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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대한민국의 숨, 울진] ‘족보’있는 산과 바다 울진의 가을은 깊다

by 白馬 2024. 10. 16.

울진 남대천의 ‘은어아치 보행교’. 울진의 왕피천과 남대천은 은어와 연어가 회귀하는 곳으로 이 보행교는 동해안 최고의 해넘이와 해돋이 명소다.

 

 

울진은 한걸음에 달려가면 바다를 만나고 한 걸음을 디디면 산야를 만나고, 한 걸음을 내달으면 자연이 빚은 천연온천을 품은, 전국 유일의 ‘삼욕三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전국 어디에도 울진처럼 자연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은 곳은 없다. 

울진의 가을은 부드럽다.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렇고, 금강소나무를 품은 산야가 그렇다. 

 

15km에 이르는 불영계곡은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 답게 깊은 계곡 사이로 기막힌 절경을 군데군데 빚어놓았다. (오른쪽) 불영계곡에서 불영사佛影寺를 빼놓을 수 없다. 홍수라도 지면 거대한 수로로 변할 것 같은 협곡에 절집이 앉아있다. 불영사가 앉은 자리는 실로 절묘하다. 물의 위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둔덕이면서도 깊은 협곡 안이어서 모진 바람의 입김도 미치지 못할 자리다(왼쪽).

 
 

노장사상의 흔적 ‘단하동천丹霞洞天’ 품은 울진 불영계곡

‘붉은 노을이 걸린 지상의 유토피아’로 여기는 ‘단하동천丹霞洞天’을 품은 울진 불영계곡佛影溪谷이 푸른 물을 하늘로 퍼트리며 물안개에 싸여 있다. 불영계곡을 끼고 신라 고찰인 불영사로 이어지는 길은 ‘연하일휘煙霞日輝’의 길이다. 불영계곡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杏谷里에서 서면 하원리下院里 불영사佛影寺에 이르는 15㎞ 규모의 기암절벽과 속살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맑은 광천光川(빛내)을 품고 있는 수려한 계곡이다. 그 품세가 인공으로는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기괴하고 수려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난 1979년 12월에 명승 제6호로 지정되었고, 이어 1983년 10월에 군립공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불영계곡은 누천년 제자리를 지키며 바람과 비와 햇살에 제 몸을 맡겨 창옥벽蒼玉壁·의상대義湘臺·산태극山太極·수태극水太極·명경대明鏡臺 등 30여 개의 명소를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자연풍광만 선사한 게 아니다. 불영계곡은 울진지역의 역사와 삶을 오롯이 반영하는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불영계곡을 성역으로 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투영해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의상대사와 구룡九龍의 쟁투’이다.

 

의상대사가 울진 온정 백암산 기슭에 ‘백암사白巖寺’를 창건하고 고개를 들어 서쪽을 보니 ‘석가모니가 수도하던 인도의 천축산을 닮은’ 산이 있어 그곳을 향해 지팡이를 던졌다.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사찰을 짓기 위함이었다.

지팡이가 꽂혀 있는 곳에 당도하니 아홉 마리의 용이 길을 가로막았다. 의상대사는 혼신을 다해 구룡과 쟁투를 벌여 여덟 마리의 용을 퇴치하고 마지막 한 마리와 일진일퇴의 사투死鬪를 펼친 끝에 마침내 ‘주천대酒泉臺(현 근남면 행곡리 구미마을)’에서 용을 물리쳤다.

 

의상대사는 아홉 마리의 용과 인연을 빌어 사찰을 창건하고 ‘구룡사九龍寺’라 이름 지었다. 이후 구룡사는 “용이 살던 못에 부처의 설법 형상”이 비치자 오늘날의 ‘불영사’로 개칭했다.

의상과 구룡이 석 달 열흘을 두고 벌인 사투로 형성된 것이 오늘날의 ‘감입사행계곡’인 불영계곡이다. 의상에게 패한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주천대’는 또 다른 세계관인 유학儒學의 울진지역 발상지이다.

불영사로 들어서는 초입은 ‘붉은 노을이 걸린 지상의 낙원’이라는 뜻을 가진 단하동천의 세상이다. 동천洞天은 ‘천상의 동네’라는 의미로 도가道家사상을 품고 있다.

