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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모닥불 쬐는 아이 손 같은 애기동백 만나러 가요

by 白馬 2023. 12. 11.

[신안특집 압해도 애기동백 축제]

 

소복이 눈을 맞은 애기동백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가을이 깊어가던 1844년 프랑스. ‘마리 뒤플레시스’라는 여인을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파리 유흥가에서 유명한 ‘밤의 여인’이었다. 애증에 몸부림치던 남자는 결국 이듬해 그녀와 헤어졌고, 2년 후 여자는 방탕하고 무절제한 생활로 스물세 살 나이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한다.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겼다. 연인 마리 뒤플레시스를 ‘마르그리트 고티에’라는 창부로, 자신을 ‘아르망’이라는 순진한 청년으로 그린 이 소설의 저자는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산드르 뒤마의 아들(부자가 이름이 똑같다)이다. 그 작품이 바로 ‘La dame aux camélias’ 우리 말로 동백 아가씨. 여주인공이 동백꽃으로 치장하고 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거쳐 ‘춘희椿姬’라는 작품으로 소개됐다. 춘희는 일본식 한자어로, 춘椿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참죽나무를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번역 오류가 그대로 굳어진 것.

뒤마는 1852년에 이 소설을 노래가 곁들여진 연극으로 개작해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1853년에는 베르디가 이 대본을 바탕으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작곡했다.

소복히 눈 쌓인 애기동백.

압해도 송공산 기슭에 있는 ‘1004섬 분재공원’ 포토존. 신안 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동백나무 원산지는 아시아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에서 자라고 18세기 말쯤 유럽으로 전해졌다. 예수회 선교사 카멜이 가지고 왔기 때문에 동백나무의 학명 중 속명이 카멜리아Camelia가 됐다고 한다.  

애기동백은 동백나무의 사촌이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이지만 애기동백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애기동백은 동백보다 빨리 피고 오래 꽃을 간직한다. 동백은 1월 중순을 넘겨야 본격적으로 피지만 애기동백은 늦가을부터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다. 동백보다 더 빨리 자라고 꽃도 많이 달리고 화려하다. 동백꽃은 꽃잎이 수줍은 듯 완전히 열리지 않지만 애기동백꽃은 거의 완전히 개방되며, 동백꽃은 꽃이 질 때 송이째 떨어지지만 애기동백꽃은 한두 잎씩 따로 떨어진다. 애기동백의 꽃말은 겸손 혹은 이상적인 사랑.

 

열릴 듯 말 듯 피는 동백과 달리 애기동백은 꽃을 활짝 피운다.

자연의 축소판 같은 분재와 수석들이 눈에 덮여 있다.

 

12월에 천사섬 신안에 가면 귀여운 애기동백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애기동백을 보면 엄동에 모닥불 쬐는 아이의 손을 보는 것 같다. 애기동백은 다 자라도 5m를 넘지 않는데 10~13m까지 자라는 동백나무의 절반도 안 된다. 이처럼 앙증맞고 귀여운 애기동백을 중국에서는 산다화山茶花라고 불렀다. 동백에 ‘차 다茶’ 자를 쓴 건 이파리가 차나무 잎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 동백은 차나무과科로 잎을 차로 끓여 마기도 한다.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송공산(230m) 정상에 오르면 신안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이 산 남서쪽에 1004섬 분재공원이 있다. 총면적 13만7,000㎡(4만1,500평)의 이 공원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분재 작품들이 탐방객들을 맞는다. 저녁노을미술관·숲체험관·산림욕장 등 볼거리 가득한 이 공원의 겨울 주인공은 애기동백이다. 

 

활짝 핀 채 땅에 툭 떨어진 애기동백꽃.

 

올해도 압해도 1004섬 분재공원에서 애기동백 축제인 ‘섬 겨울꽃 축제’가 12월 8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열린다. 2만 그루의 애기동백 4,000만 송이가 여행객을 맞는다. 전망 좋은 공원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고, 자신의 소망을 담은 느린엽서 쓰기, 다양한 버스킹 공연과 특히 인공제설기를 이용한 눈내리는 애기동백꽃길 걷기 등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신안군에서 생산되는 명품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터도 운영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애기동백의 마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니다보면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진다. 분재공원 안에 있는 저녁노을미술관으로 갈 시간이다. 신안 출신 화가가 기증한 210여 점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다도해의 노을을 바라보노라면 이 미술관이 전국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을 갖췄다는 입소문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트리에 불을 밝혔다. 분재공원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끼리 가는 해를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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