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거주기간은 1%도 안돼… 아직 적응 못해 스트레스·우울증·피부염 발병
매년 봄만 되면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이다. 올해는 유독 예년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인간의 환경훼손에 대한 환경의 역습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급격한 도시화로 엄청난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인간은 원래 숲 속에서 살았다. 도시에서 생활한 기간은 인류전체 기간과 비교하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사바나이론(Savana theory)’이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은 약 700만 년 전부터 숲에서 수렵과 채취생활로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탈출한 시기가 대략 1만년에서 5,000년 전부터라고 추정한다. 농경과 축산을 통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식량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숲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결국 인류역사의 99.9% 이상을 수렵과 채취를 한 숲속에서 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인류가 숲에서 나와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의 산물들이다.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류역사의 1%도 채 안 되는 1만 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데 너무 짧은 시간이다. 우리의 육체·심리적 유전요인은 1만 년 이전 숲에서 살았던 조상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 환경의 변화는 너무 급속해서 도저히 인간의 육체와 심리적, 그리고 유전적 변이까지 발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뇌는 인류 초창기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개체와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이 바로 ‘사바나이론’이다.
소리 없는 환경의 역습으로 곳곳서 아우성
만성 환경성 질환자가 세계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 스트레스·우울증·아토피피부염·고혈압·주의력결핍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환자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숲에서 뛰쳐나온 인간이 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진통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환경훼손에 대한 ‘소리 없는 환경의 역습’이다.
산림치유(Forest Healing)란 무엇인가? 그 개념부터 먼저 밝혀보자. 산림치유는 산림이 가진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서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휴식기능보다는 치유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산림휴양과 차이가 있고, 삼림욕보다는 한 단계 더 발전된 개념이다.
산림의 환경요소는 경관과 소리, 음이온, 향기, 온도, 습도, 광선, 먹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이 숲길을 걷거나 삼림욕을 하면서 이 요소들을 오감을 통해 느끼거나 받아들인다. 그러면 신체는 쾌적감과 면역력 향상, 그리고 건강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숲 속에 있는 피톤치드는 주성분이 테르펜(Terpens)이라는 유기화합물로서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시킨다. 음이온은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음이온은 산림이 호흡작용을 하거나 산림 내 토양의 증산작용, 계곡 또는 폭포주변과 같은 쾌적한 자연환경에 훨씬 많은 양이 분포한다. 또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준다.
더욱이 산림을 이루는 아름다운 숲의 색깔인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산림의 계절감은 인간의 주의력을 자연스럽게 집중시켜 피로감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 산림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인간을 편안하게 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음(White sound)의 특성을 가진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산림소리는 인간 신체에 가장 안정감을 주는 소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숲속에서 부는 바람과 나뭇잎·계곡물소리 등은 쾌적감과 평안함을 제공한다.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햇빛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세포의 분화를 돕는 비타민D 합성에 필수적이다. 산림에서는 도심보다 피부암, 백내장과 면역학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차단효과가 뛰어나 오랜 시간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넓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숲속을 거니는 행위만으로도 스트레스나 우울증·고혈압·아토피·주의력결핍 등의 질환예방과 치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결과 증명됐다.
산림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이미 1800년대 중반부터 숲과 온천 중심의 자연치유를 활성화하고, 이를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과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국가프로젝트로 숲의 건강효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이미 삼림테라피기지를 42개소나 조성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삼림테라피기지에서는 음식요법과 호흡법, 걷기요법 등의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산림산책만으로도 쾌적감·면역력 향상
그러면 어떤 산림효과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숲길 산책은 인지력을 향상시킨다. 숲길 2km를 걸었을 때 인간의 기분 중 긴장, 우울, 분노, 피로, 혼란의 부정적 감정은 감소하고, 지식의 획득 및 사용방법인 인지능력은 매우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숲을 바라만 봐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숲이 포함된 경관에서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가했으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회복하는 환경으로 인지했다. 또한 숲이 포함된 경관에서 긍정적 감정이 증가하고 부정적 감정은 감소했다.
셋째, 숲에서의 운동이 실내에서보다 훨씬 효율이 있었다. 숲과 실내에서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10주간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실행한 결과, 숲에서 운동한 집단에서 혈관질환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중성지방 글루코스가 감소했으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C와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효소(SOD), 면역력 향상 및 항암을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은 증가했다.
넷째, 숲태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12주에서 30주 이하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숲태교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임산부의 정서가 안정됐으며, 모성정체성도 크게 증가했다. 숲태교 프로그램을 경험한 10~30대 미혼모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감소했으며, 자아존중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곱째, 알코올의존자들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한 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수용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덟째, 중년남성은 협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였다.
자연과 접촉환경 만들면 정서·인지·신체능력 향상
우리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아직도 숲과의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생활에 맞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의 근원적인 바탕이 현재 도시 생활에 부적합하기에 일어나는 갈등이다. 이러한 현상을 하버드대학의 월슨(Wilson, Edward) 교수는 ‘바이오필리아(Bio philia, 일명 생명사랑)’ 가설로 설명했고,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브로드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로 표현했다. 바이오필리아 가설은 인간이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정서, 인지, 신체적으로 달라져 학습이나 치료, 정신집중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테크노스트레스는 인간이 첨단기술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겪는 그런 스트레스다.
현재 정부는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제도를 실시하는 등 산림치유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재 10여 개소에 불과한 산림치유공간도 2050년쯤에는 100개소를 늘릴 계획이다. 오는 8월 영주에서 개원하는 국립 산림치유원도 그 일환으로 건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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