웅장한 불영계곡을 밟고 계곡이 빚은 순백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비처인 단하동천에서 불영사로 이어지는 길은 가히 천상으로 오르는 절경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의 전설 깃든 월송정 해변

 

동해안 최고의 ‘일출명소’…울진 남대천 은어銀魚 아치 보행교

은어와 연어 회귀천인 울진 왕피천과 남대천, 말루.현내항을 잇는 ‘남대천 은어 아치 보행교’는 동해안 최고의 해넘이와 해돋이 명소이다.

 

바다와 강이 맞닿은 곳에 조성된 은어 아치 보행교를 배경으로 동해의 부상扶桑을 박차고 떠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엄’이다. 때문에 사철 전국 사진 마니아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 울진군은 은어 아치 보행교와 이마를 맞댄 염전해변에 오토캠프장을 조성했다. 염전해변은 1960년대까지 왕성하게 생산되던 전통 천일염인 ‘울진 토염土塩, 炙塩’ 생산 현장이다. 이곳 울진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울진 십이령 바지게길’을 통해 영주, 봉화, 안동 등 영남내륙으로 유통되었다. 염전해변과 맞닿은 곳은 우리나라 ‘친환경생태농업’의 발상지인 ‘왕피천 공원’이다.

 

작은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곤충박물관, 왕피천케이블카, 안전체험관, 놀이공원 등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즐길거리가 수두룩하다.

또 인근에는 ‘울진의 젖줄’인 왕피천을 끼고 발달한 망양정해수욕장과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望洋亭’을 만날 수 있다.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구산해수욕장, 월송정 등과 이어진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훼손되지 않은 해안사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어 다른 생태공원과 차별화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습지 위에 만들어진 데크길을 걸으면서 습지 환경과 조류관찰까지 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원래의 망양정이 있던 울진 기성 망양해변.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

 

신라 수로부인 연정의 현장… 기성 조도잔鳥道棧

코발트빛 바다와 붉은 장엄이 연출하는 빛깔은 가히 자연만이 가져다주는 ‘황홀’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 선생이 일찍이 울진 망양정을 찾아 직접 확인한 ‘천근天根(하늘뿌리, 수평선)’이 ‘푸른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을 선사한다.

 

망양정이 본래 기성면 망양리에서 근남면 산포리로 이전되기 전 송강 정철 선생이 밟은 망양정은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 위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이는 조선조 최고의 진경 화가인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望洋亭圖’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는 그야말로 해안 기암절벽에 단아한 모습으로 푸른 동해를 조망하는 당시의 망양정을 실사實寫처럼 보여 준다. 파도가 햇볕에 흰 포말을 유리알처럼 부수며 해안 절벽을 오르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도 황홀 그 자체이다.

 

망양정에는 사뭇 가슴을 치는 수로부인의 연정이 오롯이 녹아 있다. 남편인 강릉 태수를 만나기 위해 당시 신라 수도인 동경(현 경주)을 떠나 험한 파도 넘실대는 바닷길을 따라 먼 여정에 나선 수로부인이 울진 땅 기성에 도착해 ‘열정의 스캔들’에 빠진다.

삼국유사는 수로부인이 얽힌 소중한 사랑의 노래 두 편을 남겼다. 하나는 ‘헌화가獻花歌’이며 또 하나는 ‘해가海歌’이다.

관동제일루로 불리던 망양정 옛터.

 

일설의 주장대로 영덕 굴곡포가 ‘헌화가의 발상지’일 경우 울진군 월송정과 기성 망양정 일원은 삼국유사의 ‘해가’의 발상지인 ‘임해정臨海亭’이 유력해지며 이와 반대로 삼척시의 주장대로 삼척 새천년도로 일원이 ‘해가의 발상지’이면 울진은 ‘헌화가의 발상지’로 추정된다.

 

최근 일부 사학자들과 울진지역 향토사학가들은 “울진 기성 옛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배경지”임을 비정한 바 있다.

