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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간도 잠시 숨을 고르는 곳, 기찻길 옆 '땡땡거리'

by 白馬 2017. 7. 10.

경의중앙선 철로 따라… 서울의 빈티지 풍경 속 맛집

"땡땡, 땡땡, 땡땡…."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渼芹洞)에는 '땡땡거리'라고 불리는 골목이 있다. '미근동 기찻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1971년 하천을 따라 곡선 형태로 디자인한, 낡았으되 지금 봐도 건축미가 예사롭지 않은 '서소문아파트'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미동초등학교까지 200m가 되지 않는 짧은 길이 경의중앙선 철로를 따라 이어진다. 1980~1990년대를 기억하는 '빙그레' '드봉화장품' 등 녹슨 간판이 아직 붙어 있다.

공식 행정명칭은 '충정로 6길'. 서울 한복판이지만 개발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이 길에 작지만 예쁘고 세련된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다. 1957년부터 3대에 걸쳐 이 골목을 지켜온 '형제옥' 주인 김미자(53)씨는 "2~3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가게를 오픈하면서 골목이 살아나고 있다"며 반색이다.

땡땡거리의 변화는 카레집 '더 스푼'이 5년쯤 전 문을 열면서부터다. 2005년 꽃집 한편에서 카레를 팔다가 인근 직장인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아예 카레집으로 업종 변경했다. 카페, 쌀국수집 등 10여 가게가 영업 중이고, 3~4개 가게가 한창 개업 준비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다.

충정로 일대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평일 점심 시간이 아직은 더 붐비지만, '빈티지'한 풍경과 맛집이 있는 골목으로 조금씩 소문나면서 저녁에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점심 식사는 5000~7000원 선, 저녁 메뉴는 1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대부분 주방 인력이 많지 않아 음식 나오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평일에만 여는 가게가 많지만, 주말에도 영업하는 곳이 곧 늘어날 듯하다.

‘219-1 카페’의 인절미피자.
‘219-1 카페’의 인절미피자.
해질 무렵 덜컹덜컹 열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이 꽤 운치 있다. 그렇다고 땡땡 소리 날 때마다 술잔 비우기 따위는 절대 하지 마시라. 그랬다가 큰코다친 이가 많다.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각종 열차가 경의중앙선을 의외로 자주 지나간다. 하루 450여회니까 시간당 18회 이상이나 된다.

미근동(渼芹洞)은 '미나리(芹)가 물결(渼) 치는 마을'이란 뜻이다. 과거 이 일대가 미나리 밭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근전벽해(芹田碧海)'라고나 할까.

더스푼(The Spoon): 벽을 페인트와 타일로 새하얗게 덮고 옛날 초등학교 때 앉던 것과 비슷한 철제 의자와 나무 탁자로 채웠다. 일본 작은 도시에 있는 한적한 식당에 온 듯한 분위기. 진하고 걸쭉한 전문점 스타일 카레와 달리 묽고 부드러운 편. 일반 가정에서 만든 카레 맛이긴 한데 요리 솜씨가 꽤 좋은 엄마가 오랫동안 정성껏 끓인 맛이다. 기본 더스푼카레(5500원)에 치즈·소시지·달걀말이·떡갈비 등 각각 다른 고명을 원하는 대로 올려준다. 치킨카레와 버섯카레(각 7000원)가 인기. 서울 충정로6길 35, (02)363-6466

비스테이크(Bisteak): 함박스테이크를 자르니 뜨거운 육즙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오후 2~5시 브레이크 타임 때 가게를 지나다 보니 젊은 주인 둘이 함박스테이크(8000원·1만원) 반죽을 손으로 치대고 있었다. 함박뿐 아니라 토마토 소스까지 직접 만든다니 맛없을 수 없겠다. 치킨 스테이크(1만3000원)도 괜찮다. 점심에는 매일 다른 파스타를 1만1000원에 할인 판매하는 '요일 파스타'가 있다. 충정로6길35, 070-8877-3747

