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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섬여행 | 대난지도 둘레길+일출·일몰 야영

by 白馬 2017. 9. 28.

 

우리들만의 해변, 우리들만의 붉은 노을, “이거 실화냐?”

 

 

100m 내외 봉우리, 해변, 마을 연결하는 대난지도 둘레길 약 12km
난지도해수욕장 야영하며 보는 일몰 최고… 은개해변에선 일출

극심한 피서철이었다. 어딜 가나 인파로 북적이는 여름의 피크였다. 아무리 취재라도 어디 한적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korkim’ 김규대 대장이 봄부터 가자고 했던 대난지도가 떠올랐다. 여의도 두 배만 한, 육지와 가까운 섬이지만 비교적 한가롭게 산행도 하고 일몰·일출도 보며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했다. 드디어 아껴두었던 사탕을 까먹을 때가 온 것 같았다. 바로 짐을 챙겨 도비도항으로 향했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난지도리에 속한 대난지도는 도비도항에서 30분만 배를 타면 닿는다. 이렇게 육지와 가까우니 피서철엔 사람들로 들끓을 듯도 한데 선착장에 도착하니 의외로 조용하다.

“난지도해수욕장이 유명해서 사람이 많이 오는 편인데 올해는 좀 한가하네요. 당진시에는 왜목마을해수욕장과 여기 난지도해수욕장 딱 두 군데의 해수욕장밖에 없어요. 난초와 지초가 많아 난지도蘭芝島인데요, 고운 모래 해변과 해당화가 유명해요. 행정자치부 선정 ‘전국 10대 명품섬’이자 올해의 ‘찾아가고 싶은 33섬’이기도 하지요. 등산을 겸한 둘레길도 있고요. 이따가 보시겠지만 해변에서 보는 일몰이 기가 막힙니다.”

대난지도 출신인 인천 정다운산악회 이기영 대장은 선착장에 닿자마자 고향 자랑에 열심이다.

 
 

피서철의 한가로움, 전세낸 해변

 
 

난지도에는 걷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오늘은 이 길을 걸을 계획이다. 그전에 우선 야영 사이트를 구축해 놓고 짐을 풀어놓기로 했다.

“가장 유명한 곳이 난지도해수욕장이고요. 거기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아주 한적한 해변이 있습니다.”

이 대장의 안내에 따라 난지도해수욕장 끄트머리 전망대를 너머 가니 정말로 사람 한 명 없는 해변이 나왔다. 도로로 이어져 있지만 편의시설이 있는 난지도해수욕장에만 사람이 몰리는 탓에 이쪽은 거의 ‘전세’ 분위기였다.

“수살미해변이라고 해요. 아직 해수욕장으로 개발이 안 돼서 한적하죠. 방향이 서쪽이어서 일몰이 기가 막혀요. 일단 여기에 텐트를 쳐놓고 걷기로 하죠.”

해변 언덕에 가깝게 4동의 텐트를 쳤다. 아직은 그늘이 있지만 해가 서쪽으로 넘어오면 뜨겁게 달구어질 터였다. 언덕 뒤로 소나무 방풍림 구역도 있지만 역시 여름 야영은 모래해변에서 하는 것이 낭만 있다.

 
 
 

텐트를 치고 난지도 둘레길 트레킹에 나선다. 난지도 둘레길은 망치봉을 비롯해 해발 100m 내외의 낮은 봉우리들을 연결하며 섬을 한 바퀴 에두른다.

“망치대장이 망치봉에 오르게 생겼네.”

지난번 문갑도 산행에 동행했던 ‘망치대장’ 김형식씨는 짧은 쫄반바지에 민소매티를 입은 일명 ‘외국인 산꾼 패션’으로 시선을 확 끌었다. 우거진 잡풀도 그가 지나가면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고, 그 독하다는 섬모기도 물지 않는다는 망치대장의 ‘아이언 보디’였다.

난지도해수욕장 끄트머리의 전망대 맞은편,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망치봉 능선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계단을 오르면 뜬금없는 로프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근처에 당진시 청소년수련관이 있어 학생들의 체험시설로 만들어 둔 것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이 대장과 망치대장이 “헛둘 헛둘” 하며 유격자세로 구름다리를 건넜다.

나무계단을 조금 더 올라 정자 쉼터에 닿으니 난지도해수욕장이 발 아래로 시원스레 조망되었다. 왼쪽으로는 먹어섬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리의 대산공단이 들어서 있다. 대산공단은 1998년 가로림만 일대를 매립해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회사들이 들어선 곳이다.

정자 뒤로 방향을 잡아 아마도 둘레길에서 가장 조망이 좋을 법한 정자 하나를 더 지나 왼쪽으로 크게 돌아 북쪽 능선에 오른다. 여기서 망치봉까지는 300m 정도로 가깝다. 이름과 달리 망치봉은 별다른 것이 없는 작은 공터였다. 정상비는 없고 이정표에 매직펜으로 ‘망치봉’이라 적혀 있어 이곳이 망치봉인 줄 알 정도다.

