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冬將軍)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낮이면 소리없이 다가온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진다. 겨울 끝자락을 딛고 선 2월, 교외로 나가 겨울의 마지막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강화는 볕도 좋고, 바람도 많다. 전등사(傳燈寺)에 들러 서늘한 바람 속에 깃든 고요함과 평화를 맛보고, 바스락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시야가 탁 트인 덕진진(德津鎭)도 거닐어보자.
◆ 1600년 전통의 전등사 전등사에 가려면 정족산성(鼎足山城·강화군 길상면) 터를 통과한다. 단군이 세 아들에게 성을 쌓게 명령한 곳이라 해서 ‘삼랑성(三郞城)’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불당까지는 1km. 상수리나무·떡갈나무·참나무·애기나리 등이 어우러진 길이다. 불당으로 올라가기 전, 화려한 색깔로 칠한 윤장대(輪藏臺:불교 경전을 넣은 책장에 회전축을 달아 돌리도록 만든 것)가 보인다.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기 381년 지었다는 전등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괴한 여인 조각. 건물 네 귀퉁이에서 추녀를 떠받친 발가숭이 여인은, 절을 지은 목수를 배신하고 도망간 애인이었다고도 한다. 외국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카메라에 담아간다. 절 안에 있는 찻집 ‘죽림화원’ 에서 깔끔한 국화차(4000원)와 따끈한 호박죽(4000원)을 맛보았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300원, 어린이 1000원. 오전 5시~오후8시 연중무휴.
◆ 치열했던 전쟁터 덕진진 덕진진은 광성보·초지진과 더불어 강화의 3대 진(鎭) 가운데 하나다. 전등사에서 가깝고, 병인·신미양요 때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니 한번 들를 만하다. 병인양요 이후 “어떤 외국 선박도 함부로 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는 뜻을 적어 세운 덕진진 경고비도 보인다. 조선 군사들은 신미양요(1871) 때 덕진진에서 미군과 48시간이나 포격전을 벌였다. 치열했던 당시의 전흔(戰痕)인가, 비석 아래쪽에는 탄환 자국이 지금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대포가 배열된 덕진진 동쪽으로는 김포의 언덕들이 보인다. 그 사이는 강화해협. ‘염화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가슴이 탁 트인다. 4살, 8살 두 아들을 데리고 온 박만원(39)씨는 “아이들과 조용히 걷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했다. 입장료 어른 700원, 어린이·군인 500원. 오전 8시30분~오후 5시 연중무휴.
◆ 몽골 침입의 요새 광성보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개성에서 강화로 수도를 옮겼음은 누구나 안다. 그 때 돌과 흙을 쌓아 만든 것이 광성보(廣城堡). 강화는 우리 민족 고난과 저항의 1000년사를 고스란히 담은 것 같다. 신미양요 때 미군에 맞서 싸우다 숨진 어재연(魚在淵·1823~1871)장군의 비석이 눈길을 끈다. 당시 전투에 쓰였다가 복원됐다는 대포도 3문 있다. 입장료 어른 1100원, 청소년·어린이·군인 700원. 오전 8시~오후5시 연중무휴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의 가볼만한 곳] 한려수도의 맛과 멋이 깃든 여수 별미여행 (0) | 2007.02.13 |
---|---|
동백꽃 만나러 떠나세요 (0) | 2007.02.11 |
입춘도 지났건만 대관령 고원은 지금? (0) | 2007.02.11 |
동백 피어나는 남쪽 바다 따뜻한 섬 - 거문도, 백도 (0) | 2007.02.09 |
숨어있는 1인치의 풍경… 그곳을 알려주마 (0) | 2007.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