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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970년대 시장 풍경 그대로… '빛고을의 맛' 다 모여있당게

by 白馬 2017. 8. 19.

눈과 입이 즐거운 '시장 여행'

노포의 온기
50년된 방앗간에서 여름마다 뽑는 건국수
맞은편 국수집서 요리 40년째 홍어파는 집도

새내기 점포의 활기
고추 다져넣은 고로케 화려한 색의 과일 양갱
우리밀 크랜베리 식빵 등 개성 넘치는 가게들도

밤을 밝히는 가게들
수제 맥주 등 술집들은 늦은 오후에 문 열어
쉼터에 옹기종기 앉아 치맥 즐기면 '더위 싹~'

볼거리, 즐길거리도 풍성
사투리 사랑 고백 담은 엽서 파는 디자인 가게
5분만에 출력 가능한 흑백사진관도 인기

모든 가게앞이 '포토존'
1년반 전 재개장하며 간판에 역사·추억 담아
60여개 점포 하나하나 개성있는 가게로 재탄생

50년 전통의 ‘서울떡방앗간’ 옥상에선 ‘국수 장인’ 류병서씨가 자연 건조 방식으로 국수를 말린다. 30도가 웃도는 한여름은 국수를 말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스럽게 말린 국수는 1년 동안 서울떡방앗간에서 판매된다.
50년 전통의 ‘서울떡방앗간’ 옥상에선 ‘국수 장인’ 류병서씨가 자연 건조 방식으로 국수를 말린다. 30도가 웃도는 한여름은 국수를 말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스럽게 말린 국수는 1년 동안 서울떡방앗간에서 판매된다.

'또아식빵' 주인이 맞은편 식재료상 '푸르미식품'으로 총총 걸어가 달걀 6판을 사다 나른다. 마카롱과 음료를 파는 '마카롱상회'의 인기 메뉴 중 하나는 반대편 라인 '개미네방앗간' 집에서 파는 미숫가루로 만든 음료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고작 180m밖에 안 되는 작은 시장이지만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의 아담한 점포들은 공생하며 호황을 누렸던 1970~80년대 이 시장 풍경과 닮았다. 1913년에 광주송정역이 생기며 '역전매일시장'이란 이름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이 시장은 누적된 시간만큼이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1988년 문을 연 채소 가게 '태형식품'과 마주한 '영광굴비직판장'부터 사실상 이 시장의 끝인 '서울장수국수'와 '서울떡방앗간'까지 촘촘하게 이어지는 60여 점포 입구엔 이곳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지금 무엇을 파는 곳인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이야기를 '구경' 하며 입이 즐거워지는 시장 여행이다.

시장의 역사를 간직한 노포(老鋪)들

시장엔 노포가 10여 곳 남아있다. 간판과 외관은 요즘식으로 갈아입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는 영락없이 그 옛날 역전 시장 안 노포 모습 그대로다.

남도 지방의 대표 잔치 음식인 홍어를 파는 신흥상회(062-944-5853)는 1967년 생선 가게로 시작해 1975년에 고향 목포 신흥의 이름을 따 '신흥상회'란 간판을 달았다. 이곳에서 40여년간 홍어를 판매하고 있는 변재군(75)씨는 "요즘 국산 홍어는 비싸서 못 쓴다"며 정직하게 '아르헨티나산(産)'이라고 적은 홍어 푯말을 매만졌다.