“망치대장처럼 망치봉도 실속이 없네.”

“근방에 약초가 많구만 뭘, 아주 실속 있어.”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 하는 사이인 이 대장과 망치대장이 망치봉 풍광의 헛헛함을 채워 주었다. 이제 북쪽 능선을 따라 국수봉으로 향한다. 그 중간에 월월봉과 수살리봉 등 작은 봉우리들이 있으나 특별한 것은 없다.

 
 
산, 바다, 마을… 소소한 풍광 “아름답다”

 
 

둘레길답게 길 곳곳에 하산로가 있다. 대난지도 선착장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고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섬사람들이 오가던 길을 그대로 활용해서 샛길이 많은 것이다. 주능선은 나무가 우거진 걷기 좋은 길이다.

산행 시작 1시간 10여 분 만에 국수봉에 닿는다. 망치봉에서 1.35km 정도 거리에 있는 국수봉 또한 작은 봉우리였다. 특별한 이정표나 조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엔 봉수대가 있었던 듯 무너진 돌무더기가 있었다. 여기에서 이정표는 직진과 왼쪽 등산로로 나뉘어 있다.

“왼쪽 방향으로 가면 북쪽 해안으로 떨어지는데 길이 희미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밀물 때엔 해안길을 지나갈 수 없고요. 여기서 직진해서 동쪽 능선을 타고 은개해안으로 내려가는 게 나아요.”

 
 

북쪽 해변으로 가면 야생화로 유명한 풍도와 승봉도, 대이작도, 덕적도 등의 섬을 볼 수 있지만 하산하는 길이 애매하다 하니 이 대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봉수대를 넘어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로써 망치봉 능선은 끝난 셈이다. 

“야, 물 맑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다로 졸졸 흘러가는 골이 있는 은개해변은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햇살이 따가웠지만 돌이 자박자박 밟히는 해변길을 걷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해변에서 올라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콘크리트포장 길을 걷고 있자니 민박집에 머무는 손님들이 “이 더운 날 어딜 가냐?”며 우리를 불러 세웠다. “대난지도 취재를 위해 이 더운 날 이러고 있다”고 하니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캔씩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당진에서 대난지도로 피서 왔다는 가족 손님들은 맥주뿐 아니라 숯불에 구운 소시지에 소주 한 잔씩도 하란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술 한 잔 하고픈 마음 굴뚝같았지만 도저히 소주를 마시고 다시 땡볕에 나갈 자신이 없어 마음이 즐거운 취기만 받겠노라며 애써 소주잔을 물렸다.

해변 끄트머리까지 와서 다시 산길로 오른다. 딱히 이름이 있을 만한 산이라기보다는 낮은 야산이었다. 주민들은 도독개미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도가 높아지나 다시 바다가 발 아래로 내려왔다. 고작 100m 남짓한 야산이지만 조망만큼은 1,000m대 고산이 부럽지 않다. 왼쪽으로 대호방조제의 모습도 보인다.

“이제 우리 밥 먹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산을 다 내려왔을 때쯤 망치대장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벌써 오후 1시다. 잠시 둘레길에서 빠져 선착장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식당에서 우럭매운탕을 주문하고 막걸리로 목도 축인다. 트레킹 중간에 이렇게 호사스러운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이 길이 더욱 마음에 든다.

참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배가 부르고 나니 이글이글 아지랑이가 타오르는 저 도로로 다시 나가고 싶지 않아진다. 그래도 어쩌랴, 한참을 미적거리다가 시원한 얼음물을 물통에 채우고 모자를 물에 한껏 적셔 다시 길을 나선다.

“저거 보세요, 신기하죠? 지금은 선녀바위라고 부르는데 옛날에 주민들은 굴뚝모가지바위라고 불렀어요. 밀물 때는 그냥 평범한 바위인데 물이 빠지면 저렇게 가느다란 모가지를 드러내죠.”

 
 

평범한 풍광이지만 이 대장의 설명이 곁들여지니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밌다. 도로에서 왼쪽의 작은 방조제를 건넌다. 오른쪽으로는 태양광 전지판이 가득한 발전소가 있다.

“원래는 염전이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대하 양식장으로도 사용했죠. 지금은 이렇게 발전소가 되었고요.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이곳에서 생산해요.”

방조제를 건너 계속 콘크리트포장 길을 따라 마을에 당도한다. 섬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다. 마을회관도 있고 보건진료소도 있다. 몇몇 펜션과 민박도 있다.

“여기가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장이에요. 제가 여기를 나왔어요. 그때는 학생이 120명 정도 되었죠. 건물도 지금보다 더 컸고요. 운동장이 참 작죠? 그때는 그렇게 커 보이더니….”