아지트(Azit): 메뉴판 대신 선반에 맥주를 진열하고 바로 아래 가격을 적어놨다. 음식명은 벽에 낙서처럼 써놨다. 27세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답게 재기 발랄한 분위기가 기분 좋다. 번데기(5000원), 감자튀김(5000원), 튀김쥐포(4000원) 등 안주가 특별하거나 색다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먹태(1만2000원)가 괜찮았다. 점심 한정 메뉴는 5000~6000원으로 저렴하다. 충정로6길 39, 070-8958-4000

219-1 카페: 주인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영화 스타워즈 마니아인 모양이다. 가게 벽과 천장이 온통 캐릭터 피겨와 포스터, 사진으로 다닥다닥 뒤덮였다.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음료 등으로 구성한 점심 세트 메뉴가 인기. 얇은 멕시코 전병 토르티야에 쫄깃한 인절미와 치즈를 얹어 구운 피자를 꿀 찍어 먹는 인절미피자(1만원)가 독특하다. 충정로6길 43, (02)6101-2199

에스프레소룸(Espresso Room): 오래된 이발소 회전 사인이 붙은 빨간 벽돌 건물 귀퉁이에 박힌 카페. 비좁은 실내보다 바깥 건물 벽에 붙여둔 나무판자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많다. 에스프레소를 가게 이름에 넣은 자부심에 걸맞게 '에스프레소'(3000원)가 훌륭하다.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만 얹은 '에스프레소 마키아토'(3500원)도 좋다. 충정로6길 51, 070-8269-1429

미근동 쌀국수: 낯선 외국 음식 냄새에 민감하더라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향신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볶음면(비프셴야이·8000원)과 볶음밥도 괜찮다. 양지 쌀국수 7000원·부챗살 쌀국수 8000원·파인애플볶음밥 8000원, 충정로6길 53, 070-4312-1429

전선생과 닭발제자: 전이 맛나다. 특히 부추전(9000원)이 명불허전. 간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하고 안쪽에서 향긋한 부추향이 피어오른다. 얼큰한 국물에 어묵이 잔뜩 든 김치어묵얼큰탕(1만2000원)도 이름났다. 콩나물 따로국밥(5000원) 등 점심 식사도 양이 많다. 충정로6길 53, (02)364-4762

우리분식: 서소문아파트 1층에 있는 작은 분식집. 어릴 적 동네 분식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실내가 정겹다. 떡볶이(3000원) 맛도 그렇다. 가늘고 쫄깃한 밀떡으로 즉석에서 떡볶이를 만들어주는데, 첫맛은 달달하다가 먹을수록 매운맛이 올라온다. 모든 메뉴가 푸짐하지만 특히 라볶이와 쫄볶이(각 4000원)는 무지하게 양이 많다. 김밥(2500원)도 맛있다. 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천장이 낮고 허름한 다락방이 나온다. 할머니가 사시던 한옥 다락방에서 숨바꼭질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갈 때마다 손님들이 이 불편한 방에 앉아 있다. 미근동 90-15, (02)363-6234

형제옥: 오는 10월 10일 '환갑'을 맞는 노포(老鋪). 주인 김미자씨는 "한때 새벽 3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300그릇을 팔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맑지만 싱겁지 않으면서 한우로 끓인 설렁탕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살짝 풍겨오는 게 제대로다. 가격도 7000원으로 저렴한 편. 큼직하게 썬 도가니를 풍풍 넣은 도가니탕(1만원)도 훌륭하다. 머리고기 수육(1만5000·2만·2만5000원)이나 도가니 수육(2만5000원)에 딸려 나오는 소스가 희한하다. 간장에 겨자, 다진 파·마늘로 만든다는데, 비릿한 냄새가 살짝 깃든 짭조름한 감칠맛이 멸치액젓과 매우 비슷하다. 김씨는 "다들 액젓 맛이 난다는데, 액젓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니, 신기할 뿐. 충정로6안길 3, (02)362-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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