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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시즌 아웃도어 | 구곡빙폭 야간등반

by 白馬 2018. 3. 10.

 

클라이머의 열정이 별처럼 빛나는 밤의 구곡

 

 

 

칼산악회 고참 산꾼들이 펼치는 야간 빙벽등반의 묘미

협곡에 그늘이 짙어지며 조용히 냉기가 깔렸다. 온종일 빙벽에 매달렸던 사람들이 하나 둘 짐을 쌌다. 밤이 되면 찾아올 혹독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철수를 서둘렀다. 빙벽시즌이면 주말마다 반복되는 구곡폭포의 일상적인 풍경. 하지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어둠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적한 시간에 빙벽을 오르려는 ‘야간반’이 대기 중이었다.

 

 
 

밤이 되니 차가운 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하지만 ‘구곡빙폭’은 잠들 수 없었다. 야간반 등반이 시작되며 헤드램프 불빛이 빙벽 위에서 현란한 춤을 췄다. 어둠 속이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구곡빙폭’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클라이머들의 몸짓에 열정이 가득했다.


한밤중에 빙벽을 오르는 이들의 정체는 칼산악회 최경석(69) 회장과 김완주(64), 이섭(61), 서인성(44) 회원 그리고 한국산악회의 강원섭(67)씨 등 나이가 지긋한 산꾼들이었다. 이들은 매년 동계시즌 구곡폭포에서 야간 빙벽등반을 즐기며 특별한 겨울을 나고 있다. 칼산악회는 1958년 창설되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등반활동을 펼치고 있는 60년 역사의 전문등반클럽이다. ‘칼KAR’이란 산악회 이름은 ‘빙하의 계곡’이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야간등반의 매력에 빠져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이 낮에 빙벽등반 훈련을 하고 어두워지면 집이나 숙소로 돌아간다. 밤이 되면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시야도 좋지 않아 등반환경이 악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히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덕분에 야간반은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야간 빙벽등반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인공빙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간등반을 통제한다. 고난도 빙벽의 경우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설악산 등 국립공원 지역도 마찬가지다. 공원지역 밖의 자연빙장은 제약이 덜한 편이다. 그중 가장 접근이 편하고 등반성도 좋은 곳이 바로 강촌의 구곡폭포다.



칼산악회 김완주씨는 “인적이 끊어진 한밤의 빙벽은 무척 조용해서 마음먹고 등반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낙수도 줄어들고 얼음이 안정되며,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훈련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깜깜한 밤에 헤드램프의 불빛 하나에 의지해 등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조명이 닿는 곳만 보여 시야가 좁고 루트 파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낮에 비해 위급상황 대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에 자주 찾던 잘 아는 곳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오른다면 야간에도 큰 어려움 없이 등반이 가능하다.

 
 

사람 피해 밤에 빙벽 오르기 시작



이들이 야간 빙벽등반을 시작한 것은 2013년 겨울시즌부터다. 거창한 목표나 의도 따위는 없었다. 그저 주변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등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야간등반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들도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한낮에 등반을 즐겼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이 빙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늘 신경 쓰였다.



김 회장은 “안 그래도 복잡한데 영감님들까지 나와서 정신없다고 말하는 젊은 친구들의 뒷담화를 듣고 사실 화가 많이 났다”면서 “특별대우를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치 퇴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젊을 때부터 계속 해온 빙벽등반을 접을 수는 없었다. 대안이 필요했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빙장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등반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은 ‘구곡빙폭’에서 다른 팀이 모두 철수한 한밤중에 헤드램프를 켜고 빙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이들은 순식간에 야간 빙벽등반의 즐거움에 매료됐다. 춥고 어두운 환경이지만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다섯 시즌을 구곡에서 보내며 야간등반 노하우도 많이 쌓였다. 빙벽등반에 적합한 조명과 체온유지에 필요한 용품, 무선통신수단 등 맞춤형 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칼산악회 이섭씨는 “야간등반은 랜턴이 가장 중요한데, 회원들끼리 똑같은 것으로 맞춰서 사용하고 있다. 작업 현장에서 사용하던 저렴한 제품을 개조해 야간등반에 적합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곡폭포가 결빙되는 순간부터 등반이 불가능해지는 초봄까지 매주말 밤마다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고 있다. 물론 낮에는 다른 빙장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역시 제일 마음 편하고 즐거운 곳이 ‘구곡빙폭’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남은 빙벽시즌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구곡에서 보낼 예정이다.

 

 

■Information

구곡폭포


수도권 인근의 중급자용 자연 빙폭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봉화산 자락의 강촌유원지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의 구곡폭포는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클라이머들에겐 설악산 토왕폭으로 가는 관문으로 꼽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60m 높이로 제법 규모가 큰 자연 빙폭이라 설악산의 어려운 대형 빙폭을 오르려는 이들의 훈련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쉽지 않은 중상급자용 빙벽으로, 현재 안전 때문에 톱로핑 등반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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