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9코스 하이라이트 남부 해안선~대룡시장 6km
교동도를 걸으면 잊고 있었던 가을이 와락 안겨온다. 다을새길 남쪽 해안선 구간이 끝나면 황금빛 들녘으로 이어진다. 약속이나 한 듯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넓은 들판이 금빛으로 일렁인다. 황금빛 벼이삭 사이를 걷노라면 허겁지겁 살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기도 한다. 느리게 말을 걸어오는 풍경이 있음을 깨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음을, 며칠 지나고서야 알게 된다.
교동대교와 월선포, 세월의 간극
바깥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뱃길 관문이던 월선포. 북적이던 그 옛날 인파 없이 정적만 감돈다. ‘선착장 대합실’ 간판이 남아 있는 건물은 부동산 사무소가 되었고, 차박 온 노부부가 세월 뒤에 돌아앉은 포구의 고요를 교향곡마냥 음미하고 있었다. 멀리 교동대교가 거대한 조각품처럼 뻗어, 육지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섬 남쪽엔 파도치지 않는 바다가 있다
수평선까지 걷고 싶은 날, 교동도에 가야 한다. 한없이 막막한 남쪽 해변에 서면, 파도치지 않는 바다가 슬그머니 등을 쓰다듬는다. 침묵하는 바다가 있다는 걸, 교동도에 와서야 알았다. 말수 없는 속 깊은 여인처럼, 해변 가득 들어찼다가 슬그머니 떠나는 바다. 생색 내지 않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걷노라면, 여물지 못한 마음이 단단해질 것만 같다.
제비가 떠나는 가을이면 더 깊어지는 풍경
제비를 따라 걸으면 수평선 끝으로 갈 수 있는 은밀한 제방길이 나온다. 교동도의 옛 이름인 ‘달을신達乙新’에서 유래한 강화나들길 9코스 다을새길. 제비가 떠나는 가을이면, 월선포 앞바다는 더 깊어진다. 배를 만들던 마을에 둥근 달이 뜨면 바닷물 속에도 달이 있어, 달의 신선이 내려앉을 풍경이라 하여 이름이 유래하는 월선포月仙浦. 그 귀퉁이에 제비가 앉았다.
교동도는 평화와 풍요가 특산품
벼가 무르익고, 해안선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면 ‘평화와 풍요의 섬’이라는 교동도의 슬로건이 참말임을 알게 된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깃든 평화와 풍요. 누군가 이 섬의 특산품이 뭐냐고 물으면, 새우젓과 쌀이 아닌 ‘평화와 풍요’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을새길을 걸으면.
단순명료한 외길로의 망명
걷고 있으나 멈춰 있는 줄 알았다. 한참을 걸어도 바뀌지 않는 경치. 느긋하게 물들어가는 칠면초길은 쉴 새 없이 달려온 도시인을 딱 멈춰 세우는, 어떤 안도감이 있다. 단순명료한 외길로의 망명. 복잡했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속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흩어지는, 자연의 느긋한 경지에 슬쩍 숟가락 얹는 순간이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남쪽 해안선
저수지와 바다 사이로 난 제방길. 짧은 바다 너머로 석모도 상주산이 굴곡진 선을 풀어내며 흘러간다. 저수지와 바다 사이, 고요한 두 개의 수면 사이로 난 나들길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어, 걸을수록 평화가 깃든다. 1km를 걸어도 변하지 않는 두 개의 수면을 따라 걸으면,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날카로워진 신경이 둥글게 누그러지기도 한다. 간혹 사람 마음을 어루만지는 길이 있다.
세월을 초월한 단단함, 교동읍성
1629년에 지은 조선시대의 흔적인 교동읍성. 이제는 인천광역시 기념물로 남은, 세월을 초월한 성문 앞에 서면, 고려 희종과 조선 연산군의 유언이 바람에 실려 올 것만 같다. 두 왕은 교동도에 귀양 온 후 숨을 거뒀다. 고려와 조선의 왕이 귀천한 희귀한 섬인 것.
나들이 나온 말뚝망둥어와 참게
교동도 갯벌은 생명의 보고다. 멈춘 화면 같지만 갯벌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아 있다. 재미있는 생김새로 기어가는 말뚝망둥어, 단단한 갑옷을 입은 참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바다 생물의 바쁜 일상이 갯벌에 스며들어 있다. “혹시 너희 둘 커플이니?”
오동나무 우뚝한 섬, 교동도
삼국시대부터 ‘오동나무가 우뚝한 섬’이라 하여 교동도喬桐島라 불렸다. 교동도란 이름으로만 1,000년가량 불린 뿌리 깊은 섬이다. 지금도 키 큰 나무들만 보면 ‘오동나무인가?’하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잔잔한 재미가 있다.
