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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논산에서 찾은 션샤인의 흔적

by 白馬 2024. 2. 6.

 

저물어 가는 조선을 마지막까지 지킨 션샤인.
그 흔적을 찾아 개화기와 1950년대를 넘나들었다.

 

'미스터 션샤인'의 중심 공간 ‘홍예교’와 ‘종로거리’

 

●그대를 기다리고 잇엇소
선샤인 스튜디오

 

선샤인 스튜디오는 돈암서원, 쌍계사, 탑정호와 출렁다리, 관촉사 은진미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논산의 대표 관광지다. 특히 20세기 초 한성, 위태로운 조선을 지키는 의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드라마가 선사한 감동이 짙게 밴 공간이라 원작의 팬이라면 그 어떤 논산의 관광지보다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또 사진을 남기느라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한 편에는 아픈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속에서 치열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니 어디로 봐도 애정이 향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저마다의 감성으로 선샤인 스튜디오를 누비는 여행객들

 

구동매(유연석 분)가 활보하던 거리

 

주요 장소로는 종로거리, 글로리호텔, 동매집, 한약방, 마당집, 경의선, 해드리오, 한성전기, 불란셔제빵소, 보신각, 씨유어게인 가든, 한성전차, 문방구 등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극적 전개에 있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곳들이다.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은 ‘종로거리’다. 개화기 종로의 상점가와 홍예교가 어우러진 곳이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고애신(김태리 분)의 운명적인 만남, 고애신을 지키려는 조선인들의 의지, 낭인들의 혈투, 부모와 연인에 대한 복수 등 <미스터 션샤인>의 무게감 있는 장면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소다.

 

글로리호텔의 고풍스러운 내부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글로리호텔’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드라마를 보고 가면 조금 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고풍스러운 공간에 <미스터 션샤인> 소품과 사진 등도 조그맣게 전시하고 있어 나름 볼거리가 풍성하다. 호텔 2층에는 선샤인 가배정이 있는데, 드라마 같은 분위기에서 달콤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야외 테라스도 있어 선샤인 스튜디오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의복과 소품을 대여해 주는 ‘양품점’이 있어 다양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우 윤여정이 열연한 드라마 <파친코>의 촬영 장소, 양복점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도 들를 만하다. 남색이 돋보이는 공간이 상당히 감각적이다.

 

유진(이병헌 분)과 애신(김태리 분)이 LOVE를 말하던 약방

 

선샤인 스튜디오는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그 시절 역사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한성전기 1층에는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장면과 역사적 사실을 엮어 한국의 근대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1907년 의병들이 일본군과 접전을 벌였을 당시, 데일리 메일의 종군기자 프레드릭 아서 맥켄지도 경기도 양근(지금의 양평)에서 의병들을 찍은 사진의 울림이 꽤 크다. 한 명 한 명의 이름도 없이 그저 ‘아무개’로 조선을 지키다 쓰러져 간 이들이다. 결국, 그들 모두가 조선의 ‘션샤인’이었던 셈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모두가 그들을 기억하길.

 


●레트로의 진한 여운
1950 스튜디오 & 금성다방

선샤인 스튜디오가 드라마 덕분에 모던한 느낌의 뉴트로라면, 1950 스튜디오는 찐 레트로 분위기다.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직관적인 공간이다. 1950 스튜디오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이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고, 부서진 건물 등이 눈에 띈다. 동시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시 삶을 꾸려 가려는 우리 민족의 의지와 애환도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분위기를 잘 살려 낸 1950 스튜디오. 극장의 그림 포스터가 제법 근사하다

 

서민의 마을을 위로해 줬던 국밥집, 사람들이 가득 찼던 극장, 반공 문구가 담긴 현수막, 그 시절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구슬과 같은 소품 등을 정교하게 재현했다. 자전거와 수레, 드럼통, 타이어 등 시대상을 보여 주는 물건들도 적절히 배치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곳곳을 살펴볼수록 신경을 많이 쓴 태가 난다. 또 큼직한 한글과 한자, 영어로 쓰인 간판과 극장의 그림 포스터도 제법 근사하다. 요즘과 확연히 다른 간판 덕분에 옛 분위기가 더 진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이 시기를 겪은 세대들은 어려운 시절의 향수를, 그 시기를 겪지 못한 이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금성다방에서 맛볼 수 있는 논산딸기라떼. 논산은 국내 최대 딸긴 생산지다

 

선샤인 스튜디오부터 1950 스튜디오까지 수많은 사진을 남기고, 걷다 보면 휴식도 필요할 터. 논산의 특산물이 가미된 음료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논산은 딸기와 배, 멜론, 수박, 토마토, 고구마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딸기의 경우, 논산이 전국 최대 생산지라고 한다. 1950 스튜디오 내 금성다방에서도 논산딸기라떼를 선보이고 있다. 새콤달콤한 딸기가 들어간 우유 음료라 누구나 편하고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야외 자리도 있어 1950 스튜디오의 독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여행의 쉼표를 찍을 수 있다. 

