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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꽁치야 긴장해라, 원조 청어가 돌아왔다

by 白馬 2008. 12. 19.

꽁치야 긴장해라, 원조 청어가 돌아왔다

경북 영덕 청어 과메기

 

과메기는 경북 포항의 전매특허품 같은 음식이다. 과메기 하면 포항, 포항 하면 과메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포항에는 옛날에 먹던 '원조' 과메기가 없다.
 
▲ 경북 영덕 창포마을 앞 해안도로 덕장에 널린 청어과메기. 반으로 갈라 말리는‘배지기 과메기’이다.

과메기 재료가 꽁치로 바뀐 까닭

과메기는 본래 청어(靑魚)로 만들었다. 청어 눈(目)을 뚫어 지푸라기 같은 것으로 꿰(貫) 매달아 말렸다고 해서 '관목청어(貫目靑魚)'라고 했다. 1832년 쓰인 '경상도읍지'를 보면 '영일만의 토산식품 중 조선시대 진공품으로는 영일과 장기 두 곳에서만 생산된 천연 가공의 관목청어뿐'이라고 했다. 목을 포항 구룡포 방언인 '메기'로 발음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옛날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반으로 가르지 않고 통으로 말렸다. 통째로 만들면 '통마리 과메기'라고 하고, 배를 따고 반으로 갈라서 말리면 '배지기 과메기'라고 한다. 옛날에는 과메기가 대부분 통마리였는데, 요즘은 대부분 배지기다. 생산업자들은 만드는 기간이 짧아서, 과메기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나 젊은 사람들은 기름이 적고 비린내가 덜해서 배지기를 선호한다.

구룡포에서 과메기 재료로 청어 대신 꽁치를 쓴 지는 꽤 됐다. 구룡포 사람들이 변심한 게 아니라 바다가 변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청어가 흔하게 잡혔지만 1970년대 사라졌다.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이 잡아 냉동해 들여오는 꽁치가 과메기 재료로 등장했다. 

 

▲ 생김에 쪽파, 초고추장과 함께 올린 과메기. 홍어 삼합만큼 절묘한 맛 궁합이다. 생미역도 어울린다.

청어 과메기 돌아오다

사라지다시피 했던 청어 과메기가 최근 다시 나왔다. 포항이 아닌 경북 영덕이다. 영덕의 작은 어촌마을 창포리 다섯 집이 청어 과메기를 만든다. 어릴 적 청어 과메기를 맛봤던 한록술씨 등 창포마을 주민 일부가 6~7년 전부터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은 게 시작이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청어를 처마 밑에 달아놨어요. 밤이면 얼었다가 낮이면 녹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과메기가 되지. 귀한 손님이 오든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구워도 먹고 찌개도 끓여 먹고 죽도 쒀 먹었어요."

지난해부터 한씨 등 창포마을 다섯 가구가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동해에 청어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80여t으로 떨어졌던 동해 청어 어획고가 2000t을 훌쩍 넘었다.


청어 과메기 vs. 꽁치 과메기

창포마을 사람들은 "청어 과메기가 훨씬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말 그럴까. 청어로 만든 과메기와 꽁치로 만든 과메기를 비교해봤다. 청어가 맛있는가, 꽁치가 나은가 하는 문제는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고뇌처럼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입맛 따라 호불호가 갈릴 뿐 어느 게 더 낫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어 과메기가 찹쌀밥이라면, 꽁치 과메기는 멥쌀밥이랄까. 청어 과메기는 차지고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입에 남는 반면, 꽁치 과메기는 풍성하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기름은 청어가 훨씬 많다. 과메기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너무 차이가 크다.

청어는 몸통 너비가 꽁치의 두 배쯤 된다. 그래서 과메기로 만들려면 더 오래 걸린다. 한록술(68)씨는 "꽁치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정도 말리면 과메기가 되지만, 청어는 암만 빨라도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다. 이건 '배지기' 과메기의 경우다.

"꽁치로 통마리를 만들려면 보름쯤 걸리지만, 청어 통마리는 최소 한 달, 한 달 반을 잡아야죠."

청어로 만든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보다 몸통이 두 배는 넓다.

 

▲ 반으로 가르지 않고 통째로 말리는 청어 통마리 과메기.

뱃속에 별미 품은 청어 통마리 과메기

창포마을 사람들이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 먹은 건 청어 살도 살이지만 알 때문이다.

"청어는 양력 설쯤부터 산란을 해요. 요즘 잡히는 청어는 알을 뱄어. 이 청어로 통마리 과메기를 만들면 알이 어란처럼 그리 맛있어."

통마리는 아직 맛볼 수 없다. "배지기는 내장을 제거해 온도가 높아도 상하지 않고 마르지만, 통마리는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0도로 떨어질 때부터 해야 돼요. 등이 아래로 가고 배가 위로 가게 매달아 말립니다. 이렇게 뒤집어야 배쪽 기름기가 몸 전체에 고루 퍼지죠. 또 배는 살이 얇아서 뒤집어야 상하질 않아요."

한록술씨는 "통마리는 설(내년 1월 26일)쯤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씨보다 통마리를 일찍 만들기 시작한 박병호씨는 "크리스마스(12월 25일) 전후해 완성될 것 같다"고 했다.
 

여행수첩

 강구항에서 창포마을까지 동해안을 붙어 달리는 해안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다. 창포마을 뒷산 풍력발전단지도 볼 만하다.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생긴 높이 80m 풍력발전기 24기의 날개가 바람에 돌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영덕 5일장(4·9일)과 강구장(3·8일), 영해장(5·10일)은 옛 장터 정취가 덤이다.

서울에서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 안동시를 통과, 청송을 살짝 거치면 영덕이다. 중앙고속도로 대구에서 빠져 대구~포항고속도로를 탄 뒤 영덕으로 올라가도 된다.

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396, www.y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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