교동도의 종로, 대룡시장
대룡시장은 교동도의 종로다. 서울 중심가 먹자골목처럼 먹거리와 볼거리로 가득하다. 시골 특유의 시장 분위기와 젊은 상인들의 활력까지 더해져 2024년과 1960년대가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타임머신 타고 온 듯한 교동도 인기 명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대룡시장의 교동이발관. 실향민 출신의 이발사는 세월의 뒤로 물러나고, 술빵집이 되었다. 대룡시장은 6·25 때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란 온 주민들이 모여서 만든 시장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백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골목시장이며, 60여 년 동안 교동도의 중심가로 자리 잡아 왔다. 교동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교동도 강화나들길 9코스 ‘다을새길’ 정보
교동도는 걷기, 자전거 타기, 드라이브 코스로 매력 있다. 걷기길은 강화나들길 9코스와 10코스가 있다. 원점회귀 가능한 코스이며 16km와 17km로 6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 당일 풀코스다. 하이라이트 코스로 9코스의 월선포에서 대룡시장을 잇는 6km가 있다.
경치가 빼어난 남부 해안선 구간과 작은 평야이자 곡창지대를 관통해 대룡시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걷기를 시작해 정오쯤 대룡시장에서 허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남부 해안선은 외길에 가까운 길이고, 갈림길에는 걷기길 표식이 있어 길찾기는 쉽다. 네이버지도 앱에서 ‘강화나들길 9코스’만 검색해 따라가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월선포에는 무료주차장이 있으며 화장실과 편의점이 있다. 대룡시장에는 대형 무료주차장이 있다. 교동도는 화개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라 자전거를 타고 즐기기에도 좋다. 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교동제비집(032-934-1000)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2~3시간에 1만 원 정도.
거리: 6km
난이도: ★★☆☆☆
소요 시간: 2시간
교통 월선포는 강화읍내 강화터미널에서 18번 버스(06:10~20:30)를 타면 닿는다. 70분에서 10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하루 11회 운행한다. 섬 내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대룡시장 무료주차장에 자가용을 세워두고 자전거를 대여해서 섬을 둘러보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다.
먹거리 대룡시장 맛집 투어가 빠지면 교동도 여행을 다녀왔다 말하기 어렵다. 복고풍 먹거리와 황해도 음식, 서해안 특유의 해산물 등이 주를 이룬다. 간식거리로 교동 핫도그, 호떡, 팥죽, 식혜, 빵류, 과자류, 떡을 비롯해 한 끼 식사로 좋은 황해도식 냉면, 국밥,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 젓국갈비, 이북식 만두전골, 밴댕이무침, 밴댕이회가 주요 메뉴이다. 복고풍 다방의 쌍화차도 유명하다.
6개월 만에 30만 명 다녀갔다 수도권 최고의 ‘북한전망대’ [힐링로드 인천 교동도 화개정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상에 올라 북한 땅 볼 수 있는 화개정원 전망대
지난 8월 8일 북한 주민이 걸어서 교동도로 귀순했다. 사람들은 바다가 있는데 어떻게 걸어서 귀순할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교동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수도권에서 가깝고, 북한 연안읍과 직선거리가 2.5k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서해 특성상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해 썰물에는 갯벌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 주민은 수영과 도보를 번갈아 해서 귀순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육지인 김포 땅보다 황해남도가 훨씬 지척이다. 가까운 만큼 북한이 훤히 드러나는 수도권 최고의 전망대인 것. 그런 교동도에서도 경치 명소로 화개정원이 꼽힌다. 섬 최고봉인 화개산(259m) 정상 부근에 전망대가 있고, 모노레일로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올라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수도권 최고의 북한 전망대인 셈이다.
지난해 개장한 최신 전망대
지난해 5월 개장한 화개정원은 강화군에서 382억 원을 투입해 화개산 일대에 조성된 최신 시설이다. 산 아래의 조선시대 연산군 유배지는 정원으로 꾸몄고, 해발 250m의 능선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저어새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스카이워크형 전망대’를 설치했다. 또 민자를 유치해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해 역사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개장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교동도는 1,000년 전부터 유서 깊은 유배지였다. 특히 왕실의 유배지로 유명했다. 특히 1237년 고려 희종과 1506년 조선 연산군이 교동도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역사는 두 왕을 정반대 성격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비극적인 죽음은 같았다. 두 용이 숨을 거둔 유일한 섬이 교동도인 것.
희종과 연산군, 두 왕이 숨을 거둔 섬
고려 무신정권의 힘에 눌려 꼭두각시 왕이었던 희종은 왕자 시절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과오를 모른다. 나 또한 스스로 알지 못하니 경들에게 부탁한다. 숨기지 말고 언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신하들은 “겸손하고 현명하다”며 왕자를 칭찬했다.
