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뮤지컬은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냐고? 그럴 리가. 미식과 함께 뮤지컬 삽입곡을 레퍼토리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펍이나 바가 여러 곳 있다. 그 가운데 ‘커튼콜’, ‘캐스팅’과 ‘쇼플릭스’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뮤지컬 팬들을 매혹한다. 어디를 택할 것인가? 그건 멀티캐스팅 뮤지컬처럼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다. 그래서 더 행복한 고민이다.
완성도 있는 쇼 ‘커튼콜’
‘여러분을 목적지로 데려갈 바로 그 사람, 헤르메스, 바로 나.’
여러 편의 뮤지컬 쇼케이스를 보는 듯한 ‘커튼콜’의 공연
박찬호 배우가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삽입곡 ‘지옥으로 가는 길(Road to hell)’로 포문을 연다. 노래가 끝나자 환호와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노래의 제목은 ‘지옥으로 가는 길’인데 관객들의 표정은 이미 천국이다. ‘하데스타운’에 이어지는 무대는 신지연, 이봄, 김남우 배우가 뮤지컬 ‘시카고’ ‘알라딘’ ‘헤어스프레이’의 삽입곡으로 흥을 돋운다. 네 명의 배우는 방금 전까지 주문을 받으며 ‘커튼콜’을 소개하던 직원들로 이들 모두 현직 뮤지컬 배우다.
주문을 받는 직원들은 잠시 후 배우로 변신한다
음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 펍
대학로에 위치한 ‘커튼콜’은 한국 최초의 뮤지컬 펍이다.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와 연기로 소통하며 부업을 병행할 수 있고, 관객은 형식에 구애됨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곡이 끝나면 마음껏 환호성을 질러도 된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극장 뮤지컬과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커튼콜’의 입장과 퇴장은 2시간 단위로 이뤄진다. 각 회 차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편하게 펍처럼 즐기다가 커튼을 치고 조명을 비추면 공연 무대로 변신한다. 배우들은 실내 곳곳을 누비며 관객의 흥을 유도한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되어 다른 펍에 비해 공연 비중이 높고 짜임새가 좋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에게 음료 컵받침으로 투표하는 것도 재미다.
🔎한 줄 관람평: 뮤지컬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고 싶은 이는 단연 ‘커튼콜’!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12길 22, 아트포레스트 2층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044677
•입장료: 1인 2만원(무료 음료 1잔 포함), 추가 음식 별도
여유롭게 즐기는 펍 ‘캐스팅’
배우들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캐스팅’의 공연
캐스팅’은 종로3가역, 익선동 초입의 도로변 지하 1층에 위치한다. 얼핏 보면 보통 펍 같지만 계단 입구로 내려서자 ‘오늘의 캐스팅’이 뮤지컬 펍임을 알려준다. 오늘의 주인공은 박홍순, 박하은, 신용오, 진희주 배우다. 첫 곡은 뮤지컬 ‘겨울왕국’의 ‘사랑은 열린 문(Love is an open door)’이다. 뮤지컬 ‘겨울왕국’의 여러 곡 가운데 ‘Let It Go’가 가장 유명하지만, 제일 로맨틱한 곡으로는 ‘사랑은 열린 문’을 꼽는 이가 많다. 신용오, 진희주 두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펍은 로맨틱한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당일 공연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선곡표
공연은 매시간 45분부터 정각까지 약 15분가량 진행된다. 주문은 공연과 공연 사이 테이블 키오스크에서 담당 직원을 선택한 후 이뤄진다. 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은 오늘의 출연 배우들이다. 이들은 공연이 시작되면 솔로와 듀엣, 합창을 넘나들며 관객들을 매료하고, 열정적인 15분이 지나면 다시 펍의 직원으로 돌아간다.
기본 예약은 2시간 단위지만, 다음 예약이 만석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좀 더 머물며 즐길 수 있다. 종종 선곡표에 없는 깜짝 무대나 ‘서바이벌 스테이지’ 같은 특별 무대가 마련되기도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유쾌하게 누릴 수 있는 펍이다.
🔎한 줄 관람평: 뮤지컬 공연도 즐기고 편안한 ‘펍’의 분위기도 느끼고플 때는 ‘캐스팅’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돈화문로11길 12 지층 1층
•예약: https://m.booking.naver.com/booking/6/bizes/1141916
•입장료: 1인 1만 5000원(무료 음료 1잔 포함), 추가 음식 별도
화려한 무대 ‘쇼플릭스’
관객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쇼플릭스’의 'T'자형 돌출 무대
신당동은 ‘힙당동’이라 불린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젊고 뜨거운 거리다. 황학동 쪽 서울중앙시장 인근이 그 중심이다. 쌀창고나 쌀가게를 리모델링한 카페, 빵집 등 기존의 ‘싸전거리’와 감성 공간이 공존하고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쇼플릭스’는 신당동의 떠오르는 명소다. 이곳 역시 옛 쌀가게를 개조해 뮤지컬 바로 꾸몄다. 입구에는 ‘현대 정주영 회장님이 쌀장사를 시작한 곳입니다’라고 적힌 입간판이 반긴다. 그리고 벽 쪽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오늘의 ‘쇼타임’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있다. ‘쇼플릭스’는 인테리어도 흥미롭다. 옛 쌀가게의 흔적은 마치 무대 미술인 양 존재한다. 곧장 뮤지컬을 올려도 손색없을 극장의 모습이다. 손님용 테이블은 가운데 ‘T’자형의 무대를 두고 1층과 2층 가장자리에 위치하는데, 배우들이 노래하며 무대 위를 걸어 나올 때는 이곳이 뮤지컬 바가 아니라 극장인 것만 같다. 그리고 배우들이 다시 뮤지컬 바의 직원으로 응대할 때에야 현실로 돌아온다.
뮤지컬 티켓처럼 디자인한 입장권
옛 쌀가게의 흔적이 무대 장치처럼 보이는 ‘쇼플릭스’ 실내
‘쇼플릭스’와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는 21명이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한두 번 마주했을 배우들도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주역 유다 역의 한지상, 헤롯 역의 전재현 배우가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매시간 정각에 15분, 매시간 30분에 5분간의 미니공연으로 이뤄진다. 입장은 예약 80%, 현장 구매 20% 비율로 운영한다. 1인 방문객은 예약 없이 바 자리를 이용할 수 있다.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지만 만석 시 2시간으로 제한한다. 마지막 타임은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진다.
🔎한 줄 관람평: 화려한 무대와 출연진, 우아하고 ‘힙(hip)’하게! ‘쇼플릭스’에서라면~!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411-26 1층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1171595
•입장료: 입장료: 1인 1만원, 추가 음식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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