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동선 봉화 승부역~울진군 서면 전곡리 넓재 7.7km
경북 울진군은 전체 면적의 85%가량이 크고 작은 산들로 이뤄져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군의 동쪽 끝 전체는 동해바다와 맞닿아 있다. 바다에서는 대게가 많이 잡혀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내륙의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인들은 흥부장이나 죽변장 등에서 건어물과 소금, 젓갈 따위를 구입해 봉화, 영주, 안동장에 내다 팔았다. 되돌아오는 길엔 내륙의 곡물, 비단, 담배 등을 들여왔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바닷가와 내륙을 잇는 수십 갈래의 산길이 만들어졌고 이는 현대에 들어 ‘낙동정맥 트레일’이란 이름의 걷기길로 개발되었다.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 구간은 3개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1구간은 승부역~서면 전곡리 넓재까지 7.7km, 2구간은 넓재~금강송 숲길~서면 쌍전리까지 13.1km, 3구간은 쌍전리~심미골~봉화군 소천면 남회룡 사이 10.4km를 잇는다.
울진 구간은 환상선 눈꽃열차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승부역을 둘러본 뒤, 울진의 금강송 숲을 호젓함 속에 원 없이 밟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코스 전체가 울진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들을 통과하는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시작지점인 승부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탄광지대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갔다. 그러나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화물과 소화물 취급이 중단되었고 1997년에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승부역에 다시 사람이 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무렵부터다.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고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운행하면서 승부역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좋은 오지역으로 손꼽힌다.
1구간 들머리는 분천역 방향으로 플랫폼을 따르다 왼쪽으로 열려 있다. 갈대가 무성한 비포장도로를 걷노라면 가을의 낭만이 가득 물든다. 도중에 200m 남짓한 구간은 커다란 바위들을 오르내려야 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은 울진, 오른쪽은 봉화 땅이다. 40분가량 물길을 따라 걷다가 계곡을 만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고개 너머 전곡리 사람들은 이 길을 ‘벼리길’이라 불렀다. ‘벼리’란 벼랑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으로 워낙 길이 험해 붙은 이름이다. 주민들은 기차를 이용하려면 벼리길을 넘어 승부역을 오가야 했다.
숲길에 접어들면 금강송과 낙엽송, 자작나무 등이 번갈아 인사를 건넨다. 녹색 이끼들이 선명한 오솔길은 찾는 이들이 거의 없음을 말해 준다. 산길은 계곡 물길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산길은 조금씩 높이를 더하다 송이등재라는 고개에 이르러 전곡리로 내려선다. 무너진 돌담이 있는 곳은 옛 화전민들의 집터다. 1960년 초반에는 35여 가구의 화전농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집터 외에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화전민들이 이곳을 떠난 것은 그들이 경작하던 대마를 단속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1968년 10월 30일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이 일어나 화전민들의 주거지가 간첩활동의 근거지가 된다는 이유로 강제 소개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화전민들이 쓰던 살림도구들만이 그때의 모습을 기억케 한다.
전곡리가 가까워지면 잘 조림된 낙엽송 군락지가 길손들을 배웅한다. 전곡리는 일제강점기 때 금강송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이웃한 소광리와 달리 낙동강 물길을 이용한 원목 반출이 용이했던 탓이다. 그 결과 풍부했던 금강송 자원 수는 줄어들었다. 전곡리 모처에는 당시 일본인들이 설치해 사용한 레일의 흔적이 지금껏 남아 있다.
전곡리 이전까지의 길이 숲길이었다면 이후로는 줄곧 임도를 따르게 된다. 트레일은 산 아래 첫 민가 앞마당을 지나 한동안 농로로 이어진다. 승부역에서 출발해 전곡리 넓재까지 7.7km에 약 3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교통
승부역까지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와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를 타고 갈 수 있다. 서울역에서 매일 오전 8시 20분 출발해 제천역을 지나 중부내륙 구간을 순환하므로 승부역에서 내리면 된다(13:36 도착). 철암, 분천역에서 V-트레인으로 갈아타고 승부역으로 갈 수도 있다. 요금 4만1,500원. O-트레인 탑승권을 이용하면 정해진 일자 동안 중앙선·영동선·태백선·충북선·경북선 등 중부내륙을 운행하는 일반 열차를 탈 수 있다. 1일권 5만4,700원, 2일권 6만6,100원, 7일권 12만3,100원. V-트레인은 하루 4회(분천역 기준 10:20, 13:15, 13:50, 16:48 출발) 운행. O-트레인 탑승권 패스로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협곡열차만 이용할 경우에는 분천~철암 8,400원, 영주~철암 1만1,700원.
문의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숙박
승부역 근처에는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당일에 걷기를 끝내고 봉화나 울진, 태백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1구간 종점인 전곡리 전내마을에 ‘아이엠유 펜션(054-781-2400, www.imupension.com)’이 한 곳 있다. 4인실 1개, 2인실 2개 방이 있다. 요금 4인실 비수기 주말 기준 13만 원, 2인실 10만 원.
만약 전체 코스를 다 밟아볼 요량이라면 산에서 1박 이상을 염두에 둔 백패킹도 추천할 만하다. 승부역에서 전곡리까지 3시간 남짓한 구간은 하루 코스로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다. 그렇다고 넓재를 넘어 2코스 종착점인 쌍전리까지 가기엔 거리가 20km로 다소 부담스럽다. 야영지로는 텐트를 설치할 공간이 넉넉하고, 식수도 구할 수 있는 넓재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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