1211년 희종은 실권자 최충헌을 없애고 왕권을 회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폐위되어 긴 유배길에 오른다. 잠깐 귀양에서 풀려 수도 개경으로 돌아오기도 했으나, 왕권 찬탈을 노린다는 무고로 다시 귀양길에 올라 교동도에서 숨을 거뒀다. 교동도를 비롯한 황무지나 다름없는 주변 섬에서 18년간 귀양살이한 후였다.
300여 년 후 교동도는 다시 폐위된 왕이 귀양살이를 온다. 폭정을 견디다 못한 신하들이 군사를 일으켜 연산군을 폐위한 것. 체포된 왕은 곧장 강화도로 추방되었다가 교동도로 옮겨졌다. 장녹수를 비롯한 후궁들은 종로와 남대문에서 돌을 맞아 죽었으며, 어린 아들들도 군사들에게 죽었다. 연산군은 교동도에 온 지 2개월 만에 천연두와 화병으로 숨을 거뒀다. 죽기 직전 “폐비 신씨가 보고 싶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화개산은 빛날 ‘화華’에 덮을 ‘개蓋’를 이름으로 쓰는데, 산의 모습이 ‘솥뚜껑을 덮어 놓은 것 같다’하여 유래한다. 정상에 산불감시 초소와 너른 터가 있으며, BAC 섬산100 프로그램 인증지점이라 산행으로 정상을 찾는 이들도 많다. 다만 능선의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산길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산행으로 올라야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화개정원은 5색 테마정원으로 나뉜다. 역사를 담은 문화정원, 시골 정취를 담은 추억의 정원, 북한 땅을 전망하는 평화의 정원, 사람에게 유용한 식물로 꾸민 치유의 정원, 저수지 경관을 살린 물의 정원이다. 역사·문화 정원은 연산군이 소달구지를 타고 유배 온 장면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아 역사의 현장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꾸며놓았다.
9인승의 작은 모노레일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케이블카나 곤돌라에 비하면 느릿느릿하지만 가파른 지능선을 따라 숲을 관통해 오르기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급경사 구간에서는 안전한 스릴을 체험하게 된다.
화개정원의 하이라이트는 주능선의 스카이워크 전망대다. 단순한 전망데크가 아닌 3~4층 규모의 전망타워이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기존 전망대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 교동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전망대는 저어새의 긴 부리와 눈을 본 따서 만들었다. 전망대에서는 교동도를 북쪽에서 감싸고 있는 북한 땅이 넓게 펼쳐진다. 종주하고 싶은 북한의 산줄기가 길게 드러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북녘 땅은 2020년대 새로운 기념사진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약자라면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효율적이며, 일반인은 걸어서 하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리막 임도를 따라 1km만 걸으면 화개정원 입구에 닿는데, 5가지 테마의 정원을 구경하며 내려갈 수 있다.
화개정원에서 도로를 따라 2km를 가면 고구저수지에 닿는다. 북쪽의 큰 저수지와 남쪽의 작은 연꽃 저수지가 있다. 연꽃 저수지는 그야말로 연꽃으로 가득한 기념사진 명소. 연꽃 저수지 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데크와 팔각정이 있다. 교동도를 떠나는 길에 들를 만한 향기로운 명소이다.
화개정원 정보
화개정원은 ‘인천 강화군 교동동로471번길 6-60’에 자리하고 있다. 대룡시장에서 2km 거리로 가까워 연계해서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입장료는 5,000원, 모노레일 이용료는 왕복 1만3,000원이다. 모노레일 티켓은 왕복만 가능하다. 모노레일을 이용해 전망대에 오를 경우 1인당 1만8,000원의 이용료가 드는 셈이다. 모노레일 상행과 하행 각각 20분이 소요되며, 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망대까지 거리가 1km에 불과해 입장 티켓만 끊어서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걸어서 다녀오는 것도 등산동호인이라면 어렵지 않다. 오히려 화개정원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화개산 정상까지 300m로 가깝지만 별도의 통로가 없고,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BAC 인증을 위해 정상을 오를 경우 화개사 방면 혹은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왼쪽 산길로 올라야 한다.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1.2km이고, 화개사에서 정상까지 2km이다.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 있어 조금 힘들 수 있다.
교통 강화읍내 강화터미널에서 18번 버스(06:10~20:30)를 타면 화개정원 입구에 닿는다. 교동도 내에서 화개정원과 대룡시장을 거쳐 월선포에서 회차해 강화도로 돌아간다. 화개정원 입구에는 대형 무료주차장이 있다.
먹거리 화개정원의 모노레일 승강장 건물 2층에 커피와 빵을 판매하는 카페가 있다. 좀 더 여유롭게 요기를 하려면 3층의 식당이 낫다. 돈까스, 국밥, 비빔밥, 우동, 막국수, 메밀전병, 물만두, 떡볶이, 닭강정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스카이워크 전망대 1층에도 카페가 있어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판매한다.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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