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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평소에도 입을 '뉴트로 한복' 장만하고… 명절 기분도 내고

by 白馬 2019. 9. 21.


한복 패션 1번지 광장시장

 "경기 침체로 명절 같지 않은 명절"이라는 시름이 깊지만 그래도 모처럼 명절 기분 내고 싶을 때 만만하게 가볼 만한 곳이 서울 종로 '광장시장 한복부(部)'다. 120년 전통의 광장시장 주단한복부를 비롯해 장안백화점, 중앙혼수백화점, 한국비단 등 한복 전문점이 몰려 있어 일대가 거대한 한복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전통 맞춤 한복은 기본, 최근 전통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new-tro)' 열풍으로 한복과 양장을 접목한 '신(新)한복'이 유행 중. 추석빔 구경하고 맛집 투어까지, 광장시장 한복부로 추석 마중 다녀왔다.

뉴트로풍 신한복이 대세

개화기 신여성들이 입던 과도기의 한복 같기도, 서양의 로브(robe·무릎 아래까지 오는 길이의 느슨한 가운) 같기도 하다. 광장시장 한복부 1층 장안백화점 앞 '메인 통로'에는 특이한 디자인의 한복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성 한복집이 모여 있는 이 길을 중심으로 한복 집마다 칼라 대신 동정을 덧댄 블라우스, 원피스 위에 둘러 입는 허리 치마, 레이스에 반짝이는 스팽글 장식의 저고리까지 파격적 디자인의 한복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복이긴 한데 새로움을 입은 뉴트로풍 한복, '신한복'이다. 2030 젊은 층에게 유행 패션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만 '#신한복'이라는 해시태그로 1만여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한복의 고정관념을 깨는 디자인 한복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세컨드 브랜드인 '차이킴'을 통해 배와 아랫도리를 두르는 식의 '허리 치마', 조선시대 관복 중 하나인 '철릭'을 모티프로 만든 '철릭 원피스'를 선보인 이후 한복시장에도 비슷하거나 조금 변형된 디자인의 한복이 꾸준히 등장했다. 광장시장 내 한복 디자인 브랜드 '황금단' 김혜원(55·한복 디자이너)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허리 치마나 철릭 원피스 같은 신한복은 마니아층만 찾았는데 최근 1~2년 사이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한복 상·하의 한벌 15만원 안팎

이런 추세에 힘입어 광장시장 한복부도 매장 한쪽에 신한복을 따로 갖춰놓은 집이 점차 늘고 있다. 광장시장 1층 62·63호 황금단은 전통 맞춤 한복 브랜드인 황금단과 별개로 '누비리'라는 신한복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매장 한쪽에는 철릭 원피스를 비롯해 동정을 살리거나 고름이 있는 저고리 모양 블라우스 등을 전시해 놓았다. 까슬까슬한 한복 원단 외에 면, 레이스, 데님 소재도 있다. 인기 제품은 철릭 원피스 종류(15만~20만원 선). 김 대표는 "철릭 원피스는 한복 고름에 해당하는 끈을 풀어 가을에 겉옷으로 걸치기에도 무난하고 다른 옷과 아울러 입어도 멋스럽다"고 했다. 신한복은 상의 8만~15만원, 하의 5만~10만원 선에 살 수 있다. 원할 경우 맞춤 제작 가능하다.

장안백화점 1층 47호 목화상회는 좀 더 저렴하게 신한복을 판다.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매장 밖 매대에 진열한 철릭 원피스는 8만원부터, 허리 치마는 5만~10만원 선이다. "40여 년 동안 한자리에서 한복집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주인 김옥자(71)씨는 "2~3년 전부터 신한복을 찾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 지금은 신한복 비율을 늘려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목화상회는 레이스 소재, 강렬한 색감의 한복이 많다. 유아 한복집을 운영하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몇 년 전부터 공연할 때 입는 무대 의상용 '특수 한복'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란다. 신한복 역시 자수, 무늬가 들어간 허리 치마나 반짝거리는 장식품을 덧댄 저고리 등 화려한 제품이 많다. 김씨는 무난하게 입으려면 깔끔한 철릭 원피스에 무늬가 있는 허리 치마를 두르는 스타일이 좋다고 추천했다.

