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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따라 맛따라] 정선

by 白馬 2008. 5. 29.
        [산따라 맛따라] 정선 노추산
사람이 그리우면 차라리 오지로 가라
        구절리·아우라지·북평·정선읍내 먹거리집들

노추산(魯鄒山·1,322m)은 강원도 정선땅과 강릉땅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산자락 정선군 북면 구절리가 등산나들목이라는 접근상의 이유로 노추산은 세상 사람들에게 ‘정선의 산’으로 인식되어 있다.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 오지였던 이곳은 탄광 덕분에 철길이 놓여 사람의 발길이 닿게 되었고, 그 후 한 동안은 석탄산업의 사양길 폐광으로 다시금 먼 옛날의 첩첩산중으로 돌아가는가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추산과 노추산 자락을 흘러내리는 송천의 아름다운 경관이 도시사람들의 발길을 잇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선선 철길의 마지막 구간, 구절리역~아우라지역 7.2km 구간이 철길자전거(레일바이크) 길이 되어 국내만이 아니고 많은 외국 관광객까지 불러들이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남한강의 한 줄기 정선땅을 감싸 흘러내리는 조양강 상류는 양수인 송천과 음수인 골지천이 합수하는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만나 어우러진다는 뜻으로 얻은 이름인데, 강을 건너는 나루의 구실도 하지만 오래 전에는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뗏목이 출발하던 곳이었다. 육상 운송이 어려웠던 시절, 이 지역 임계 고양산 등에서 벌채된 통나무들은 수로를 통해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뗏목은 물살이 험하기로 유명한 동강의 동서여울이나 황새여울 등의 거친 물살을 넘어야만 했고, 한양 마포나루에 도착하면 아주 비싼 값에 팔려 '떼돈'을 번다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이 뗏목이 흘러내리던 동강은 아직도 태초의 고요함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최후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뗏목이라는 수운(水運)의 기능은 1957년 기찻길 태백선이 개통되면서 완전히 상실되었다. 1990년에는 영월 일대가 대홍수로 읍내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이 대홍수를 계기로 정부는 영월다목적댐(동강댐)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1991년부터 1997년까지를 댐 건설사업기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댐 건설계획은 결국 2000년 6월 백지화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강은 전국적인 명소로 알려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되자 환경은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환경부는 2003년 8월, 정선군·평창군·영월군의 동강 일대를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취사와 야영마저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치루면서 ‘한반도 대운하’문제가 크게 부상, 국론을 분열시켜 놓았다. 태백선 열차 개통과 상실된 뗏목이라는 수운(水運)의 기능, 그리고 불과 10여 년 전, 국력을 크게 손실시키며 계획만으로 끝낸 영월다목적댐(동강댐) 건설계획이 노추산 취재길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구 종량상회 변사또와 향단네 집
사또가든민박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어느 해 여름 청량리역에서 구절리역까지 기차로 갔다. 구절리역에서는 10리길 도보로 오장폭포를 지나 종량동(구절2리) 종량상회(민박집)로 찾아들었다. 일행 3명은 종량상회에서 이틀밤을 보냈다. 종량상회에서는 북쪽으로 불과 300m 지점이 강릉시와의 경계점인데, 그곳부터는 송천 물길을 따라 겨우 한 두 사람이 걸어서 강릉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외길이 나 있었다. 우리는 강릉땅 대기리로 가서 물가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불과 10여 년 전, 정선 종량동과 강릉 대기리는 이러한 오지 중 오지였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했던가. 지금은 종량동~대기리 구간은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큰 길이 되었고, 종량상회 한 집밖에 없었던 노추산 산행나들목에는 열다섯 집이나 들어 섰다. 우리는 주인 변근호씨를 ‘변사또’로 호칭했다. 당사자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면서 3년 전 오랫동안 기거했던 생활터전을 헐고 길 건너편 물가로 산뜻한 2층 새집을 짓고 아예 간판마저 ‘사또가든’으로 걸었다. 막상 사또부인인 김순애씨는 한사코 춘향이가 아닌 향단이라며 손님들에게 지극정성을 다 하고 있다.

2층은 민박손님을 받고 1층은 식료품 등을 파는 잡화상과 식당으로 운영한다. 토종닭, 산나물, 송어회,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는 전형적인 산자락 식당으로 노추산 산행길에 1박 하기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는 집이다(전화 033-562-9792).



