 너무 따뜻해 월동이 불가능하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모기의 대사 활동과 에너지 소모가 줄 때 월동을 할 수 있다. 먹이는 못 먹으면서 계속 날아다니면 결국 죽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잡지 못해도 내 방으로 들어온 이상 모기는 단명한다. 이 연구관은 "겨울철 실내 환경이 모기가 살기에는 너무 건조하기 때문에 일주일도 살지 못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용 모기는 온도 28도, 습도 70% 수준으로 사육하고 있었다.



모기 박사들의 노하우

모기를 수십 년 연구한 과학자들만이 아는 모기 다루는 방법은 없을까. "이왕 모기에 물리셨으면 1분 정도만 충분히 헌혈해 주세요. 그날 밤은 윙윙거리는 소리에 해방돼 숙면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관은 "산란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흡혈하지 못하면 모기는 계속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동규 교수도 "한번 피를 빤 모기는 산란하기 전까지 다시 사람을 물지 않으니까 둬도 된다"고 했다.

모기에 물리기 전 쫓는 방법도 있다. 이 교수가 40년간 모기 연구를 하며 체득한 두 가지 비법을 공유했다. 첫째는 집에 모기를 들이지 않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모기들이 문 열 때 같이 들어온다. 문을 열 때 옷이나 수건으로 휘휘 저어라. 모기가 바람결에라도 한번 맞으면 따라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둘째 방법은 머리맡에 있는 모기를 잡을 때 너무 멀리 팔을 뻗지 않는 것이다. "모깃소리가 들리면 전기파리채를 20㎝ 이내로 가깝게 휘두릅니다. 모기는 보통 한 뼘 안에 있어요." 직접 실험한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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