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괴롭히는 근골격계 질환들] 퇴행성 관절염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 계단 내려갈 때마다 따끔거리는 무릎.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통증이 계속된다. 체중을 줄이면 도움이 된다기에 매일 걷고 운동을 해도 별 차도가 없다. 부산에 사는 김씨(여, 67)는 그래서 고민이다. 그동안 건강관리 잘 해왔다고 나름 믿고 있었는데….
무릎 관절염(關節炎)은 환자만 전 세계에 2억 5천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연간 300만명 이상(2022년 306.6만여명)이 이걸로 치료를 받는다. 연평균 1.6%씩 늘어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무릎 관절염도 이제 ‘국민병’이 되어 버렸다.
그중 여성 환자(68.5%)가 남성 환자(31.5%)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2배가 조금 넘는다. 65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X-ray 검사에서 관절염 소견을 보일 정도다. 50대 이후, 갱년기 호르몬 변화 때문으로 본다. 여기에 ‘O자 다리’(유전적 내반변형)를 또 다른 원인으로 꼽는데, 이런 다리 변형이 여성에게서 더 많다.
무릎이 보내는 신호
연골은 뼈와 뼈가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지면 관절이 뻣뻣해 진다. 염증이 생기며 통증도 시작된다. 퇴행성 변화다. 관절을 이루는 연골과 뼈, 관절막, 힘줄 등에 변화가 생기는 것.
무릎 관절염은 비만으로 인한 기계적인 부하 뿐만 아니라, 몸의 염증 때문에도 잘 생긴다.
비만, 외상, 무리한 운동도 원인이다. 특히 체중이 무릎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체중이 1kg 늘 때마다 무릎이 받는 하중은 4kg씩 증가한다. 부산 동의의료원 송무호 슬관절센터장은 “비만(BMI>30)일 경우, 정상 체중(BMI<25)보다 무릎 관절염 발생 위험이 4~5배 높다” 했다. 짐을 많이 실은 차의 타이어가 더 빨리 닳는 것과 비슷하다. 거기다 그 타이어가 오래된 타이어라면….
이는 “BMI 수치를 2 정도 낮추면(체중 약 5kg 감량) 10년 뒤 무릎 관절염 발생 빈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 ‘무릎 관절염 치료 가이드라인’도 “과체중 환자(BMI>25)의 경우, 운동과 다이어트로 5% 체중 감량만 하여도 증상이 호전된다”고 했다.
영양제와 연골주사, 그 효과는?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들 중 상당수가 관절 영양제나 연골주사를 찾는다. 최근 고가의 관절 영양제가 부쩍 많아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많지 않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MSM(메틸설포닐메탄) 등의 성분은 일부 연구에서 경미한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지만,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비타민D와 칼슘도 골다공증 예방에는 필수적이지만, 관절염을 치료하는 역할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연골주사(히알루론산 주사)는 관절액을 보충하고 마찰을 줄여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손상된 연골까지 복구하지는 못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의 ‘뼈주사’는 심한 통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맞으면 오히려 연골 손상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선 ‘줄기세포 주사’도 권한다. “무릎 연골이 재생되고, 관절 기능이 개선된다”는 것.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관련 슬관절학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 판단에 유보적. 송 센터장도 “무릎 관절염은 그런 식으로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고 했다.
체중조절과 운동, 그리고 식습관
무릎 관절염을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중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무릎이 받는 부담이 줄어들고, 연골에도 영양이 원활하게 공급된다. 마치 자동차 엔진의 윤활유와 비슷한 역할이다.
걷기, 수영, 스트레칭, 댄스, 자전거 등이 좋다. 꾸준한 저강도(低强度) 운동은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추고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 굳이 1만보까지도 필요 없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이라면 하루 7,000~8,000보만 걸어도 관절 건강엔 충분하다. 물론, 통증이 있을 때,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조기 치료와 적절한 관리만으로도 통증을 줄이고 관절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무릎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송 센터장은 “관절염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은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이라 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 나이 들면 관절염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느냐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잘 선택해서 먹고, 영양분을 소화계에서 잘 흡수해야, 그 영양분으로 근골격계가 잘 유지되겠죠. 그렇게 튼튼한 뼈와 관절로 운동을 해야 심혈관계가 좋아지고, 심혈관계가 좋아져야 각 장기로 가는 혈류가 좋아지며 몸 전체 건강 상태도 좋아집니다. 면역력도 커지고요. 따라서 관절염도 개선됩니다. 몸은 상호연결(interconnected)되어 있으니까요.”
-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던데…
“물론, 연골은 혈관이 없어 스스로 재생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무릎에 부하가 덜 가는 방향으로 꾸준히 근력을 강화하면 훨씬 낫습니다.”
- 살을 빼면 무릎이 덜 아프다는데, 다이어트가 너무 어려워요.“급격한 다이어트, 특히 굶는 방식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오히려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낫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면 체중이 자연스럽게 줄며 요요현상조차 거의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채식만으로도 체중이 줄고 염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 식습관을 바꾸면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가능합니다. 육류, 유제품, 가공식품은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반면, 현미, 채소, 과일, 콩류 등 식물성 식품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관절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도 채식을 하면 증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도움말: 부산 동의의료원 송무호 의무원장(정형외과, 슬관절센터장). 부산대 의학박사. 미국 피츠버그대 전임 의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 관절센터, 미국 하버드대 MGH병원 인공관절센터에서 연수했다. 무릎 정형외과학 교과서 ‘슬관절학’(3판) 공동 저자. 채식을 권하는 ‘비건’(Vegan)의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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