깊은 산속 인심 못 잊어 다시 찾는 집
다락가든


노추산의 노(魯)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이자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孔子)가 살던 나라 이름이고, 추(鄒)는 중국 전국시대의 철인(哲人)으로 공자의 인(仁) 사상을 발전시켜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孟子)가 살던 나라 이름이다. 노추산이란 지명은 공자 맹자를 기린 것이라고 한다. 산속에는 이성대(二聖臺)가 있고 이성대 2층은 설총과 율곡의 위패를 모신 노추사(魯鄒祠)다. 설총과 이이는 신라와 조선으로 그 시대는 각각 크게 다르지만, 두 분이 모두 당대 최고의 유학자란 점은 같다.

노추산 산행나들목 중 대표적인 한 곳이 다락가든인데, 이 코스는 다락가든에서 출발해 사지목~이성대~정상으로 이어진다. 구절리역에서 노추산으로 들어가는 길목 500m 지점에 있는 ‘다락가든 노추산슈퍼(033-562-3751)’는 이 일대에서 제일 가는 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먹거리와 민박방의 명성이 자자한데 주인 최남국(62)-고숙자(60) 내외가 사람 좋기로도 소문이 크게 나 있다. 단골들은 이 집에서 멧돌로 갈아 만든 손두부 전골에 옥수수엿술이나 찹쌀동동주로 하산길 피로를 푼다. 마가목주 오갈피주 등 집에서 담근 술 여러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집 앞 길 건너편이 송천이라 맑은 물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내기도 하고 곤드레나물밥도 차려낸다.

승합차로 교통편의도 제공해 주고 있는 다락가든의 ‘다락’은 노추산 서쪽에 솟아 있는 다락산(1,018m)에서 따왔다.



정선여행 수정과 속의 곶감
 ‘돌과 이야기’ 옥산장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정선에 가서 옥산장 전옥매 여사를 만나보고 돌과 이야기, 할머니의 정선아리랑을 듣지 않았다면 곶감 빠진 수정과를 마신 격의 정선여행입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옥산장에 가서 하룻밤을 자면서 ‘돌과 이야기’를 듣고 옥산 할머니의 구성진 정선아리랑을 듣는 인간탐구 관광상품까지 등장한 판국이라니 그 유명도는 알 만하다.

옥산 전옥매 할머니. 그녀는 온갖 역경을 딛고 곱게 피어난 한 송이 들국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분이다. 죽고 싶을 만큼 어려움에 부딪친 사람이라면 할머니를 한 번 만나보고 오라는 권유가 인간탐구 관광상품의 주제라고 한다.

스무 살 나이에 6·25 전쟁터에서 부상한 남편을 만났다. 아들의 부상 소식에 충격을 받아 실명한 시각장애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 이런 역경 속에서 올망졸망한 2남1녀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다. 생계 방편으로 옥산장이라는 여관을 짓고 어려울 때면 집 앞 아우라지 물가를 찾아가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울고 나면 그 심정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돌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 돌들을 모아 수석전시관을 꾸몄다. 삼라만상이 그 돌들 속에서 한마당 축제를 펼친다. 멍석 깔린 수석전시관에서는 밤마다 구성진 정선아리랑의 가락이 질펀하게 퍼진다. 평소 부모에게 불효했다는 젊은이들이 구석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여관방 잠자리로 가서는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며 앞날의 힘찬 삶을 다짐한다는 여행상품이라니 참으로 특이하고도 뜻 깊은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여관 한 쪽 큰 한옥은 식당이라 잠을 잔 여관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향수 짙은 숙박시설인데, 할머니는 아침상에 강원도의 토속음식들을 차려낸다(전화 033-562-0739).


 


철길따라 자전거가 달리는 곳에
여치의 꿈 & 어름치 유혹

정선선 마지막 구간은 철길자전거(레일바이크)라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레일바이크란 탑승객이 페달을 이용하여 철로레일 위를 시속 15~20km의 속도로 운행할 수 있게 제작한 철로자전거인데, 코레일투어서비스(주)에서는 기존 정선선의 종착역인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총 7.2km 구간에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철길 따라 물길 따라 달리며 주변에 펼쳐지는 비경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용요금이 2인승 18,000원, 4인승 26,000원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출발지점인 구절리역으로 가야만 불편함이 없겠다(033-563-8787. www.ktx21.com).

시발점 구절리역에는 폐객차를 개조하여 두 마리의 여치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카페 '여치의 꿈(1층 스파게티 전문점, 2층 카페)'이 있고, 아우라지역에는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된 어름치가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어름치 유혹(패스트푸드점)'이 손님들의 시선을 끌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보통음식에 별난 이름 콧등치기
청원식당


정선에 가면 음식점 간판에서 ‘콧등치기’라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콧등치기는 메밀국수의 별명이다. 현지에서는 본명을 빼버리고 별명만 통용시키니 외지사람들은 별난 별명에 호기심을 갖게 마련인가 보다.

