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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신안 범산 선학산 1004섬’ 신안의 다도해 절경 펼쳐져

by 白馬 2023. 6. 24.

낮지만 아기자기한 특급 조망 범산…이순신 발자취가 남아 있는 선학산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것 같은 범산 암릉지대.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 비금도로 가는 뱃길. 추포도를 지날 즈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암릉 산이 보인다. 범산(117m)이다. 바다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도열한 암봉들은 진도 동석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것 같다. 바위는 커다란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다가 달려 올 것 같은 기세다. 

호랑이 산으로 불리는 추포도 범산은 통바위산이다. 이곳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좋지 않은 접근성과 낮은 높이, 원점회귀를 해도 4km에 불과한 짧은 거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산속에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암릉과 환상적인 조망이 있는 곳이다. 산은 높이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피서를 겸한 여름 산행지로도 손색없다. 백사장 길이만 1.6km에 달하는 추포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고운 모래와 울창한 소나무들로 가득한 해변은 썰물이 되면 바다가 숨겨 놓은 억겁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부터 해안을 따라 발달한 침식지형에는 순창 용궐산 요강바위 같은 돌개구멍이 폭 넓게 발달되어 있다. 화강암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우뚝 솟은 형태의 토르Tor, 바위 표면에 구멍처럼 형성된 풍화혈인 나마Gnamma, 바위에 벌집구멍같이 생긴 타포니Tafoni 등을 볼 수 있다. 

 

원산리에서 선학산 정상으로 오르는 야자매트 비단길.

 

350년 이어 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

 

섬 속의 섬, 추포도는 암태도에 딸린 부속 섬이다. 추포도는 본래 북쪽 포도浦島와 남쪽의 추엽도秋葉島, 동쪽의 오도悟島 3개 섬이었으나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현재는 추엽도와 포도를 합쳐 추포도라 부른다. 추포도의 명물은 350년의 애환이 담긴 노둣길이다. 노두路頭는 징검다리 뜻의 방언이다. 추포도와 본섬인 암태도 사이는 갯벌로 메워져 있다. 조상들은 두 섬을 건너기 위해 갯벌에 6,000여 개의 노둣돌을 놓았다고 한다. 길이는 무려 2.5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노둣길은 하루에 2번, 썰물 때만 길이 열렸는데, 2000년 6월에 시멘트 포장도로가 만들어지고, 2021년 3월 추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갯벌에 흔적만 남아 있다.

암태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추포해수욕장 입구에 범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쌈지공원엔 소나무 숲 그늘과 캠핑족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추포어촌체험마을 관리사무소 앞 해안선을 따라가면 곧장 숲으로 이어진다. 산책길처럼 편한 길이다. 밋밋한 보리밭을 지나면 ‘등산로 입구 560m’라는 팻말이 나온다. 

다도해를 밑반찬처럼 깔고 가는 범산 벼랑길.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세찬 바닷바람을 이겨 낸 키 작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들 사이,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암봉에 올라서기만 하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100m급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비금도 선왕산, 암태도 승봉산, 자은도 두봉산, 도초도 용당산을 비롯해 주변의 무수한 섬들이 모두 조망된다.

부드러운 암릉이라 오르내림이 힘들지는 않지만 서쪽 면은 아찔한 직벽이다. 철제 난간이 있지만 바다 바람이 세차므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암릉지대 중간쯤에 있는 명품 소나무 두 그루가 웅장한 산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바위에는 부처손이 많이 자라고 있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1.2km 거리는 짧지만 다도해의 빼어난 경치에 취하기엔 충분하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 고요하다. 무심히 지나가는 여객선의 하얀 포말을 보고 문득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만큼 이곳은 변두리 섬 산의 정적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분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인상적인 추포해수욕장.

 

추포해수욕장에서 범산 정상까지 이정표는 단 3곳에 불과하다. 정상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이정표나 선답자의 산행표지기도 거의 없어서 방향을 가늠해서 가야 한다. 입구 등산로 안내도를 기준으로 해안으로 내려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간다. 곳곳에 묵은 길이 있지만 다행히 등산로의 흔적은 분명하다. 해안 벼랑길 옆으로는 바다로 빨려가는 듯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팔금도 선학산은 이순신 장군이 관측하던 곳

범산 건너편 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는 팔금도에서 가장 높은 선학산(159m)이다. 추포도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다. 선학산 일대에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다. 수군진은 1597년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후 안편도(팔금도)에서 수군진이 18여 일을 머물렀다고 한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했던 이순신 장군에게 팔금도는 최적의 장소였다. 오밀조밀한 섬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은·엄폐가 용이하고 진도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뱃길을 지키는 위치였다고 전해진다.

암태도의 유명인사 동백 할아버지 할머니 벽화.

 

팔금도 선학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경사면에는 데크 계단과 4개의 조망대가 있다. 특히 정상인 채일봉에 있는 원형 2층 전망대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채일봉 남쪽으로 보이는 팔금도와 안좌도로 이어지는 뱃길은 오래전부터 중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중요한 수로였다. 지금은 우이도, 흑산도, 홍도 등 먼 바다로 오가는 배들의 항로로 쓰인다. 

암태도에서 팔금도를 잇는 중앙대교를 건너면 철쭉공원이 있고, 도로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철쭉공원에서 선학산 정상까지는 2.9km 거리다. 74.7봉과 44.1봉, 원산저수지를 지나면서 조망이 트인다.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드는 경치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42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의 고뇌를 떠올리며 선학산을 오른다. 

 

산행길잡이

▲추포해수욕장-이정표-암릉지대-명품소나무-범산 정상-해안벼랑길-추포해수욕장(4km, 2시간40분)

▲ 철쭉공원-44.1봉-74.7봉-제1전망대-제2전망대-제3전망대-선학산 정상 채일봉-제4전망대-원산리-꾸지꾸지(꾸지봉 판매점) (6km 3시간10분)

 

교통 및 맛집(지역번호 061)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차례(09:00, 15:00) 버스가 있다. 신안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남강항까지 4시간 30분 소요된다. 남강항은 고속버스 환승터미널 겸 여객선 터미널 기능도 한다. 광주종합터미널에서 남강항까지 하루 6차례(05:50, 08:05, 11:05, 12:40, 13:20, 15:45) 1시간 4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3,400원이다. 남강항에서 추포해수욕장까지는 암태도 택시(271-4077)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미터기 기준 1만2,000원. 추포해수욕장에서 팔금도 철쭉공원까지도 미터기 기준 1만2,000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으려면 관공서 주변을 눈 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팔금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시골밥상(010-7209-1948)에서는 남도의 근사한 백반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다에서 갓잡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15첩 반상과 메인요리인 돼지 김치찜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가격 1인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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