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히비끼
명치유신 이후 일본은 탈아입구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다. 물질문명뿐 아니라 제도와 사상까지 유럽 것을 가져다 일본화 했다. 요즘 일식집 메뉴판에서도 일본화의 역동적 진행이 엿보인다. 어느 나라 어떤 식재료든 일본식 조리법에 대입하면 또 하나의 일식요리가 된다. 이런 방식은 19세기말 한 때의 현상이 아니라 일본문화의 본성 같다. 음식으로 일본문화를 분석한 책 [맛으로 본 일본]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저자는 일식의 특징을 ‘무엇’보다 ‘어떻게’를 중시한다고 봤다. 공감이 가는 얘기다. 서울 한남동 <히비끼>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일식을 느꼈다.
‘나도 일식!’ 타마고 가츠샌드와 양갈비 직화구이
<히비끼>는 특급 호텔급 일식을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일식집이다. 고정된 메뉴보다 손님 취향과 트렌드에 맞는 메뉴를 순발력 있게 제공한다. 매월 임직원과 셰프가 머리를 맞대고 메뉴 기획회의를 연다. 여기서 도출된 요리는 그 달의 메뉴로 확정되고 A4용지로 된 메뉴판에 이름을 올린다. 서류 파일 같은 메뉴판은 이 집 메뉴의 다양성과 가변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메뉴판만큼이나 내부 분위기도 캐주얼하다. 벽에는 팝 아트 작품들이 걸려있고 과도한 실내 장식도 없다.
타마고 가츠샌드(1만8000원)도 최근 손님들의 이목을 끄는 메뉴 네 가지 가운데 하나. 일본식 달걀말이와 바삭한 수제 돈가스가 폭신한 샌드위치 안에서 만났다.
달걀말이는 촉촉하고 부드럽다. 연한 단맛이 감돌면서 고소한 달걀의 풍미를 낸다. 타마고 가츠샌드의 핵심 재료는 역시 돈가스. 제주산 흑돼지에 고급 빵가루를 입혀 튀겼다. 엄선한 샌드위치를 빵집에서 통째로 가져와 주방에서 잘라 달걀말이와 돈가스를 감쌌다. 레이저 칼을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네모 반듯한 내용물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다소 두꺼운 느낌이 들지만 한 입에 깨물 정도의 두께다. 두툼하다 보니 내용물을 따로따로 먹는 손님이 있다. 그러나 제 맛을 느끼려면 입을 크게 벌려 한 입에 먹으라고 셰프가 귀띔한다. 샌드위치 내벽에 바른 소스, 얇게 저며 넣은 피클 덕분에 타마고 가츠샌드 맛이 더욱 풍부하다. 기린 생맥주 한 잔(1만원)을 곁들이면 뒷맛이 개운하다.
양갈비는 흔히 중국음식으로만 인식한다. 일식집에서 양갈비를 만날 줄 몰랐다. 이 집에는 양갈비 직화구이(3만5000원)를 저녁메뉴로 판매한다. 뉴질랜드산 높은 등급의 양 등갈비를 직화로 빠르게 구워 육즙을 보존했다. 큼직한 갈비 두 쪽을 먹기 좋게 잘라서 내온다. 이 부분이 꼬치에 꿴 생갈비를 즉석에서 구워먹는 중국식과 다른 점이다.
시치미를 뿌린 쯔란과 카레 소금, 두 가지 양념에 찍어 먹는다. 간장 소스로 재워 구웠는데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일본식 간장소스 맛에서 일식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사케 안주로 잘 어울린다. 하우스 사케(구보다 센쥬)가 한 도쿠리에 3만5000원이다.
서양 커틀렛과 빵을 들여와 돈가스와 단팥빵으로 만들어 내는 게 일본사람들이다. 일식의 간판 격인 스시도 동아시아에 넓게 분포했던 곡류발효 생선이 그 원형이다. 익힌 곡식을 생선 속에 넣어 삭힌 음식이 그 조상인 것. 발효 매개체인 곡식을 삽입해 생선에서 쿰쿰한 냄새가 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을 짧게 단축한 형태가 현대 스시다.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짜고(?) 발효가 된 시큼한 맛을 식초로 대신 한 것이다.
지라시즈시(散らし寿司)는 스시의 일종이다. 양념하고 간을 맞춘 밥 위에 각종 생선회를 얹어 마치 덮밥 같다. 겉의 생선회를 네타로 삼고 속의 양념밥을 샤리 삼아 스시처럼 싸서 먹는다.
<히비끼>에는 지라시스시(3만원)가 있다. 밥은 표고조림과 단무지를 아주 작은 입자로 잘라 넣고, 식초와 참깨 등 양념으로 맛을 냈다. 네타에 해당하는 생선회로는 광어, 참치의 등살과 뱃살, 도미, 아나고, 방어, 단새우, 성게알, 연어알 등을 얹었다. 혹시 선호하지 않는 생선이 있을 경우, 미리 주방에 얘기해두면 다른 생선회로 교체해준다.
도미 광어 참치 방어 등의 스시는 물론, 훈향 짙은 소고기 갈비 직화구이도 섭섭지 않을 만큼 제공한다. 새우 고구마 표고버섯 튀김에 삼치조림이 나온다. 오징어젓갈과 멍게 초회도 별미. 원하면 우동(5000원)을 추가할 수 있다. 비즈니스맨이나 데이트 하러 나온 연인들이 즐겨 먹는다.
<히비끼>는 향후 1만3000원 대의 오므라이스나 돈부리 등도 점심메뉴로 내놓을 예정이다. 모든 메뉴는 포장 판매 가능하다. 홀 안쪽에 20인 정도의 소모임을 진행할 공간도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0길 47-9 리버클레식 2층 02-626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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