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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난.생.처.음! 양양 서핑 도전기

by 白馬 2018. 7. 12.


서핑의 '서'자도 몰랐다. 바다와도 친분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 내가 친구들 손에 이끌려 난생처음 서핑을 하러 떠났다. 초보자도 의외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파도만 타는 게 아니라 파티도 벌인단다. 이곳에 넘쳐나는 젊음과 열정의 기운을 온 몸에 흠뻑 적시고 오잔다. 그렇게 조잘조잘 떠드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 순간 정말로 호기심이 생기고 말았다. '서핑메카' 양양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두 여자의 뒷모습 '바다야 내가 왔다!'

친구 따라 양양 가다

미치도록 뜨겁던 7월의 어느 주말, 우리는 양양으로 향했다. 동홍천~양양 구간을 통과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는 등 비극적인 후기가 나돌아 걱정했지만 도로 사정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도착한 곳은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죽도해변. 수많은 서핑샵과 음식점, 게스트하우스들이 이곳의 명성을 대변하는 듯 했다. 해변에도 서핑 강습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결국 차를 돌려 아랫동네인 갯마을해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왕초보인 내가 그런 곳에서 서핑을 배우다간 사고를 낼 게 분명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웠던 건 친구들에게도 비밀이다.

갯마을해변에 위치한 유일한 서핑샵 롱비치서프스쿨 갯마을해변에 위치한 유일한 서핑샵 '롱비치서프스쿨'.

갯마을해변은 하조대해변, 죽도해변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지도상으로 보면 강릉과 오히려 가깝다. 죽도해변보다 작아도 서핑을 위한 공간과 해수욕을 위한 공간이 나뉘어 있어 안전한데다 상대적으로 한적해 초보들이 접촉사고 걱정을 덜 수 있다. 부랴부랴 주차를 마치고 롱비치서프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었다. 롱비치서프스쿨은 갯마을해변의 하나뿐인 서핑샵 겸 게스트하우스다. 수수하고 단출한 첫인상에 걱정이 앞섰지만 초보 서퍼들이 행여 다칠까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언덕에서 수시로 점검을 하고 사진을 찍는 강사들의 행동에서 곧 신뢰감을 느꼈다.

보드위에 엎드려서 교육을 받고있다 보드위에 일어서서 타는법을 교육받고있다. 쌤 말씀을 잘 들어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안 생긴다. 자세 연습중인 강습 동기들 자세 연습중인 강습 동기들


난생 처음 서핑 도전

서핑샵에서 처음 할 일은 기초강습을 받는 것이다. 안내에 따라 웻수트(Wet Suit)로 갈아입은 후 마당과 해변에서 각각 30분씩 이론 강습과 기초자세 연습을 했다. 보드는 생각보다 크고 무거워 언제든 흉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물건을 한 몸처럼 다루려면 충분한 사전교육이 필수다. 강습의 핵심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① 이동할 땐 서핑보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릴 것.
: 서핑보드가 망가질 수 있다.
② 한 명의 서퍼가 하나의 파도를 탈 것.
: 충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③ 물에 빠졌다가 올라올 땐 머리를 보호할 것.
: 보드에 부딪히면 찰과상, 심하면 뇌진탕이 올 수 있다.
④ 이안류에 휩쓸려 먼 바다로 빨려나가면 사이드로 헤엄쳐 빠져나올 것.
: 직진으로 헤엄치면 이안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⑤ 서핑보드에서 바다로 직접 뛰어내리지 말 것.
: 물이라고 방심하다 발목을 접지를 수 있다.

보드를 머리에 이고 바다로 향하는 한 사람 보드가 생각보다 무거워 처음에는 주저앉고 말았다. 바다위에 보트를 띄워놓고 앉아있다. 바다위에 보트를 띄워놓고 위에서 엎드려 물장구를 치고있는 모습

평화롭게 물장구 칠 여유가 이때까지는 있었다.


이 수칙을 머릿속에 새기고 드디어 바다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발이 닿는 얕은 바다에서 파도를 느꼈다. 이날의 파도는 무릎~허벅지 높이로 잔잔했지만 어차피 초보들은 강사가 밀어주는 보드를 타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었다. 초보들에겐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나아가기에 큰 무리가 없고 파도를 탈 때 경사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허벅지~허리 정도의 파고가 적당하다고 한다.

교육생을 밀어주는 선생님 교육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 넘어지지마세요 라는 눈빛으로 교육생을 바라보는 선생님 걱정이 되는지 시선을 떼질 못하는 선생님

아기새를 떠나보내는 어미새의 눈빛이랄까?


강사가 서퍼들을 해변 쪽으로 힘껏 밀면 서퍼들은 엎드린 자세를 재빨리 바꿔 일어서는 연습을 한다. 총 3시간으로 예정된 강습 중 2시간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어땠는지 묻는다면 생각보다 쉬웠다고 답하겠다. 그러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은 조금 원망스러웠다. 엎드린 자세로 패들링 하는 것은 의지를 가지고 해내면 그만이었지만 출렁이는 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것은 단순노동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바다가 주는 타이밍, 강사의 센스, 나의 열의가 결합했을 때 비로소 그럴듯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평소에 스노우보드나 웨이크보드를 탔던 사람이라면 적응이 더 빠를 것이다.