자연 건조 국수로 유명한 50년 전통의 서울떡방앗간(062-944-0538)에선 오후 2시가 되면 박미순(48)씨가 뜨거운 국수를 뽑아낸다. 뽑아낸 국수는 옥상에 있는 '국수 장인' 시아버지 류병서(79)씨 손에 맡겨져 빨래처럼 널린 채 한여름 햇볕에 바짝바짝 말라간다. "자연 건조 국수는 30도가 웃도는 한여름에만 면을 말릴 수 있어요. 요즘 같은 여름철에 1년치 국수를 뽑아 햇볕에 잘 말려 보관해야 1년이 든든하죠." 류씨의 말이다. 자연 건조한 국수는 서울떡방앗간 맞은편 서울장수국수(010-6438-9139)에서 맛볼 수 있다. 박미순씨의 제부 김인석(49)씨가 만들어내는 잔치국수·비빔국수·콩국수(4000~5000원)는 면발이 쫄면처럼 두툼하면서 쫄깃한 것이 특징. 채소 듬뿍 넣어 큼직하고 바삭하게 부쳐낸 '야채 부침개'(3000원)도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다.

40년 경력의 재단사 부부가 옷을 짓는 라의상실(010-6770-9879) 앞은 포토존이 따로 없다. 낡고 허름한 건물, 옛날식 간판에 쇼윈도 속 무늬 화려한 옷을 걸친 마네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대극 세트장 내지는 근현대사 박물관에 들어선 듯하다.

사투리 엽서, 양갱, 계란밥 들고 시장으로 온 청년 장사꾼들

(좌측 사진) 1913송정역시장 중심부에 있는 쉼터. (우측 사진) 1913송정역 시장에서 시작해 약 30개 체인점을 낸 ‘또아식빵’.
(좌측 사진) 1913송정역시장 중심부에 있는 쉼터. (우측 사진) 1913송정역 시장에서 시작해 약 30개 체인점을 낸 ‘또아식빵’.

1913송정역시장의 노포들이 '시간'을 이야기한다면,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새내기 점포들은 '유행'을 이야기한다. 특히 시장과 이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춘 점포들이 눈에 띈다.

'솔찬히 개미진 광주로(꽤 재미있는 광주로)'란 액자, 전라도·경상도·제주도 사투리로 표현한 고백 엽서 등 사투리 테마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는 역서사소(062-942-1012)는 1913송정역시장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역서사소란 상호 역시 '여기서 사세요'란 뜻의 전라도 사투리. 그중 '개미미용실' 자리에 새로 들어선 흑백사진관 서봄(010-8743-4848)에선 흑백사진을 5000원에 찍어준다. 사진을 찍고 디지털 인화 방식으로 5분 만에 출력해 바로 가져갈 수 있다. 커플,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다.

신구(新舊) 맛이 몰려 있어 광주 식도락 여행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꽈배기와 고로케는 고로케삼촌(010-5012-3746)이 담당한다. 호텔 제빵사 출신인 정승오(36)·황연(36)씨 부부가 돼지고기에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만든 우리 밀 수제 고로케 '돈고추 고로케'는 청양고추 향이 은은하게 퍼져 특유의 느끼한 맛을 잡았다. 돈고추 고로케 외에 고구마, 피자, 카레 등 하나 1800~2500원인 고로케는 날마다 '완판' 행진 중. 옆집 또아식빵(1522-3923)은 우리 밀과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 식빵 하나로 빵순이들의 성지로 등극했다. 갓 구워 판매하는 방식이라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서는 건 감수해야 하지만 '갈릭 크랜베리 식빵'을 비롯해 모든 식빵이 2900원으로 기본 서너 개씩은 사 가는 분위기다.

분식점 계란밥(062-527-3030)의 한 손으로 쥐고 먹는 계란밥, 양갱 테마 디저트 카페 갱소년(062-942-1913)의 양갱, 우리 밀에 우유버터와 쑥을 넣은 쑥's 초코파이(062-941-1913)의 수제 초코파이, 사과 칩과 고구마 말랭이 등 부각을 테마로 한 디저트 카페 느린먹거리(062-572-9665) 등은 지나치면 섭섭할 이 시장의 '먹방 코스'들이다.

