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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by 白馬 2017. 10. 18.

토종 홍합, 섭 제철… '바다의 인삼' 해삼 통통하게 살 올라
삼치 낚시해 즉석에서 회 떠먹는 맛 최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 퇴근하다 보면 문득 길가에 있는 포장마차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서일 수도 있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차가워진 마음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더해 줄 정겨움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다.

요즘은 포장마차가 많이 사라졌고, 있더라도 더 이상 예전의 사람 냄새나는 곳이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따끈한 홍합탕 안주와 소주 한 잔은 지금도 마음속 온기를 채워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전복보다 귀한 토종 ‘섭’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토종 홍합인 섭(왼쪽)은 진주담치(윗쪽 사진)에 비해 훨씬 크고 껍데기도 투박하다. (아랫쪽 사진) 생긴 것이 오묘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해삼.
지금부터는 홍합이 제철이다. 사시사철 흔하게 먹는 것이 홍합이라지만 옛날에는 전복, 해삼보다 더 귀한 것이 홍합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홍합은 우리나라 토종 홍합, 섭이다.

요즘 먹는 홍합은 엄밀히 따져 홍합이 아니다. 그것들은 외래종인 진주담치(지중해담치)로 외국배가 왕래하면서 따라 들어온 것들이다. 우리나라 토종 홍합은 ‘참담치’이며, 영남지방에서는 합자·열합이라 부르고, 강원도 쪽에서는 섭이라 부른다. 섭은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 주어 중국에서는 일명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도 부른다.

홍합 속살의 오묘한 생김새 때문에 홍합은 여성의 생식기를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적 단어로 쓰이기도 했다. 몸 파는 여자를 비하하는 ‘길에 떨어진 홍합에 임자 있나?’라는 속담도 이런 맥락이다.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싱싱한 미역에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삼과 고소한 성게알을 올려 싸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10년 넘게 자라 어른 손바닥만 한 자연산 섭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은 감히 진주담치와 비교를 거부한다. 섭 껍데기는 전복 껍데기처럼 매우 단단하며 양식이 되지 않아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 따와야 한다. 크기도 크기지만 속살의 씨알도 비교불가다.

섭은 우리나라 바다 전역에서 잡히지만 수온이 차고 갯벌이 없는 동해안의 것을 최고로 친다. 특히 바다 속 5m 이내에서 사는 섭이 가장 중하다. 이 정도 깊이에서 사는 섭은 파도가 치면서 발생시키는 기포를 맞고 자라는 덕분에 속살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진주담치라 해서 섭에 비해 맛이 없는 건 아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서는 이 진주담치가 고급 해물요리에 많이 쓰인다. 비싼 섭에 비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서민 조개’로서의 장점이다.

‘홍합’은 속살이 붉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붉은 속살을 가진 홍합은 암컷이고 흰 살을 가진 것은 수컷이다. 맛은 암컷이 더 좋다. 특이한 것은 홍합은 수컷으로 태어나 암컷으로 ‘성 전환’을 한다는 것이다.

홍합은 날이 추울수록 맛있다. 겨울철 동해안 속초나 양양 등 영동지방과 울릉도 등 바다를 앞둔 지역에서는 자연산 섭에 칼칼한 고추장을 풀어 부추, 미나리 등과 함께 넣어 섭죽으로 먹는다. 이 섭죽은 겨울 보양식은 물론,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섭장칼국수는 홍합을 넣은 국물에 칼국수를 삶고 고추장이나 된장을 풀어 걸쭉하고 얼큰하게 끓인다.

울릉도에선 섭을 잘게 썰어 홍합밥을 지어 먹는다. 멥쌀과 찹쌀을 절반씩 섞어 물에 불린 다음 홍합살을 잘라 넣고 간장과 들기름을 두른 후 압력솥으로 30분 이상 쪄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은 밥에 양념장을 뿌리고 김가루를 넣어 비벼 먹으면 고슬고슬한 밥알과 쫄깃한 홍합살이 맛있게 씹힌다.

홍합은 우리나라에서 서민음식 재료이기도 하지만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고급 요리 재료로도 쓰인다. 와인은 홍합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깊은 맛을 더욱 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치즈나 크림을 넣어 홍합의 풍미를 살리면 고급 레스토랑 요리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식 홍합찜은 진한 크림소스를 사용하고, 이탈리아식 홍합찜은 칼칼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홍합 요리로 가장 유명한 벨기에는 여러 가지 채소와 화이트와인을 사용해 홍합찜을 만든다.