개화기 한복에 가까운 신한복 디자인은 광장시장 1층 139호 꽃길걷는서울에 있다. 주인은 "무늬 없이 단순한 색상의 허리 치마에 꽃무늬 저고리를 입는 게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뉴트로 스타일"이라고 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좋아할 만한 좀 더 과감한 원단을 사용한 신한복도 갖췄다. 저고리와 허리 치마 한 벌에 14만원부터 18만원까지, 철릭 원피스는 10만원대다. 인근 부영사도 매대에서 허리 치마 4만원부터, 철릭 원피스 5만원부터 판매한다.

드레스 스타일 '웨딩 한복'까지 별별 한복

한복 패션 1번지 광장시장
광장시장 한복부 1층에 있는 웨딩 한복 전문점 ‘프린세스’. 결혼식뿐 아니라 한복을 색다르게 입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다.
'웨딩 한복'처럼 기존 전통 한복에 디자인에 변화를 주거나 장식을 가미해 드레스처럼 입는 한복도 있다. 호텔 웨딩이나 스몰 웨딩에서 종종 보았던 웨딩 한복도 뉴트로 열풍으로 점차 대중화하는 중. 대한직물 1층 76호에 있는 프린세스는 시장 내 유일한 드레스 스타일이 웨딩 한복 맞춤 전문 매장이다. 디자이너 이현우(37)씨는 "3년 전 문을 열었지만, 재작년부터 웨딩 한복 맞춤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신부가 아닌 사람도 즐겨 찾는다. 결혼식뿐 아니라 각종 행사 때 입거나 사진 촬영용으로 맞추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통 한복만 주로 입어오다 집안 잔치를 앞두고 좀 더 현대적으로 입어 보고 싶어 저고리만 맞췄다"는 손님 최영순(72)씨는 "새로 맞춘 저고리에 갖고 있던 치마를 입을 예정"이라고 했다. 최씨는 "한복 한 벌 대여 가격에 예쁜 저고리를 하나 맞췄다"며 좋아했다. 맞춤 저고리는 14만원부터 20만원대까지, 당의는 18만원부터 30만원대까지. 원단과 장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치마는 웨딩 드레스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비싸다고. 한 벌 기준 유아용은 25만~30만원, 성인용은 50만~60만원 선이다.

한복 정체성 우려 목소리

'디자인 한복'이 등장하며 맞춤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 한복부 쪽에선 우려 목소리도 들린다. "신한복 유행은 환영할 일이지만 전통 한복 맞춤 전문 시장으로 광장시장이 출발한 만큼 전통 한복의 정체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통 한복부 상인들 얘기. 광장시장 2층 별관 1188호에서 55년째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진선미주단 권동희(82)씨는 "단순히 멋내기용 한복으로는 자부심을 느끼기 어렵다"면서 "한국인이라면 평생에 한 번 정도는 자신에게 꼭 맞는 제대로 된 전통 한복을 갖춰 입어 보길 바란다"고 했다. 원단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지만, 전통 맞춤 한복도 광장시장 한복부에선 물 실크, 양감은 20만~25만원, 고급 원단은 35만~50만원 선에 맞춰 입을 수 있다(속치마, 속바지 등 제외).

오는 21~22일 종로구 일대에서 열리는 '2019 종로한복축제'에 이어 다음 달 4일 광장시장 주단한복부 2층에는 전통 한복을 알리기 위한 '한복체험관'이 개관한다. 맹영권(50) 광장시장 주단한복부 회장은 "약 200㎡(60여 평) 규모의 체험관에서 한복 체험뿐 아니라 한복 관련 소품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시장 한복부를 방문할 때 몇 가지 알고 가는 게 좋다. 한복시장으로 진입하기 쉬운 길은 '남1문'이다. 광장시장 도로변 주차 요금은 1시간에 6000원대, 인근 종묘 공영 주차장은 5분당 400원(다둥이카드 있으면 할인)이다. 매장별 상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추석 연휴 휴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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