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학령산~면산~은봉산 22km 싱글 라이딩
오르막을 즐길 수 있어야 싱글 라이딩이 즐겁다. 산길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히 달렸다.
MTBMountain Bike의 주 무대는 산Mountain 이다. 그래서 MTB의 구조나 구동계, 완충장치, 타이어의 폭과 트레드가 비포장 험로에서 타기 좋도록 구성되어 있다. 큰 산의 임도는 물론이고, 사람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좁은 길도 자전거로 갈 수 있다. 이러한 좁은 길을 싱글Single이라 부른다.
파주 신도시 혹은 외곽 공장지대 뒤로 봉긋 솟은 작은 산들이 있다. 길이 없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사람의 발자국이 남은 낙엽길과 흙길이 교차되어 나타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파주시 일대의 야산은 높이가 100m 이하인 곳이 많다. 신도시 개발로 여기저기 잘리고 깎였지만, 별문제는 없다. 작은 길의 흔적만 있어도 MTB는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에게 외면당한 산일수록 오히려 바이커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일산과 파주 바이커들에게 이곳은 ‘MTB의 8학군’이라 통한다. 일산의 아마존을 시작으로 현달산, 견달산, 고봉산, 황룡산을 거쳐 파주의 장명산, 학령산, 월롱산, 면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줄이거나 늘려가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란 바이커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속어로 ‘아마’추어들의 필수 입문 코스라 하여 그리 불린다.
아주 까다로운 상급자 코스와 부드럽고 만만한 초급자 코스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바이커 취향에 맞게 코스를 골라 탈 수 있다. 오늘은 이희원(15년차), 신수진(4년차), 김정임(10년차) 3명의 바이커와 파주지역 22km 싱글 라이딩을 떠난다.
왼쪽부터 신수진, 이은실, 김정임, 이희원씨.
싱글 라이딩은 힘과 기술!
경의중앙선 야당역에서 출발해 금촌 공설운동장 뒤로 난 작은 길에서 라이딩을 시작한다. 도시의 주택가 사이로 길이 나 있어 현지 바이커가 아니면 초행에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싱글 트레일 들머리는 의외인 곳에 있다. 큰길을 따라가다가 느닷없이 옆 밭둑으로 들어서거나 수로 위의 널빤지나 돌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심지어 아파트단지 담장 뒤에 입구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학령산 들머리 역시 도로를 주행하다가 급한 비포장 좁은 오르막을 만난다. 갑작스런 오르막이라 자전거 앞뒤 기어를 재빨리 가볍게 떨군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테크닉이나 힘이 부족한 경우에는 얌전히 끌고 올라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큰 산의 임도는 초반 업힐Uphill(오르막)이 완만하고 길지만 도시 야산은 높이가 낮은 만큼 시작할 때 접근이 짧고 급경사인 곳이 많다. 업힐이 힘들면 MTB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높이 올라야 내려오는 다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자전거 라이딩보다 싱글 트레일 라이딩에서는 사람들 간의 실력 차이가 크다. 도로 사이클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싱글 라이딩에는 순간적인 힘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길은 싱글 중에서도 넓은 편이다.
오늘 선두에서 길 안내를 한 이희원씨는 15년 이상 MTB의 여러 분야를 즐겨왔고, 현재는 엔듀로 자전거(평지나 오르막보다 급경사 내리막에 적합하게 설계된 자전거)에 빠져 있는 베테랑이다. 초보 바이커들에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이론 교육을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초반 산길에서 만난 나무로 된 비교적 가파른 계단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타고 올라가 뒤따라가던 이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싱글 라이딩은 마냥 달리지만은 않는다. 구간의 난이도에 따라 타고 올라가느냐 내리느냐의 순간에 간간이 시범과 대화가 이어진다. 이희원씨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밸런스(균형)다. 무게 중심이 발쪽으로 내려가느냐, 앞으로 혹은 뒤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업다운(오르내림)에 최적화된 자세가 나온다.
경력은 가장 짧지만 이희원씨에게 제대로 배운 수진씨는 자전거는 힘으로 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무지막지하게 가파른 비탈을 힘으로 밟아 올라가다가 앞바퀴가 들려 포기하는 장정들이 의외로 많다. 반면 그녀의 라이딩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기술과 감각으로 오르막을 가뿐히 올라선다.