아우라지역 전 50m쯤 거리, 오른편에 ‘청원식당(033-562-4262)’이라는 간판이 걸린 나지막한 기와집이 있다. 간판에는 유독 콧등치기의 원조임을 강조해 놓았다. 집주인 방순옥(69) 할머니는 뜨거운 물로 반죽한 메밀가루를 안반에 놓고 홍두께로 밀어 고르게 편 다음, 척척 접어 썰어 끓는 물에 넣어 10분 정도 삶는다.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시간도 짧다.

건진 국수에 갖은 양념을 얹기만 하면 되는데, 뜨거운 국물에 양념을 얹은 것을 느름국이라 하고, 찬 물에 한 번 헹궈낸 다음 양념을 얹은 것을 콧등치기라 했다. 콧등치기는 사리가 떡볶이처럼 쫄깃해서 입으로 후루룩 빨아들이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청원식당의 콧등치기가 유독 유명해진 것은 다른 집에서는 흉내낼 수 없다는 방순옥 할머니의 손끝에서 배어나오는 양념맛이라고 한다. 한 그릇 5,000원.



“정선에도 송어 있습니다"
용천횟집


정선읍에서 노추산으로 가는 길, 북평면 남평1리에는 전국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용천횟집(033-562-7501·대표 마금순)’이 있다. 송어회를 위시해 향어회 향어백숙 장어구이도 차려 내는데, 송어와 향어는 이 횟집에 딸린 양식장에서 바로 갖다 쓴다. 양식장은 횟집의 마금순 대표 친정아버지 마종선옹(85)이 30년 전에 조성한 것으로, 시설이나 규모면에서 정선 제일로 평가받고 있다.

향어는 송어와 마찬가지로 외래어종인데 1973년 5월 이스라엘 농무성이 보내온 개량종 유럽향어 치어 1천 마리가 우리나라 향어의 제1세대다. 이후 실험양식에 성공하고 78년부터는 대대적인 양식이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 불렸으나 양식업자들이 고기 맛을 선전하기 위해 향어(香魚)라는 이름을 만들어냈다.

용천횟집의 송어회는 말할 것도 없겠는데, 향어백숙 역시 대단한 인기다. 황기에 죽순 가시오가피 찰옥수수 인삼 밤 대추 감자 은행 표고버섯을 넣어서 푹 끓인 향어백숙은 음식의 경지를 뛰어 넘는 보약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양식장을 조성하고 지금도 손수 관리하고 있는 마종선옹은 이웃마을에 만100세의 친구분과 자전거로 왕래하면서 교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건강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자신이 양식한 물고기회를 늘 먹는 것이라며 활짝 웃으신다.



정선 5일장 필수코스
정선골황기보쌈


정선 하면 볼 것도 많고 떠올리는 것도 많은데, 지금은 정선 5일장과 MTB 열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주 토·일요일과 정선 5일장(2-7일)이 서는 날이면 정선 5일장 MTB 열차가 오전 7시10분 서울역을 출발, 청량리역~양평역~원주역~제천역~증산역을 거쳐 오전 11시55분 정선역에 도착한다. 이 열차는 관광객이 탑승할 수 있는 객차 6량과 MTB를 적재할 수 있는 화물객차 2량을 연결해서 운행한다. 정선 5일장을 볼 수 있고, MTB(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은 정선의 강과 산에서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비단 관광열차만이 아니고 친구나 가족단위, 각종단체의 여행객들의 발길도 정선땅에는 계속 이어지는데, 5일장 장터에 접해 있는 ‘정선골황기보쌈(033-563-8114)’은 먹거리 필수코스가 되어 있다. 정선은 전국 황기 생산량의 60%를 점하고 있는 고장이라 황기를 주제로 한 음식 개발은 당연한 일. 안주인 김주순씨(49)가 이 일을 거뜬히 해내었다. ‘황기부인’으로도 불리는 김주순씨는 돼지고기를 황기로 요리를 해낸 황기보쌈 개발자로 널리 알려져 이 집은 언제나 만원사례다.

보쌈정식 12,000원, 황기보쌈 20,000~30,000원, 황기백숙 35,000원, 산채비빔밥·곤드레밥·황태해장국·뼈다귀해장국 각 5,000원, 돌솥비빔밥·된장정식 각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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