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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Man&Wall 흑룡폭포등반] 더위도 못 쫓아온 계곡…바위꾼들의 여름휴가

by 白馬 2024. 9. 17.

매년 여름 많은 등반가들이 표충사 흑룡폭포를 찾아 계곡등반을 즐긴다. 이날 등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물이 불어나 철수하는 도중 사진 촬영을 위해 안전한 곳에서 김규철씨가 포즈를 취했다.

 

 

뜨거운 여름은 강철 같은 등반가들도 녹아내리게 한다. 따라서 이때만큼은 평소에 멀어서 자주 가지 못했던 등반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번엔 서울에 거주하는 등반가들과 남쪽으로 내려갔다.

허선무(한국등산학교 기술자문), 김문섭(산빛산악회), 문성욱(코오릉등산학교 강사), 강태원(한국등산학교 강사)이 휴가철을 맞아 부산 경남으로 등반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을 따라갔다.

계곡등반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형윤씨와 최종화씨.

 

보통 등반 여행을 떠나면 그 지역 등반가들과 만나기 마련이다. 이것 또한 매우 즐거운 일이다. 부산빅월클럽BBC 회원들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생각에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일명 서울팀의 2박3일 계획은 이랬다. 1일차 밀양 얼음골 울클리지 등반, 2일차 밀양 표충사 계곡등반, 3일차 부산 금정산 대륙암 등반. 나는 체력이 부족해 표충사 계곡등반과 대륙암 등반을 함께하기로 했다.

1일차 저녁에 밀양의 한 캠핑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잘 익은 더덕주를 준비해 온 허선무씨가 한잔 내밀었다. 나는 단숨에 이것을 들이켰다. 이들은 2017년 울산클라이머스 연합이 개척한 14피치의 울클리지를 등반하고 돌아온 터라 얼굴이 모두 모두 벌겋게 익어 있었다. 김규철BBC과 공영효BBC가 울클리지 등반에 함께하고, 저녁에는 이형윤 BBC 회장을 비롯해 최종화, 김도완, 박정용 회원이 함께했다. 모두 더덕주를 맛있게 나눠 마셨다. 

 

허선무씨가 리딩해서 흑룡폭포를 향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다음날 흑룡폭포 계곡등반을 위해 표충사로 향했다. 여름철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표고차가 커서 등반성이 꽤 있고 한여름 최고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흑룡폭포와 층층폭포는 온 몸을 적시는 짜릿한 등반코스다.

표충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으로 이동했다. 계곡 등반 시작은 주차장 옆에서 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좀 더 걸어 올라가서 할 수도 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등반하기에는 최고였다. 하지만 이날 소나기를 만났다. 계곡은 폭우성 소나기에 특히 위험하다. 출발과 동시에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 계곡 물도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반가들은 노련했다. 누구보다 위험을 빠르게 감지했다. 흑룡폭포에 도착 후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니 비가 그치고 날씨가 거짓말같이 맑아졌다. 하지만 이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소나기는 멈췄지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의 양은 엄청났다. 나는 사진을 못 찍어 몹시 아쉬웠지만 이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대표 암장 금정산 대륙암. 물이 불어난 계곡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이곳은 부산 등반가들의 등반 역량을 키운 곳이다.

 

계곡에서 하강하면서 완만하고 안전한 곳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그들은 긴장을 떨치고 놀기 시작했다. 허선무씨가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계곡 등반 하는 것처럼 올라가면서 포즈를 취할까?”라고 말했다. 나는 반가워서 외쳤다. 

“형님! 그렇게라도 해주십시오. 사진 좀 찍겠습니다!”

 

밀양과 부산에서 등반 여행을 즐기기 위해 모인 서울팀과 부산팀 산악인들.

 

“OK, 큐!” 사인이 떨어지자 일행은 모두 계곡에서 등반 놀이를 시작했다. 아이들같이 해맑은 모습이 꼭 밝아진 하늘같았다. 덕분에 제대로 된 여름휴가 분위기가 났다. 

사실 나는 계곡 등반만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이곳은 워낙 깊은 계곡이라서 보여 줄 것이 많았다. 소나기 덕분에 부산 금정산에 있는 대륙암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등반가들의 여름휴가 장면을 마저 싣기로 했다.

 

문성욱씨가 대륙암 가을의 문턱(5.12a)을 출발하고 있다. 출발 난이도는 12급을 훌쩍 넘는다.

 

대륙암은 1989년 부산 클라이머스클럽이 개척을 시작했다. 이후 청봉산악회, 부산빌라알파인클럽, 동아대학교팀이 추가적으로 루트 작업을 하면서 상단벽 14개 루트, 하단벽 12개 루트가 만들어졌다. 대륙암은 부산을 대표하는 최고의 암장이다.

 

축제 1(5.11a)를 등반하는 김문섭씨. 그는 암벽등반 실력은 물론이고 산악스키도 수준급으로 즐긴다.

 

이날 문성욱씨가 등반에 열을 올렸다. 대륙암은 루트 특성상 온사이트가 쉽지 않은 곳이다. 난이도 표만 보고 덤볐다가 많은 등반가들이 추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등반은 경력을 무시 못 하는 법, 부산의 짠 난이도에 문성욱씨는 금방 적응했다.

 

숲속의 빈터(5.11a)를 등반하는 문성욱씨. 이 날 최고의 등반력을 보였다.

 

서울팀은 기억에 남는 등반을 하고 서울로 향했다. BBC팀들과 헤어지면서 아쉬워하는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확 드러났다. 서울팀이 떠나면서 말했다. 

“내년에 또 봐요! 그때까지 건강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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