“제대로 배워서 타야 안 다치고 안전하게 탈 수 있어요. 앞뒤 브레이크를 잡는 기술과 감각도 필요하고 업힐을 할 때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힘으로도 안 되지요.”
MTB를 탈 때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능력이 안 되는 구간은 과욕을 부리지 않고 내려서 가야 한다. 초급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순한 길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자기 능력에 맞게 타면 된다.
이희원씨의 라이딩은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안정적이다.
갈림길에서는 일행을 기다릴 것
김정임씨는 코스를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길이 눈과 발에 익을수록 예측할 수 있어서 대처하기 쉽다는 것. 싱글에서 코스 숙지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러 번 가다 보면 코스를 외우게 되고, 지난번에 못 타던 구간을 다음번에 완주할 수도 있다. 나무뿌리나 바위의 형태와 방향까지 외우게 되고, 어디를 밟아 어떻게 넘어갈지 길이 그려지는 것이다.
은봉산 마지막 지점의 오방색 천을 휘감은 고목 근처 공터에서 잠시 쉬며 자전거의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즐거움과 건강이 자전거의 대표적인 덕목이지만 멋을 뽐내는 것도 또 다른 덕목으로서 라이딩에 행복을 선사한다.
MTB 마니아들의 꾸밈새는 도로 사이클팀 못지않게 대단하다. 장비의 디자인과 색 조합. 본인에게 어울리는 소소한 액세서리를 장착하는 것도 MTB의 재미 중 하나다. 누군가는 ‘자전거 못 타는 건 용서해도 맵시가 안 되는 건 용서하지 못한다’고 한다. 훈련과 연습으로 내면을, 패션으로 외면을 단단히 하여 꽃처럼 날아다니는 산속 싱글 바이커가 완성된다.
학령산~면산~은봉산 코스는 까다로운 구간이 없고 요철이나 낙차의 폭이 적당해 몇 번 발에 익히고 나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코스이다. 은봉산은 소나무가 많아 길에 나무뿌리가 많이 드러나 있다. 뿌리의 형태를 이용해 점프와 드롭Drop(단차가 큰 지형에서 툭 떨어지는 동작) 기술을 연습하기에 제격이다.
황토질의 산은 바퀴와의 접지력이 우수하고 바이커의 의도대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기에 좋다.
동네 야산이지만 잠깐의 능선길이나 산허리의 울창한 부분을 달릴 때는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겉보기와는 다른 이런 매력 때문에 싱글 라이더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 코스다.
흔히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쉽고 재미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면산의 제법 긴 내리막에서는 절대적으로 담력과 숙련도,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일행과의 속도 차이로 인해 앞사람을 놓쳤다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이커들은 갈림길에서 뒤로 쳐진 사람을 기다리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길을 잘 아는 사람이 후미를 맡아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일행을 찾기 위해 서둘러 내려가면 위험하다.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서두르다가 다칠 수 있다. 내 능력만큼의 속도로 침착하게 내려가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가는 것보다 다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라이딩은 경의중앙선 야당역에서 시작해 금촌역에서 마무리된다. 발에 익지 않은 길이라 쉬엄쉬엄 진행하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총 라이딩 거리는 22km이다. 너무 짧다 싶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중간에 월롱산을 하나 더 넣어도 좋다.
맛집
금촌역 근처의 매우 오래된 식당인 ‘별난명태(031-947-8002)’가 라이딩 마니아들의 맛집으로 꼽힌다. 명태찜, 동태탕, 코다리구이, 동태전골 등 다양한 메뉴를 취급한다. 취향대로 주문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별난명태'에서는 명태를 이용한 여러 요리를 만들어낸다.
학령산~은봉산 GPX파일 받는 곳
해당 지역의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자. 인터넷에서 ‘고양 파주 MTB’ 키워드로 동호회를 찾아 그들의 라이딩에 합류하거나 GPX파일을 얻어 따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필자의 블로그에서 ‘학령산, 은봉산, 면산 싱글’ 게시글의 GPX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이은실 블로그(blog.naver.com/tt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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