못생겼지만 귀한 대접 받는 해삼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커다란 섭을 썰어 넣고 얼큰하게 끓인 섭죽. 보양식은 물론, 해장국으로도 제격이다.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해삼海蔘도 제철을 맞았다. 해삼은 5억 년 전 지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금까지 생김새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원시 생물인 질긴 생명력으로 유명하다. 해삼의 몸을 자르면 그 자른 부위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다시 자라난다. 즉, 한 마리의 해삼을 세 부분으로 자르면 세 마리의 해삼이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외부환경에 맞춰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괴기한 생김새 때문에 해삼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해산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해삼이란 이름에 대해서 조선시대 3대 어보魚譜이자,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전어지佃漁志>에는 ‘약효가 인삼에 필적한다 하여 바다의 인삼이란 뜻으로 붙여졌다’고 쓰여 있다. 일본에서는 밤에 바다 속에서 은밀하게 다니는 것이 쥐와 같다고 해 ‘바다의 쥐海鼠’라는 뜻의 나마코なまこ라고 부른다.

이름이야 어쨌든 해삼은 어느 곳에서나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해삼은 전복, 홍합과 함께 삼화三貨라 한다’고 해 그 값어치를 높이 샀다. 중국에는 ‘남삼여포男蔘女鮑’란 말이 있는데, 이는 남자에게는 해삼, 여자에게는 전복이 좋다는 뜻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해삼이 흔하게 잡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해삼과 멍게를 싸게 즐겨 먹었다. 지금도 해삼은 회를 시키면 나오는 곁들이 음식으로 흔하게 먹을 수 있다.

해삼은 여름에는 알을 낳은 뒤 오랜 시간 잠에 빠져들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가을 즈음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제주도에는 ‘4월에 잡은 미는 사돈집에 갖고 간다’는 속담이 있다. ‘미’는 해삼의 제주도 방언인데, 음력 4월이 되면 해삼을 구할 길이 없어 사돈댁에나 들고 갈 만한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삼을 가로로 뭉텅뭉텅 썰어 회로 먹는 것을 가장 즐긴다. 살이 미끄럽지만 입안에서 오독하게 씹히는 식감과 담백한 맛이 술안주로 제격이다. 해삼 표면의 미끈거리는 성분은 ‘알긴산’이다. 알긴산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미역이나 다시마의 미끈거리는 성분이다. 알긴산은 변비를 개선하고 장내 환경을 이롭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해삼의 특이한 식감은 해삼이 극피동물이기 때문이다. 두꺼운 근육 속에 석회질의 작은 골편(뼈조각)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것이 극피이다. 해삼 한 마리에는 0.1mm의 골편이 무려 2,000만 개 정도 있다. 불가사리나 성게도 극피동물이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해삼은 홍해삼, 청해삼, 흑해삼으로 나뉘는데 이는 좋아하는 먹이와 서식처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홍조류를 주로 먹는 해삼은 붉은색(홍해삼)을 띤다. 암녹색이거나 검은색이 감돌면 뻘해삼(청해삼·흑해삼)이라 한다. 이 셋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홍해삼이고, 홍해삼으로 유명한 곳은 제주도와 울릉도다.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아귀찜처럼 볶아 내는 섭 무침은 술안주로 최고다.
제주도에서는 홍해삼을 잘게 썰어서 오이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냉국으로 먹는다.

시원한 국물에 오독오독 씹히는 해삼 맛이 일품이다. 샤브샤브처럼 해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여러 가지 채소와 곁들여 먹는 홍해삼토렴도 제주의 전통음식이다. 홍해삼토렴은 썬 해삼을 물에 살짝 데치고 참기름에 무친 후 무를 갈아 넣고 간장양념을 부어 비벼 먹는다.

개성지방에서는 아예 ‘홍해삼’이란 요리가 있었다. 이 요리는 홍합과 해삼을 같이 넣어 조리하는 이바지 음식이다. 홍합이 ‘동해여인’이라면 해삼은 해남자海男子, 즉 ‘바다 사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홍합은 여성, 해삼은 남성을 상징해 결혼식 폐백상과 잔칫상에 올랐다. 해삼을 말려 부친 해삼전은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이다. 해삼전을 닭육수에 넣고 끓인 해삼탕도 궁중요리의 한 가지다.

해삼은 생물로 먹었을 때보다 말렸을 때 무기질이 최대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찍이 중국인들은 건해삼을 좋아했고 각종 요리에 건해삼을 넣었다. 요즘도 일본 북해도나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아 말린 해삼은 최고급 요리 재료에 속한다. 전복보다 비쌀 뿐 아니라 고급 요리의 대명사인 상어지느러미(샥스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해삼은 가시가 고르게 많이 돋아 있으며 울퉁불퉁한 것이 좋다. 또 썰었을 때 육질이 딱딱한 것이 신선하다. 살이 늘어지거나 물이 생기거나 냄새가 나면 상한 것이기 십상이다. 표면이 너무 매끈한 것은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이다.