현재 난지분교에는 선생님 한 명에 학생 한 명이 고작이다. 2000년엔 학생수가 2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으나 분교로 발령받은 교사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 학교를 지켰다고 한다. 올해 6학년 학생이 졸업하면 내년엔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학교를 지나 용못에 닿는다. 용못은 용이 살던 연못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대난지도가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면서 용못 주변은 공원화되어 산책로와 방갈로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현재 산책로엔 잡초가 무성하고 방갈로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섬의 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세금을 들여 의욕적으로 조성한 공원 시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용못을 지나 난지도해수욕장에 당도하면서 둘레길 트레킹도 끝난다. 시원한 맥주를 마실까, 아니면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들까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맥주를 마신 후 야영지에 가서 ‘전세 해수욕’을 즐기기로 했다.

 

우리들만의 해변 낭만 만끽

트레킹을 마치고 이제 일몰을 기다린다. 구름이 적당하게 깔려 환상적인 낙조가 예상되었다. 해가 지기 전 준비해 간 삼겹살을 구워 먹은 후 해가 지기만을 기다린다. 망치대장이 블루투스 스피커로 옛 팝송을 틀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이답게 이 분위기에서 ‘노는 방법’을 안다.

“야, 낙조 죽인다! 가자~ 나가자!”

뒤늦은 하산주의 힘일까, 아니면 환상적인 낙조가 청춘의 본능을 끌어냈기 때문이었을까, 망치대장과 이 대장이 동시에 바다로 나가자고 외쳤다.

‘히피들의 천국’ 인도 고아해변이 별 것이랴, 4명의 사내는 해가 질 때까지 아이들처럼 해변을 뛰어다녔다. 파도와 힘 싸움도 하고 물장구도 쳤다. 노을이 끝나갈 때쯤 모두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목 놓아 합창했다.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누군가 이런 모습을 봤다면 “술 많이 마셨나보네, 망측하게 다 큰 어른들이 무슨 짓이야?”라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해변은 오늘만큼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였고, 우리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불타는 저 붉은 노을에 한껏 취한 것뿐이었으니.

 
 
 

산행길잡이

대난지도 둘레길 코스는 이정표가 애매한 곳이 있고 길이 끊긴 구간도 있어 지도를 보며 진행하는 것이 낫다. 국수봉 북쪽 능선은 길이 희미하고 밀물 때엔 해변길이 잠겨 국수봉에서 바로 서쪽 은개해변으로 하산하는 편이 낫다.

둘레길은 대개 선착장에서 내려 태양광발전소 쪽으로 가 시계방향으로 돌거나 난지도해수욕장까지 와서 망치봉 능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돈다. 야영을 하며 일몰을 볼 심산이라면 난지도해수욕장에 텐트를 쳐놓고 망치봉~ 국수봉~은개해변~선착장~난지마을로 한 바퀴 돌아오는 것이 좋다. 어디로 돌든 9.8~12km 정도로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몰은 난지도해수욕장 부근이 좋고 국수봉에서 은개해변에 바로 내려서는 지점에서는 일출을 볼 수도 있다.

 

교통

도비도항까지는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으로 나와 ‘신평, 송악’ 방면으로 우회전, 38번국도를 타고 대호만 근처의 도비도교차로까지 직진하다가 ‘왜목마을, 도비도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당진버스터미널에서 도비도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약 30분 간격으로 있지만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도비도항에서 대난지도까지는 여객선인 대형 카페리2호가 오간다. 도비도 출발 07:50, 13:00, 17:00(10월부터는 16:00). 요금 여객선 평일 어른 왕복 기준 8,400원. 주말 9,200원. 차량 요금 왕복 기준 승용차 2만~3만6,000원. SUV 5만 원(운전자 요금 별도). 주말·공휴일 11:00, 15:00 도선 추가 운행. 요금 어른 7,000원. 문의 청룡해운관광 041-352-6865.

배 시간에 맞춰 선착장과 해수욕장을 오가는 무료 승합버스가 다닌다.

 
숙식

 
 

대난지도 내 식당은 마을 선착장 주변에 3곳, 난지도 해수욕장 주변에 3곳 정도가 있다. 대부분 회와 매운탕, 생선구이 등을 내는 횟집이지만 찌개류도 함께 낸다. 만월식당(353-7966), 해나식당(010-3434-6068), 대난지도민박식당(010-3893-0874) 등. 대부분 식당에서 민박도 겸한다. 해당화민박(041-353-6413) 등.

난지도 해수욕장 주변으로 펜션도 있다. ‘꿈의쉼터 뽀로로 동산 펜션(041-352-5979)’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를 테마로 한 펜션이다. 2~4인 비성수기 기준 8만 원. 8~10인 15만 원. 

해수욕장 개장 시기가 아니라면 해변 등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것은 무료다. 난지도해수욕장에 텐트를 칠 만한 데크가 있고 수살미해변 쪽도 조용하고 좋다. 난지도해수욕장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선착장과 해수욕장 주변에 몇몇 슈퍼마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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