실제, 조선 숙종·영조 대의 뛰어난 문인인 옥소玉所 권섭權燮(1671~1795)의 ‘옥소고玉所稿’ ‘유행록遊行錄’ 2권에 “임의(해?)대臨猗(海?)臺는 망양정 아래에 있다”는 기록에 미루어 옛 망양정 부근이 임해대(정)로 확인될 경우, 울진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역사문화적 배경지’로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소 권섭 선생의 ‘기성팔경’ 등 옛 문헌 기록에 나타나는 기성 망양리의 해안 절벽을 잇는 옛길인 ‘조도잔鳥道棧’의 잔존으로 미루어 기성 망양 해안이 ‘수로부인의 해가의 현장’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맨발걷기 끝판왕 ‘슈퍼 어싱’ 울진의 명품 해안에서 체험해요

 

울진군의 121km 해안길은 맨발걷기에 최적의 장소다. 특히 바닷가는 어싱 효과가 극대화되는 ‘슈퍼 어싱’이라고도 불린다. 명품 소나무 숲과 무공해 해안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어느덧 피곤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월송정 해변.

 

 

“지구와 접지하라”

최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맨발걷기 열풍이다. 동네 뒷산에 오르면 등산화 신고 걷는 사람들이 소수파로 보일 정도로 ‘맨발족’이 늘고 있다. 맨발걷기는 영어로 어싱earthing. 미국 심장 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가 쓴 책 제목에서 유래한 말이다. 땅에 맨살을 대면 지구의 음전하가 몸 안으로 들어와 유해한 활성 산소를 줄여 준다는 것이다. 맨발걷기 효과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발바닥을 자극함으로써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머리가 시원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중의 한 명이다.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와 해변을 자랑하는 울진군의 121km 해안길은 맨발걷기에 최적의 장소다. 바닷가는 어싱 효과가 최대치로 발휘되는 장소로 ‘슈퍼 어싱’이라고 불린다.

 

해안선이 긴 만큼 발 감촉도 다양

해안선이 긴 만큼 해안의 느낌도 다양하다. 장소에 따라 발에 닿는 감촉이 다르다. 까슬까슬하기도 하고, 보드랍고 폭신하기도 그리고 사각사각 기분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바다라고 해도 발을 내디딜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7번국도를 따라 울진 해안을 드라이브하며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하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해안이 나온다면 신발을 벗고 걸어 보는 것도 좋다.

밤에 후포해수욕장 해변을 맨발로 걷는 가족들.

 

후포에서 편안하고 깔끔하게 맨발걷기

맨발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해도 걷고 난 뒤 발에 묻은 모래 등의 뒤처리가 번거로워 꺼려진다면 울진 후포해수욕장 해변과 후포4리~후포6리 구간을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후포는 해변에 해안 맨발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종합안내판, 세족장, 신발장 등의 편의시설을 마련해 부담 없이 해안 맨발걷기를 즐길 수 있다. 후포해수욕장은 왕복 1.2km , 후포4리에서 6리는 1.4km로 긴 코스는 아니지만 청정 동해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손색없는 코스이다. 후포 해안의 맨발 걷기는 일몰 풍광과 함께 야간 조명 아래 걷는 것도 특색 있다. 노을을 배경으로 걷다가 형형색색 조명으로 화려해진 등기산 공원과 반짝이며 어둠속 바다를 가로지르는 등기산 스카이워크의 모습은 울진 밤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나무 숲과 바다를 함께 보며 걸어요

울진군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평해읍 월송정 일원에 해양치유 맨발걷기 체험코스를 조성해 맨발걷기길, 세족대, 휴게공간, 운동기구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야간 경관 조명 및 CCTV 설치 등을 통해 야간에도 안전하게 맨발걷기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월송정 일원에 조성되는 맨발걷기 체험코스는 당초 기존 조성된 길에 2.2km를 연장하는 것으로 추진될 계획이었으나, 맨발걷기에 대한 시대적 흐름과 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간 및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울진의 해양치유 맨발걷기 체험코스 조성이 완료되면 인근에 추진 중인 울진해양치유센터와 구산해수욕장 오토캠핑장, 평해사구습지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을 걷는 또 다른 방법, 노르딕워킹

울진군은 맨발걷기 이외에도 해변 노르딕워킹 등 걷기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노르딕워킹이란 동계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에서 발전한 것으로 양손에 전용 스틱을 잡고 네 발로 걷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지난 7월에는 울진 해양치유 프로그램으로 노르딕 워킹 지도자 과정 교육을 통해 노르딕워킹 준지도자과정 24명, 정지도자과정 8명이 수료하기도 했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