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생활

동장군 맞설 가성비 높은 모츠나베와 스키야키 국물

by 白馬 2017. 12. 23.

[맛난 집 맛난 얘기] <호천당>청담점

어느새 동짓달이다. 해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찬바람이 뼈로 스민다. 따뜻함이 절로 간절해지는 시간. 우리 뇌는 뜨거운 국물들을 조건반사처럼 떠올린다. 대표적인 음식이 스키야키와 모츠나베다. 그럴 때면 조금 불편한 마음도 든다. 그건 새봄에 벚꽃을 반기면서도 마음 한켠에 그늘이 졌던 느낌과 비슷하다. 일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벚꽃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스키야키와 모츠나베도 마찬가지. 우리가 경계할 것은 일본의 국가 이기주의와 군국주의이지 일본문화는 아닐 것이다.

한우 1++로 끓여 가성비 높은 관서식 스키야키

일본에서 스키야키가 생긴 건 겨우 1세기 조금 넘는다. 메이지 유신 전까지는 일본인들이 먹지 않았던 소고기가 일본 간장을 만나 탄생한 일본식 불고기 전골이다. 양념에 잰 우리 불고기는 원육 맛이 가려지는 점이 살짝 아쉽다. 반면 스키야키는 간장소스로 즉석에서 고기를 익혀 먹어 원육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각종 채소에서 우러난 싱싱한 단맛이 뜨끈한 국물이 되어 언 몸으로 흘러 들어올 때의 쾌미 또한 매력적이다.

스키야키를 제대로 만들려면 원가가 올라간다. 맛이야 좋지만 가격 때문에 스키야키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스키야키는 일본에서도 식당보다 집에서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해먹는 가정식 느낌이 강하다. 서울 <호천당> 청담점은 한우 1++ 목심(130g)으로 만든 가성비 높은 스키야키(2만5000원)를 판매한다.

샤브샤브처럼 중간에 육수 붓고 내용물을 데쳐먹는 관동식과 달리 처음부터 간장소스와 시로다시(흰육수)에 내용물을 끓여서 먹는 관서식 스키야키에 가깝다. 청경채, 배추, 쑥갓 등 신선한 녹색채소들의 풋풋한 향이 먼저 다가온다. 표고, 팽이, 새송이 등 버섯들은 국물의 감칠맛을 더욱 끌어올린다. 새우와 닭고기도 들어갔다.

스키야키가 끓으면 내용물들을 먼저 건져먹는다. 무엇보다 한겨울에 각종 채소를 충분히 맛볼 수 있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우리 불고기와는 또 다른 스키야키의 순한 고기 맛도 나쁘지 않다. 언 몸을 확실히 풀어주는 국물은 스키야키 먹는 큰 즐거움이다. 채소 우러난 달큰한 국물이 맑고 가볍다.

내용물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우동사리(3000원)를 넣고 끓여 먹는다. ‘육 해 공’ 재료들의 진액을 흠뻑 머금은 굵은 우동면은 탄력도 좋다. 우동 대신 볶음밥(3000원)으로 볶아 먹어도 별미다. 채소를 더 맛보고 싶으면 채소 사리(4000원) 추가도 가능하다.

한우 대창으로 끓여낸 모츠나베 국물에 사케 한 잔!

스키야키와 함께 겨울철 ‘혀 친화적’인 국물 음식이 모츠나베(1만6000원). 우리의 곱창전골과 비슷한 일본식 대창전골이다. 이 집은 후쿠오카식으로 한우 대창을 1인분에 200g씩 넣었다. 주인장이 직접 일본 후쿠오카의 ‘나카무라 아카데미’에 가서 배워왔다고 한다. 주인장은 “일본의 모츠나베를 적당히 흉내 낸 것이 아니라 후쿠오카 정통 스타일로 조리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모츠나베는 간장 베이스나 된장 베이스 두 가지로 조리한다. 된장 베이스는 다소 느끼한 맛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 이 집도 깔끔한 맛의 간장 베이스로 맛을 냈다. 일본산 간장과 다시마 멸치 각종 채소로 국물을 낸 시로다시(흰육수)에 부추, 표고버섯, 곤약, 두부, 대창, 양배추, 우엉을 넣었다. 대창은 우유에 한참 재두었다가 건져 잡내를 빼고 육질을 부드럽게 했다.

보글보글 끓으면 대창 기름이 고소하게 국물에 녹아 들어간다. 여기에 채소들에서 우러난 단맛과 우엉 향기가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춘다. 특히 우엉 향은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내용물을 다 먹고 나면 짬뽕면 사리를 끓여먹는다. 밥을 넣어 죽처럼 끓여서 먹기도 한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는 모츠나베 국물에 사케 한 잔 곁들이면 제격이다. 리필한 육수가 다시 끓어오른다. 어둠 깔린 창 밖의 얼어붙은 한겨울 저녁 풍경이 두렵지 않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152길 16, 02-544-0779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