야(夜)시장도 볼만, 관광 명소되며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머리 위로 알전구가 켜진다. 방앗간, 생선 가게, 채소 가게 등은 문을 닫고 대신 수제 맥주집 밀밭양조장(062-233-3225), 전 전문점 역전(010-7168-2118) 등 주류 판매 점포들은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쉼터에서 자유롭게 앉아 바로 튀겨 온 닭을 펼치고 '치맥'을 즐기는 사람,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시장을 배회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채운다. 화려한 네온사인 하나 없이 소박하면서 낡은 듯 멋스러운 간판, 정돈된 외관은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제각각 사연을 담아 조화롭게 걸려있는 이곳 간판들은 현대카드가 2015년에 시장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며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이다. 개미네방앗간(010-5855-6605) 주인이자 1913송정역시장 상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섭(58)씨는 "점포마다 역사와 추억을 담아낸 간판 덕분에 곳곳이 '인증샷 명소'가 됐다"며 웃어 보였다.

1) ‘주문 김치’ 전문 ‘고향집’ 2) 4900원짜리 보리밥을 파는 ‘무등산 보리밥’ 3) 2900원짜리 식빵으로 유명한 ‘또아식빵’ 4) 영명국밥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현대국밥' 5) 세계 라면 전문점 ‘한끼라면’ 6) 식재료 전문점‘푸르미 식품’ 7) 자연 건조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서울장수국수’ 8) 양갱 전문 디저트 카페 ‘갱소년’ 과 나란히 있는 책&맥주가게 ‘인생가게’ 9) 손으로 들고 먹는 ‘계란밥’파는 분식점 ‘계란밥’ 10)노포 중 하나인 ‘우량제분소’
1) ‘주문 김치’ 전문 ‘고향집’ 2) 4900원짜리 보리밥을 파는 ‘무등산 보리밥’ 3) 2900원짜리 식빵으로 유명한 ‘또아식빵’ 4) 영명국밥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현대국밥' 5) 세계 라면 전문점 ‘한끼라면’ 6) 식재료 전문점‘푸르미 식품’ 7) 자연 건조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서울장수국수’ 8) 양갱 전문 디저트 카페 ‘갱소년’ 과 나란히 있는 책&맥주가게 ‘인생가게’ 9) 손으로 들고 먹는 ‘계란밥’파는 분식점 ‘계란밥’ 10)노포 중 하나인 ‘우량제분소’

하지만 재개장 1년 반 만에 점포 간 희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이곳에서 이름을 알려 전국에 약 30개의 체인점을 낸 점포도 있지만, 간판이 바뀌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일부 상인 입에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 영세 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년 반 사이 영업 부진, 임대료 부담, 점포 용도 변경 등으로 몇 점포 주인이 바뀌거나 간판이 교체됐다. 1913송정역시장은 재개장 후 8월 14일 현재 97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며 지금도 평균 평일 1500~2000명, 주말 3000~4000여 명이 찾고 있다.

1913송정역시장 이용 팁
홈페이지:
1913songjungmarket.modoo.at

개장 시간: 정기 휴무일인 매달 둘째·넷째 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9시(영업 시간은 매장에 따라 다름).

교통편:
기차는 KTX 용산~광주송정역 하루 20여 회(오전 5시 10분~오후 10시 25분), 서울~광주송정역 하루 7~8회(오전 6시 20분~오후 7시 30분) 운행. SRT 수서~광주송정역 하루 20여 회(오전 5시 10분~오후 11시) 운행. 1시간 45~50분 소요. 광주송정역에 내려 1913송정역시장 방향 도보 3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에스알 1800-1472, etk.srail.co.kr

주변 가볼 곳: 송정5일장(3, 8로 끝나는 날)이 서는 날 가면 남도 생산물이 집결된 전통 오일장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싱싱한 나물과 해산물을 만날 수 있으며 최근 다문화 가정 증가로 베트남 식재료도 등장했다. 송정동 ‘영광통 네거리’ 근처에 상설시장이 있고 장날이면 그 주변으로 5일장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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