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콧물, 재채기, 간지러움 등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꽃가루나 황사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의 원인을 피하는 회피요법과 약물 요법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알레르기에 쓸 수 있는 약물 중에는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들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약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은 히스타민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이 물질이 작용하지 못하게 해서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한다. 항히스타민제는 개발된 시기에 따라서 1세대와 2세대로 나눌 수 있으며 콧물, 재채기, 두드러기, 간지러움 등 알레르기 증상을 가라앉힌다.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가능한 일반약 중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에는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트리프롤리딘(triprolidine),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이 있고, 2세대에는 세티리진(cetirizine), 로라타딘(loratadine),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이 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서 하루에 3~4번 복용해야 하며 졸음이나 입마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졸리다’ ‘콧물약을 먹으면 졸리다’라는 말이 바로 이 1세대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 중 디펜히드라민은 졸림 부작용을 이용해서 일시적인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반대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 또한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서 하루에 1~2번만 복용하면 되는 편의성이 있다. 단, ‘약은 하루 3번 복용’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는 분이 많으니 알맞은 복용 횟수를 지킬 수 있게 주의해야겠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보다 부작용 확률이 낮기는 하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전에는 항히스타민제를 가능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히 수면제, 안정제, 항우울제, 술이나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입마름, 변비가 나타날 수 있는데 물을 충분히 마시거나 껌을 씹는 것이 도움된다. 노인 분들에게는 어지럼증, 배뇨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으니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환자라면 항히스타민제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알레르기 피부검사를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항히스타민제가 검사결과를 부정확하게 할 수 있으니 검사 4일 전에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코 안에 뿌리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사용 후 쓴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항히스타민제의 효과와 부작용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나서 효과와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을 찾아봐야 한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중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봄에는 알레르기 증상이 비염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서 항히스타민제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코 안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도 사용할 수 있다. 효과도 우수하며 먹는 스테로이드에 비해 부작용도 아주 적다. 하지만 치료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2~3주 정도 후에야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인내가 필요하다.
코 안에 뿌리는 약을 쓸 때는 먼저 코를 풀어 코 안을 깨끗이 한 뒤에 약을 고루 흔들어서 잘 섞이게 해야 한다. 새 것을 처음 쓸 때나 오랜만에 사용하는 경우라면 사용 전에 허공에 몇 번 뿌리는 것이 좋다.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이고, 약통의 입구를 한쪽 콧구멍 안에 넣고 나머지 콧구멍은 손으로 막는다. 약을 뿌리는 동시에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데, 이때 약통 입구가 코 가운데 뼈를 향한 채 뿌리면 점막이 자극돼서 코피가 날 수 있으니 꼭 콧볼쪽으로 뿌려야 한다.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약통을 잡고 뿌리면 편하다. 코에서 약통을 빼고 나서는 약액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몇 번 훌쩍거려주고, 약통의 입구를 휴지 등으로 깨끗하게 닦고 뚜껑을 덮어 보관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코막힘에는 효과가 없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비충혈제거제이다. 비충혈은 코 안의 혈관들이 부풀어 올라 코가 막히는 걸 나타내는 용어다.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 페닐에프린(phenylephrine)이 이에 속하는데, 코 점막의 혈관들이 부풀어 코가 꽉 막힌 상태에서 점막 혈관을 수축시켜서 코막힘을 없앤다. 종합감기약 중에 비충혈제거제가 많이 든 경우에는 이름에 ‘노즈’ ‘코’가 많이 들어가서, 코막힘 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음을 나타낸다.
먹는 약과 코에 뿌리는 분무제가 있는데, 먹는 약은 뿌리는 약보다 효과가 빠르지는 않지만 효과가 더 오래가며 국소자극이 덜하다. 분무제를 오래 사용하면 혈관이 수축하다가 반동성으로 혈관이 확장되어 지속적인 코막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을 약물유발성비염이라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 분무제를 몇 주씩 써도 괜찮은 경우도 있으나 보통 3일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만약 약물유발성 비염이 발생했다면, 원인인 분무 비충혈제거제를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줄이거나 바로 중단해볼 수 있다. 바로 중단한다면 며칠~몇 주 동안 코막힘 증상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에 분무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또한 효과가 나타나려면 며칠 걸릴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장기적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을 피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알레르기증상에 쓰는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 등의 성분들은 종합감기약 등 많은 종류의 약에 섞여 있기 때문에 같은 약 성분을 중복으로 복용하기가 쉽다. 그러니 상비약을 준비하거나 복용하기 전에는 겹치는 성분이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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