서핑에 성공한 모습이다. 성공한듯했지만 바로 삐끗하면서 넘어지기 직전의 모습

야호~ 성공이다! / 어라??!!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튜브 없이는 물에 들어가지 않는 내가 과연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였다. 좋은 수트를 입으면 부력이 커진다고 하는데 렌탈족인 내게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렌탈 수트를 입고도 꽤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어떻게든 한 번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돼 있다. 그때 침착하게 보드를 잡으면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다. 보드를 놓쳤대도 몸에 힘을 빼고 머리를 위로 향하게 한 뒤 발을 개구리처럼 구르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 물론 초보자가 바다와 친해지기 전에 먼 바다로 나가는 일이 애초부터 없어야겠지만.

(꼬르륵) 출출함을 느끼며 생애 첫 서핑을 마무리했다.

파도가 좋은 날, 어느 고수의 서핑 파도가 좋은 날, 어느 고수의 서핑 <사진제공·롱비치서프스쿨>


서핑메카는 어떻게 탄생했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잖아. 그런데 왜 서핑 하면 양양이지?"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친구가 물었다. 누구도 물어본 적 없지만 한번쯤 의문을 가져볼만한 주제다. 사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지만 캘리포니아나 하와이처럼 질 좋은 파도를 보기 어렵다. 파도의 생성에는 기압, 바람, 지형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는데, 우리나라 위치상 이 에너지가 연안까지 100% 전달되기 힘들어서다.

서퍼들로 붐비는 죽도해수욕장 보드들

서퍼들로 붐비는 죽도해수욕장


양양 역시 동해안 여느 지역에 비해 파도가 유별나게 좋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곳이 서핑메카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서퍼들에 의해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양에서 가장 먼저 서퍼들이 모여든 곳은 기사문해변이다. 해수욕 인구에 밀려 갈 곳을 찾지 못한 서퍼들이 인적이 드물고 땅값이 저렴한 곳을 찾아 이곳에 일종의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양양은 속초와 강릉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던 곳이었고, 그중에서도 기사문해변은 낙산이나 하조대보다 해수욕 인구가 적었다. 방파제와 항구를 지척에 두어 여타 해변처럼 아늑한 맛은 없지만 새로운 도전에 목마른 서퍼들의 욕망을 채워주기에 알맞았던 것이다.

죽도해수욕장에서 유명한 '서프독' 핫도그 죽도해수욕장에서 유명한 '서프독' 핫도그. 물놀이에 지친 서퍼들의 일용한 양식이다.

죽도해변이 유명해진 건 소문을 듣고 몰려든 서퍼들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새로운 상권을 구축한 이후부터다. 이들은 어느새 죽도해변으로 대표되는 서핑메카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공유하며 양양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라고 갯마을해변에서 귀동냥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줬다.

해변 식당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불고기, 쌈채소, 맥주 등

바닷가에서 바비큐파티는 낭만 그 자체다.


바비큐파티로 체력 보충

날이 저물자 서피비치로 자리를 옮겼다. 바비큐로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서피비치는 예약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서핑 전용 프라이빗 비치다. 코로나 선셋바에서 칵테일, 모히또, 수제버거, 바비큐, 피자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해먹과 맥주바가 들어선 1km 길이의 이국적인 해변 역시 시설 이용자에 한해 출입권한이 주어진다. 밤에는 비치파티가 열리고 캠핑 카라반에 지친 몸을 뉘일 수 있으니 우리들의 무르익은 밤을 맡기기에 충분하다.

이국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서피비치. 서퍼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튜브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이국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서피비치. 서퍼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튜브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방전된 체력을 단번에 되찾아줄 무한리필 선셋바비큐에 큰 기대를 걸었다. 팔찌(예약손님이라는 표식)를 차고 주방에 가서 구워진 목살과 각종 야채를 받아왔다. 그동안의 갈증을 고려해 맥주도 여러 병 샀다. 친구들과 건배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신 뒤 파채에 버무린 두툼한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귓가에 흐르는 트로피컬 음악과 친구들의 수다, 필리핀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해변까지, 오늘 밤은 이 분위기에 한없이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차려진 테이블, 고기 한점씩 들고 앞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세여인 '바비큐 한 점 맛보고 가세요!'

완전히 어두워진 밤 9시부터는 메인무대에서 비치파티가 열렸다. 트로피컬에서 EDM으로 음악 장르가 바뀌면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스페셜게스트, DJ, 서퍼, 방문객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이다. 흡사 야외 클럽이다. 이 파티는 별도의 사전 예약 없이도 참여할 수 있으니 서핑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즐기면 좋다.

어디선가 개구리가 나타났다 어둠이 내린 식당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중인 세여인

어디선가 개구리가 나타났다 / 무르익는 우리들의 밤

여행정보

갯마을해변
  •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안남애길 8
  • 문의 : 033-670-2402
롱비치서프스쿨
  •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갯마을길 42-20
  • 문의 : 010-2331-7590
  • 기초강습료 : 70,000원
죽도해변
  •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88
  • 문의 : 033-670-2397(양양관광안내)
서피비치
  •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 508
  • 문의 : 033-672-0695
  • 해변이용시간 : 08:00 ~ 19:00 (일몰 시간에 따라 변경 가능)
  • 서핑체험 패키지: 75,000원(보드렌탈 포함)
  • 서핑보드렌탈권: 30,000원 (3시간 기준)
  • 비프&씨푸드 선셋바베큐 : 25,000원 (19:0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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