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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박광정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폐암

by 白馬 2008. 12. 16.

       박광정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폐암

배우 박광정은 지난 3월 폐암선고를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아오던 중

15일 서울대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박광정은 폐암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연기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3월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고 박광정은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다. 고인은 이 같은 사실조차도 일부 지인에게만 알린 채 연극 ‘서울노트’를 연출하는 등 연기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아 그의 때 이른 죽음이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광정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폐암은 정말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병이다.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다 뚜렷한 조기검진 방법이 없다. 병에 걸렸을 때 치료 방법도 마땅찮다. 의학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폐암 생존율만은 지난 30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위암·간암·대장암 등 다른 암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로선 금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폐암 환자는 2001년 2만3258명에서 매년 10%씩 증가해 2005년 3만4190명으로 늘었다. 폐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995년 18.8명에서 2006년 28.8명으로 부동(不動)의 1위다.

 

영국 암연구자선기금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년 생존율(10년 이상 더 살 수 있는 비율)은 46.2%로, 30년 전인 1971년 23.6%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도 대부분 50% 이상이다.

 

그러나 폐암과 췌장암 생존율은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5% 선이다. 보건복지부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전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0% 이하며, 10년 생존율은 5% 미만이다.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1기에 발견해도 5년 생존율이 고작 70% 대다. 다른 암은 90% 이상이다. 비소세포폐암 2기의 5년 생존율은 30~50%며, 3기(15%)와 4기(5% 미만)로 가면 생존 확률이 거의 없다.

 

전체 폐암의 15~20%인 소세포폐암은 주로 기도에서 암 세포가 처음 생기는데, 병기와 상관 없이 5년 생존율이 8% 미만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70~80%가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말기 폐암이다. 그나마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운 좋은' 폐암 1기 환자는 20%도 채 안 된다.

 

지난 30년 동안 폐암 생존율이 정체된 이유는 뭘까? 우선 폐암 세포는 다른 암세포보다 성질이 급하다. 폐의 모서리 부근에 잘 생기는 '선암(腺癌)'의 경우, 빠르면 20일 안에 1기에서 3기까지 암세포가 클 수 있다. 큰 기관지에서 발생하는 '대세포암(大細胞癌)'도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하고 전이돼 5년 생존율이 3~4%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폐암 세포는 주로 한쪽 폐에서 암 세포가 생겨 결국 양쪽 폐 전체로 확산되는데, 임파절이나 혈액을 통해 뼈, 뇌, 간, 부신, 신장, 심장 등에 전이되기 쉬워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는 "폐암 세포는 하루 사이에도 자라는 모습이 확인될 정도로 성질이 고약하다.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잘 자라고, 전이가 잘 되므로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20~3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폐암학회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20% 정도만 완치를 목적으로 한 수술이 가능하고, 주위 임파절로 전이된 약 25%는 환자 10명 중 2~3명만 수술이 가능하며, 다른 장기로 전이된 나머지 55%는 전혀 수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암도 아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환 교수는 "불행하게도 폐암은 조기 진단하기 가장 어려운 암으로, 그 동안 학계에서 여러 연구가 진행됐지만 그 효용성이 널리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폐암 조기검진법 중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검사법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초기증상도 거의 없다. 증상이 있더라도 흡연자는 평상시에도 기침과 가래가 많이 생기므로 초기증상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기침, 가래, 흉통 등을 감기 증상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폐암 2기~3기초가 되면 체중이 줄고, 호흡 곤란, 쉰 목소리와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각혈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이런 증상도 그냥 지나쳐버리면 3기말·4기로 진행되면서 암이 기관지를 막아 숨쉬기 곤란해지고, 폐렴이 오며,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될 경우 늑막에 붉은 피가 섞인 물이 고인다.

 

폐암 원인의 90%는 흡연(간접흡연 포함)이다. 석면, 방사선, 공해, 가족력 등도 폐암 원인으로 꼽히지만 담배만큼 직접적이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개인차가 심하지만, 보통 하루 두 갑 이상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률이 22배, 한 갑 흡연하는 사람은 11.2배 높다.

하루 한 갑 흡연을 기준으로 담배 연기를 폐로 마시지 않고 '뻐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8배, 깊이 마시면 17배 비흡연자보다 높다.

역시 하루 한 갑 기준으로 15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하면 25세 이후 피우기 시작한 사람보다 폐암 발병률이 4배 높고, 비흡연자보다 18배 이상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성인 흡연율은 남성 43.7%, 여성 3.7%로 1000만 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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