 

선샤인랜드는 1950 스튜디오 외에도 군장비 전시 광장, 미리터리 체험관, 서바이벌 체험장로 구성돼 있다
 

참, 선샤인랜드는 1950 스튜디오와 함께 서바이벌 체험장, 밀리터리 체험관, 군장비 전시 광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밀리터리 체험관은 실내에서 스크린 사격과 실내 사격 VR체험을, 서바이벌 체험장에서는 생생한 전투현장을 몸소 경험할 수 있다.

 


▶논산 현지인 인증 맛집


얼큰한 짬뽕에 꼬막이 풍덩
향미각 

요즘은 음식 배달 서비스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이곳은 일요일조차 오전 11시부터 많은 논산의 현지인들이 직접 찾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지니 금세 자리가 다 채워진다. 그 모습을 보니 진짜 현지인 맛집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덩달아 강렬한 화력에 재료가 볶아지는 냄새에 음식을 마주하기 전부터 군침이 돈다.

향미각의 얼큰한 꼬막짬뽕과 달콤 바삭한 찹쌀탕수육

 

메뉴는 비교적 간단하다. 짬뽕에 집중하는 곳답게 홍합짬뽕과 꼬막짬뽕, 소고기짬뽕, 왕낙지 홍합, 왕낙지 꼬막, 왕낙지 소고기짬뽕이 준비돼 있다. 짬뽕 외 메뉴는 짜장면과 찹쌀탕수육, 군만두뿐이다. 여기에 밥은 무료로 제공된다. 이 얼마나 인심이 푸짐한 식당인가.

 

이곳의 이름을 알린 꼬막짬뽕이 앞에 놓이자 약간의 흥분 상태가 됐다. 강렬한 향과 새빨간 국물, 그리고 꼬막이 올라간 자태가 마음을 뒤흔드니 말이다. 꼬막을 까고, 숙주와 부추, 면을 한꺼번에 집어넣는다. 꼬막이 선사하는 바다의 맛, 숙주와 부추의 아삭함, 면의 쫄깃함이 만드는 조화가 아주 만족스럽다. 얼큰한 국물 한 수저가 맛의 방점을 찍는다. 다른 짬뽕 면보다 조금 통통한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면이 국물을 한껏 머금었다. 게다가 적당한 매콤함은 찹쌀탕수육의 달콤함과 궁합이 잘 맞으니, 탕수육도 꼭 시키길 추천한다.

 

옆 테이블의 소고기짬뽕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숙주나물이 산처럼 쌓여 나와 힐끔힐끔 쳐다보게 한다. 구수한 소고기에 아삭한 숙주, 칼칼한 짬뽕 국물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다음에 또 와야 할 이유를 찾았다.

 

 

돈까스+소바=맛 보증수표
반월소바

전라도, 경상도와 달리 ‘논산’ 하면 딱 떠오르는 음식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현지인이 많이 찾고, 좋아하는 식당은 여럿 있다. 반월소바가 그 대표적인 예다. 2019년 2월 지금의 자리로 옮겼는데, 여전히 많은 여행객과 논산 사람들이 이곳의 돈까스와 메밀소바를 즐기고 있다. 주말 점심이면 대기 인원도 상당하다고.

가게는 옛 골목에 있는 가정집 분위기다. 벽에는 귀여운 검정고무신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고, 한편에는 장독대가 있다. 논산역에 처음 내렸을 때 어린 시절에 할머니 손 잡고 따라간 시골의 정겨운 느낌이 났는데, 반월소바도 딱 그런 분위기다.

 

적당히 달콤한 소스가 참 매력적인 반월소바의 돈까스

 

음식은 메밀소바와 비빔면, 메밀온면, 돈까스, 매콤돈까스, 치즈돈까스 등이 준비돼 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양은 꽤 푸짐해 일단 마음에 든다. 돈까스의 경우 크게 두 장이 나오는데, 고기 두께도 적당해 씹는 맛이 좋다. 특히, 소스가 누구나 좋아할 정도의 단맛을 내고 있어 물리지 않고 끝까지 포크질을 할 수 있다. 달콤 짭짤한 육수와 함께 즐기는 메밀소바도 양이 상당하다. 성인 두 명이면 각 메뉴 하나씩이면 나눠 먹기 딱 좋다.

 

1인분도 양이 상당한 반월소바의 메밀소바

 

당부하고 싶은 것도 있다. 한국에서 돈까스와 소바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반월소바도 그런 가게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어디에도 없던 맛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저 논산에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왔고,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를 즐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식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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