해삼은 살아 있는 것을 요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씻어 랩으로 싸 0℃ 이하에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배를 가를 때 나오는 노란 실 같은 것은 해삼이 공격당할 때 버리는 내장이다. 일본말로는 ‘고노와다このわた’라 부르는데, 향과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아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대삼치 낚시 제철, 회는 참치에 버금가는 맛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고등어과 생선인 삼치는 등 푸른 생선 중 가장 비린내가 적고 살이 부드럽다. 동인천 삼치거리의 대표 메뉴인 ‘반반삼치’.
삼치도 10월 즈음부터가 제철이다. 삼치는 고등어과 생선이다. 몸길이는  1m 전후인데 ‘망어亡魚’ 또는 마교馬鮫라 부르기도 한다. 남해 지방에서는 작은 삼치를 ‘고시’라고 부른다.

삼치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가 재미있다. 조선 중기에 새로 부임한 전라도 관찰사가 관내 초도순시를 하던 중 한 어촌 마을에 들렸다. 고을 원님은 그곳에서 잡힌 이름 없는 생선회를 관찰사에게 대접했고 관찰사는 그 맛에 푹 빠졌다.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울릉도 별미 홍합밥. 간장과 들기름을 둘러 압력솥으로 쪄낸다.
관찰사는 자신만 이 맛있는 생선을 먹는 것이 임금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그 생선을 한양의 임금에게 올려 보냈다. 며칠 지나 생선을 받아본 임금이 맛을 봤지만 그 생선은 이미 상해 맛이 이상했다. 화가 난 임금은 관찰사를 파직시키고 말았다.

상을 받을 줄 알았던 관찰사는 파직 소식을 듣고 “이 생선 때문에 내가 망했으니 이 생선은 그야말로 망할 놈의 생선이구나!”하고 한탄했다. 이때부터 이 물고기는 ‘망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망어’가 뒤에 음이 변해 ‘마어’로 불리면서 한자어로 ‘삼 마麻’자에 ‘고기 어魚’자를 붙였다. 이는 다시 ‘麻’의 우리말 ‘삼’에 어류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붙어 삼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설說’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름에 ‘망하다’란 뜻이 들어가다 보니 사대부들은 삼치를 잘 먹지 않았고 관혼상제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높은 인기와는 달리 과거에는 본의 아니게 ‘비운의 생선’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삼치는 4~5월에 산란을 하고 여름에 살을 찌운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삼치는 전남 완도, 고흥 외나로도 부근, 여수 거문도 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잡히는 것들 중 80%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20% 정도만 국내에서 팔리는데 그나마도 크기가 작은 ‘고시’가 대부분이라 도시에서 제대로 된 큰 삼치를 맛보기는 쉽지 않다.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신선할 때는 부드럽고 찰진 육질과 맛을 자랑하지만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이내 죽어버리고 쉽게 상해 내륙 지방에서는 주로 구워 먹거나 조려 먹는다. 삼치는 등푸른 생선 중에서 비린내가 가장 적은 생선이라 남녀노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삼치는 손맛 좋은 낚시 어종으로도 인기가 좋다. 삼치 중에서도 크기가 큰 대삼치는 9월 초부터 동해 경주 앞바다에서 시즌이 시작되어 10월경에는 포항 앞바다에서 절정을 이루고 11월경에는 다시 경주로 이어진다. 작은 삼치들은 남해와 서해에서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잡은 대삼치는 바로 회를 떠먹을 수 있으며 그 맛은 참치에 버금간다고 한다.

[집에서 만드는 홍합·삼치 요리]

토마토소스 홍합찜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 재료(2인분 기준) 홍합 1kg, 양파 1개, 토마토소스 400㎖, 베트남건고추(청양고추), 다진마늘 1큰술, 올리브유 1큰술, 화이트와인 200㎖, 소금, 후춧가루, 파슬리가루 약간씩

· 만드는 법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양파, 송송 썬 베트남건고추(청양고추)를 넣고 볶는다.

2 토마토소스를 부어 한 번 더 볶아 준다. 생 토마토 껍질을 벗겨서 썰어 넣어도 된다.

3 볶은 소스에 물에 씻어 손질한 홍합을 넣는다.

4 화이트와인 한 컵을 넣고 잘 섞어준 후 뚜껑을 덮고 익힌다. 화이트와인 대신 정종이나 청주를 넣어도 된다.

5 홍합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후춧가루와 파슬리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삼치 스테이크

[미식기행 | 홍합·해삼·삼치]

· 재료(1인분 기준) 삼치 반 마리, 맛술 1큰술, 버터 2큰술, 소금·후추 약간, 소스(간장 2큰술, 맛술 2큰술, 물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레몬 반 개, 쪽파 1개

· 만드는 법

1 손질한 삼치를 종이에 싸 물기를 제거하고 맛술과 소금, 후추를 뿌려 밑간 한다.

2 소스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팬에 버터를 넣어 녹이고 삼치 껍질이 밑으로 향하게 넣어 약불에 익힌다.

4 삼치 위에 버터를 올리고 얇게 자른 레몬을 올리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밑이 익으면 뒤집어 익힌다.

5 생선에 소스를 끼얹어 살짝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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